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역의 모든 경제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해외 수출길을 열며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한 수산자원이 있다. 바로 ‘서산해품감태’다.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탄력을 받아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맹정호 충남 서산시장은 “서산의 해양자원이 관광과 일자리 창출로 어촌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해조류,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 바다의 약초’로 불리는 ‘감태’는 겨울철 해초 4총사인 김, 파래, 매생이와 더불어 ‘명품’ 해조류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일반 김과 달리 실처럼 가늘고 좀 더 밝은 연둣빛을 띠는 해조류로, 바다 향이 짙고, 쌉싸름한 맛을 내는데 끝맛이 달다. 깨끗한 갯벌과 알맞은 일조량, 낮은 염도 등 성장 조건이 까다로워 양식은 어렵고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특히 12월부터 3월까지 서해 일부 지역에서만 채취할 수 있어 희소성이 높다. 미슐랭 셰프들이 찾는 고급 식재료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불과 2~3년 전부터다.

감태가 생산되는 최전방 첨병으로 서산 중왕마을이 꼽힌다. 세계 5대 청정 갯벌이자 국내 최대·최초 해양생물보호구역인 가로림만에 있는 어촌이다. 가로림만은 만 입구가 북쪽을 향하는 독특한 지형이라 습지보호지역 기준 면적의 9배에 달하는 염생식물이 분포해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중왕항에서 생산되는 감태는 300톤에 달하지만 소규모 어민들의 수작업으로 생산되고 상당수 젊은이가 어촌을 떠나며 저평가돼 있었다. 이에 서산시는 2019년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공모한 ‘어촌뉴딜300사업’에서 ‘감태로 풍요를 맹그는 중왕마을’로 76억원 규모 사업에 선정되며 감태 특화거리를 조성하게 됐다. 해수부가 추진하는 어촌뉴딜300사업은 어촌의 혁신 성장을 돕는 지역밀착형생활 SOC 사업이다. 낙후된 소규모 어촌의 핵심 자원을 활용해 해양레저형, 국민휴양형, 수산특화형, 재생기반형 등 4가지 개발 유형으로 어촌 지역의 활력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감태는 이 덕에 해외 수출 교두보도 마련했다. 지난 5월, 호주에 감태 5톤을 수출하고 대기업과 감태 납품 계약도 추진 중이다.

12월 제철을 맞은 감태와 함께 어촌이 다시 북적인다. 올해 서산 감태는 풍작이 예상된다고 한다. 수산 경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효자 명물로 자리 잡은 ‘서산해품감태’는 민선 7기 맹정호 서산시장의 공약인 ‘감태 명품화’의 일환이기도 하다. 2018년 임기를 시작한 이래 맹 시장의 어촌 사업 공약은 순항 중이다.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제9대·제10대 충청남도의회 의원을 역임했다. 서산에서 나고 자란 맹 시장의 지역민 살리기가 해양자원과 함께 태동하고 있다.

“갓 지은 하얀 쌀밥 위에 구운 감태를 한 장 싸서 어리굴젓과 함께 드셔보세요. ‘달콤쌉싸름한 김’이라 감태라 부르는 듯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먹은 음식이라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11월 27일 충청남도 서산시청에서 만난 맹정호 서산시장이 웃으며 말했다. 고향의 발전이 현실화되자 가슴 벅찬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과거 수작업으로 아주 적은 양만 생산하던 것을 이제 직접 가공, 생산하고 수출까지 하는 관광 상품이 됐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산 가로림만 일대에서 감태 생산량이 많은 중왕항에 ‘해품감태 특화거리’를 조성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가.

충남 서산시 해안로를 잇는 가로림만(加露林灣)은 ‘숲에 이슬을 더한다’는 뜻으로 무수한 생명의 안식처이자, 부모의 품처럼 제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곳이다. 중왕항에 부족한 방문객을 유치하고 지역주민에게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중왕마을 전면 해상에 해안데크 형태로 해품감태 특화거리를 조성할 예정이다. 가로림만 중왕항에서는 300톤에 달하는 감태가 생산되는데, 해양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어촌뉴딜 사업 공모에서 중왕항이 ‘감태로 풍요를 맹그는 중왕마을’이라는 타이틀로 선정되면서 물꼬를 텄다. 특화거리는 12월에 착공해 2021년 11월에 준공할 계획이다.

감태는 어떤 자원인가.

▎서산해품감태가 채취, 생산되는 중왕항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왕마을 앞 갯벌의 장관을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곳은 매년 12월부터 3월까지 겨울철이 되면 마치 잔디축구장처럼 감태로 뒤덮인다. 감태는 성장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김과 파래, 매생이는 갯벌에 소나무 말뚝을 박고 대나무를 쪼개 엮어 만든 발 또는 망에서 포자가 성장하며 자라는데 감태는 청정 갯벌 위에 포자가 박힌 뒤 그 위에서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기계로는 수확할 수 없고 일일이 손으로 채취해야 한다.

서산시장이 되면서 내세운 어촌 사업 공약은 무엇이었나.

잠재력 있는 어촌자원으로 서산에 ‘활력 있는 어촌’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서산시 어촌 발전을 위해 세운 공약에는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차질 없는 추진 △천수만AB지구 지속 가능한 종합계획 수립 △체험어장 확대 및 소규모 어항 개발 △가로림만 바지락·감태 명품화 추진이 있다. 물론 어촌어항 개발, 어촌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 어촌관광 활성화, 어민 소득증대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천수만권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종합계획 수립, 체험어장 홍보도 해야 하고, 소규모항 보수 보강사업으로 인한 어촌 정주여건 개선도 필요하다. 가로림만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한 어장 생산량 감소에 따라 바지락·감태 명품화 추진을 진행하여 활력 있는 어촌을 만들려고 한다.

현재 서산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어촌 사업은.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 사업과 어촌뉴딜 300사업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천혜의 해양환경과 생태계를 국가적인 자원으로 조성해 해양정원을 만들 계획인데,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은 2021년 상반기 중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결정될 예정이다. 환경파괴 등 주민과 갈등을 빚었던 부분을 해소하고 해양 신산업으로 충남도와 함께 추진 중이다. 또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300사업’은 낙후된 어촌어항 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서산시의 중왕항 감태처럼 특화 개발을 추진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동안 바다에서 채취하는 수산물은 소규모로 판매했지만, 이젠 현대화·시설화를 이뤘고, 감태가 풍년 시기를 맞으면서 상품화에 적극적으로 돌입하고 있다. 서산시는 2019년 중왕항, 2020년에는 구도항, 벌말·우도항까지 어촌뉴딜300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 사업이 추진된다면, 어촌뉴딜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귀어민 유치도 과제겠다.

맞다. 그래서 청년수산학교 신축, 어항시설 정비사업, 경관개선사업, 지역역량강화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청년수산학교는 내년 6월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인데, 젊은 귀어민이 정착할 때까지 귀어·귀촌 컨설팅, 귀어민 유치 교육, 현장 실습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쉽게 말해 귀농학교처럼 ‘귀어학교’ 형태다. 귀어·귀촌인의 어촌 정착이 이뤄지면 지역 활성화 및 어촌산업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 일자리 창출에는 어떻게 기여하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역량강화사업을 추진해 중왕항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개발 능력을 배양하고 사업 종료 후에도 지역 현안문제 해결 능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현재 ‘감태’를 서산 대표 수산물로 육성하고 브랜드를 특화하기 위해 마케팅, 패키지 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중왕항 진입도로 정비, 선착장 정비 등 어항시설 정비와 경관개선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리라고 본다.

집무실 벽에도 ‘소통, 시민, 협업’이라고 써 붙였는데, 어민들과 어떻게 소통하나.

주민과의 소통은 임기 전부터 제일 중시하는 부분이었다. 서산시 관내에 20개 어촌계가 있는데, 2020년 주요 시책이었던 해양정원 조성사업은 어촌계장들과 함께 업무 협의로 이뤄진 것이다. 어민들은 가로림만 일대에서 생산되는 지역 수산물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들이라 협력 체계가 꼭 필요하다. 어촌뉴딜300사업의 경우 사업 대상지별로 주민과 전문가, 행정 인력 등으로 구성된 어촌·어항 재생 지역협의체를 의무화하고 있다. 서산시는 2019년을 주민자치 원년으로 삼고 실질적인 주민자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어촌 지역뿐 아니라, 서산시 모든 지역주민의 역량을 강화하여 ‘서산형 주민자치’를 구현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서산시가 읍에서 시로 바뀐 지 30년이 됐다. 자동차, 석유, 첨단소재 산업 등이 발달하며 서산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어촌 지역의 6차산업화가 빠르게 이뤄지게 된 것도 이 덕분이다. 올해 서산 감태는 풍작이다. 서산 갯벌의 가치가 해양관광산업으로 꽃을 피워 지역경제에 활기가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경제 타격에 다들 걱정이 많다. 서산시에서는 8개 역학조사팀과 7개 방역팀이 발 빠르게 대응해 시민 안전, 서산 경제에 타격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21년에는 2년간 다져놓은 기반으로 ‘더 새로운 시민의 서산’으로 넉넉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