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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프로야구단 가치평가 

서울 맹주 노리는 6위(키움)의 도전, 3계단 뛰어오른 지난해 꼴찌(NC)의 반란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선 이변이 생겼다. 가장 경험이 적고 팀 연봉도 가장 싼 축에 속하는 ‘키움’이 SK를 압도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물론 2017년 840만 명까지 치솟았던 관중 수는 올해 73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하는 프로야구단 가치평가에서 두산이 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지난해 꼴찌 NC가 3계단이나 가치를 끌어올렸다.

반란이 일었다. 키움이 정규시즌 2위 SK를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 10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키움이 SK를 10-1로 꺾었다. 1차전 3-0, 2차전 8-7 승리에 이은 3경기 완승으로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를 3경기 만에 끝내버렸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선두 다툼을 벌이다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3승 1패로 누르고, 플레이오프 관문도 3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3전 전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키움 히어로즈가 역대 8번째로, 2007년 두산 베어스가 한화를 3연승으로 꺾은 이후 12년 만이다.

게다가 5년 전엔 삼성에 2승 4패로 져 우승의 꿈이 좌절된 바 있기에 넥센 시절이었던 2014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은 꽤 값지다. 특히 키움의 경기력은 강한 타선이 뒷받침됐다. 정규시즌 타율 1위(0.282) 팀으로서 그 중심엔 4번 타자 박병호와 3번 타자 이정후가 자리하고 있다. 박병호는 KBO 리그 개인순위 홈런 부문 1위이고, 이정후는 타율 부문 4위(0.336)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타자를 중심으로 절치부심한 키움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정규리그 1위인 두산과 7전4승제로 정상을 가려야 한다. 서울이 연고지인 두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건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사상 처음이다. 이 말은 그간 한국시리즈가 서울에서 열렸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얘기로, 잠실 라이벌인 두산과 LG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잠실 야구장의 두산과 고척 스카이돔의 키움이 맞붙게 생겼다. KBO 역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가 서울에서만 열리는 ‘서울시리즈’가 돼버렸다.

키움의 화끈한 도발과 달리 SK는 정규시즌 1위를 달리다가 막판에 두산에 발목을 잡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후반기 팀 타율 8위(0.247)에 머물 정도로 뒷심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사실 9월까지만 해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SK 와이번스는 구단 역사상 최다승 기록인 정규시즌 88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9월 태풍 북상 이후 리그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두산과 키움이 SK 뒤를 바짝 쫓는 분위기가 됐다. 5위 NC 다이노스와 6위 KT 위즈가 순위 경쟁을 이어간 가운데 막판까지 1~3위권 순위 경쟁은 치열했다. 결국 정규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에 되어서야 두산과 SK, 키움은 서로의 상대 전적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막판에 키움이 승차가 벌어지면서 두산과 SK만 남게 됐고, SK는 막판 두산, 키움과 벌인 3경기 모두 패하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놓쳐버렸다.


지난해 정규시즌 ‘이변’의 주역이었던 3위 한화는 올해 9위로 추락했다. KIA(7위), 삼성(8위), 롯데(10위) 등 전통적인 인기 구단들도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내려앉으며 관중 동원 실패의 주범으로 몰리게 됐다. 볼넷과 폭투, 실책을 연발하는 ‘저질야구’에 팬들이 등을 돌리게 했다는 꼬리표까지 따라붙었다. 800만 관중 시대도 깨졌다. 올해 정규시즌 총 관중은 약 730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두산과 LG 각각 10년, 9년 연속 100만 관중 신화가 깨졌고, 지난해 100만 관중을 달성했던 SK는 55만 명대로 관중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나마 서울의 전통 강호 LG만 100만 명 턱걸이에 성공했다. 이는 구단 가치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단의 경제적 가치 얘기는 지금부터다. 포브스코리아는 시장·경기장·스포츠 가치를 종합해 2019년 프로야구단의 구단 가치를 따져봤다. 경기 결과와 구단 가치가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정규시즌 1위인 두산이 구단 가치 순위에서도 1위에 올랐다. 2년 연속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데 이어 구단 가치평가에선 5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산은 관중 동원에서 LG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등 평가 기준 전 분야에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입장료 수익은 지난해보다 10억원 가까이 떨어진 131억원을 기록하며, 구단 가치 총액도 1907억원으로 지난해(1932억원)보다 떨어졌다. 경기력 면에서도 지난해 독주하다시피 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올해 정규시즌에서 키움·SK와 엎치락뒤치락하며 힘겨운 승부를 펼쳐갔다. 하지만 탄탄한 야구팬이 있는 연고지 서울을 기반으로 1위 자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100만 관중의 벽 넘지 못한 SK


2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LG였다. 두산과 구단 가치 차이는 지난해보다 더 좁혀졌다. LG는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관중이 줄긴 했지만, 그나마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만 관중을 넘긴 구단이 됐다. LG마저도 하마터면 100만 명 돌파에 실패할 뻔했다. 지난 9월 30일 잠실구장에서 롯데와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르기 전까지 총 71경기에서 관중 98만8358명을 동원했다. 그리고 최종전 1만1624명을 보태 100만 명을 넘어선 것. 전력·재정·팬층이 빵빵한 LG가 그나마 서울 연고지 구단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다. 총 14번째 100만 관중, 10년 연속 100만 관중을 지켜내며 사실상 리그 최고 인기팀임을 증명했다. 총 14번째 100만 관중 고지를 밟으며, 입장료 수익 부문에선 136억원 넘게 벌었다.

3위 SK는 키움의 제물이 되고 말았지만, 가치는 건재했다. 앞서 본 대로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세 경기 모두 키움에 패하며 2년 연속 이변을 일으키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해 가을과 너무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홈런 233개를 쏘아 올리며 최고 ‘홈런 군단’으로 불렸지만, 올해 홈런 수는 117개로 반토막이 났다. 정규시즌 성적에선 두산과 동률(88승55패1무·승률 0.615)을 이뤘지만 100만 관중의 벽은 넘지 못했다. 올해 인천 홈구장을 찾은 관중은 지난해보다 5만 명 정도 줄어든 98만 명이다.

4위는 정규시즌 꼴등인 롯데가 차지했다. 경기력과 가장 대조적인 결과를 거둔 이유가 있다. 경기(1308만 명), 서울(977만 명)에 이어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부산을 독식한 덕이다. 서울을 3개로 쪼개야 하는 두산, LG, 키움의 시장가치보다 앞선 까닭이다. 하지만 경기력 지표는 ‘야구를 못하는 구단’이라는 낙인을 벗지 못했다. 정규시즌 꼴등을 달린 탓에 관중 수(67만9208명)는 지난해보다 25% 가까이 줄어 감소율 1등도 차지했다. 대부분 최하위를 기록한 타격 지표는 그렇다 치더라도 실책 관련 부문에서도 1위다. 올 시즌 총 103회 폭투와 114회 실책을 기록했다. 연봉가치는 131억원으로 가장 높았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이것도 안 좋은 얘기다. 몸값 비싼 선수를 대거 모아놓고 경기 성적은 제일 안 좋은, 한마디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떨어지는 구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연봉이면 올해 두산의 1위 왕좌를 노리는 키움(74억원) 같은 구단을 두 개쯤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지난 10월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SK 와이번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이 SK를 10대1로 꺾고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구단 가치 5위는 삼성이 차지했다. 하지만 역대 우승 횟수(8회)에 준 가점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꿀 순위다. 최근 경기 결과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롯삼기(롯데·삼성·KIA)’ 동맹을 맺을 판이다. 최근 LG의 경기력 향상으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꼴찌를 번갈아 맡던 LG·롯데·KIA 세 팀의 별명 ‘엘롯기’가 무색해졌다. 2010년부터 4회 연속 우승하며 달려왔지만 이듬해 2위로 떨어지더니 2016년, 2017년 연속 9위, 지난해 반짝 6위에 올랐다가 다시 8위로 추락했다. 경기력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5월 박한이 선수의 음주운전, 9월 3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강민호의 잡담사(롯데 유격수 신본기와 잡담하다 아웃)까지. 들쑥날쑥한 경기력에 구설까지 휘말리니 명가 DNA를 잃어버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스타’ 키움은 6위에 올랐다. 다음 해까지 올해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2020년 구단 가치평가에서 순위가 확 뛸 수 있겠다. 앞서 정규시즌부터 플레이오프에 이르기까지 키움은 1위 두산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하지만 관중 동원력에선 두산이나 LG처럼 ‘서울’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구로에 있는 고척 스카이돔이 아직 서울 관중에게 익숙하지 못한 탓일까. 관중 수만 보면 LG와 두산의 반도 안 되는 45만 명 수준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꼴등이다. 시장가치에선 두 서울 맹주 구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경기장 가치에서 거의 반절에 그친 이유다. 물론 키움은 가성비 제일 좋은 구단으로 꼽혔다. 이유는 ‘싼’ 연봉만이 아니다. 키움과 전신 넥센은 이른바 ‘네이밍스폰서’로, 엄밀히 말하면 구단주가 아니다. 매년 모기업에서 100억원 이상 지원받는 다른 구단과 달리 마케팅으로만 운영비를 충당하는 구단이기 때문이다.

메인 스폰서를 맡은 키움증권은 올해부터 ‘야구’ 덕 좀 볼 것 같다. 키움증권은 히어로즈 야구단 메인 스폰서로 5년간 500억원, 연간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익래 다음키움그룹 회장이 프로야구팬과 금융 서비스 이용자를 확보하고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두산을 넘보는 경기력으로 키움 브랜드의 인지도는 높였지만, 최근 인터넷은행 진출을 포기하면서 종합금융사 도약이 멀어졌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구단 가치평가에선 7위 NC가 이변을 일으켰다. 지난해 10위에서 7위로 세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지난해 10개 구단 중 홈 경기 관중 동원에서 꼴찌를 했던 NC가 지난해보다 26만7000명 늘어난 71만 관중 동원에 성공한 덕분이다. 새 야구장 효과가 컸다. 지난해까지 1만1000석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썼지만, 올해부터 미국 메이저리그급 시설을 갖춘 2만2000석 규모 새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다. 2016년 5월 공사를 시작해 2년 10개월 후인 올해 3월에 개장했다. 올해 시즌 홈 72경기 중 관중 수는 71만274명, 한 경기당 9864명으로 지난해 6200명 수준에서 확 뛰었다.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했던 경기력도 크게 향상됐고, 정규시즌에서 5위 성적을 거뒀다. 포스트시즌 막차 티켓도 잡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LG에 3-1로 패하며 싱겁게 끝났다.


NC 뒤엔 KIA(8위)가 섰다. 열성 야구팬이 많은 광주 연고지 파워도 소용없었다. 2017년 우승한 이후 2018년 5위, 올해 7위로 떨어지며 예전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팀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지난해 김진우(투자), 권유식(포수), 박효일(내야수), 이영욱(외야수), 정회열(코치) 등 십수 명이 팀을 떠났고, 특정 선수들과 파열음 논란에 휩싸인 김기태 감독 2004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주형도 KIA를 떠났다. 김 감독은 몇 가지 사태로 팬들의 반발까지 사면서 김 감독이 사퇴하기까지 지난해보다 관중이 20%가량 줄기도 했다.

올해까지 단행한 ‘세대교체’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 수도 있겠다. 지난 9월 18일 KIA는 2020년 입단 신인 11명과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연봉은 11명 모두 2700만원이다. 여기에 지난 10월 17일 맷 윌리엄스 신임 감독도 KIA에 합류하면서 내년 정규시즌 활약을 기약했다.

9위에 오른 한화는 올해 유독 다사다난했다. 지난 시즌 3위를 기록하며 2007년(3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렸는데, 문제는 안에서 터졌다. 시즌 시작 전부터 팀은 삐걱거렸다. 권혁·이용규 등 베테랑들의 이적 요구 파문으로 팀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경기장에서는 지난 시즌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불펜진(구원투자 진용)이 무너졌고, 타선도 침묵하면서 서서히 침몰했다. 상황이 이러니 한화도 롯데 못지않게 관중 수가 줄었다. 지난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7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55만 명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무려 24% 넘게 줄어든 것. 그나마 올해 선전을 기대한 방송사들이 앞다퉈 한화 경기를 중계한 덕에 구단 가치평가에서 꼴찌는 면할 수 있었다.

차라리 경기도 전체를 아우르면 좋았으리라. 지난해부터 정규시즌 성적 최하위를 탈출했던 KT(9위)는 올해 6위 성적을 거두며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구단 가치평가에선 수원(119만 명)이란 지역적 한계는 여전히 ‘한계’로 꼽힌다. 물론 ‘수원’ 탓만 할 수도 없는 게 수원보다 인구가 적은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NC도 7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KT위즈파크구장이 파울볼로 관중 피해(총 67건)가 가장 많은 곳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구단 가치를 올리는 법, 결국 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과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 어떻게 평가했나

미국 포브스는 시장·경기장·스포츠·브랜드 네 가지 기준으로 매년 프로야구단의 가치를 평가한다. 2005년부터 가치평가를 시작한 포브스코리아는 이를 바탕으로 하되 국내 현실에 맞는 기준을 도입했다. 시장가치는 각 구단의 연고지 규모를 환산한 금액이다. 제9구단 NC다이노스와 제10구단 KT위즈가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지급한 가입금과 야구발전기금을 토대로 각 구단의 연고지 인구에 비례해 산출했다. 연고지가 같은 서울의 3개 팀은 인구를 3등분했다. 경기장 가치는 올해 입장료 수입으로 향후 10년 동안 수입을 예상해 현재가치로 환산했다. 스포츠 가치는 구단이 경기를 하면서 창출하는 가치의 총합이다. 연봉 총액과 방송 노출효과, 경기 성적이 포함된다. 경기 성적에 따른 가치는 전년도 승률, 올해 승률, 역대 정규시즌 우승횟수로 평가했다. 국내의 경우 브랜드 가치는 구단 가치와 직접적인 연계성이 적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받아들여 3년 전부터 평가에서 제외했다.

- 김영문 ymk0806@joongang.co.kr

201911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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