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슈퍼스타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동안, 또 다른 스포츠웨어 브랜드 짐샤크는 SNS 헬스 인플루언서로 부상한 이들에게 상대적 푼돈을 투자해서 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살짝 제정신이 아닌 듯한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도 유별난 괴짜 중 하나가 바로 데번 러베이크(Devon Levesque, 28)다. 전문 헬스강사인 러베이크는 최근 참전용사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곰처럼 기어가는 ‘베어크롤(bear-crawl)’ 자세로 뉴욕시를 일주하는 42㎞ 노선을 완주했다. 베어크롤 자세를 한 채 시속 19㎞로 갈 수 있는 그가 지난 10월 30일 브루클린 대교를 건너 이스트 빌리지를 빠르게 지나 할렘으로 올라갔다가 지치지 않은 모습으로 결승점인 센트럴파크 오버룩 록(Overlook Rock)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50만 명에 달하는 팬이 환호했다. 도전 과정에서 러베이크는 영국 피트니스 스타트업 짐샤크(Gymshark) 제품을 내내 착용하고 있었다. ‘짐샤크’라니,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고? 틱톡(TikTok)에 들어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자본력 탄탄한 브랜드들로 넘치는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짐샤크는 14억 달러(기업가치 기준)가 넘는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러베이크처럼 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헬스타그래머들이 SNS상에서 짐샤크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판매하는 대가로 짐샤크는 이들에게 연간 6000~10만 달러를 지급한다. 창업자 벤 프란시스(Ben Francis, 28)는 홍보를 맡은 SNS 인플루언서들에게 오직 한 가지만 요구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되, 무조건 짐샤크 옷을 입고 하라’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자신의 가치와 일치하는 커뮤니티가 인정한 브랜드만 구매하려 합니다.” 프란시스가 말했다. “우리도 결국 하나의 커뮤니티입니다. 단지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죠.”품질이 좋은 25달러짜리 스포츠 반바지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접목하며 프란시스는 ‘Z세대를 위한 나이키’를 만들어냈다. 마이클 조던 같은 특급 스타를 영입한 엄청난 광고나 화려한 매장을 하나도 열지 않고도 이루어낸 업적이다. 지난 1년 동안 짐샤크 매출은 40% 증가해 3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8월에는 사모투자사 제너럴 애틀랜틱이 3억 달러가량을 주고 짐샤크 지분 21%를 인수했다. 이 투자계약으로 영국의 한 소도시에서 피자 배달원으로 일했던 프란시스는 대단한 결과물을 선보일 자금을 확보했다. 포브스는 그가 보유한 짐샤크의 지분 가치가 9억 달러는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헬스장에 가면 제대로 알고 운동하는 사람이 꼭 한 명씩은 있다”고 제너럴 애틀랜틱의 가브리엘 케이요 공동사장이 말했다. “그 사람들은 스타가 아닐 수도 있지만 헬스장 분위기를 주도하며, 사람들은 그를 따라 하죠. 그런 사람들이 바로 짐샤크가 찾는 인플루언서입니다.”
게릴라 마케팅스포츠웨어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다. 운동복과 스판덱스 의류, 운동화가 2019년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만 1760억 달러가 넘는다. 시장을 주도한 업체는 매출 390억 달러를 기록한 나이키, 230억 달러 매출을 올린 아디다스다. 그러나 운동복은 브랜드 간 큰 차이가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마케팅이다. 마케팅으로 거물급 운동선수 영입을 선택한 나이키는 평생 나이키를 입는 조건으로 르브론 제임스에게 10억 달러를 지불하고, 제작비를 폭탄 투입해서 만든 초호화 TV 광고에는 연간 1000만 달러를 지급하는 테니스 스타 나오미 오사카를 출연시켰다.나이키에 비하면 병아리 눈물 같은 예산을 가진 프란시스는 게릴라 전략을 제대로 활용했다. 인플루언서들에게 한 달에 500달러 정도의 소액을 주고 스마트폰 화면에 짐샤크 콘텐트를 띄우게 한 것이다. 물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보면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더 많다. 그러나 짐샤크의 구애 대상은 이들보다 나이가 더 어린 소비층이다. 그래서 청년층이 열광하는 일상의 영웅을 활용한 짐샤크의 마케팅은 틱톡에서 2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나이키의 틱톡 팔로워 수는 130만 명이고 아디다스는 0명이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업성은 더욱 좋아졌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택 격리로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보다 세련된 운동복 패션을 선호하게 되면서 짐샤크의 매출은 지난 분기 2배로 증가했다. 오프라인 매장 유지비 없이 매출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짐샤크의 오프라인 매장은 런던 코벤트가든 매장 딱 1개뿐이다. 덕분에 짐샤크는 나이키타운을 썰렁한 유령 타운으로 만들어버린 코로나19의 ‘리테일 대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재택근무를 하게 된 사람들이 건강과 피트니스에 투자하면서 스포츠웨어의 인기는 크게 높아졌다”고 런던에 본사를 둔 시장분석기업 글로벌데이터의 리테일 애널리스트 에밀리 솔터가 말했다. “짐샤크는 재택근무 트렌드로 수혜를 입은 대표적 기업입니다.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탄탄한 커뮤니티를 이룬 점이 성공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영국 출신이지만, 프란시스는 영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보다 미국 산타모니카의 머슬비치 스타일에 더 가깝다. 우스터셔주 브롬스그로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란시스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헬스 아이콘들이 근력운동을 하는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열심히 구독했다. 근방에 있는 애스턴대학교에 진학한 18살부터는 피자헛에서 야간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고 시간이 남을 때면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그런데 근육을 키워가면서 자신의 근육을 제대로 보여줄 셔츠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대학 동창 루이스 모건과 의기투합한 그는 기존 티셔츠에서 거추장스러운 부분을 찢어내 슈워제네거가 입었던 민소매 러닝셔츠 스타일을 만들고 역기를 들어 올리는 백상아리 그림을 로고로 그려 넣었다. 그리고 이 옷을 gymshark.co.uk 웹사이트에서 판매했다.“보디빌딩 옷은 영국에서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상으로 생각했던 유명 유튜버들에게 우리 상품을 보내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란시스가 말했다. 피트니스 전문 유튜버들이 자신의 탱크톱을 입고 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다 2013년 유럽 최대 보디빌딩 박람회 ‘보디파워(BodyPower)’에서 부스를 임대해 상품을 선보이면서 유튜브 홍보를 통해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만든 옷을 입었던 선수들의 구독자들이 부스로 몰려들어 와서 상품을 보고 싶어 했어요. 가지고 간 옷은 행사 기간 동안 다 팔아 치웠습니다.”하루 450달러 매출을 올리던 프란시스의 브랜드는 얼마 안 가 하루에 4만5000달러어치가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SNS 헬스 스타들에게 짐샤크 상품을 무료로 지원해준 덕이었다. 그와 모건은 대학을 자퇴하고 온종일 브랜드 육성에 힘을 쏟았다. 이전처럼 운동용 탱크톱을 계속 판매하면서 회사는 남성용 캐주얼웨어, 여성용 스판덱스 세트, 러닝복과 함께 폼롤러, 운동용 저항밴드, 비치타월 등 헬스 관련 상품을 모두 판매하는 ‘18살을 위한 룰루레몬’으로 성장해나갔다.제너럴 애틀랜틱이 수백만 달러 자금을 지원한 후부터 짐샤크는 미국으로의 사업 확장을 위해 영국 솔리헐에 위치한 직원 500명의 본사를 피트니스의 메카인 미국 덴버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일정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대신 지금은 배송 및 물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의 신속 배송에 익숙해진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에 맞추기 위해 캘리포니아와 오하이오에 풀필먼트 센터 2개를 열 계획이다. 풀필먼트 센터는 2021년 여름 개장을 목표로 한창 준비가 진행 중이다. 미국 팀 구축을 위해 올해에만 35명을 고용했고, 15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직원 중 4명은 인재를 영입하는 헤드헌터 역할과 미국에서 막 떠오르는 인플루언서 스타들을 관리하는 일을 전담하게 된다.“애플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누구보다 먼저 애플을 사용한 사람들은 건축가나 여타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유행을 앞서 가는 힙스터들이었다”고 프란시스는 말했다. “우리 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영양섭취량을 계산하고 데드리프트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합니다.”
※ How To Play It좀 더 나이가 있고 재정상태가 여유로운 사람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로는 룰루레몬(Lululemon)이 있다. 룰루레몬 또한 재택근무 트렌드의 수혜 종목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 본사를 둔 룰루레몬은 고급 요가 바지로 특히 유명하다. T. 로우 프라이스의 경우, 1200억 달러 자산 규모의 성장주 뮤추얼펀드에서 룰루레몬 주식 28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여름 룰루레몬의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50% 감소했지만, 대신 온라인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 북미 외 시장에서는 매출 증가세가 37%로, 훨씬 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룰루레몬은 앞으로 더욱 비상할 수 있다”고 펀드매니저 조지프 파스는 말했다.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매출은 계속 20%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ALEXANDRA STERNLICHT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이미지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