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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테크’ 강자들 | 이종흔·이용재 매스프레소 공동대표 

전 세계 ‘수포자’ 구제할 스타트업이 나타났다 

강남 대치동 학원에 다닐 수 없는 학생도 검색 한 번으로 명문대 선생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AI 수학 풀이 검색 서비스 ‘콴다(Qanda)’에 문제를 촬영해 올리면 5초 안에 해설을 받아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550만 명이 매일 콴다에서 약 100만 건에 이르는 수학 문제를 검색하고 질문한다.

▎(왼쪽)이용재·이종흔 매스프레소 공동대표가 최근 확장 이전한 역삼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에 둥지를 튼 사무실에는 직원 60여 명이 칸막이 없이 빽빽하게 줄지은 모니터 앞에서 분주하게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종흔(27) 매스프레소(Mathpresso)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과외 경험을 통해 지역 교육 격차를 몸소 실감했다. 강남에서는 학생 한 명이 여러 명의 과외 선생님에게 배우는 반면, 인천에 사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선생님을 찾기 힘들었다. 그는 인천과학고 동기였던 이용재(27) 대표와 해결 방법 모색에 나섰다. 스마트폰으로 모르는 수학 문제를 선생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2년여간 시범 운영을 거쳐 2017년 10월에 정식 출시한 서비스는 5개 월여 만에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교육 부문 인기 1위 앱에 올랐다. AI 기반 검색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삼성벤처스와 소프트뱅크벤처 등으로부터 약 230억원을 투자 받았다.

회사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린다.

매스프레소는 인공지능 수학 풀이 검색 서비스 ‘콴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콴다(Qanda)는 질문과 답변을 뜻하는 ‘Q&A’를 영문 그대로 풀어쓴 이름이다. 그간 많은 교육 회사가 훌륭한 강의와 문제집을 만드는데 집중해왔다면, 우리는 수많은 양질의 콘텐트를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게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콴다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네이버 지식인이 아니라 콴다에 질문하는 이유는 문제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바로 해답과 풀이 과정을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텍스트보다는 수식이나 그래프가 주를 이루다 보니 텍스트 검색보다 이미지 검색이 더 알맞다. 우리의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은 수학 문제 속 문자, 수식, 그림의 공간적인 구성을 파악하고 글자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낙서·회전·그림자 등 다양한 왜곡으로 인한 비정형적 데이터에서도 글자를 인식할 수 있다. 현재는 2억 건이 넘는 데이터가 구축돼 있어 올라오는 질문의 99%는 기존 데이터베이스로 커버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1%는 콴다에서 활동하는 튜터들이 직접 문제를 풀어준다.

콴다는 수학 문제를 직접 만들지 않고 해설만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콘텐트 저작권자들과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나.

메가스터디 등 훌륭한 교육 콘텐트 회사들이 콴다의 생태계 안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논의 중이다. 먼저 사용자가 충분히 확보된 한국 시장에서 교육 콘텐트들을 연결해보려고 한다. 내년 초부터는 콴다에서 문제 검색과 해설 제공 및 관련 문제와 영상까지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내 서비스 출시에 이어 진출한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교육부문 1위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시점에서 콴다의 과제와 미래 목표가 궁금하다.

콴다는 많은 학생에게 ‘아픈 손가락’인 수학 문제 풀이 과정을 해결해주며 성장해왔다. 초기에는 질문이 올라오면 우리가 당번을 서서 끊임없이 문제를 풀어 올렸다. 지금은 많은 학생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네이버나 구글 검색이 아니라 콴다를 떠올리는 데까지 발전했다. 앞으로는 단순한 수학 문제 풀이를 넘어 개인별로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콘텐트 큐레이션 서비스를 본격화해갈 예정이다.

콘텐트 큐레이션 서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나.


▎(왼쪽부터) 1. 카메라 실행. / 2. 문제를 촬영해 검색하고 싶은 부분만 보이도록 영역 설정. / 3. AI가 사진 속 문제를 인식, DB에서 문제 검색. / 4. 검색 결과로 풀이 확인.
단순히 문제의 해답과 풀이과정을 제공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확실히 이해했으면 이제 비슷한 문제를 풀어볼까?’라고 연관된 콘텐트를 ‘서빙’해주는 것이다. 음악 소비 형태가 음원 스트리밍으로 바뀐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교육 콘텐트의 스트리밍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 콘텐트의 스트리밍화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교육 콘텐트들은 유독 검색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이유는 양질의 강의를 무료로 인터넷에 올리는 곳이 없고, 올라온 강의들도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인터넷 검색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학생들이 원하는 콘텐트를 한 번에 찾기 어렵다는 벽이 있다. 우리는 이 벽을 허물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콘텐트를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과거 LP나 CD로 듣던 음악이 곡 단위로 디지털화되어서 취향에 맞게 스트리밍할 수 있게 됐듯이 말이다.

지금 교육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재 대부분의 교육 콘텐트는 공산품처럼 한 학기 단위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문제집이 한 학기 통째로 묶여 판매될 필요가 없다. 개인의 학습 상태에 따라 수준별 문제들만 골라 주는 게 학습 효과가 더 좋다. 그래서 1대1 과외나 개인 강사들이 있는 거다. 학생 수준을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가 사교육 시장을 계속 지탱해왔다. 우리는 콴다에 쌓이는 학생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여러 기술을 접목해 온라인에서도 양질의 맞춤교육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싶다. 미디어 산업이 소수 방송사와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독점하던 형태에서 여러 채널로 다변화됐듯이 교육시장도 수요와 목적에 따라 세분화될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소수가 점유하던 정보나 교육들이 모두에게 오픈되고 있다.

에드테크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교육은 어느 국가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이나 환경적인 변화가 적은 보수적인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세계적인 글로벌 펀드들이 이 시장에 많이 몰리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한국의 교육시장은 특히나 경쟁이 심한데.

우리나라만큼 교육에 열정을 갖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많지 않다. 그만큼 한국 교육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챌린지가 굉장히 많다. 우리보다 먼저 교육시장 혁신에 뛰어든 수많은 선배 스타트업이 다 사라졌다. 한국 교육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게임과 문화 콘텐트처럼 교육도 세계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가 될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단순 계산보다 심층 분석 능력이 필요해질텐데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수학은 가장 어렵지만 사고력을 키워주는 중요한 과목이다. 입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해서도 다른 전공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수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육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다만 미래에는 수학강사가 더는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검색하면 바로 정답과 풀이가 나오는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을 것 같다.

국내 기준으로 하루 평균 수학 문제 70~80만 건이 검색되고, 시험 기간에는 검색량이 100만 건까지 뛴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학생들의 공부 의지가 생각보다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시험기간 중에 일부 정답을 베끼려고 사용하는 유저들도 간혹 있지만, 모르는 문제를 빨리 체크하고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가 훨씬 많다. 우리의 비전은 평등한 교육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콴다에는 현재 명문대 학생 2만여 명이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학 문제 풀이 이외에 입시 컨실팅 영역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입시 정보를 물어보는 학생들도 있다. 콴다 튜터 선생님을 파견해서 학생들과 지원대학을 투어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좋았다. 점진적으로 과외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해보려고 한다.

지난 10월에 일본 법인을 설립했고, 12월에 베트남 법인 설립도 앞두고 있다.

수학 공부에 애를 먹는 학생들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두룩하다. 기술과 플랫폼이 발전할수록 교육 콘텐트 수출은 더 쉬워질 것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도 수학 문제집들이 있지만 한국처럼 양질의 콘텐트가 많진 않다. 우리 콘텐트와 기술로 전 세계 ‘수포자’(수학 포기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싶다.

※ 이종흔 공동대표는…
- 1992년생
- 인천과학고
- 한양대 전기공학과

※ 이용재 공동대표는…
- 1992년생
- 인천과학고
- 서울대 전기공학과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김현동 기자

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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