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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14) 팬데믹 시대를 위로하는 소확행 

 


▎체르비노산(스위스 마터호른봉의 뒷면 이탈리아 쪽)의 웅장하고 멋진 모습과 그 아래 펼쳐진 스키 슬로프와 스키어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실행되어 모든 일상이 정상화되고 걱정 없이 어디나 자유로이 여행을 다니기에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크게 줄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고, 재택근무로 인해서 사기가 저하되거나 ‘코로나 블루’에 빠진 경우도 많다.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부자연스러워지니 각종 모임이 취소되고 체육 활동도 제한되니 우울한 기분은 더 커진다.

우울함을 떨쳐내고 백신 접종이 보편화돼 모든 생활이 정상화될 때까지 이 팬데믹 시기를 잘 극복해야겠다. 팬데믹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최근 유행어로 떠오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생각해본다. 예전 즐거웠던 시간과 추억을 떠올리면서 행복함에 젖어보면 머지않아 예전처럼 멋지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긍정과 행복 바이러스를 불러일으켜 코로나19를 이겨내자. 지금처럼 많은 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각자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찾아 그야말로 소확행을 누려보자.

내가 겨울철에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대자연의 설원에서 스키를 타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스키장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개장했지만 조심스럽고 제한적이긴 마찬가지다. 매년 이맘때 대자연에서 스키를 타며 느끼던 소확행을 옛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다시 떠올려본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정리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코로나19로 우울한 분위기를 마음속에서 없애고 오직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려 노력한다. 과연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알프스 스키로 얻은 행복


▎마터호른 봉을 배경으로 휴식하며 찍은 인증샷.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스위스 친구가 “겨울 스키를 타려면 스위스의 상징인 마터호른봉에 올라야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며 “스위스 최대 스키장이 있는 체르마트 마을에 가보라”고 소개해주었다. 아주 오래전, 스위스 알프스를 처음 찾았을 때는 경험이 없어 어리둥절했고 얼떨결에 다녀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도 많았다. 그 후로 겨울철이면 여러 번 더 알프스를 찾았고, 여름철에도 방문해서 이제는 꽤 친근한 곳이 됐다.

3년 전 겨울에는 스위스 체르마트 마을 마터호른봉 뒤편의 반대 방향에 있는 이탈리아 쪽의 체르비니아 마을을 찾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스위스 마터호른봉 뒷면을 체르비노산이라고 부른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자유롭게 이탈리아 쪽에서 스키를 타다가 반대편 스위스로 넘어가서 한 번에 두 나라의 스키장을 넘나들며 스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쪽은 날씨가 좋아 오랜 시간 밝은 햇살을 맞으며 광대한 면적의 슬로프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체르비니아 스키장 정상부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면 마터호른봉을 마주 보며 서 있는 클라인 마터호른(Klein Matterhorn) 정상에서부터 스키를 탈 수 있다. 우선 높은 고도의 스키를 먼저 시도하기 위해 스위스로 넘어간다. 대형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는데, 도착 직전의 정상 부근은 아찔할 정도로 수직 상승을 하여 클라인 마터호른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 전면에 있는 파란 간판에는 ‘Matterhorn glacier paradise 3,883m/12,739feet’라고 쓰여 있다. 간판 앞에 서면 거의 4000m 가까운 고도에서 스키를 즐긴다는 인증을 받고 싶은 마음에 매번 기념사진부터 찍게 마련이다. 그러고는 스키를 어깨에 짊어지고 한참 동안 터널을 이동해 시작점에 도착한다. 고도가 높아 스키를 들고 터널을 이동하다 보면 숨이 가빠진다.

정상부터 질주하다 보면 푸른빛을 내며 쩍 벌어진 만년 빙하 옆을 지난다. 빙하 모습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바로 전방에는 멋진 마터호른봉이 우뚝 서서 도도한 풍채를 자랑하는 듯하고, 알프스산맥의 웅장하고 거대한 파노라믹 경관을 보며 감동에 빠진다. 수많은 초급~상급자 슬로프 중에서 그날 컨디션에 따라 슬로프를 선택하여 하루 종일 알프스의 정기를 받으며 스키를 즐긴다.

쉬고 싶으면 중간중간에 있는 산악 레스토랑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식사를 한다. 실내보다는 야외의 바나테이블에서 설원의 풍광을 바라보며 쉬는 것이 훨씬 흥미롭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서 들리는 음악 소리가 알프스산맥에 반향되어 낭만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렇게 에너지가 충전되면 또다시 슬로프를 질주한다. 오랜 시간 스키로 몸이 지치면 케이블카를 이용해 마을로 돌아간다.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다면 스키를 타고 지루할 정도로 한참을 내달려 마을로 돌아갈 수도 있다. 마을에서는 수많은 바가 스키어들을 유혹한다. 스키는 야외 거치대에 두고 부츠를 신은 채 바 안팎에서 바짝 마른 목을 맥주로 적신다. 뒤이어 와인 한 잔을 마시면서 피로를 푼다. 이때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서로 다른 문화를 호흡하는 즐거움도 짜릿하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즐기면서 느끼는 소확행으로 저녁 시간을 마감한다.

스위스 쪽 알프스 마을에서는 지역 토속 음식점을 찾아서 치즈를 끓인 퐁듀를 먹거나 치즈를 녹여 먹는 라클렛을 즐긴다. 치즈 구이 일종인 라클렛을 너무 좋아해서 거의 매일 저녁 식당을 바꾸어가며 라클렛을 먹은 적도 있다. 스위스 쪽 체르마트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시시각각 바뀌는 마터호른봉 촬영이다. 아침 햇빛을 받아 황금색 봉우리를 만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바위 빛깔 구름들이 정상 부분을 감싼다. 이내 구름이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와 마터호른봉의 반 이상을 감추어버리기도 한다. 구름에 가리지 않은 마터호른봉을 촬영하려면 운도 좋아야 하고 순간 포착도 잘해야 한다.

다시 이탈리아 쪽으로 방향을 틀어본다. 2050m 고도에 자리한 체르비니아 마을은 체르비노산 바로 밑이다. 이탈리아 쪽의 방대한 스키장은 방향을 찾기도 쉽지 않고 영어로 소통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체르비니아 마을의 스키 대표선수였던 스키 가이드에게 안내를 요청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알프스 남쪽의 풍부한 햇빛을 즐겼다. 가이드 말로는 슬로프 연장 공사가 완료되면 세계에서 가장 긴 슬로프를 가진 스키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선 눈이 번쩍 뜨이는 반가운 풍경을 발견하기도 했다. 체르비니아 마을 스키 리프트를 타는 곳에 현대자동차가 전시되어 광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리프트 스테이션 벽에는 삼성 갤럭시노트의 대형 광고 사진이 있었다. 또 체르비노산 쪽의 약 3000m 정도 되는 리프트 스테이션 벽에도 현대차 광고가 있었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 중에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를 보면 반갑기 그지없다. 특히 유럽 알프스 산골마을의 2000~3000m의 높이에서 만난 우리 기업의 광고는 깜짝 놀라움과 더불어 몇 배나 큰 반가움을 선물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우리 기업들의 광고판을 보면 너무나도 반가운 나머지 꼭 사진으로 남긴다. 파리 공항과 주변 도로,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중앙 역전, 모스크바 시내, 헝가리의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밭의 중앙을 달리는 고속도로 양 옆, 뉴욕 타임스퀘어 등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체르비니아쪽에서 하루 종일 스키를 타고 마을 어귀에 내리면 바와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체르비노산을 마주 보는 식당 야외 바에서 흐르는 경쾌한 음악이 알프스에 울려 퍼지고 모닥불 주위에선 즐거운 대화가 오간다. 스키를 거치대에 놓고 부츠 버클을 푼다. 스키복 지퍼도 내리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모닥불 앞에서 음악을 들으며 맥주로 목을 축인다.

행복의 세 가지 조건


▎클라인 마터호른 정상(3883m, 1만2739피트). 구름 위에서 촬영한 알프스산의 파노라믹 뷰가 장관이다.
주변 사람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대화를 나누면 그들이 추구하는 인생의 궁극적 목표는 대부분 ‘행복’이라고 이야기한다. 요즈음처럼 코로나 블루가 만연한 시기에는 행복감이 더욱 절실하다. 따라서 인생을 살고 사업을 하며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한 조건 세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첫째,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 어느 때 가장 행복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가를 돌이켜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지닐 때였다. 그러면 더없이 행복했다. 가족 중에 응급환자가 발생해 119에 연락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119 대원이 달려와 병원 응급실까지 안전하게 연결해준다. 너무 감사하여 회식비를 주려고 해도 절대로 받지 않는다. 119 대원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 뭉클한 감사함을 느낀다.

얼마 전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대면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필수노동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시작된 ‘고맙습니다, 필수노동자’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 캠페인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보건의료, 돌봄, 환경미화, 복지, 안전, 물류, 운송 등 필수노동자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탈리아 알프스 체르비니아 스키장 약 3000m 고도에 위치한 리프트 스테이션. 현대자동차 광고가 반갑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대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일상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자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필수노동자의 노고에 감사하며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널리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팽경인 그룹세브코리아 대표의 지명을 받아 이 캠페인에 동참했고, 오동욱 한국화이자제약 대표, 류양권 한국이콜랩 대표, 김현철 바이엘 컨슈머헬스 대표를 다음 참여자로 추천했다.

둘째, 예의를 지키는 사람은 행복하다. 요즈음 뉴스를 보기가 불편하다. 많은 지도층 인사가 예의를 갖추지 않아서 국민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자는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서 “예(禮)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비례물시 非禮勿視), 예(禮)가 아니면 듣지도 말며(비례물청 非禮勿聽), 예(禮)가 아니면 말하지도 말고(비례물언 非禮勿言), 예(禮)가 아니면 행하지도 말라(비례물동 非禮勿動)”라고 말씀하셨다. 예의를 갖춘 사람과 대화를 하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러나 예의가 없는 사람은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 예의를 갖추면 본인과 주변을 다 행복하게 한다.

셋째, 내일 할 일을 어제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시간 관리(Time Management)를 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일과를 제때 끝내지 못하면 일이 밀려 점점 더 어려운 형국에 빠진다. 하루하루를 밀린 일에 쫓겨 다니니 행복할 리 없다. ‘내일 하지’라고 생각했던 일이 한 해 두 해 미루어져 결국은 인생 전체가 지각생이 된다. 수많은 사람이 시간이 지난 후에 후회하며 불편한 삶을 살아간다. 미리미리 챙겨서 내일 할 일을 어제 했다면 느긋하게 여유 시간을 갖고 그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이루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지나가는 이 순간을 자기 것으로 승화하기 위해서 내일 할 일을 어제 하는 슬기와 실행력을 가지면 지금과 오늘이 행복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백신 접종으로 빨리 종식되길 바란다. 지금 불편한 시간조차도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해서 작고 큰 행복을 창출해 나아가길 기도한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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