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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글로벌 바이오테크 기업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3월 20일 기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감염이 전 세계적으로 24만 건이 넘는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3월 11일 WHO는 코로나19가 세계적 유행병(Global Pandemic)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산업은 백신, 진단제, 항바이러스 및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어 상용화되는 데 최소 1년 6개월에서 최장 5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대항해 합종 연횡으로 연대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각국 질병관리본부 당국, 비정부단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연합체인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하고 있는 분야는 백신, 진단제, 항바이러스 및 치료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해 30개 이상 국가의 생명공학 기업, 학술기관, 생명공학 센터 등을 대표하는 세계 최대 협회 ‘바이오(BIO)’, 미국 임상시험등록사이트(ClinicalTrials.gov), 중국임상시험등록센터(ChiCTR)의 정보를 취합해 3월 20일까지의 개발 동향을 살펴본다.

모더나, 메신저RNA 백신 임상시험 돌입


▎코로나19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각국 정부기관과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긴밀히 움직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성남 연구소에서 3월 18일 한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관련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우선 백신과 관련해, 일부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메신저RNA(mRNA)*기술을 이용한 백신 개발을 이미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에 따르면, 미국 기반 바이오테크사 모더나(Moderna)와 같이 일부 앞서고 있는 기업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3월 중순 시작했다. 국가임상시험재단이 발간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모더나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감염증연구소(NIAID)가 공동 개발한 백신 ‘NCT04283461’은 카이저퍼머넌트 워싱턴건강연구소(KPWHRI)에서 3월 19일부터 45명을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빠르면 7월 임상 1상 결과 도출이 가능하며, 2021년 6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에 따르면 메신저RNA를 이용한 또 다른 임상시험도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의 주도로 오마하에 있는 네브래스카대학 의료센터(UNMC)에서 진행하고 있다.

유망한 기술 중 하나가 뉴클레오티드 기반 백신이다. 뉴클레오티드는 DNA와 RNA의 유전물질을 구성하는 화학 구성 요소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의 뾰족뾰족한 돌기를 통해 인간의 폐 세포에 침범한다. 백신은 이 돌기의 유전자를 복사해 인체에 주입함으로써 면역계가 이물질로 인식하고 항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에는 미국 내에서만 현재 총 103건(백신 3건, 치료제 100건)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거나 지원자를 모집 중인 것으로 등록돼 있다. 이 외에도 사노피파스퇴르는 코로나19 백신개발을 위해 미국 보건복지부의 질병예방대응차관보(OASPR)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과 협력하고 있다. 또 GSK와 이노비오(INO)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과 새로운 협력 체계를 구성했다. 존슨앤존슨은 BARDA와 협력을 확장해 백신 개발 프로그램을 가속화하는 협약을 맺었다.

중국 선전제노면역의학연구소는 100명 규모의 1상 임상시험 2건을 2월 24일 시작해 2023년 7월 31일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임상시험등록센터에 3월 8일 기준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 228건이 등록됐다. 이 중 백신 관련 임상시험은 1건으로, 중국 광시의과대학(Guangxi medical university)에서 60명 규모의 임상시험을 2월 2일 시작해 2022년 4단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어 상용화되는 데 최소 1년 6개월에서 최장 5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앤서니 파우시 알레르기감염증연구소 소장은 지난 3월 3일 기자회견에서 “일반인이 백신을 접종하기까지 최소 1년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은 3단계로 진행되는데 후보자 대상 안전성 검사에 3개월, 부작용이 없을 경우 2단계로 백신을 투입하면 항체 생산에 6~8개월이 걸린다. 3단계로 실험을 반복하는 기간이 6~8개월, 이후 당국의 백신 승인 여부를 위한 데이터 검토에 수개월에서 1년까지 소요된다. 즉, 내년 여름 전에 백신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치료제 ‘렘데시비르’는 3상시험 중

치료제로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렘데시비르다. 에볼라 출혈열 치료제였던 렘데시비르(Remdesivir)*도 용도를 변경해 코로나19에 대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이탈리아 등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지난 2월 26일 길리어드사이언스사는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시험은 중증환자 400명, 경증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국 의료기관이 참가해 렘데시비르를 5~10일 간격으로 정맥 투여하고 발열과 산소포화도를 지표로 효과를 측정한다.

렘데시비르는 최근 치료제 중 유일하게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고 중환자에게는 임상시험 용도 외에 투약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를 파괴하도록 설계되지는 않았다. 대신 바이러스의 특정 작용 부분을 무력화함으로써 치료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경 중국에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RNA간섭(RNAi)** 치료제의 경우 개발·상용화와 관련해 2개 바이오테크사가 관계사와 협업하고 있다. 바이오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의 용도를 변경해 코로나19에 대한 효능과 안전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글로벌제약사 에비(AbbVie)는 지난 1월 말 코로나19 치료제로서 HIV 치료제가 효과적인지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비의 HIV 치료제 알루비아(Aluvia)는 항바이러스제인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lopinavir and ritonavir)의 혼합물이다. 54세 한국 남성 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으며, 3월 18일 상당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WHO는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지만 알루비아를 복용하고 하루에 두 번 분무형 알파-인터페론을 흡입하면 도움이 된다”고 제안한 수준이다.

또 지난 70년간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된 클로로퀸(chloroquine)도 잠재적 후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19일(현지시간)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 용도로 사용 가능한지 시험할 것을 지시했다. 독일 바이엘사의 클로로퀸은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것과 더불어 바이러스 내부 복제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클로로퀸은 면역체계도 자극한다. 2월 4일자 네이처 저널은 클로로퀸이 코로나19 퇴치에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광둥리포트도 클로로퀸이 환자의 증세를 경감시키는 결과를 보여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 치료제 파빌라비르(Favilavir)를 이용해 우한과 선전의 300명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중국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3월 18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약은 치료 시작 4일에서 11일을 경과하지 않은 초기 환자의 병세 진행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은 후지필름 그룹사인 토야마화학이 제조사다. 아비간(Avigan)으로 알려진 파빌라비르 치료제는 항바이러스제이며 코로나바이러스 및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포함한 RNA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설계돼 있다. 이 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세포내에서 복제하는 것을 돕는 경로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일본 보건부 내 소식통의 전언을 통해 이 치료제가 중증 환자에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치료제와 관련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무작위 대조 시험을 완료하고 승인받는 데 앞으로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진단 분야에서는 다수의 해외 기업이 현재 진단키트를 긴급히 개발 중이거나 각국 당국의 긴급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스위스계 바이오기업 로슈(Roche)는 미국 FDA로부터 3월 13일 코로나19 진단시약의 긴급승인을 획득했다. 미국에서는 랩콥(LapCorp)의 진단키트가 3월 6일부터 사용되고 있으며, 세페이드(Cepheid)는 올 2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 외 애보트연구소(Abbott Laboratories), 키아겐(Qiagen), MIT 의료공학 및 과학 연구소(IMES) 등이 현재 시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3월 17일 현재 16개 바이오제약업체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밝혔다. 백신의 경우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보령바이오파마, 스마젠, 지플러스생명과학 등 5개 업체가 뛰어들었다. 이 중 3월 10일 현재 개발을 마치고 임상시험에 돌입한 기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GC녹십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발현하는 단백질 가운데 후보물질을 발굴, 이를 활용해 ‘서브유닛’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서브유닛 백신은 단백질을 활용해 안전성이 확보된 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최근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코로나19 관련 국책 과제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면역항원 제작 및 평가기술 개발’ 공고에 지원 절차를 마쳤다.

국내선 백신 5개사, 치료제 11개사, 진단 5개사 각축


치료제 개발에 나선 업체는 셀트리온과 일양약품 등 11개사다. 현재 일부 기업은 개발계획 수립 단계이고 일부는 기존 면역치료제의 용도를 변경해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가 코로나19 확진환자에게도 적합한 지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임상 2b상을 완료한 인플루엔자 멀티항체 신약인 CT-P27과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 치료용 항체인 CT-P38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용 항체를 개발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석해 추후 바이러스 변이에 대비한 멀티항체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민간 제약사 외에 국립보건연구원도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항체 탐지용 단백질’ 제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공공기관 중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진단시약 분야에서는 씨젠을 포함해 총 5개 업체가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 등의 코로나19 진단시약은 지난 2~3월에 식약처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그 외 바이오니아, 젠큐릭스, TCM생명과학, 수젠텍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최근 유럽체외진단시약인증(CE-IVD)을 획득했으나 식약처의 긴급 사용승인은 3월 17일 현재 받지 못했다. 참고로 씨젠은 3월 현재 미국 FDA의 승인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해외 수출을 위해 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17일 청와대는 정부 채널을 통해 국산 진단키트 5만1000개를 아랍에미리트(UAE)에 긴급 수출했다고 밝혔다. 정부 채널을 통해 진단키트 지원을 요청한 국가만 17개국으로 국산 진단키트 수출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코로나19 관련 각 영역에서 개발과 임상시험까지 신속히 완료하는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지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진단키트 분야에서는 한국 바이오테크 기업이 발빠르게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 용어설명

*메신저RNA(mRNA): 핵 안에 있는 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하는 RNA

**RNA간섭(RNAi): 화학적으로 합성된 이중나선 물질인 siRNA를 넣어 잘못된 유전정보를 가진 mRNA를 선택적으로 분해함으로써 단백질 합성을 차단하는 원리

***렘데시비르(Remdesivir): 미국의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2013~2016년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에볼라 출혈열의 치료제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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