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경영의 화두는 단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위기 대응 전략이었다. 이를 ‘비즈니스 회복탄력성’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2021년 회복탄력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이 빠르게 논의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IDC는 최근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및 한국 기업의 혁신문화’를 조사하고 기업의 위기 극복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한은선 한국IDC 전무에게 분석과 설명을 들었다.
▎한은선 한국IDC 전무는 한국기업의 경우 혁신문화의 4대 요소 중 ‘사람’ 부분이 성숙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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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C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으로 실시한 ‘아태 및 한국 기업의 혁신문화’ 조사 결과, 한국 기업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팬데믹 전후 6개월간 아태지역 15개 시장에서 실시됐다. IDC는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기술 등 4가지 요소를 통해 ‘혁신문화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또 조직의 혁신문화 성숙도를 평가하고 이를 전통주의자, 초보자, 도입자, 선도자 등 4단계로 분류했다.이 분류에 따르면, 한국에서 선도자 단계에 들어선 기업의 비율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0.9%에서 2.7%로 3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기업의 혁신문화 성숙도는 12% 성장했다. 또 한국 기업 48%는 팬데믹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낙관적 성과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81%는 회복탄력성 확보에 혁신 능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아태지역의 선도 그룹 대비 한국 기업들의 혁신문화 성숙도도 평가했다. 아태지역 전체에서 약 8%에 불과한 선도자 기업들에 비해 한국 기업은 평균적으로 매출 회복, 디지털화 속도, 비즈니스 모델 재설계 등이 다소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아태 및 한국 기업의 혁신문화’ 조사에서 ‘혁신문화’와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정의했는가.이번 조사연구에서 ‘혁신’은 조직이 아이디어나 발명을 성공적으로 상업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로 전환하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코로나19 상황 등 시장 여건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혁신적인 변화 추진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단기적·장기적 회복탄력성과 경쟁력 차별화를 위해 프로세스 및 운영을 완전히 재설계하는 것도 포함한다. 회복탄력성은 조직이 어려움에서 신속하게 회복하는 능력이다. 운영의 최적 상태를 유지하고 새로운 조건에 적응하는 역량을 포함한다.
한국 기업은 코로나19 상황을 어떤 식으로 인식하는가.코로나19 상황은 분명히 기업 운영 방식과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파괴했다. 특히 건강에 대한 위협은 전 세계적인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어지면서 많은 조직이 기존 운영 방식을 다시 고려해봐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당면한 비즈니스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확대 적용을 모색하는 행보로도 이어졌다. 이번 조사연구에서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는 조직들도 확인됐는데, 조사에 응한 한국 기업의 48%가 코로나19를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들은 경쟁업체들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란 기대를 보였다. 예를 들면, 향후 ‘3개월 내에 비즈니스가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경우가 경쟁업체들보다 1.3배 높은 수준을 보였고, 자사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수준도 1.4배 높게 나타났다. 또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는 국내 조직 10개 가운데 8개 조직에서 혁신을 핵심적인 요소로 이해하는 한편, 절반은 조직 내에서 혁신을 쉽게 추진할 것이란 인식을 보였다.
최근 제품·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이번 연구를 기업의 위기 대응을 위한 변화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혁신문화 성숙도가 가장 높은 선도자(4단계) 그룹의 경우 디지털화의 속도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아태지역 선도자 그룹을 살펴보면, 87%가 조직에서 디지털 제품의 출시, 디지털 결제, e커머스, 자동화 등의 형태로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화로 가는 행보를 더욱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 62%로 좀 더 낮은 비중을 보였다.한국 기업들은 아태지역 선도자 그룹에 비해 디지털화 속도가 다소 더딘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결과,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선도자 그룹의 경우 디지털 매출 비중이 현재 40%에서 3년 내에 49%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아태지역 선도자 그룹은 현재 48%에서 3년 내 거의 60%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은 격차 해소를 위해 좀 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의 재구성이 활발하다. 주요 전략 중 유효했다고 판단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코로나19 상황에서 비즈니스 연속성과 회복탄력성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 6개월간 실행해온 주요 전략을 물어봤을 때, 국내 기업들은 주로 원격근무와 같은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하는 데 초점을 맞춰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새로운 환경에서 직원의 성과 고도화를 위해 업무 스킬의 향상(upskill)과 재교육(reskill)에도 집중했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다양한 디지털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많은 기업에서 업무에 대한 재해석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지능화된 업무 공간을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업무 환경을 마련해 고도의 민첩성을 구현했다. 그리고 서로 연결된 업무 환경에서 임직원의 참여를 확대하도록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코로나 이후에도 넥스트 노멀(next normal)로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회복탄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기회로 인식하는 기업들은 혁신 능력을 비즈니스 성과와 회복탄력성의 핵심 요소로 파악했다. 이번 조사연구에서 위기 상황에 가장 필요한 것은 비즈니스 회복탄력성과 혁신문화란 점을 확인했다. 새롭게 출현하는 도전 과제와 새로운 시장 상항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하게 혁신하는 능력이 바로 비즈니스 회복탄력성 측면에서 조직의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가 된다. 2021년 기업 전반에 혁신문화가 확대되면 조직을 신속하게 회복하고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세부적으로 기술, 사람, 데이터, 프로세스 등에 대해 향후 어떤 식으로 접근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좋겠는가.혁신문화 성숙도를 가늠하는 4가지 영역은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기술이다. 이 요인들은 조직의 새로운 변화 방향를 모색하는 데 힌트가 될 수 있다.한국 기업의 경우, 사람 부문을 제외하고 혁신문화 성숙도의 모든 측면에서 아태지역 전체보다 좀 더 높았다. 반면, 사람 부문은 1.85포인트로 4가지 요소중 가장 낮았다. 기술 부문도 1.98포인트를 기록해 사람 부문에 이어 약한 영역으로 평가됐다. 혁신문화를 폭발적으로 발전시킬 원동력이 요구된다.사람 부문의 경우, 위계적이고 전통적인 조직문화와 즉각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문화에서 벗어나 점차 혁신을 장려하고 그에 따른 보상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한편, 혁신 아이디어 발굴과 혁신문화가 기업의 가치가 되고 어디든 내재화되는 구도로 전개해야 한다. 프로세스 부문에서는 문서화, 표준화를 추진하며 종합적이고 자동화한 체계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데이터 부문은 데이터의 활용을 시작한 후,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을 제품 및 서비스 혁신에 적용함으로써 민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 부문은 일부 신규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서 시작하여 분리된 기술 환경이 API와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을 기반으로 통합되는 한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부합하는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경영진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새로운 업무 방식에 대한 재설계를 일차적으로 추진한 한국 기업에는 디지털 경제와 넥스트 노멀 환경에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재고가 최우선순위의 시대적 과제다. 코로나19가 알려준 교훈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고, 기존 계획의 속도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실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