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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문제 한 번에 해결하는 법 

 

가업승계에는 경영권 분쟁과 세금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창업주가 자신이 영위하던 기업의 주식을 후계자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행위라고만 표현하기엔 복잡미묘하다. 중견·중소 기업 사이에서 ‘신탁’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업승계에는 큰 걸림돌 두 개가 있다. 경영권 분쟁과 세금 문제다. 가업승계의 사전적 의미만 보면 창업주가 자신이 영위하던 기업의 주식을 후계자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행위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경영권 갈등은 오너 가족뿐만 아니라 주요 주주 사이에도 벌어질 수 있다. 막대한 상속세를 마련하다 기업의 현금흐름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일반적인 경우를 보자. 기업의 주식은 창업주가 정한 1인에게 많은 지분이 상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재산 분배로 인한 분쟁이 생겨 경영권 승계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신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주식도 안전하게 이전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창업주(위탁자)는 상속이나 증여를 원하는 주식을 금융기관과 신탁계약을 체결해 금융기관에 수탁하고, 해당 금융기관은 창업자의 유지를 반영한 신탁계약에 따라 주식을 수익자에게 이전할 수 있다.

유언장과는 다르다. 물론 유언장에도 창업자 사후에 주식을 특정 상속인에게 상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유언과 신탁의 큰 차이는 집행력에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수탁자인 금융기관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창업자(위탁자) 사후에 창업자가 지정한 수익자에게 이전하는 절차가 사후 수익자(상속인)의 간단한 본인 확인 절차만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유언장의 경우 집행자를 따로 지정해야 하고 지정하더라도 창업자(피상속인)의 마지막 유지가 반영된 유언장인지의 판단 문제 등으로 주식명의 개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안전하게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서 또는 분쟁을 피하기 위해선 주식을 빠르고 안전하게 이전받는 것이 중요하다. 신탁은 여기서 경영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물론 제한은 있다. 주식 신탁 시에는 자본시장법 제112조에 따라 15% 의결권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15% 이상의 주식을 신탁하더라도 15%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30% 지분을 신탁할 경우에도 30%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두 번째 걸림돌은 세금이다. 가업승계를 위해서 주식이나 재산의 이전이 필요한데 한국의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가 최대 50%이므로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하면 가업승계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 그런 경우도 많다. 이를 보완하고자 상속증여세법에 가업승계공제라는 항목을 두었다. 공제 한도가 작고 공제 조건이 까다롭다는 의견이 많지만, 공제대상 기업의 요건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가업상속공제 건수는 63건에서 80건으로 27% 상승했고, 공제 금액도 94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 이후부터는 공동상속을 허용해 가업승계 방식을 유연화했다.

사례가 있다. 명품 장수기업을 영위하는 A씨는 삼 형제를 두었다. A씨는 장남인 장수에게 기업을 물려주려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두 아들에게도 유류분을 고려하여 일정지분을 넘겨주길 원한다. 2015년까지는 가업을 승계받는 1인 이외의 다른 자녀가 해당 기업의 지분을 받는 경우, 가업승계공제를 전혀 적용받지 못했다. 그래서 보유한 회사 지분의 전부를 장남에게 물려주고 향후 유류분 소송 등 분쟁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

형제가 상속받으면 1인 지분만 공제

하지만 2016년 ‘상속인 1명이 해당 가업을 모두 상속받는 경우’라는 항목이 삭제돼 형제가 공동상속을 받는 경우도 가업승계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공제되는 재산이 형제가 공동으로 상속받는 지분 전체가 아니라 가업을 승계하는 1인의 지분만 공제 가능하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의 요건은 가업, 피상속인, 상속인 기준으로 구분되는 3가지 요건이 있다.

첫 번째로 ‘가업’ 요건이 있다. 가업은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한 조세특례제한법 및 상속증여세법상 중소기업(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과 중견기업(매출액 3000억원 미만)을 말한다.

두 번째로 피상속인 요건이 있다. 피상속인은 피상속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 50%(상장주식인 경우 30%) 이상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해야 하고, 대표이사 재직 요건 3가지(가업영위 기간의 50% 이상 재직, 상속 개시일로부터 소급하여 10년 중 5년 이상의 기간을 재직,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대표이사로 재직) 중 한 가지만 충족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상속인’ 요건이 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일 현재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또 상속세과세표준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취임하고, 상속세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자로 취임해야 한다.

중견기업의 경우에는 한 가지 요건을 더 두었다. 가업상속재산 이외의 상속재산가액은 상속인이 상속세로 납부할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2배를 초과할 경우 가업상속공제를 배제한다.

가업을 상속할 때, 경영자로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고용유지 의무다. 향후 사업의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10년 동안 정규직 근로자 수가 기준고용인원(상속개시 전 2년 평균 고용인원) 80% 이상이어야 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사후관리기간이 7년으로 단축돼 유지고용인원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사후관리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가업상속공제 요건은 사후관리요건이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되었다고 해도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현실에서 7년 사후관리기간은 더 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탁제도 활용 시 신탁한 주식은 창업자(피상속인)가 보유한 주식으로 보지 않아 가업상속공제를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2020년 1월 신탁된 재산은 유류분 청구 기초대상에서 제외된다는 1심판결 이후 유언대용신탁과 주식신탁에 대한 질의와 상담이 늘고 있다. 물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나, 결정에 따라서는 자유로운 상속설계를 증폭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창업자(피상속인)가 가업상속 대상 자산을 유언대용신탁을 하여도 수탁자인 금융기관은 여전히 재산 관리자로서 그 역할을 유지한다.

- 김태희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 세무팀장

202011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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