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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테크’ 강자들 | 박수영 퀄슨 대표 

“콘텐트 경쟁력, 에릭남·타일러가 믿어줬죠”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으로 얼룩진 한국 영어교육 시장에 ‘콘텐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유튜브 영상을 활용한 영어교육 앱의 원조 ‘슈퍼팬’, 타일러가 대표 강사인 ‘리얼클래스’, BBC 콘텐트를 활용한 ‘브릿잉글리쉬’를 잇따라 성공시킨 퀄슨(Qualson)이다. 4명으로 시작한 사업체는 100여 명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 매출액 3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수영 퀄슨(Qualson) 대표. 퀄슨은 ‘Question All the Reasons’의 약자다.
2012년 창업 이후 7년간 영어교육 한 우물만 파온 박수영(35) 대표는 미래 영어교육은 ‘홈에듀케이션’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75억원 중 50여억원을 AI 홈어학기 ‘오케이닥터’에 재투자했다. AI 기술이 발달할 미래에는 교육의 중심이 학교나 학원보다 ‘내 집’이 될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는 출퇴근길에 잠깐 영어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는 학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올해부터 오케이닥터를 통해 새로운 영어 교육 방식을 도입해나가고 있다. 퀄슨을 알린 서비스는 ‘슈퍼팬’이다. 슈퍼팬은 2017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교육 앱 연 매출 1위를 달성하면서 사용자 수를 크게 늘렸다. 이어 타일러가 대표 강사인 ‘리얼클래스’가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영어학습 전용 AI 스피커인 오케이닥터를 론칭했다. 서울대, 카이스트 출신의 개발자들과 함께 50억원을 투자해 이 제품을 개발한 배경은.

오케이닥터는 내 집을 외국으로 만들어주는 기기라고 할 수 있다. 퀄슨은 앞으로 ‘집’이라는 공간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금전적인 제약이 없다면 가장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법은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다. 외국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외국 친구를 만들고, 외국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을 내 방으로 가져오려고 한다. 해외 콘텐트와 친구, 학교 공부를 내 방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보다 집에서 원격 영어 교육에 올인한다고 보면 되나.

맞다. 원격의료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지듯이 교육시장도 원격으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 시간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홈 아카데미’가 중심이 될 것이다. 업계에선 스타트업이 건드리면 안 되는 게 하드웨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오케이닥터에 재투자했다. 영어교육은 양질의 콘텐트도 중요하지만 학습자의 시간과 공간을 확실하게 세팅하는 게 더 중요하다.

오케이닥터 강의에 가수 에릭남이 강사로 참여하며 화제가 됐다. 또 방송인 타일러도 퀄슨에서 애니메이션을 통해 영어를 알려주는 ‘리얼클래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섭외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방송국에 찾아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퀄슨이 그간 바뀌지 않던 영어교육 시장을 새로운 콘텐트와 기술로 혁신할 수 있을 거라고 설득했고, 두 사람 모두 흔쾌히 우리의 비전을 믿어줬다.

BBC, 유니버설뮤직, 터너 등 유수의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 홀더들과 계약해 독자적인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IP를 정식으로 계약해서 서비스하는 영어교육 업체는 퀄슨이 유일한가? 현재 운영 상황과 시장 피드백이 궁금하다.

사실 10여 년 전부터 강남의 수많은 영어교육 기업이 할리우드 스튜디오 등 저작권자들과 계속 접촉해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영어학원들은 높은 IP 비용을 떠안고 콘텐트를 확산할 수 있을 만한 사업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IP 콘텐트는 짧은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이 확산해야 콘텐트 원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만들 수 있다. 퀄슨은 온라인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에 이르렀고, 그 후 많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제휴 요청을 받고 있다. 2017년 터너와 제휴했고 BBC, 유니버설뮤직과 잇따라 콘텐트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수많은 영어교육 업체가 있다. 퀄슨만의 강점 및 차별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려 한다. 그런데 이 기본이라는 게 참 어렵다. 기술, 콘텐트, 서비스 삼박자를 갖춰야 기본에 충실할 수 있다. 퀄슨은 기술을 중심으로 콘텐트와 서비스 경험을 가장 탁월하게 제공하는 영어교육 업체가 되고자 한다.

퀄슨은 ‘기술을 통해 교육의 미래를 앞당긴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현시점에서 한국 영어교육 시장의 문제점과 퀄슨이 생각하는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한국 영어교육 시장은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는 마케팅 경쟁이 아니라 제품 경쟁 중심으로 시장을 이끌어가려고 한다. 영어교육은 영어이기 전에 교육이다. 교육업의 본질은 잘 가르치는 것, 그리고 잘 배우는 것이다. 가르침은 공급자 중심의 사고, 배움은 수요자 중심의 사고다. 그런 의미에서 가르침보다 중요한 것은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잘 가르치는’ 기업이 아니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기업의 관점으로 일하고 있다.

2012년 퀄슨을 창업하기 전에 2011년 ‘타임밤’이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했다가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 얻은 교훈이 퀄슨 운영에 도움이 됐나.

먼저 제품 중심 사고와 고객 중심 사고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당시에는 제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품 공급자 중심의 사고로 기획하다 보니, 결국 그 제품을 사용할 고객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퀄슨에서는 철저하게 사용자 데이터와 이용 형태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 번째로 창업 초기일수록 멤버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리더로서 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보다 중요한 게 속도다. 훌륭한 인재일수록 성장에 목말라하는데 회사의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리면 이탈한다. 반면 또 너무 급하게 가다 보면 서비스 완성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확신을 주면서 방향과 속도 간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퀄슨은 2012년 삼성SDS의 신규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초기 사업 투자 및 유통망 확보에 도움을 받았고, 포스코에서도 1억원을 지원받았다. 초기 성장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스타트업은 프로젝트 실패가 곧 사업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첫 번째 창업에서 성공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실제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서야 비로소 시장과 고객에 대해 배워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충분한 시간과 지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퀄슨의 경우, 삼성SDS가 초기 서비스를 B2B망으로 공급해주면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 관점에서 투자 받은 것도 도움이 됐다.

후배 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리더는 비저닝(Visioning)이라는 숙제를 안게 된다. 비저닝이란, 계속해서 속도(방향과 속력)를 맞추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매 순간 지금 우리가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속도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

2015년에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1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잡았었는데 지난해 매출 200여억원을 기록했다.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어학교육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국내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부터 시작해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수치적으로는 2022년까지 월 10만 명 수강생을 확보하려고 한다. 먼 미래에 퀄슨이 받고 싶은 평가는 하나다. 교육의 미래를 최소 10년은 앞당긴 기업이다. 올해 매출은 약 300억원, 내년 매출은 약 600억원으로 잡고 있다. AI 홈어학기 출시를 계기로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박수영 대표는…
- 1984년생
-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카이스트대학원 진학 후, 창업 위해 1학기 만에 자퇴)
- 2011년 첫 번째 스타트업 타임밤 설립
- 2012년 퀄슨 설립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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