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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시작한 리테일 대혁신 

 

코로나19 사태로 리테일 산업은 초토화됐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아마존에 맞서며 21세기형 판매 전략을 찾아낸 혁신 기업이 소수 있다. 투자자와 소비자, 노동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다.
2월 말, 유통점 타깃의 CEO 브라이언 코넬(61)은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조만간 개최될 투자자 회의에서 전할 기조연설문을 읽다가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미국 최초의 코로나19 사망자 뉴스 알림을 발견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와 기자 200명이 참가하는 투자자 행사를 위해 타깃의 커뮤니케이션팀과 IR(투자자 기업설명)팀, 특별행사팀은 수개월 전부터 단어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연설문을 완성했다. 성공하면 수분 내 타깃의 주가를 올리고, 반대로 실패하면 폭락시킬 수도 있는 연설문이었다. 2014년 펩시 식품사업부 CEO에서 타깃으로 자리를 옮긴 코넬은 3년 전인 2017년에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70억 달러를 투자해 1800여 개 타깃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노동자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연설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고, 타깃 주가는 12% 폭락했다.

세간의 비웃음에도 코넬의 전략은 결국 성공했다. 타깃 주가는 2017년 초 이후 2배 가까이 상승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소식은 왠지 불안했다. 1월 초부터 그는 기동팀을 구성해 바이러스 동향을 관찰해왔다. 그런데 그 바이러스가 드디어 미국에 상륙한 것이다. 코넬은 대면 회의를 보류하고 이를 대체할 온라인 회의를 48시간 내에 조직했다. “회의 도중 바이러스에 관한 질문이 딱 하나 나왔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코넬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중국에서 생산 지연으로 저희 봄 시즌 라인에 차질이 생기면 어쩌냐는 질문이었죠.”

며칠 안 되어 미국에서도 봉쇄가 시작됐다. 리테일 산업에서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공황 상태에 빠진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화장실용 휴지와 세정제, 표백제, 생수가 동이 났다. 아마존은 폭증한 주문량을 견디지 못하고 허둥댔다. 배송은 지연됐고, 비필수품은 안중에도 없고 생필품 확보만으로도 벅찬 상황이 됐다. 소비자의 부정적 리뷰는 50% 증가했다. 바운티 종이타월 6개입 팩의 가격이 60달러에 육박하고, 클로락스 물티슈 75장 통 하나가 40달러에 판매된다며 바가지 판매 신고도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아마존 대변인은 “경쟁업체 사이에서 제일 좋은 가격 조건을 선택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거나 그보다 더 나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오류는 발견하는 즉시 고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코로나 이후 매출 2 배로

공급망이 멈춰 서고 아마존이 잠시나마 비틀거리자, 고객 수백만 명이 다른 온라인 매장으로 이동해 구매를 시도했다. 그 결과 규모는 작아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웨이페어 등 온라인 사이트와 유기농 전문 온라인몰 스라이브 마켓의 매출이 급증했다. 수백만 개에 이르는 골목 상점도 매장 앞에 광고판을 두는 전략에서 디지털 판매전략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프라다와 토리버치 등 명품 브랜드들도 디지털 영업으로 모드를 전환했다.

위기를 가장 잘 활용한 업체들은 ‘빅박스 리테일러’라 불리는 대형마트다. 타깃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5% 가까이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에서 신규 고객 1000만 명이 들어오면서 온라인 매출이 3배로 급증한 결과다. 홈디포의 온라인 매출도 2배로 늘어나서 전체 매출은 380억 달러로 25% 증가했다. 몸집이 너무 커서 매출 대폭 증가가 항공모함 돌리는 것만큼 어렵다는 월마트조차 온라인 매출이 2배로 증가했고, 덕분에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6% 성장한 14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지만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존이라는 유통업계 팬데믹을 맞아 이들 업체가 일찍부터 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에는 없고 이들에게 있는 자원은 단 한 가지, 전국에 흩어진 수천 개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이들은 이 한 가지 경쟁우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타깃과 월마트, 베스트바이, 홈디포, 로우스의 경우,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디지털 쇼핑과 긴밀하게 연결해서 유지 비용은 높은데 감가상각은 빨라서 오래전부터 부채로 인식되던 오프라인 매장을 유통 허브로 변신시켜 동네 곳곳으로 신속한 배송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 결과 오프라인 매출과 온라인 매출 모두 향상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들 유통 매장의 성과는 좋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성과가 더욱 좋아졌다.

코넬은 “미국인 거의 대부분이 우리 매장 10마일 내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일배송 수요가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물건을 받아가는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서비스 수요가 700% 치솟았다고 말했다. 수년 동안 리테일 부문은 고객서비스에서 제대로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고객에게 좋은 쪽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타깃이 진짜 편리해졌다”고 도이체방크의 리테일 애널리스트 폴 트러셀이 말했다. “수년간의 투자 끝에 이제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매장에서 물건을 가져가거나 앱을 이용해 자동차 트렁크로 바로 배송 받는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고객과 주주 모두 수혜를 받은 셈이다. 그런데 더욱 심오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세 번째 수혜자가 생겼다. 바로 노동자다. 스트레스가 높은 저임금 리테일 직업은 경제 먹이사슬의 최하위층에 있다. 그런데 이런 말조차 플랑크톤에 모욕이 될 정도로 리테일 직종은 천대를 받았다. 2019년 리테일 근로자의 중간 연봉은 2만5250달러였다. 임금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고 이직률은 연간 60%에 달했다. 어긋난 구조에 따라 생긴 틈으로는 납세자의 돈이 흘러 들어갔다.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리테일 근로자 중 35% 이상이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살고 있다. 포브스가 비영리기관 저스트 캐피털(Just Capital)과 함께 미국 최고의 기업시민을 선정하는 ‘저스트 100 순위(Just 100)’에 오프라인 리테일 업체가 한 번도 이름을 올린 적 없다는 건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그러나 점원과 영업사원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고객과 만나는 대표 얼굴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7월에 타깃은 최저 시급을 15달러로 2달러 인상하는 계획을 빠르게 추진했다. 베스트바이와 월마트도 이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월마트는 아예 한 발 더 나아가 매장 매니저의 시급을 3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상여금과 유급 병가, 안전조치 강화가 뒤를 이었다. 직원 존중이란 흐름과 소비자 수요가 임금 인상을 촉발한 것이다. 제대로 훈련받고 다양한 업무 처리가 가능한 직원이 20세기형 매장에 필수라는 점이 가장 주효하긴 했다. “직원들은 고객 니즈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코리 배리 베스트바이 CEO가 말했다.

그 결과, 2021년 책임 있는 기업시민 100대 순위에 5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중 선두는 15위에 오른 타깃이다. CEO 코넬은 “실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비즈니스로서 미국을 돌보려면, 우리 팀부터 돌보는 게 먼저입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이 발생하면 희생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JC페니와 베드배스앤드비욘드, 피어1처럼 오래전부터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기업들은 누구도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모두 파산을 신청했다. 반면에 타깃 주가는 3월 바닥을 친 이후 60% 상승했다. 로우스는 140%, 홈디포는 75%, 베스트바이는 105% 상승하며 S&P 500지수의 43% 상승을 모두 앞질렀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문을 닫았을 때도 영업을 허가받은 이들 대형마트는 총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이 손에 들어왔는데 마땅히 쓸 곳이 없고 지루해진 소비자 수백만 명의 수요를 흡수했다. “그 모든 돈이 결국은 어딘가로 가야 한다”고 폴 레주에즈 씨티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승자가 된 유통점들은 코로나19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노동자와 나누면서 노동자를 얻기 위한 군비경쟁을 시작했다. 민간 부문에서 전 세계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는 급여를 인상하는 한편, 10억 달러 이상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14일의 유급 병가를 추가로 제공했다. ”긴급휴가정책은 일반 직원 수십만 명에게 휴가를 쓰고 오더라도 자리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일자리 보장을 해주고 있다”고 월마트 최고인력책임자 도나 모리스가 말했다.

홈디포도 10억 달러 이상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유급휴가를 늘렸다. “봄은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시즌과 같다. 그러나 매장 내 유동인구가 갑자기 늘어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모든 홍보 행사를 취소했다. 매출보다 안전이 우선”이라고 크레이그 메니어 CEO가 말했다. “홈디포가 뒤에서 지켜주고 있음을 팀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보살펴주면, 그들이 우리 고객을 보살펴줄 것이고 그러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됩니다.”

코로나19 지원금을 직원에게 투자하는 것 외에도 이들 기업은 인종 평등과 다양성을 함께 지원하고 있다. 6월, 월마트 재단은 정치에서 외면받는 취약계층의 보건과 교육, 훈련을 지원하는 센터에 1억 달러 기부를 약속했다. 월마트의 미국 직원 140만 명 중에 47%는 유색인종이다. 전체 직원의 55%, 매장 매니저의 절반 정도는 여성이다.

타깃의 미네아폴리스 본사는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곳에서 6㎞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타깃은 전체 직원 중 흑인의 비중을 20%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흑인 직원은 전체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유색인종은 타깃의 전체 직원 35만 명 중 50%를 차지한다. 여성이 전체의 58%이며, 절반에 가까운 중역이 여성이다. 코넬은 “매주 우리 회사를 이용하는 3000만 명의 가족 구성원 비중을 우리 팀과 경영진, 이사회에 그대로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성이 담보되어야 실현 가능한 목표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올인하기 위해서는 직원에게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이 필수다. “디지털로 가더라도 사람이란 요소를 뺄 수는 없다”고 월마트의 모리스가 말했다.

매장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직원 채용과 유지를 위해서는 급여 및 혜택 강화가 필수다. 직원 유지는 이직률이 높은 산업에서 특히 난도가 높(고 비용이 많이 든)다. “타깃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타깃에서 쇼핑하는 고객만큼 타깃의 가치를 느껴야 한다”고 샌포드 C. 번스틴의 리테일 애널리스트 브랜든 플레처가 말했다.

2014년 브라이언 코넬이 CEO로 임명됐을 때만 해도 타깃의 미래를 밝게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보통 내부 승진으로 CEO를 임명했던 과거와 달리, 코넬은 하나 이상의 기준에서 아웃사이더였다. 뉴욕주 퀸스에서 자란 그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초등학생이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심장병 때문에 실직해서 가족이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살았다. 다행히 조부모의 도움을 받은 그는 학교와 스포츠에서 구원을 찾았다. 1981년 UCLA를 졸업한 후에는 리테일계의 직업 장교처럼 30년간 트로피카나, 갤로 와인, 공예품 전문매장 마이클스, 샘스클럽, 펩시코의 2개 사업부 등 자리를 15번이나 옮기며 기업 위계구조의 사다리를 차분하게 올라갔다.

그가 넘겨받았을 때 타깃은 상태가 엉망이었다. 그 전해에는 개인정보 유출로 고객 4000만 명의 신용카드 정보가 빠져나갔다. 캐나다에서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문을 연 124개 매장 때문에 손실이 수억 달러로 불어났다. 제품의 품질이 좋다 하여 ‘타제이(프랑스식 발음으로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전달)’로 불렸던 타깃은 진부한 브랜드를 허름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그저 그런 유통점으로 전락했다. “빠르게 케이마트의 길을 가고 있었다”고 바클리스의 애널리스트 카렌 쇼트가 말했다. “매장은 난잡했고, 재고관리가 엉망이라 품절 제품이 많았습니다. 직원들은 불만에 차 있었고요.”

팬데믹 생존 공식

코넬은 재빨리 행동에 나섰다. 캐나다 사업을 정리했고, 약국 체인은 CVS에 매각했다. 그 후에는 미국 사업부를 쓸 만하게 고치는 데 집중했다. 2017년 주가를 고꾸라트렸던 70억 달러의 쇄신 전략은 결국 매장을 되살렸고, 고객에게 온라인 구매 옵션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각 매장을 온라인 주문 상품의 유통창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굿펠로우 앤 코’와 ‘유니버설 스레드’ 등 새로운 자체 제작 브랜드 10여 개를 선보이기도 했다. “타깃의 정체성은 월마트 아류 버전이 아니라 ‘타제이’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플레처가 말했다. “코넬은 ‘물건이 좋은 곳’으로 타깃의 이미지를 바로잡았습니다. ‘타제이’로 불릴 자격을 다시 갖춘 거죠.”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팬데믹으로 얻은 유리한 고지를 계속 점유하려면 훌륭한 쇼핑 경험과 함께 고품질의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대형 유통점들은 적어도 아직까지 효과가 있는 팬데믹 생존 공식을 찾아냈다. 이는 중소 유통매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효과가 줄어들고 레스토랑과 바, 호텔, 여행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던 비정상적 봉쇄가 다시 시작될 때다.

게다가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이슈가 있다. 애써 외면해도 절대 떨쳐낼 수 없는 어깨 위의 짐, 아마존이다. 팬데믹 초기에 허둥대긴 했지만, 아마존은 재빨리 신규 직원 17만5000명을 충원하고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제 궤도에 올랐다. (AWS와 광고 등 리테일을 제외한 대규모 사업부를 모두 포함한) 2분기 매출은 40% 늘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주가가 크게 오른 건 사실이지만, 아마존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 달러로 날아올랐다. 그래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시가총액을 ‘전부’ 합한 것보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2배 더 많다. 그 덕분에 아마존은 모든 전선에서 경쟁자를 이기고 판을 뒤집을 화력을 충분히 확보했다. 팬데믹과 소비자 행동양식의 변화는 이미 엄청났던 아마존의 힘과 파급력을 더욱 키워줬다.

코넬은 ‘타제이’의 품질과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수천 개 매장을 활용하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만 해도 오프라인 매장은 한물갔다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라 소비자가 알려준 길이에요.” 그가 말했다. “팬데믹 와중에도 전체 리테일 지출의 85%는 매장 내에서 발생했습니다. 이제 그 1900개 매장은 전국을 촘촘하게 채운 주문처리센터가 됐습니다. 아주 중요한 스피드를 확보한 셈이죠.”

- STEVEN BERTON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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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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