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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가 꼭 알아야 할 7가지 경영 이론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실증주의적 경영 이론을 바탕으로 게임 체인저로 성장한 사례를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경영 이론이 절대적인 정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에는 원래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정글과 미로에서 끊임없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전 세계의 지혜가 집약된 경영 이론은 적어도 판단의 축으로 삼기에는 충분하다. 복잡한 비즈니스와 조직의 매커니즘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명쾌한 설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ESG’ 기업전략

미국의 유력 경제단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2019년 8월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재계가 고집해온 주주제일주의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등의 기업이 참여한 이 성명서는 “주주 이익만 추구하는 경영을 종료하고, 향후 이익 추구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이런 트렌드가 빠르게 확대돼 일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를 소홀히 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약 8100조원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투자를 결정할 때 ‘환경 지속성’을 핵심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도 ESG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기업 이사회에 ESG 관련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 ESG는 장기 전략을 위해서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최근 기업의 환경보호 노력과 사회책임의무,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반영한 ESG 투자전략을 국내외 주식 및 채권 등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사를 중심으로 ESG 경영을 선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지배구조 이슈만 부각될 뿐 환경, 사회적 책임 부분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이제 ‘ESG’, ‘SDGs’*, ‘RE100’* 등 매크로 트렌드는 기업 전략에서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를 ‘환경 이니셔티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 정도로 이해한다면 특별히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이제 이 트렌드를 간과하다가는 자칫 기업 경쟁력이 뒤처질 수도 있다. 이 지수들은 글로벌 연기금 등이 투자를 결정할 때 판단기준이 되고 있고 관련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기업이 기존의 이익 지상주의에서 사회 전체의 이익까지 고려하는 경영 방식을 모색하게 된 것일까?

우선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자.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자본주의의 ‘주주 지상주의’와 ‘이익 최우선주의’를 지탱해온 것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의 학설이었다. ‘시카고 학파’의 총수로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먼은 1970년에 ‘경영자는 법률이 요구하는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윤 극대화는 선이다’라는 절대 자유주의 독트린을 주창했고 이는 미국에서 기업활동의 바이블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반세기가 흘러 그 폐해가 점점 확대됐다. 경영자들은 단기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때로는 위험하거나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리스크 테이킹 경영은 기업에 대한 소송이나 수사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미 수많은 기업 폐해로 인해 사회 비용이 크게 증가했음은 물론 우리는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경험했다. 즉, 주주 지상주의 비용이 이익을 초과할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ESG가 글로벌 재계에서 주목받게 된 배경이 바로 ‘자본주의의 한계에서 오는 위기감’이다.

그럼 ESG를 기업활동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첫째, 기업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투자자, 소비자 등 사회에 선포하는 것이 시작이다. SDGs, SBT*, RE100 등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둘째, 기업이 실제 일정 기간 동안 수행한 결과를 담은 정보를 공개한다. CDP*의 경우 설문지에 답해 제출하면 CDP와 ESG 투자 등의 평가등급을 받는다. 셋째, 이 지수들을 투자자와 소비자가 확인하면 그 기업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가능해진다. 넷째, 최종 결과로 투자자, 소비자, 사회의 인정을 받은 기업은 사업 추진 기회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 SDGs: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유엔정상회의서 채택
RE100: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 수급 목표
SBT: 목적기반과학(Science Based Targets)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CDP: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2. 고객생애가치(CLV) 지표


신규 고객을 개척할 때 기존 마케팅 전략에만 사로잡혀 있는 기업에 미래는 없다. 생존 키워드는 ‘CLV(고객생애가치, Customer Lifetime Value)’다. 어떤 고객이 평생 기여하는 정도를 금전적으로 나타낸 수치를 말한다. 쉽게 설명하면, 도미노 피자의 경우 한 고객에 대해 1만원짜리 단발성 구매에 집중하지 않고 1인당 평생 400만원의 구매 가치로 대하는 것이다.

CLV를 산출해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적이 있는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상품 구입 빈도와 구매 금액을 높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많은 선진 기업이 고객데이터 분석을 심화하며 어떻게 하면 고객 1인당 생애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CLV를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우선 고객의 의견을 수집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중요한 요소다. 사용자 행동을 이해하면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재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CLV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CLV는 고객과 회사의 수명주기와 관련된 순 수익성으로 정의된다. 간단히 말해 CLV는 어떤 고객 요소가 비즈니스에 가치를 부여할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CLV는 예측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측의 정확도는 두 가지 주요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는 현재 소비자 행동 및 구매 패턴이고, 둘째는 고객의 예상되는 행동과 패턴이다. 예측 결과는 회사가 보유한 양질의 데이터, 예측 분석 능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 데이터분석 능력이 강할수록 CLV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적중할 수 있다.

CLV는 조직의 역량과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CLV를 통해 기업은 고객 확보·유지 비용을 낮추고 고객 충성도에 기반한 지속적인 수익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수익가치와 고객수명예측의 비교를 통해 합리적인 1인당 유입비용(Cost Per Acquisition)을 산출할 수 있다. CLV는 고객수익성(CP, Customer Profitability)과 다르다. CLV는 각 고객에 대한 예상 지출과 개별화된 가치를 계산한다. 반면, CP는 과거 지출에 대한 분석이며 미래 구매를 예측하지 않는다.

CLV에 대한 좋은 사례가 페이스북이다. 지난 2009년은 페이스북의 수익성을 급격히 높인 기념비적인 해였다. 이를 위해 앞서 2004~2008년까지 4년간은 수익성을 우선하지 않고 고객 확대에만 집중했다. 페이스북은 일단 플랫폼에 광고하는 고객이 충분히 확보되면, 고객당 순 CLV가 장기적으로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CLV 예측이 없었다면 4년간 손실을 감수하면서 고객 확보에만 투자하는 전략을 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전략은 뒤이어 트위터, 아마존, 왓츠앱이 답습했다.

또 크록스는 CLV를 이용해 이탈률이 높은 고객과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고객을 파악해 각기 다른 마케팅 방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유지해 기존보다 10배 많은 수익을 거뒀고,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부터는 2배 높은 수익을 달성했다.

기업이 CLV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4가지 주요 혜택은 다음과 같다. 이는 기업 유형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다. 첫째, 고객맞춤 프로그램(Tailor-made Customer Programs)이다. 고객에 대한 세부 데이터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시장인구 통계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및 판매 캠페인은 이제는 거의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CLV를 계산한 후 다양한 마케팅 및 판매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고객을 세분화한다면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비용 최적화와 높은 투자수익률(Appropriate Spends & Higher ROI)이다. CLV는 고객 유형과 더불어 유입 경로와 유입 요인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즉, 캠페인은 마케팅, 판매촉진, 현지화, 인구통계, 온라인, 오프라인 등이 혼합돼 실시되는데 CLV는 최적의 비용으로 투자수익률(ROI)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도출하는 데 도움된다. 셋째, 고객유지가치의 증대(Increased Customer Retention Value)다. 중요한 지표로서 CLV의 효용은 충성고객을 식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는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을 구축하고 더 나아가 고객 경험을 확대해 고객과 더욱 강력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고객 이탈 감소(Reduced Customer Churn)다. CLV의 가장 큰 역할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CLV는 서비스나 배송에 있어 오류를 파악하고 고객과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최적 채널을 확인함으로써 고객 이탈을 줄이는 강력한 도구다. 예를 들어 킴벌리-클락과 닐슨은 영유아를 키울 때 생후 2년 반 동안 기저귀와 아기 물티슈에 약 1000달러가 소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고객 이탈이 발생하는 시점을 파악하고 그때마다 특별혜택을 제안했다. 그 결과 부모들이 경쟁제품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3. 동적 역량론(Dynamic Capabilities)


동적 역량론은 최근 전 세계 경영학 연구자 사이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이론 중 하나다. 우선 동적 역량론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자. 데이비드 J. 티스(David J. Teece) UC버클리대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및 외부 역량을 통합, 구축, 재구성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이라고 했다. 부연하자면, 동적 역량 프레임워크의 기본 가정은 ‘장기적 경쟁 우위의 구축을 위해 기업의 핵심 역량을 모아 단기 경쟁 위치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으며 아직 명확하지 않아 미완성인 것도 사실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새로운 경제 시스템, 지속가능성, 세계화, 디지털 전환, 조직 연구, 비즈니스 생태계 등 오늘날 기업 경영은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영역의 지적 능력을 결집해야 한다. 이는 모든 기업의 전략 과제다. 그래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경영자들은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프레임워크를 통해 내 외부 경영자원을 종횡무진 구사하여 고급 경영전략을 펼칠 수 있다. 기업 전략의 최첨단에 있는 동적 역량론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티스 교수가 전개하는 동적 역량론은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언스왓치에 따르면 티스 교수와 제자들이 집필한 논문은 1995년 이래 경영학회지에서 가장 많이 인용됐다. 인용 횟수는 티스 교수의 스승이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올리버 E. 윌리엄슨 UC버클리 교수의 것을 넘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적 역량론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자면, 동적 역량론은 ▲경영전략론 ▲다국적 기업론(국제경영론) ▲수직적 통합론(기업경계론) 세 가지 연구 분야에서 연구자들이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 세 가지 흐름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티스 교수는 미국 경영 전문지 ‘스트래티지+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동적 역량론의 프로세스와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세 가지 유형의 동적 역량 활동은 첫째, 감지(회사 외부의 기회 식별 및 평가) 둘째, 포착(자원을 동원하여 해당 기회에서 가치를 포착) 셋째, 변형(지속적 갱신)이라는 기능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2007년 전략경영저널에 발표된 티스 교수의 논문 ‘동적 역량 설명(Explicating Dynamic Capabilities)’은 미래의 경영을 위해 오늘의 자원을 올바르게 배치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노키아가 스마트폰 혁명을 놓친 배경에는 애플과 비교했을 때 센싱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미래를 위해 애플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단계별로 구축해나간 반면 노키아는 손을 놓고 있었다. 즉, 애플은 아이팟을 작동하기 위해 디지털 권한 관리 및 핸드헬디 장치 디자인을 개발했다. 잡스는 관계사와의 거래를 줄이고 사용자 친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가장 매력적인 폼팩터(Form factor, 제품외형)로 통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한편 노키아도 실리콘밸리에 연구소가 있었지만 핀란드의 운영 기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자원 재배치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결국 몰락의 원인이 됐다.

4. 양손잡이 경영(Ambidexterity)


▎마이클 터시먼 교수는 실증연구를 통해 ‘혁신이 뛰어난 기업일수록 양손잡이 경영을 잘 실현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양손잡이 경영의 기본 개념은 마치 오른손과 왼손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처럼 ‘지식의 탐색’과 ‘지적 심화’에 대해 높은 차원의 균형을 갖고 경영하는 것이다. 혁신 이론의 기초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혁신의 원천 중 하나는 ‘지식과 지혜의 새로운 조합’이다. 예를 들어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타사가 다른 사업에서 적용한 방법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다양한 지식의 조합을 시험하고 지식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세계 경영학에서는 이를 ‘지식의 탐색(Exploration)’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에서 얻은 지식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지상과제다. 기업이 특정 분야의 지식을 깊게 파고드는 것을 ‘지식의 심화(Exploitation)’라고 일컫는다.

많은 기업이 눈앞의 이익을 좇으며 현재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부분의 지식을 심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지식의 탐색에는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수익과 직결되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여긴다. 따라서 기업은 조직 특성상 탐색을 게을리하게 되고 지식의 영역이 좁아져 결과적으로 기업의 중장기적 혁신이 정체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를 경영학에서는 ‘능숙함의 덫(Competency Trap)’이라고 한다.

양손잡이 경영은 기업이 ‘능숙함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지식의 심화를 계속하는 한편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조직 시스템과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혁신 연구자 사이에 합의로 통하는 명제다.

경영학자들은 실증연구를 통해 ‘혁신이 뛰어난 기업일수록 양손잡이 경영을 잘 실현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해외 경영학계에는 양손잡이 경영에 대한 연구 분석 자료가 많으며 실무자가 적용할 수 있는 제안을 담은 논문도 꽤 발표돼 있다. 양손잡이 경영의 주창자는 마이클 L. 터시먼(Michael L. Tushman)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다. 그는 양손잡이 경영으로 기업이 실현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 경험을 설명했다. 그가 찰스 A. 오레일리 3세(Charles A. O’Reilly III) 스탠퍼드대 교수와 공저한 『리드 앤드 디스럽트(Lead and Disrupt』는 변화에 살아남고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는 비결을 제시했다.

이 책은 약 10년간 리서치를 실시해 GM, 지멘스, 레고 등 혁신에 성공한 기업 그룹과 서킷시티, 블락버스터, 코닥, 라디오쉑 등 몰락한 기업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결론적으로 두 그룹의 차이를 ‘성숙한 비즈니스에서 기존 자산과 기능을 활용하고 기꺼이 새로운 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재구성할 수 있는 양손잡이 리더’라고 짚었다.

저자들은 실패한 기업들의 리더에 대해 “새로운 기회를 감지하지 못했고, 생존과 번영을 지속하기 위해 회사의 자산을 재구성하는 데 유연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양손잡이 경영 개념을 조직의 능력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오레일리와 터시먼 교수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던진다. ▲구조적으로 지식의 탐구와 심화 기회를 식별하고 포용하는 명확한 전략 ▲고위 경영진의 새로운 벤처 자금 및 육성 ▲기존 사업과 새로운 사업의 분리 ▲탐구와 심화 장치의 공통 정체성을 지원하는 비전, 가치, 문화가 그것이다.

5. 센스메이킹(Sense Making)


센스메이킹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불확실성이 높은 사건에 의미를 부여해 상황을 호전시키는 순환과정이다. 지난 수년간 경영학에서 주목받아온 이 이론은 조직 심리학자 칼 와이크(Karl Weick) 미시간대 교수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조직이나 리더가 센스메이킹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복잡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의 예를 들어보자. 최근 많은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하려 한다. 그러나 ‘AI와 인간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도 있다. AI와 같이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 어떤 요소가 기업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경영자도 알기 어렵다. 이처럼 정답을 찾으려 해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의미’를 부여해 주위를 설득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센스메이킹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조직 및 이해관계자로부터 이해와 협력을 얻기 위해 센스메이킹을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한다.

최근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선호되고 있지만 숫자를 이용한 이론적 설명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실을 담담하게 전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이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극복하고 한층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원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센스메이킹의 ‘의미 부여하기’, ‘행동’ 등의 프로세스에는 스토리텔링 개념이 포함돼 있다.

센스메이킹의 예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등반대가 설산에서 조난당한 이야기다. 한 등반대가 눈보라를 만나 조난된 상황이었다. 눈보라는 그칠 조짐이 없고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다.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등반대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대원이 주머니에서 산 지도를 발견했다. 지도를 얻은 등반대에서는 리더십이 발동했고 조직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서 냉정하게 하산에 필요한 사안들을 정리해 실행에 옮겼고 결국 무사히 생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 대원이 찾아낸 지도는 등반하던 산이 아닌 다른 산의 지도였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것은 망연자실한 포기 상황에서 지도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을 얻었고 구체적 행동에 옮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도를 계기로 능동적 의미를 부여하고 조직을 움직여 결국 하산이라는 목적을 성취할 수 있었다.

센스메이킹은 ‘우다루프(OODA loop)’를 통해 다양한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을 가능케 한다. 우다루프는 ‘관찰(Observe)’, ‘정세판단(Orient)’, ‘결정(Decide)’, ‘실행(Act)’의 4단계 프로세스다. 조직이 직면한 현상에 대해 최선의 대안을 검토할 때 내부구성원, 주주, 거래처의 이해와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센스메이킹은 ‘정세판단’과 ‘결정’ 과정에서 작용한다.

GE, IBM, 듀폰 등은 미래위원회를 만들어 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스토리를 입혀 모든 조직이 공유하고 직원의 행동을 유도하는 센스메이킹을 적용하고 있다.

6. VUCA 분석


2020년 들어 불과 두 달 동안 혼란스러운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중국에서 유행병이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으며, 중동전쟁의 시작을 봤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청문회가 진행됐고 영국에서는 브렉시트(Brexit)가 결정됐다. 비즈니스에서는 보잉이 몰락해가고 테슬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가치를 지닌 자동차 제조사가 됐다.

요즘 경영자들은 VUCA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지금이라는 시대를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로 통한다. VUCA란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얼마나 변동성이 크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애매모호한지(Ambiguous)를 나타내는 단어의 머리글자만 따서 만든 표현이다. 원래 냉전시대가 종결된 이후 미국이 직면한 현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군사전략가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군은 미래의 전장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혼돈의 종류를 설명하기 위해 VUCA를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이 직면한 경영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사용된다. 유니레버는 최신 연례보고서에서 “시장의 현상은 VUCA 세상이며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성장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VUCA의 4개 용어는 서로 관련돼 있다. 예를 들어 산업이 복잡하고 변동이 심할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지므로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4개 용어는 세계, 시장, 산업 등 환경을 파악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을 묘사한다. 세상이 점점 통제불능 상태라는 주장과 우려가 가득하다. VUCA의 정도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우리는 디지털화,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화, 세계화, 테러, 금융위기, 기후변화 및 세계 권력의 변화 등을 통해 전 세계의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이 증가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흑사병, 1차·2차 세계대전 등과 비교했을 때 현대의 VUCA 정도가 최고점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늘 비슷한 수준의 VUCA 상태라는 것이다.

앞서 2010년 피터 힌센의 『뉴노멀』과 1996년 마뉴엘 카스텔의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등 과거에도 불확실성, 혼돈에 관한 연구가 있었고 현재의 VUCA와 비슷한 경고가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산업에서 변화 속도가 10~20년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데는 많은 이가 동의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객 요구가 변화함에 따라 증가된 변동성은 실제로 기업에 도전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술 향상으로 인해 증가한 변동성과 복잡성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도 향상됐다.

한마디로 과거든 현재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과 혼돈 속에서 현재 환경에 가장 적합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자가 승기를 잡는다는 것이다.

7. 라이트 풋프린트 경영


▎LFP경영은 오바마행정부의 군사전략을 경영에 응용한 것이다.
유럽계 전략 컨설팅펌 롤랜드버거의 샤를 에두아 보위 글로벌 CEO는 VUCA 환경에 가장 적합한 경영 방법으로 ‘라이트 풋프린트(LFP)’ 경영을 제안했다. 라이트 풋프린트(Light FootPrint)는 ‘가벼운 발자국’을 의미하며 어지럽게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민첩하게 임기응변하는 경영을 말한다.

원래 LFP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사용한 군사전략 용어였다. 조지 W. 부시 전 정권이 중동 민주화를 목표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미군을 파견해 뿌리를 깊게 내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바마 행정부는 중동에 깊이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전략이었다.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조직과의 비대칭 전쟁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기존의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투는 피하고 소수 정예로 구성된 특수 부대와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알카에다의 지도자였던 빈 라덴 암살이 그 좋은 예다. 이 발상이 최근 경영에도 응용된 것이다.

보위 CEO의 저서 『라이트 풋프린트 경영(Light Footprint Management: Leadership in Time of Change)』에서는 LFP 경영의 성공 조건을 다음 4가지로 들었다. 첫째, 자율분산(Decentralized).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판단, 의사결정하고 신속하게 행동팀(모듈)을 형성한다. 둘째, 협력(Collaborative). 창의력을 높이고 저비용을 실현하기 위해 내외부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셋째, 상호신뢰(Trust).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반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한다. 넷째, 은밀한 행동(Secrecy). 조용히 깊이 잠행하고 임무 수행에 대비하며, 수행 시에는 상대가 준비를 마치지 않은 사이에 단숨에 집중한다. 보위 CEO는 “VUCA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임기응변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엔도 이사오 롤랜드버거 일본 법인 회장은 LFP 경영 조건을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 사례로 설명했다. 첫째 자율분산과 관련해, 도요타는 ‘카이센(개선)’으로 대표되는 상향식 문화를 오랫동안 중시해왔지만, 현재는 글로벌 지역별 자율 경영을 하고 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지역 자치’를 점점 가속화하고 있다. 둘째 협력과 관련해, 도요타는 제품 개발에는 자전주의(自前主義, 기업이 기술 연구부터 생산까지 직접 하는 것)를 유지하되 국내외 타사와 느슨한 협력관계를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어 BMW의 디젤 엔진 조달과 연료전지의 제휴, 마이크로소프트와 스마트그리드 협력 등이다. 셋째 상호 신뢰와 관련해, 도요타는 계열 기업과 운명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도요타 계열을 강화하기 위해 덴소, 아이신정기와 일부 사업을 통합하는 방침을 세우거나 개발 자회사인 도요타 테크니컬 디벨롭먼트사를 재편해 직원 5000여 명을 도요타 그룹에 포함했다. 넷째 은밀한 행동과 관련해, 도요타는 2014년 12월 연료전지 자동차(FCV) ‘미라이’에 200억 엔(164억원)을 투자하며 2015년 말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의 3배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되돌아보면 2000년대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자동차에 주력하고 있을 때 도요타는 연료전지 자동차에 사활을 걸고 신속하고 은밀하게 연구개발을 해왔다.

또 다른 LFP 경영의 좋은 예가 합성섬유 제조사 도레이다. 도레이는 유니클로와 합작해 ‘히트텍’이란 발열 속옷을 개발해 히트를 쳤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도레이는 협력을 담당하는 30명으로 구성된 정예부대 ‘GO(Global Operation)추진실’을 사업부로 승격하고 예산 집행 및 인사 권한을 강화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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