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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EETS MANAGEMENT 

 

코카콜라 병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레이먼드 로위는 디자인의 영역을 “바늘부터 우주선까지”라고 말했다.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행위’가 디자인의 정의라면, 기업과 경영이야말로 디자인이 빠져선 안 될 영역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 2012년 고유 서체인 한나체를 개발해 무료로 배포했다. ‘배민다움’을 드러낸 서체는 기업의 정체성은 물론 비주얼적 일관성을 통해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회사에서 웬 폰트람?” 2012년 배달의민족이 ‘한나체’라는 이름의 서체(폰트)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대다수 반응은 이랬다. 하지만 8년여가 흐른 현재 한나체는 배달의민족을 상징하는 심볼이자 ‘배민다움’으로 통하는 특유의 이미지, 즉 기업 브랜드를 집약해놓은 결정체로 자리 잡았다. 저작권 걱정 없이 맘대로 내려받도록 한 덕에 제조업, 출판사 등 배민과 전혀 관계없는 기업들도 한나체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서체(브랜드)를 널리 알려달라’며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브랜드 확장에 성공한 셈이다.

독립 서체는 기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다. 기업 이미지와 철학을 눈에 잘 띄는 문자를 통해 일관되게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자만 봐도 그 기업이 떠오르는 터라, 소비자를 상대로 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배달의민족이 서체 개발에 나선 건 순전히 김봉진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1970~1980년대의 ‘키치함’을 담아보겠다는 브랜딩 과정에서 서체의 중요성을 간파한 것이다. 김 대표는 본래 이모션, 네오위즈, 네이버 등 잘나가는 기업에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디자이너였다. 그의 명함에 적힌 ‘경영하는 디자이너’라는 문구도 최고경영자(CEO) 이전에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낸다.

경영하는 디자이너들의 등장


▎배달의민족이 마케팅용으로 제작한 USB는 한나체 특유의 키치함과 배달의민족만의 위트를 동시에 보여준다.
시선을 해외로 돌리면 디자이너 출신 CEO들의 활약이 이미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회자될 정도다. 숙박업의 정의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모두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을 졸업한 디자이너다. 직관적 디자인으로 성공한 핀터레스트 공동창업자 이반 샤프 역시 건축을 전공한 디자이너로, 창업 전엔 페이스북 제품 디자이너였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 생태계를 비주얼로 정립한 이는 조너선 아이브 최고디자인책임자(CDO)였다.

이쯤 되면 ‘디자인이 뭐길래?’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혹은 디자인 경영(Design Management) 같은 개념은 이미 1960년대 널리 알려졌다.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장을 역임한 건축가 피터 로위는 저서 『Design Thinking』에서 “건축과 도시계획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처럼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문적 수준에 머물던 디자인 경영이 실제로 CEO들의 뇌리에 박히기 시작한 건 2008년 들어서다. 세계적 디자인 에이전시 IDEO의 팀 브라운은 그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면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는 물론이고 전략개발 방법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 앞에 속수무책이던 CEO들에게 “디자인으로 탈출하라”고 조언한 것이다.

팀 브라운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쟁쟁한 컨설팅 업체들의 솔루션은 이미 탁상공론이 돼버린 상황이었다. 실제로 컨설팅사 대신 디자인 에이전시와 협업하거나 아예 기업 안에 디자인파트를 들여놓은 기업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상품·서비스 설계부터 시장조사, 생산,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디자인화’하면서 브랜드 생태계 구축에 성공하는 사례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ICT·플랫폼 기업들도 전사적 역량을 디자인에 쏟은 결과, 고유 브랜딩 구축에 성공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경원 세종대학교 디자인이노베이션 전공 석좌교수는 “한 기업의 이미지가 긍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브랜딩이며, 이는 디자인이라는 시각적 도구를 만나 비로소 모양과 느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협업 상대를 넘어 아예 디자이너들이 기업 리더로 활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디자이너의 사고는 경영자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이상원 디렉터는 ‘공감과 소통’ 능력을 디자이너 출신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인터뷰나 자료조사를 하고, 이를 분석해 한 걸음씩 접근하는 프로세스를 지닌 사람들이 디자이너다. 이러한 방법은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고, 열린 소통을 통해 팀을 이끄는 데도 유리하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눈앞에 실현하라

김봉진 대표는 과거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사내 복지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드러낸 적이 있다. 디자이너의 공감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다. 평소 “복지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예의”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복지를 충실히 하니 생산성도 높아졌느냐고 항상 물어보는데, 이걸 상관관계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을 잘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사람과 사람이 일하는 걸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경영 철학이다.

창의성과 빠른 구현 능력도 디자이너의 강점이다. 디자이너는 머리에 있는 아이디어를 끄집어내 순발력 있게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이들이다. 이 디렉터는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리더가 자기 생각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탁월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건 엄청난 이득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남들보다 빠른 적응력도 디자이너의 자산이다. 최근 전 세계 기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때 필요한 역량이 바로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이다. 시장의 요구를 재빠르게 파악해 제품에 반영함으로써 발전시키는 프로세스는 디자인의 일반적인 방법론 중 하나다.

현상에 접근하는 사고의 틀도 다르다. 디자이너는 서로 관련 없는 정보의 단편들을 연결해 기발한 착상과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가 많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조수용 카카오 대표는 보통의 그래픽디자이너처럼 시각적 표현에 집착하는 대신 (네이버) 사옥 디자인, 출판, 제조, 레스토랑, 호텔 건축, 인테리어 등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아우르는 다양한 비즈니스에서 활약하며 전방위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디자인적 소양을 갖춘 CEO라면 관련 실무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디자인 경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그런 예다. 정 부회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2013년 당시 현대카드의 영업적자는 8340억원에 달했다. 당시 그는 당장의 수익보다 ‘현대카드 다움’이라는 가치를 세우는 데 힘썼다. 고객 인지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브랜딩 전략이다. 고유 서체 개발, 독특한 카드 디자인 프로젝트, 슈퍼콘서트 등 잇따라 선보인 현대카드의 디자인 실험은 브랜드 가치를 몇 단계 끌어올리며 실적 반등으로 이어졌다.

정경원 교수는 저서 『디자인경영 에센스』에서 “디자이너는 디자인하는 대상이 가진 의미와 전략적 가치를 따질 줄 알아야 한다”며 “디자인 능력은 물론 경영 능력을 겸비한 리더십을 원하는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 김봉진 |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 - 이모션, 네오위즈, 네이버 디자이너를 거쳐 2011년 배달의민족 창업. 키치적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배민체 개발 등 독특한 디자인 감성으로 ‘배민다움’이라는 브랜드를 이미지 구축. 그의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배민은 기업가치 5조원의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 정태영 | 현대카드 부회장 - 불문학과 MBA 출신의 정통 CEO지만, 뛰어난 디자인 소양으로 현대카드의 아이덴티티 확립. 카드사는 물론 전체 금융사 중 유일하게 디자인랩을 운영 중일 정도로 디자인 싱킹과 경영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 조수용 | 카카오 대표 - 네이버 디자인 총괄부문장 등을 거쳐 현재 카카오 대표이사. 네이버 사옥 업무 공간부터 사용자 경험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 총괄. 카카오 CEO로 영입돼 더 편리한 카카오라는 가치는 물론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 조 게비아·브라이언 체스키 |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 두 사람 모두 1877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에 세워진 디자인 명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출신. 창업 초기 비즈니스를 모른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핵심 가치인 고객경험을 디자인으로 정립했다.


조너선 아이브 | 애플 전 디자인최고책임자(CDO) - 영국 출신 디자이너로 1992년 애플 입사. 1997년 CEO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와 디자인 혁신을 함께 이뤄냈다. 일체형 데스크톱 아이맥 G3부터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단순함과 우아함으로 상징되는 애플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 이반 샤프 | 핀터레스트 공동창업자 - 건축학을 전공한 후 페이스북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다. 사진을 연대기식이 아닌 큐레이션 방식으로 올리는 애플리케이션으로 20대 젊은 층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사용자 경험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스기사] 디자인 경영자 유형


디자인 경영자는 직간접적으로 디자인을 경영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직접적인 디자인 경영이란 디자인 조직을 직접 이끌어가는 것을 뜻한다. 반면 간접적 디자인 경영은 기업의 디자인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과 협력을 제공하는 경우다.

정경원 교수는 디자인 경영자의 유형을 디자인 후원자, 디자인 사업가, 디자인 관리자로 나누었다. 먼저 한 조직의 디자인 경영 활동이 올바르게 전개되도록 지원하는 CEO를 디자인 후원자(Design Guardian)라 한다. 디자이너 중 사업가적 자질과 역량을 갖고 자신의 디자인 비즈니스를 설립·운영하는 유형은 디자인 사업가(Design Entrepreneur)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가 조직의 관리 운영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해 경영자로서 경륜을 갖추면 디자인 관리자(Design Administrator)로 정의할 수 있다.

디자인 후원자

사업의 번영을 위해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는 CEO 등 고위경영자를 말한다. 기업의 디자인 부서를 적극 지원한다. CEO가 디자인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상상력까지 빈곤하다면 그 영향이 곧장 경영 구조에 파급돼 기업의 정체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쉽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토머스 왓슨 주니어 IBM 전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디자인 사업가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을 일으켜 크게 성공한 사람들과 디자인 전문회사를 통해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를 말한다. 세계적인 전자제품 기업 다이슨을 창업한 제임스 다이슨이 대표적이다. 다이슨은 자신이 발견한 생활 속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디자인과 공학을 융합해 세계적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디자인 관리자

디자이너 가운데 기업의 디자인 부서나 디자인 프로젝트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초급 디자인 관리자부터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구분한다. CDO는 직위도 다양하다.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은 부사장,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그룹 CDO는 사장이다. 조수용 카카오 대표 사례처럼 최근에는 CDO를 넘어 CEO까지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박스기사] 정경원 세종대학교 디자인이노베이션 전공 석좌교수 - “디자인, 발상을 실행에 옮기는 힘”


디자이너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디자인은 어떻게 기업의 흥망을 결정하는 열쇠가 되었나?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는 “기술 중심 기업일수록 디자인이 없으면 망하기 쉬운 시대가 됐다”며 디자인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정 교수는 미국 시러큐스대학, 영국 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학에서 각각 산업디자인 석사,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창설을 주도한 그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디자인 경영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디자이너처럼 생각한다는 건 무엇을 말하나.

과거 디자이너들은 ‘현실감각이 없다’, ‘공상만 한다’ 같은 말들을 자주 들었다. 현장에선 엔지어니들에게 “기계역학을 모르니 저런 소리나 한다”며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경영학 이론은 더는 의미가 없게 됐다. 디자이너의 논리는 순차적이 아니라 A에서 F로, G로 건너뛴다. 1980년대 초반 중공업 대기업의 로봇 리뉴얼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바닥에 고정하는 대신 천장에 달자고 하니 엔지니어들이 기겁하더라. 어깨에 있는 모터를 머리 쪽으로 옮겨 해결했는데, 처음엔 역시나 엔지니어들이 말도 안 된다며 반대했다. 디자이너의 사고 구조는 Why에서 시작해 How, What으로 이어진다. 생각의 패턴 자체가 다르다.

흔히 경영은 논리, 디자인은 직관이 판단 기준인데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나.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전자 글로벌 디자인고문을 맡았다. 당시 삼성은 보르도 TV를 선보여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새로운 LCD TV 개발에 나선 디자이너들은 고민 끝에 와인잔을 닮은 보르도 TV 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이 만든 시제품은 애초 디자인보다 너무 두꺼웠다. 최지성 당시 사장은 “이탈리아 와인잔은 어디 가고 중국산을 가져왔느냐”며 크게 질책했다. 사장 엄명에 비상이 걸렸고 기구, 회로, 설계, 디자인, 마케팅이 한 팀을 이뤄 VIP 프로젝트에 나섰다. 2년 이상 걸린다던 작업은 불과 3주 만에 끝났다. 최종 결과물은 애초 디자인 시제품보다 더 얇은 두께를 실현했다. 이후 삼성의 제품 개발은 ‘선디자인 후개발’로 완전히 바뀌었다. 디자인을 이해하고 호응하는 경영자와 엔지니어가 있으면 살아남는다. 반대로 했다 망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디자이너 출신 CEO들이 성공적인 경영 성과를 보여주는 배경은 무엇인가.

디자이너들은 판에 박힌 접근을 하지 않는다. 서체가 중요한 건 누구나 알지만, 직접 실행에 옮긴 건 김봉진 대표다. 기존 경영자들과 사고의 틀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영자들은 가성비, 수익률, 투자 대비 회수효과 등에 능숙하고 그에 맞춰 의사결정을 한다. 회사와 업종이 달라도 CEO 간 차이는 없다. 교육 배경과 성장환경이 비슷해서다. 반면 전통적 의미의 경영을 잘 모르는 디자이너들은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치고 들어간다. 그게 그들의 가장 큰 강점이다. 때로 말도 안 되고 장난 같은 얘기일지라도 발상과 실행이 중요하다.

재고·구매·제조·마케팅·판매 등 기존 경영 문법과 디자인 경영은 어떻게 다른가.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는 다양한 디자인이 불가능했다. 지금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나 변품종 변량생산 시대다. 다양한 디자인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아예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는 트렌드로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만 해도 같은 모델일지라도 스펙과 컬러, 백미러 모양 등이 수천 가지를 넘어섰다. 디자인의 다양성이 정말 중요한 이슈가 됐다. 과거처럼 ‘맞춤형 디자인해 만들었으니 가져다 쓰라’는 시절은 끝났다. 이젠 정말 디자인으로 경쟁하는 시대다.

최근 ICT 분야를 비롯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의 활약이 두드러진 배경은 무엇인가.

사람이 쓸 수 있게 기술에 감성을 불어넣는 작업이 바로 디자인이다. 기술을 모태로 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디자이너 유무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 쉽다. 최근 스타트업 창업을 보면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두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돈 버는 데 집중하고, 돈 좀 생기면 디자인에도 신경 쓰자는 발상은 이미 엄청난 리스크가 됐다. 디자인과 브랜딩이 없는 기업에는 고객이 눈길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다. 1960년대만 해도 디자인은 스타일링에 불과했다. 1968년 미국 사회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이 “디자인은 기존 상태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려는 인간의 노력”이라고 풀면서 디자인의 개념이 무한 확장됐다. 무언가 개선하고 혁신하는 게 다 디자인이다. 기술로 인간의 삶을 편하고 아름답게 만들려는 기업, 특히 요즘 스타트업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 참조 『디자인경영 에센스』(정경원 저, 안그라픽스),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이상인 저, 가나출판사), 『배민다움』(홍성태 저, 북스톤)

202001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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