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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11) 서울 찬가 “도전과 응전의 역사 넘어 빛나는 미래로” 

 


▎서울 강남역 인근을 동서로 길게 뻗은 테헤란로와 주변에 들어선 멋진 고층빌딩숲. 세계에서 보기 드문 비즈니스 중심지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연상시키는 활기찬 풍경이다.
“I Love ♥ Seoul!”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 서울! 지구상에는 수많은 나라와 그들의 수도(Capital City)가 있지만, 산과 큰 강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도시는 서울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청명한 가을날 주말, 남산 등산길에 올라 서울타워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한가운데 자리한 남산을 비롯해 사방을 둘러싼 멋진 산세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 병풍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풍광이다. 도시 중앙으로는 한강이 도도히 흐른다. 1000만 인구가 사는 서울은 세계 대도시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하며 유구한 역사를 담은 고궁이 있는 고품격 도시임에 틀림없다. 어린 시절 추억과 평생을 살아온 과거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곳,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살아갈 곳. 나는 서울을 사랑한다. I love ♥ Seoul!

매일 아침 출근길에 한강을 건너 남쪽으로 향한다. 한남대교 넘어 동쪽으로는 123층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가 길게 뻗어 내려오는 강물과 주변 빌딩들과 어우러져 서 있다. 서쪽으로는 멀리 관악산이 우뚝 서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강남역 근처에 있는 사무실 건물 옥상에 올라 서울을 병풍처럼 둘러싼 멋지고 아름다운 산들을 둘러본다. 북쪽으로 왼쪽에는 인왕산, 가운데는 남산과 북악산, 그 뒤로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자리하고 오른쪽으로는 불암산까지 이어지는 너무도 멋진 풍광이다. 남쪽으로 돌아서면 청계산과 우면산, 관악산이 보인다. 세계 어디에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산세가 서울을 감싸 안고 있다. 그 가운데로 넓고 깊은 한강이 품위 있고 도도하게 흐른다. 아래쪽을 보니 멋진 고층 건물들 사이에 동서로 길게 뻗은 테헤란로에 차량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강남역을 내려다보면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이 저절로 생각난다.

강북 도심 한복판에는 경복궁, 창덕궁, 종묘 같은 아름다운 고궁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주변에는 여러 사찰이 있어서 서울의 기품과 역사를 잘 보여준다. 지금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서울에서 자랑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자랑스러운 땅


▎산성과 가을 낙엽, 구절초꽃과 서울타워가 어우러진 남산 정상.
전 세계에서 1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도시 중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는 아마도 서울일 것이다. 도시 전체는 물론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와 지하철이 모두 너무 깨끗하다. 서울만큼 밤거리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대도시도 드물다. 그러나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Rome was not built in a day) 서울도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멋진 도시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필자가 실제 서울에 살면서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한 기억을 기록해보려는 이유다.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의 기억을 메모하려는 건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듣고 싶어도, 알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갈수록 늘어서다. 부모님이나 선배 세대로부터 듣고 싶은 수많은 경험과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분들이 연세가 들면서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그도 아니면 홀연히 세상을 떠나시는 분도 많아 이제는 영원히 들을 수 없는 이야기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는 주위 환경이 세대 간 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경험한 사실(fact)을 기록하여 다음 세대가 간접경험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사가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가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다”라고 이야기했듯이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도전과 응전의 역사적 표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현재를 잘 살고 미래를 성공적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지혜로움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에 근거한 과거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세대와 꼰대(?) 세대의 상호적이고 포괄적인 이해와 포용은 미래를 위한 시너지로 창출될 것이다.

우리 세대는 6·25전쟁 중에 태어났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다. 그러고는 온갖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현재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경제 발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참여했다. 정치적으로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이내믹한 정치적 변화를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세대다. 어린 시절 필자가 살았던 회현동과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신문로에서는 지금 같은 높은 건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광화문 근처 소방서 망루와 건너편 서울시의회(당시의 국회의사당)가 비교적 높은 건물이었고, 지금의 광화문 자리에는 김영삼 정부 때 철거된 중앙청이 자리해서 경복궁을 가로막았다. 신문로에서 광화문과 을지로입구, 명동을 지나 퇴계로에 있는 학교까지 등하교하며 을지로입구에 있었던 어린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기억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엔 수많은 학생이 피를 흘리며 시위에 나선 모습을 광화문과 신문로 근처에서 목격하기도 했다. 1960년 4·19혁명이었고, 이기붕 부통령 일가의 자살과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뉴스도 들었다. 이듬해 봄 등굣길에는 시내에 탱크가 나타났고 길에는 호외가 흩뿌려졌다. ‘쿠데타’라는 단어를 초등학교 때부터 알게 된 계기였고, 이것이 1961년 5·16 군사정변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인왕산 줄기인 홍제동에 살면서 산을 오르내리며 놀았고,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를 타고 종로2가에 내려서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낙원동을 거쳐서 계동 골목 끝에 있는 학교까지 매일같이 6년을 다녔다. 학창 시절에는 가수 패티 김의 ‘서울의 찬가’에 맞춰 지금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자리하고 있는 옛 동대문운동장에서 신나게 응원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라디오와 TV에선 계엄령과 위수령, 민주화운동과 최루탄, 공비 침투에 관한 뉴스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태릉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할 때는 정문 앞 좌우로 온통 논바닥뿐이었고, 가을날 태릉으로 산책을 나가면 두 발이 푹신히 잠길 정도로 쌓인 낙엽을 밟으며 낭만과 고풍스러움을 즐기기도 했다.

1972년 여름, 지금으로부터 48년 전의 강남 지역은 현재의 거대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 평평하게 땅을 골라 놓은 상태였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건물이 꽉꽉 들어찬 지금의 강남은 당시만 해도 집 한 채 없이 텅 빈 땅이어서 공수훈련을 받을 때 낙하산을 타고 내린 곳이었다. 요즘 세대에겐 믿기지 않을 것만 같은 사실이다.

같은 해 4학년 생도 시절에는 10월 유신을 직접 겪었다. 군에서 장교로 복무할 때는 전방 근무를 마치고 서울로 발령을 받아 북악산 정상에서 근무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재일 한국인 문세광이 당시 영부인을 저격하여 살해한 육영수 저격사건도 발생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해 독일 함부르크에 출장을 갔는데 호텔 프런트에 있던 독일인 직원이 “한국 대통령이 암살되었다”며 빨리 뉴스를 보라고 말해준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 소식을 전하던 독일어 뉴스를 이해하지 못해, 호텔 밖으로 뛰어나가 영자신문을 사서 보니 그것이 바로 1979년 10·26 사건이었다.

그 후 12·12 사태를 거쳐 두 군인이 연이어 대통령이 됐고, 1987년 6·29 민주화 선언으로 직선제 개헌이 되어서 민간 출신 대통령들이 지금까지 선출되고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낸 것이다.

미래로 이어질 지속적인 발전을 꿈꾸며


▎도도히 흐르는 한강과 병풍 같은 산 그리고 123층 롯데월드타워와 고층빌딩이 함께 어우러진 서울의 풍경.
시내를 흐르는 아름다운 청계천을 걸으며 경제 발전에 관한 옛 추억을 더듬어본다. 청계천 벽에 새겨진 ‘청계천 살림의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머릿돌 글귀가 옛 서울을 잘 설명하고 있다.

“6·25 동란을 거치면서 판자촌이 천변을 뒤덮었고 흐르는 물에선 악취가 났다. 복개(覆蓋)가 결정된 1958년부터 1977년 사이 20여 년에 걸쳐 광교에서 신답철교 사이의 청계천이 단계적으로 콘크리트 뚜껑 밑에 완전히 묻혔고 그 위로 고가도로가 섰다. 고가도로와 복개된 청계천은 더 많은 그늘과 문제를 드러냈다. 지하의 유독가스가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여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글을 읽고 아름다운 청계천에서 산책을 하면서 양쪽으로 늘어선 멋진 고층 건물들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1962년부터 1996년까지 총 7차에 걸쳐 명칭을 바꾸어가며 실행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온 국민이 노력한 결과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에 이르는 경제적 선진화를 이루었다. 포니1부터 시작해 웬만한 국산 차종을 모두 타본 세대로서 우리 자동차산업의 위상을 보면 참으로 감동스럽다.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최빈국에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산업과 전자, 조선, 철강, 화학, 통신, 인터넷 산업의 약진을 이뤄낸 지금을 보면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 국민이 월남전에서 피를 흘리고 열사의 사막에서 땀을 흘리며 이룬 결과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너무도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다.
요즈음은 참으로 아름다운 산들이 지척에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서울 주변의 산들을 찾아 트레킹을 하고, 가끔 123층 롯데월드타워에 들러 서울을 내려다본다. 거대한 물줄기가 굽이굽이 흐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한강에 다리가 하나밖에 없던 시절, 제2한강교가 건설되는 것이 큰 뉴스였는데, 이제는 셀 수 없이 많은 교량이 한강을 덮으려는 듯 건설되었다. 그야말로 한강의 기적이다.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이 서울은 수많은 도전과 응전의 시간을 지내왔고 또 미래에도 그런 시간들이 다가올 것이다. 반세기 격동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공과 과가 뒤섞여 있다. 이제 우리 자신의 과거, 주변국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잘 관리해야 한다. 과거의 공과 과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포용하면서 미래로 도약해야 한다. 피와 땀으로 성장을 이루어낸 기적이 미래 세대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길 2020년 서울에서 기원한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011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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