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요즘 꼰대 vs 요즘 애들 

 

한 해 동안 몇 차례의 크고 작은 세미나와 포럼에 참석했다. 제일 많이 들리는 단어는 단연코 디지털과 밀레니얼 세대, Z세대였다. 소위 ‘요즘 애들’이다.
하버드와 스탠퍼드의 석학들, 글로벌 IT기업의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디지털과 요즘 애들 이해, 세대 차이 극복을 필수과제로 얘기했다. 디지털을 이해하지 못하면 업계에서 먹고살기 힘들다지만 요즘 애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집에서도 동네에서도 먹고살기 힘들어 보였다.

요즘 꼰대들은 나이가 많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전쟁을 겪은 할아버지 세대와 민주화운동에 나선 아버지 세대를 보니 손해는 나이 많은 사람들 쪽에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권위적이었다. 동네 아저씨든 회사 고참이든 ‘어디 어른 앞에서 말대꾸를…’이라는 말을 쉽게 했던 시대였다.

요즘 애들의 여과 없는 자기표현이 너무 자연스러워 당돌하고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요즘 애들 리포트 중에 인상 깊었던 내용은 어느 세대보다 윤리의식이 높다는 것이다. 노동, 인권, 남녀차별, 환경오염, 동물보호 등을 의미 있는 가치로 두고 생활하고 소비하는 요즘 애들의 의식은 한국 사회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82년생 이의현’인 나는 밀레니얼 세대다. 요즘 애들이지만 요즘 꼰대로도 살고 있다. 8년 전 창업을 하고 사장이 되고 나니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 강자로 비춰지면서 사업주는 마치 갑이고 사회악인 꼰대로 치부되는 듯해 참 외롭고 서럽기도 하다. 근무시간은 짧아지고 임금은 계속 오르고 휴무와 휴가는 많아지는 데 반해 최저가 경쟁 속에서 수익률, 성장률은 계속 떨어진다. 사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사회는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 애인데도 요즘 애들 대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나보다 지혜로운 아내에게 넋두리를 했다. 평생 본인 의지로 택시를 타본 적 없는 어머니가 자식만 바라보고 고생하고 사셔서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그 말을 듣더니 “나중에 아기가 아빠도 택시 안 타고 살았으니 나도 안 타고 살겠다고 하면 좋겠어요?”라고 물었다. 순간 온몸이 찌릿해지며 깨달음을 얻었다. ‘나 때는 이랬으니 너 때도 이래라’는 지독한 악순환이다.

요즘 꼰대들은 해야 하는 일을 주로 하며 살아왔고, 요즘 애들은 하고 싶은 일을 주로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야 하는 일을 한 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내 오래된 지론이지만, 해야 하는 일이 곧 하고 싶은 일이 된다면 얼마나 꿈같을까? 우리 집에는 얼마 전 요즘 애들 중에 가장 최신 버전이 태어났다. 이 아이에게 노동, 인권, 남녀차별, 환경오염, 동물 보호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 그것이 요즘 꼰대가 요즘 애들에게 해줄 수 있는 선순환이다.


-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202001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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