Column

AI의 알고리즘 마케팅 

 

인류 역사상 생소한 마케팅이 탄생되어 진행 중이다. 바로 유튜브의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최근 유튜브 동영상 두 개가 화제다. 하나는 수학 인강이고 다른 하나는 씨름 경기다. 두 동영상은 공통점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유튜브 사용자들 사이에서 추천 동영상으로 떴고 동영상을 본 사용자들이 감탄하면서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10월 중순 현재 둘 다 200만 전후다. 수학 인강은 주예지 강사의 강의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말로 진행된다. 당연히 지루하다. 그런데 1만 건에 달하는 댓글 중 절반은 영어나 외국어가 차지한다.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한국말로 진행하는 1시간 11분짜리 수학 강의를 끝까지 듣고 댓글을 달 정도다. 씨름 동영상은 1년도 더 지난 지난해 진행된 ‘15회 학산배 장사씨름대회’ 결승전 모습이다. 황찬섭과 김원진의 태백장사급 결승전으로 당시 대학생이었던 두 사람은 동영상이 갑자기 인기를 끌며 최근 ‘아이돌 스타’로 떠올랐다.

두 동영상이 추천 대상이 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외모다. 주예지 강사는 탤런트 누구를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미인이다. 게다가 동안이라 더욱 시선을 끈다. 외국인의 댓글을 보면 ‘아시아 친구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고 할 정도다. 이 동영상으로 ‘K-Math(수학)’라는 단어도 만들어졌다. K팝, K드라마와 견줄 정도로 고유명사가 됐다. 황찬섭과 김원진 선수는 75kg 이하의 태백급 선수다. 뚱뚱하지 않고 헬스강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근육이 잘 발달됐다. 빨래판을 닮은 복근과 급격한 각도를 자랑하는 허벅지에서 종아리까지 실루엣을 만든 근육은 이들이 모래판에서 움직일 때마다 우리의 눈동자를 저절로 움직여준다. 게다가 얼굴까지 잘생겼다.


AI가 분석해 추천 대상을 뽑아낸 건 명확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평소 예쁜 여자를 검색하던 전 세계 남자들에게 유튜브 알고리즘은 언어도 다르고 모두 지루해하는 수학 강의임에도 예쁜 여자선생이라는 이유로 추천했다. 역시 평소 젊은 남자의 근육과 몸짱을 좋아하는 여성들에게도 갑자기 비인기 종목인 씨름 경기가 추천됐다. 지금 이 시간, 인류 역사상 생소한 마케팅이 탄생되어 진행 중이다. 바로 유튜브의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그러나 마냥 신기해할 수는 없다. 또 다른 고민거리도 남겼다. 의료나 금융 컨설팅에 이어 마케팅 영역에서도 인간이 주인공인 시대는 끝난 걸까. 자칫 AI마케팅이 통제시스템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일 의도가 불순한 정치지도자나 오너가 AI마케팅을 교묘하게 이용한다면 인류사회의 작동 시스템에 큰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AI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 진중한 눈과 이성적 뇌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201911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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