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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맞춤형 럭셔리 샴푸의 운명은? 

 

브루클린에 위치한 프리미엄 샴푸 브랜드 프로즈는 미국인들이 25달러짜리 맞춤형 샴푸를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구독 서비스에 기꺼이 가입할 것이라 믿고 250만 달러를 베팅했다.
프로즈(Prose)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아르노 플라(Arnaud Plas, 39)는 길이 18.3m에 무게 10톤 정도의 맞춤형 장비가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지난 2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비는 여러 부품으로 나뉘어 프랑스 노르망디 항구를 떠나 대서양 한가운데를 지나 브루클린으로 향하는 선박 안에 있다. 커다란 신형 장비는 프로즈의 맞춤 제작형 고급 샴푸 용기를 하루 최대 3만 개로 증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약 240g에 25달러로 책정된 샴푸 가격은 동일한 무게의 대중용 팬틴 샴푸보다 무려 10배나 비싼 가격이다. 일정에 차질이 없다면 기계는 8월 말에 도착할 것이고, 그는 바로 생산 속도를 30배로 올릴 수 있다.

플라는 비싼 샴푸를 판매하는 것 이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즈는 올해 매출 5000만 달러 달성을 향해 순항 중이다. 지난해 매출의 3배가 넘는 금액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에 나온 가장 낙관적인 전망치보다 높은 성적이다. 재구매 고객이 많아서(지난 12개월간 재구매에 나선 고객은 업계 평균 30%보다 월등히 높은 55%)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처음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 펀딩으로 2500만 달러 모집에 성공한 프로즈의 기업가치는 3억5000만 달러다.

“(그 기계가 없다면) 뉴욕의 부티크 헤어케어 브랜드로 남겠죠. 우리는 그보다 많은 걸 원합니다.” 플라가 말했다. 로레알에서 일했던 그의 진짜 목표는 회사의 몸집을 훨씬 크게 키우는 것이다. 아직은 성장을 막 시작한 회사에 불과하지만, 플라는 프로즈를 통해 8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고급 헤어케어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자 한다.

말도 안 되는 꿈은 아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사람들은 이미 범블 앤 범블(225g, 25달러)이나 올라플렉스(240g, 28달러)를 비롯한 값비싼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럭셔리 헤어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시장조사기관 NPD 그룹의 라리사 젠슨이 말했다.

이들 슈퍼 프리미엄 제품은 총 130억 달러 규모의 전체 헤어케어 산업에서 매우 적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세그먼트 자체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다른 뷰티 제품의 매출이 급감했던 팬데믹 시기에도 의외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생각해보면, 마스크를 써도 윤기 나는 머릿결은 감춰지지 않는 법이다. 집에 갇혀 지내는 동안 온라인으로 얻을 수 있는 ‘작은 사치’에 사람들이 끌리게 된 것도 원인이다.

물론 얼마든지 삐끗할 가능성은 많다. 기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미국이 경기침체로 빠져들고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이 다음 유행 상품으로 넘어가면서 프로즈도 다른 많은 뷰티 브랜드처럼 서서히 잊힐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난 후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재 마케팅에 바친 플라는 개의치 않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벗겨지기 시작한 머리에 수염을 짧게 다듬은 그는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소도시 브리브 라 가이야르드에서 자랐다. 대형 식재료 시장으로 유명한 도시다. 아버지는 공장 생산관리자였고, 어머니는 회계 지원팀에서 일했다. 어렸을 때 꿈은 빵집 주인이었다. “프랑스인이니까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프랑스 네오마 경영대학원(NEOMA Business School)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딴 후 그가 진짜 얻은 직업은 독일의 거대 소비재 기업 헨켈의 세탁용 세제 브랜드 관리였다. 2010년 그는 로레알로 이직했고 유럽 최고의 헤어케어 브랜드 엘세브(Elseve)를 총괄했다. 2014년에는 로레알 디지털 전자상거래 전략 부사장으로 승진해 뉴욕에 발령됐다.

기술로 제품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이때다. 그는 기술을 통한 제품 업그레이드를 원했지만, 회사는 매장 내 진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에 집중했다. 플라는 “당시 우리는 ‘건조 모발용 샴푸는 있으니까 ‘극’건조 모발용 샴푸를 만들면 월마트와 타깃에서 유통 제품 수를 늘려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란 이야기만 했어요”라고 말했다. “쳇바퀴를 돌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홀로서기의 시작

그는 로레알 내부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사람들이 ‘아르노, 업계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야’라고 하더군요.” 그가 말했다.

답답해진 그는 2016년 로레알에서 퇴사한 후 바로 맞춤 샴푸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자신이 로레알에서 처음 인턴으로 고용한 폴 미쇼(30), 부동산 회사 메이여 아쟝의 전직 최고기술책임자 니콜라 무싸(40), 프랑스의 최고 헤어케어 제품 화학자 카트린 토랭과 함께 프로즈를 창업했다. (미쇼는 현재 프로즈 상품 부사장이고 무싸는 최고기술책임자로 파리에서 근무한다. 토랭은 고문으로 남았고 프로즈에서 풀타임으로 일하지는 않는다.)

공산품처럼 나온 소프트웨어를 썼다가 느린 작업 속도와 복잡성 때문에 좋지 않은 시작을 경험한 프로즈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구축해 사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고객에게 맞는 샴푸 레시피는 설문조사 후에 제작한다. 고객이 모발 유형과 두피 건강상태, 거주지 정보 등을 묻는 25개 문항에 답변을 하면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적합한 성분과 비율을 결정해 최적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다. 샴푸에 으레 들어가는 흔한 성분(코코넛오일)부터 이국적인 재료(나비완두콩 꽃)까지 총 160개가 넘는 원료를 조합해 최대 79조 개의 샴푸 레시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프로즈는 말한다. 데이터와 기계학습을 이용한 다른 모든 사업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고객(지금까지 200만 명이 답변)이 프로즈의 설문지에 답변할 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얻어 제품을 더욱 정교하게 개선할 수 있다. 프로즈는 15% 할인에 일대일 맞춤형 스타일링 팁을 제공하는 회원제 구독 모델을 통해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

플라는 프로즈가 다양한 샴푸 레시피를 개발해 대형 뷰티매장 세포라를 찾던 고객뿐 아니라 팬틴같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던 고객도 함께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보유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저가 브랜드에서 올라온 고객이라는 것이다. 플라도 이렇게 많은 고객이 트레이드업을 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해서 재구매율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들이 언제 떠날지 몰라 초조했다고 한다.

불경기가 오래 지속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고객이 전보다 비싼 샴푸를 계속 사게 만드는 것이 사업 확장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샴푸와 컨디셔너 이상으로 브랜드를 키워가려는 플라의 꿈도 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플라는 먼저 염색제 등 관련 제품으로 확장했다가 점차 범위를 넓혀 스킨케어와 다른 뷰티 카테고리로 진입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플라는 “꼭 프로즈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나만의 브랜드를 살 수 있는 제2의 P&G가 될 수도 있죠”라고 말했다.

※ How to Play It
지난 세기가 대량 생산과 대량 마케팅의 세상이었다면, 다음 시대는 로봇과 페덱스의 세상이 될 것이다. PC와 샴푸만 맞춤형 주문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교과서와 가구, 부품, 청바지, 수프캔도 맞춤형으로 제작되어 판매될 것이다. 주요 업체를 알아보면, 3D 프린팅에 머트리얼라이즈(Materialise), 단기 납기 생산에 프로토랩스(Protolabs), 디자인 소프트웨어에 오토데스크(Autodesk) 등이 있다. 투자 부문에서도 (근무지, 거주지 등과 같은) 개별 리스크를 계산해서 맞춤형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가 S&P 500 펀드를 대체할 날이 온다면, 관련 데이터를 공급할 회사는 모닝스타(Morningstar)가 될 것이다. 윌리엄 볼드윈은 포브스 투자전략 칼럼니스트다.

- AMY FELD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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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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