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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웰빙, 생산성을 겨누다 

 

많은 디지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느냐’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얼마나 사람들의 뇌 깊숙이 침투하는가의 경쟁’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여러 디지털 기술이 나의 뇌를 점령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방어하려는 움직임이 바로 ‘디지털 웰빙’이다. 중요한 것은 적극적 방어에 나서지 않으면 개인의 생산성이 공격받는다는 점이다.

이제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모든 삶에 속속 파고들었다. 손안의 기기로 많은 일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깨어나 말 한마디로 음악을 틀고 인공지능 스피커가 알려주는 오늘 날씨와 버스 도착 시간을 듣는다. 추천 시스템은 쇼핑 아이템과 취향 저격 영화를 권해준다.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그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은 유용한 동시에 매우 부담스럽고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상태다. 끊임없이 다른 할 일과 알아야 할 것을 알림으로 통보 받는다. 디지털 웰빙 혹은 디지털 밸런스라는 개념은 여기서 시작된다. 기술 사용을 최적의 균형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유발한 고통과 유해를 복구하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의해 뇌가 해킹당하지 않는 ‘의미 있는 시간’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이 디지털 웰빙의 일반적 정의다.

디지털 웰빙은 몇 가지 개념을 포함한다. 1차원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듯이 디지털 기기에 종속당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즉,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디지털 중독에 대한 해독작용이다. 실제로 기술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평화로운 삶을 저해한다. 신체적(예: 허리·눈 통증), 정신적(예: 수면 부족, 피로감), 사회적(예: 가족모임에도 각자 휴대폰 사용) 문제를 일으킨다.

주요 IT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여러 디지털 해독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 웰빙이라는 말이 주목을 끈 것도 2018년 5월에 개최된 구글 개발자회의에서였다. 사미르 사미트 구글 제품관리 부사장은 이용자 70% 이상이 “기술과 실생활의 균형을 개선하고 싶다”고 답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디지털 웰빙을 지원하는 기능을 탑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포커스 모드(Focus Mode)’를 통해 방해 요소를 해제하는 디지털 웰빙 기능을 확장해가고 있다. 또 ‘디지털 웰빙 실험(Digital Well-being Experiments)’ 패키지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7가지 기능을 개발했으며, 구글 소속 유튜브는 최근 동영상 시청 시간을 계산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인간의 주의를 끌어라’

애플도 같은 시기에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최신 OS에 탑재될 디지털 웰빙의 구체적 기능을 소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아이폰에서 알림 기능을 해제하며 “사람들이 앱과 상호작용하는 기존 방식을 완전히 바꾸려 한다”고 밝혔다.

실제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서 페이스북 등 앱의 알림 기능이 핵심 매출 포인트였다. 즉, 사용자가 기기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유리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구글과 애플이 디지털 웰빙을 추진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칼럼에서 “디지털 웰빙을 추구함으로써 구글이나 애플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해로운 기능은 결국 사용 빈도를 줄이거나 더 안전한 대체상품으로 옮겨가게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많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 뇌의 가장 원시적인 부분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중을 유인하거나 공포심을 느끼게 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또 선거, 아동발달, 정신건강, 문화, 가치관 등이 갈수록 기술에 좌지우지된다. 때로 이러한 일종의 선동은 기존 사회구조와도 충돌한다.

광의의 디지털 웰빙은 단순히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것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지성’이라 불리는 트리스탄 해리스는 “여러 디지털 기술이 인간을 사회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심리 깊숙이 들어가도록 설계된다”고 경종을 울린다. 최근 등장하는 AI 등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e메일은 삶을 많이 바꿔놓았다. e메일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수시로 사람들의 주의를 흐트러뜨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하루에도 여러 번 e메일을 확인하려 하고 실제로 며칠간 확인이 불가능하는 상황에 놓이면 불안감을 느낀다.

디지털 해악은 종종 기후변화에 비유된다. 기후변화는 허리케인, 산불, 아마존의 멸종동물, 산호초 멸종 위기 등 이상 자연현상과 모두 연결돼 있다. 이 모든 것을 야기하는 하나의 힘이 결국 기후변화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술이란 큰 조류는 사람들의 주의력, 정신건강, 우울증 등 웰빙을 해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만 현재 휴대폰 중독이라는 한 가지 이슈만 제기됐을 뿐이다.

쉽게 말하면, 기술이 인간의 머릿속을 휘젓는 현상에 대한 저항이 바로 디지털 웰빙이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디지털 웰빙 운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뇌 해킹’, ‘설득 테크놀로지’의 해악성에 눈뜨게 했다. 또 우리의 수많은 의사결정이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것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미국 대선에 등장한 다양한 설득 테크놀로지였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 조종됐고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의 모든 주의력이 고갈되기 바로 전까지 면밀하게 설계돼 있다. 희생양은 스마트폰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매일 몇 시간 동안 유랑하는 바로 우리다. 자신과 큰 관련도 없는 정보에 현혹돼 재미라는 단맛에 취해 떠돌아다닌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기능은 심리적 방아쇠로 작용해 연쇄적 반응을 유도한다. 끊임없이 우리를 방해하고 간섭한다. 그래서 현대사회를 ‘방해의 시대(The Era of distraction)’라 부른다.

집중력은 심신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웰빙 상태인지에 좌우된다. 온라인학습기업 유데미(Udemy)는 직장에서의 주의 산만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직장인 70%는 근무시간 중 주의 산만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16%는 거의 언제나 주의 산만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문제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일수록 심각해 74%가 주의 산만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방해의 시대


집중력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은 ‘디지털 기기’를 포함해 ‘수다스러운 동료’, ‘사무실 소음’, ‘잦은 회의’, ‘딜레마 상황’ 등이었다. 대런 심커스 유데미 비즈니스 총괄 이사는 “모든 집중력 방해 요소가 회사의 수익에 심각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말한다. 근무 환경이 산만하다고 느끼는 경우 직원 34%는 “직업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답했고 66%는 “상사와 근무 환경에 대해 상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이나 정책을 통해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경우 직원 75%가 생산성 향상, 44%가 작업성과 향상, 57%가 동기부여 증가, 49%가 직장 만족도 향상이라고 답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다. 미국 UC얼바인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방해 요소로 인해 작업시간이 줄어들면 스트레스, 좌절, 압박감으로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 심리 상태는 작업에서의 오류율을 두 배로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분석회사 트레이티파이(Traitify)의 헤더 마이어 최고심리분석책임자는 “주의 산만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는 개인에게 부정적 영향(감정)을 초래하며,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는 경우 직원의 심신 건강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피로감을 어떻게 해소하고 디지털 웰빙을 이룰 수 있을까. 최근 수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대된 방법이 ‘디지털 미니멀리즘(Digital Minimalism)’과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어렵지 않다. 스마트 기기 이용 시간을 스스로의 의지로 제한하면 된다. 크리스 베일리 생산성 컨설턴트는 테드 토크에서 자신이 체험한 디지털 미니멀리즘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하루 1시간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고립감을 느꼈지만 오히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는 집중력, 창의성, 생산성으로 연결됐다. 그는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주 90시간 작업이 가능했고 기상 시간이 아침 5시 30분으로 당겨졌다. 성과를 측정해보니 과거 그가 책 한 권 쓰는 데 보통 30주가 걸렸다면,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따른 후 24주로 단축됐다.

뇌과학적으로 이 성과를 설명할 수 있다. 시선이 지속적으로 스크린을 따라 움직이면 뇌는 지나치게 자극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뇌는 즉각적인 보상을 바라고 방해 요소를 좇게 되는데 이때 집중가능시간은 40초에 불과하다. 반면 방해 요소를 제거하면 뇌는 ‘지루한’ 상태가 된다. 이는 불필요한 자극에서 벗어난 뇌의 본연의 상태다. 베일리는 “지루한 뇌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려 하고 주의력을 알맞은 곳에 할당하는 최상의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명상이 생산성이 미치는 신비한 힘도 역설했다. 시간이라는 제한적인 자원에서 보면 명상은 생산성과 대립 관계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두 번째 실험은 7~8년간 해오던 명상을 멈추고 생산성을 보는 것이었다. 그는 명상을 멈추자 에너지와 동기부여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주의가 산만해지고 허비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한 가지 작업을 완료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마음챙김은 훈련이 필요한 디지털 웰빙 방법이다. 최근 마음챙김의 효용성이 디지털 웰빙과 맞물려 재조명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 링크드인, 포드 등 글로벌 기업들이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 제고를 위해서다.

평화로운 상태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법

마음챙김은 경험적 판단을 제외하고 자신의 주의를 의도적으로 현재 발생하는 일에 집중시키는 심리적 과정이다. 명상 등 훈련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 마음챙김은 불교에서 파생됐으며 1970년대 심리학 및 정신과에서 다양한 심리적 불안정을 겪는 이들의 치료 프로그램으로 개발됐다.

조직 운영을 위해 마음챙김을 적용한 좋은 사례가 있다. 1989년 NBA 시카고 불스 감독 필 잭슨은 서구 사회에 마음챙김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이를 팀에 적용했다. 그는 마음챙김이 선수들을 단합시키고 긴장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며 궁극적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시 마이클 조던 등 많은 팀원이 회의적이었지만, 결국 팀은 6번이나 NBA 우승을 거머줬다. 잭슨은 같은 방식을 LA 레이커스에 적용해 5회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구글은 엔지니어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 SI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구글뿐 아니라 14개국 1만 명이 넘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정서지능을 높이고 리더십 성능을 향상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서지능 강좌, 주의력 집중 훈련, 자기 인식 훈련, 자기조절 훈련, 동기부여 훈련, 공감 능력 향상 훈련,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리더십 훈련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이틀간 기업가를 대상으로 내면검색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해를 돕기 위해 SIY 프로그램의 일부를 체험할 수 있도록 소개한다.

[박스기사] 구글의 SIY 프로그램 지면 체험


방해 요소를 상대하기 위한 4단계 마음챙김 명상법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발췌, 차드 멍 탄 지음

명상은 초기단계에서부터 우리를 편안하면서도 청명하고 기민한 마음 상태로 인도한다. 재미있는 것은 주의력과 메타 주의력 모두 강해질 때다. 점점 더 집중이 잘되고 안정감을 느끼면서 마음이 느긋해지고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평탄한 지형에서 자전거가 균형을 잘 잡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습만 충분히 한다면 필요할 때 자신의 마음을 원하는 상태에 이르게 하고 제법 긴 시간 동안 그 상태에 머물 수도 있다. 명상 중 집중 방해 요소들을 상대하기 위한 4단계 계획은 일상의 디지털 웰빙에도 적용할 수 있다.

1단계_인정한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냥 인정하라.

2단계_판단하거나 반응하지 않고 경험한다.

경험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이든 그냥 경험하라. 그것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판단하지 마라. 유명한 노랫말처럼 그냥 내버려 둬라(Let it be). 되도록 그것에 반응하려 하지 마라. 반응해야 한다면 그 전에 5회 호흡하라.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많이 만들어낼수록 자신의 감정적인 삶을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은 일상의 삶에 적용될 수 있다.

3단계_반응해야 한다면 마음챙김 상태를 유지한다.

만약 반응해야 한다면 세 가지에 계속 유의하라. 바로 의도, 움직임, 감각이 그것이다. 이 연습의 목적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챙김이라는 점을 유념하라.

4단계_그냥 내버려 둔다.

어떤 집중 방해 요소가 떠나려고 한다면 그냥 놔줘라. 아니라면 있는 그대로 놔둬라. 놓아준다는 것은 뭔가를 억지로 가버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하라. 오히려 그것은 초대다. 우리는 넓은 마음으로 초대받은 사람이 초대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선택하게 할 것이며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불만이 없을 것이다. 명상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뭔가를 놓아버릴 때 우리는 부드럽게 이제 더는 집중을 방해하지 말라고 그것에게 권하면 된다. 그러면서도 관대한 마음으로 그것이 머물지 말지를 결정하게 하자. 그것이 떠나기로 결정해도 좋고 머물기로 해도 좋다. 우리는 그것이 존재하는 내내 친절과 관용의 태도로 대하면 된다. 이것이 내버려 두는 연습이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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