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트랙터가 미국 시장 점유율 20%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창립 이후 74년간 국내 농기계업계 1위 자리도 단 한 번을 내주지 않았다. 급기야 최근에는 자율주행 이앙기를 선보이며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김준식 회장이 이끄는 대동공업은 ‘농촌의 삼성’으로 통한다.
올해 소속팀을 옮겨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미국 프로야구 류현진 선수. 올해 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포수석 뒤쪽으로 대동공업(daedong, 이하 대동)이라는 한국 기업명이 새겨진 광고판이 한국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광고판에 함께 나온 ‘카이오티(KIOTI)’는 농기계 전문 기업 대동공업의 브랜드다. 대동공업의 미국법인인 대동USA는 이미 북미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야구, 풋볼 등 대학 스포츠 리그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진행하며 카이오티 브랜드 파워 강화에 힘써왔다. 한국 선수가 캐나다를 대표하는 프로야구 팀(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는 것을 계기로 스포츠 마케팅 영역을 메이저리그까지 확장한 것이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쟁쟁한 글로벌 메이커들이 셧다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가운데, 대동은 오히려 더욱 공격적인 역발상 홍보에 나섰다. 대동 해외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고,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국내 농업인들까지 한꺼번에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품질 경쟁력과 공격적인 영업 승부수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대동은 매출 4921억원, 영업이익 428억원을 올려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전체 금액인 245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동은 올해 말 역대 최대 매출이었던 지난해 8329억원 기록을 뛰어넘을 거라 자신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이 신음하는 팬데믹 한가운데서 거둔 성과라 더욱 고무적이다.
팬데믹과 셧다운 속에서도 최대 실적
▎지난해 11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시에서 열린 ‘2019 카이오티 딜러대회’ 장면. 환영 만찬에서 북미법인 임직원들이 딜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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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는 대동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법하다. 하지만 한국의 농촌지역에서 대동이란 이름은 곧 농기계와 동의어로 통한다. 광복 직후인 1947년 창립해 1949년 석유엔진 발동기, 1962년 경운기, 1968년 트랙터, 1971년 콤바인, 1973년 보행이앙기 개발·생산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농기계 산업사에서 모조리 ‘최초’ 기록을 써 내려간 주인공이 바로 대동이다. 농기계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절 창업에 나서 올해 창립 74주년을 맞은 대동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업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시장의 절대 강자이기도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가 1969년 창립해 이듬해 첫 흑백TV를 생산했고, 현대자동차가 1967년 문을 열어 1968년 코티나(포드 제휴)를 생산한 것과 비교해도 대동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탄탄하게 뿌리내렸는지 실감 난다.“경운기는 일본 미쯔비시와, 트랙터는 미국 포드와 기술제휴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콤바인과 이앙기는 일본 구보타의 기술을 들여왔죠. 과거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경운기에 퇴비를 잔뜩 싣고 가던 모습이 방송되곤 했는데, 그게 다 우리 제품입니다. ‘농촌의 삼성’이라고 할까요?”(웃음)창업주이자 조부인 김삼만 회장, 부친인 김상수 회장에 이어 삼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준식 회장은 “대동의 역사가 곧 한국 농산업과 농기계산업 발달의 역사”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동은 경운기를 시작으로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완성형 농기계 전문 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이에 더해 지게차, 스키드로더(운반기계), 제로턴모어(승용제초기), 다목적 운반차량(UTV) 등 산업·시설관리 장비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SK텔레콤과 함께 국내 최초로 직진 자율주행 이앙기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김 회장은 “이앙기뿐 아니라 트랙터 등 대동에서 생산하는 제품 전반에 최첨단 IC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할아버님은 일제 때 일본 제철소와 철공소에서 배운 기술로 발동기를 만드셨습니다. 대동이 농기계에 진출한 출발이자 계기였죠. 아버님은 대를 이어 평생 농업과 농기계 한 우물을 파 오늘날 대동의 기틀을 다지신 분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한 변화입니다. 조직문화와 영업전략, 기술개발, 사회 기여 등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고선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한국산 농기계의 해외시장 개척사도 대동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김 회장은 부친인 고(故) 김상수 회장과 함께 일찍이 1985년 미국에 진출했다.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 좁은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 최대이자 농기계 산업의 종주국 격인 미국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담대한 목표였다.“1985년 ‘랠리카이오티’라는 네덜란드 작업기 회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을 시작한 게 첫 미국 진출이었습니다. 그러다 ‘제대로 해보자’는 큰 뜻을 품고 1993년 랠리카이오티를 인수했고 대동USA를 세웠죠. 제품 경쟁력에 비해 부족했던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망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매출의 과반 해외시장서 거둬김 회장은 미국 진출 초기 직접 현지 책임자로 나가 시장을 다졌다. 현지에선 물론이고 국내 업계 관계자 모두가 “한국 업체가 무슨 미국 수출이냐”며 비아냥에 열을 올렸지만, 현재 카이오티는 미국의 50마력 이하 컴팩트 트랙터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6.2%를 차지하는 글로벌 메이커로 성장했다. 20~30마력급 트랙터 점유율은 16%에 달하고 내년까지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36년간 끊임없는 노력 끝에 존디어나 구보타 같은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현재 대동은 대동USA를 비롯해 중국, 캐나다, 유럽, 동남아 등에 현지법인을 두고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올 상반기 거둔 매출 4920억원 중 절반 이상인 251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대동의 해외 메인 시장은 역시 미국과 캐나나 등 북미지역이다. 전체 해외 매출의 80% 이상을 북미에서 거두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1993년 랠리카이오티 인수를 계기로 갖추게 된 탄탄한 영업망 덕에 가능했다. 현재 대동USA가 갖춘 북미 딜러망은 430개에 달한다. 국내 경쟁사들의 OEM 비중이 여전히 60~90%대인 데 비해 대동은 90% 이상을 직영대리점으로 운용 중이다. 김 회장은 매년 미국에서 성대한 딜러대회를 열어 우수 딜러 포상을 진행하는 등 현지 영업망 관리에 큰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교통비와 숙박비를 자비로 들여가며 딜러 수백 명이 모입니다. 성대한 가족축제나 다름없죠. 그들의 영업환경과 문화를 존중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쌓습니다. 신제품을 처음 선보이는 프라마켓(사전주문 프로모션)도 병행하는데, 지난해에는 총 1300대에 달하는 트랙터, 운반차, 제로턴모어 주문이 몰려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 행사로 갈음했죠. 60마력대 트랙터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 내 3위로 도약했습니다.”업계에선 이 같은 대동의 활약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더욱이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셧다운에 들어간 상황에서 거둔 역대 최고 실적이다. 김 회장은 “결국은 타이밍 싸움”이라며 “남들이 멈춰 있을 때 한 발 먼저 준비하는 자가 이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강조한 준비는 무엇일까?“전통적인 굴뚝산업, 특히 우리같이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기계산업은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강해요. 대동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일하는 방식의 전환을 깊이 고민했습니다. 코로나19는 글로벌 메이커들의 동남아 아웃소싱 라인을 무너뜨렸어요. 하지만 대동은 미국법인과 대구 본사·공장, 창녕 연구소, 서울사무소를 이미 언택트로 연결해둔 상태였습니다. 얼굴을 맞대지 않았지만 단 한 곳의 사업장도 멈추지 않고 가동됐어요. 화상회의를 통해 그 자리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죠.”김 회장은 기업의 근간이 되는 기업문화를 창조와 열정, 책임, 신뢰로 정립했다. 특히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에 초점을 두고 오랜 기간 문화적 토양을 다져왔다. 올해 초 신설한 기업문화팀은 이 같은 김 회장의 구상을 실현해나갈 별동대 역할을 맡았다. 전 사업장의 공간 혁신 사례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에서 벗어나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업무 공간 개조에 나섰다. 작은 회의실을 많이 만들어 공식 회의 대신 2~3명이 모여 업무를 논의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위계질서 타파를 위해 팀장 좌석도 없앴고 임원실도 직원 휴식공간과 협업룸으로 돌려주었다. 기능직을 제외한 전체 500명 임직원 중 125명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조직도 미래농업팀을 신설하는 등 개편에 나섰다.
첨단 ICT 기술 접목한 자율주행 농기계
▎김준식 회장은 “대동의 농기계가 미래 정밀농업을 위한 데이터 수집·분석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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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공간과 시스템 혁신뿐 아니라 스마트공장 등 전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단을 신설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섯 달 이상 대구에 내려가지 못했지만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었던 것도, 선제적인 디지털 근무환경을 구축했기에 가능했어요. 곧 대구공장에도 MES(제조실행 시스템)가 본격 가동됩니다. 실시간으로 제품을 모니터링하고 물류 관리, 불량 관리까지 한 번에 파악하게 되죠.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혼류라인’의 단점이 오히려 대동의 경쟁력으로 바뀔 겁니다.”일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에도 눈뜨게 해주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기계화로 한국 농촌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해온 것이 지난 70년 대동의 아이덴티티였다면, 앞으로는 농기계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각종 ICT 기술을 접목해 ‘정밀 농업(Precision Agriculture)’을 주도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비전이다.정밀농업이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고도의 ICT 기술을 활용한 농업을 말한다. 비료와 물, 노동력 등 투입 자원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술을 활용해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첨단농업을 말한다. 정밀농업이 가능하기 위해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정확히 분석해내야만 한다. 지난해 대동이 선보인 자율주행 이앙기가 대표적이다. 기존 이앙기는 기계를 운전하는 사람과 모판을 관리하는 사람이 2인 1조로 움직인다. 이에 비해 대동의 자율주행 이앙기는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정해진 구간에서 직진 주행이 가능하다. 주행은 이앙기가 알아서 하고, 모판 관리만 한 사람이 맡는 시스템이다. 향후에는 경작지 끝에서 스스로 유턴해 돌아오는 방식까지 기술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김 회장은 이앙기를 시작으로 트랙터에도 자율주행 기능을 접목해 자사 제품을 스마트 모빌리티와 정밀농업 플랫폼 개념으로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GPS와 카메라 센서로 일정한 구획을 자율주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앙기나 트랙터가 실시간으로 토양을 분석해 필요한 비료와 물의 양을 체크하고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농기계가 데이터 입력과 분석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죠. 정밀농업은 필연적으로 정보화와 기계화가 융합할 수밖에 없는데, 기존 기계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대동의 경쟁력이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새로운 기술과의 융합은 농기계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영역의 비즈니스 아이템을 가능케 할 전망이다. 현재 대동은 자동·전자 제어가 가능한 디젤엔진, 트랜스미션, 유압시스템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여기에 내연 기관이 아닌 전동화 기술 확보와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동 UTV, 무인 및 승용 전동 모어, 다목적 모빌리티 플랫폼, 청소로봇, 배달로봇, 골프 로봇캐디 개발도 적극 진행 중이다.“장애물을 스스로 피하면서 잔디를 깎고 청소하는 로봇은 자율주행과 센서, 레이저 등이 핵심 기술입니다. 유도선을 따라 움직이는 지금의 골프 카트 대신, GPS와 비전 센서를 이용해 스스로 골퍼를 따라다니는 1인용 무인 카트도 가능하죠. 과거의 비즈니스는 경쟁사가 한정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가전업체나 자동차 기업이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될 겁니다. 실제로 최근 혼다가 농업용 다목적 이동 플랫폼을 개발했고, LG전자도 모어를 내놓았어요. 앞으로 5년 후 대동이 어떤 기업으로 변해 있을지 저도 기대가 큽니다.”
정밀농업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
▎대동공업 대구공장의 농기계 생산 라인에서 50~70마력대 RX트랙터를 생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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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농업기술 확보는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협업과 융합이 생존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동 역시 산학연 공동연구와 ICT 기업과의 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과 농업용 로봇 육성 및 상호교류 활성화 업무협약(MOU)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서울대학교와 정밀농업 공동연구 및 스마트팜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MOU를 맺었다. 7월 들어선 인텔코리아, 소프트웨어 개발사 펀진과 함께 ‘농기계 자율주행, 정밀농업 기술개발 및 상호교류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인텔의 뎁스(Depth) 카메라와 AI 컴퓨팅 기술을 이용한 환경인식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을 한층 더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로써 작물 생육 분석을 통한 데이터 처리와 분석 기술 개발에도 힘을 보태게 됐다. 김 회장은 빠르면 올 연말부터 늦어도 2024년까지 정밀농업을 위한 데이터분석 기술과 스마트 커넥티드 골프 카트 개발, 전동화 통합제어 시스템,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 알고리즘 개발, 정밀농업 솔루션 개발 등을 차례로 완료할 방침이다.북미와 유럽 등 농업 선진국의 영업·마케팅 전략 역시 재정비에 나섰다. 특히 카이오티는 50마력 이하 컴팩트 트랙터 세그먼트에 집중해, 글로벌 브랜드인 존디어와 쿠보다 등과 동등한 수준의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북미 특유의 ‘Do it yourself’ 정서를 자극하는 ‘Dig in Dirt’ 브랜드 캠페인도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미국은 가든케어 문화가 발전했어요. 소형 트랙터가 성인들에겐 일종의 장난감이나 놀이기구처럼 다가갈 수 있죠. 논농사가 많은 동남아시아 시장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중소형 제품을 선보여 우리만의 특화된 시장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프리카도 본래 쌀이 주식인 지역이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죠.”특히 신흥시장의 경우 단순한 농기계 수출뿐만 아니라 현지 농업 발전을 위한 국가적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의 농산업 발전사를 단기간에 이식해 해당 국가의 농업 현대화에 이바지한다는 전략이다. 미얀마와 앙골라 사업이 대표적이다. 대동은 지난 2014년 미얀마 정부와 1억 달러 규모의 농기계 공급 MOU를 맺었다. 협약에는 농기계 시연회, 농기계 교육 및 서비스센터 지원 등 미얀마 농업 기계화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얀마는 1960년대까지 연간 쌀 160만~170만 톤을 수출하는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농업 기계화에 일찍부터 나선 인도, 태국, 베트남 등에 밀려 현재는 수출량 9위에 그친 상황이다.지난해에는 앙골라에 트랙터와 경운기 등 1억 달러 규모의 농기계 3000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지역 공략에 나섰다. 앙골라는 한국의 5.5배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가졌지만, 30년에 걸친 내전으로 농업 기계화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이지만,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전체의 3분의 2에 달할 정도로 산업 자체가 낙후돼 있다. 김 회장은 2015년 초 앙골라 정부에 농기계 공공 보급 사업을 제안했고, 그해 7월 앙골라 농업진흥공사(메카나그로)와 농업기계화 사업 추진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특히 이 사업은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앙골라 정부에 수입대금 금융1억 달러를 제공해 화제가 됐다. 수출입은행이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농업 부문에 수출금융을 지원한 첫 사례다.“쇼트트랙 경기를 보세요. 결승선 발치기 하나가 금과 은을 가르죠. 결국 남보다 한 발 빠르게 움직이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시각을 조금만 돌리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새삼스럽게 깨달았죠. 지금 대동은 자율주행 기반의 스마트 모빌리티와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농업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기계산업에서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변신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입니다.”-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