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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속 비행을 즐기는 억만장자 

 

스릴을 즐기는 천부적 사업가 제러드 아이작맨은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면 미그기를 몰며 머리를 식힌다. 그만큼 거친 모험을 즐기는 그가 최근 또다시 모험을 단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엔진이 꺼져버린 레스토랑·호텔 결제처리 사업을 증시에 상장한 것이다. 과감한 결정은 성공했고, 그는 억만장자 위치로 날아올랐다.
“모든 사람에게는 ‘유용한 피로수명(fatigue life)’이 있다.” 아이작맨이 공군 용어를 빌려 자주 하는 말이다. 피로수명은 전투기 사용이 중단될 때까지 남은 비행시간을 뜻하지만, 아이작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은유적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충분해 보여도 주어진 비행시간에는 결국 끝이 오죠.” 그가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 있는 자신의 회사 시프트4페이먼트(Shift4Payments) 사무실에서 말했다. 시간은 오후 5시, 내일 아침에는 몬태나에 있는 집으로 갈 계획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할 때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옆에서 그의 형 마이클이 덧붙였다. “우리 모두는 피로수명에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까 할 수 있을 때 가장 멋진 일을 해내자는 게 동생의 신념입니다.”

37세인 아이작맨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이미 최대한 사용하고 있다. 15세 때 첫 사업을 시작했고, 1년 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부모님 집 지하실에서 신용카드 결제 터미널을 개발했다. 28세에는 세계 최대 민간 항공 군사기업 드라켄 인터내셔널(Draken International)을 설립했고, 8년 뒤에는 수억 달러를 받고 블랙스톤에 매각했다. 지난 6월에는 레스토랑·호텔 결제업체를 증시에 상장하면서 억만장자로 발돋움했다.

아이작맨보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억만장자 잭 도시의 결제업체 스퀘어(Square)가 동네 커피숍을 대상으로 한다면, 아이작맨의 시프트4페이먼트는 힐튼, 포시즌스, KFC, 아비스 등 덩치가 큰 국내 기업을 고객으로 삼아 레스토랑 및 호텔 산업에서 연간 결제금액의 33%에 해당하는 2000억 달러 이상을 처리한다. 시프트4페이먼트는 고객사들이 보유한 수십 개 매장과 영업장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결제 구조를 관리해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봉쇄로 미 전역의 레스토랑이 혼돈에 빠지고 그가 고대하던 IPO 로드쇼가 잠정적으로 연기됐을 때도 아이작맨은 계획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음식을 먹을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아이작맨의 재산가치는 14억 달러에 이른다. 시프트 4페이먼트의 보유지분 38%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드라켄에서도 미그 제트기 1대와 항공기 9대 등 1억 달러 상당의 추가 자산에 대해 일부 소수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작맨은 주당 80시간 넘게 일하는 생활을 이어오다가 휴식이 필요할 때면 음속보다 빠른 미그기를 몰고 총알처럼 날아다니거나 높은 산을 오른다. 새해 첫날에는 남극 대륙의 최고봉 빈슨산을 등정했다. 남극에서 1287㎞ 떨어진 4876m 높이의 얼음산이다. 정상을 150m 앞두고 탈수로 하산해야 했는데, 반드시 다시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작맨은 어렸을 때부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경험을 좋아했다. 뉴저지주의 조용한 교외 파힐스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그보다 8살 많은 형 마이클은 자신의 첫 집을 사서 독립했고, 4남매 중 첫째와 둘째였던 마크(30)와 티파니(27)는 이미 일을 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부모님과 함께 집에 남은 막내는 하루빨리 세상에 나가고 싶었다. “형과 누나가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은 별로 흥미롭지 않았어요.” 그가 말했다.

1998년 아이작맨은 나이가 2살 많은 친구 브렌던 로버(Brendan Lauber)와 함께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업체들의 웹사이트를 구축해주는 사업으로, 이름은 데코 시스템즈(Decho Systems)라 지었다. 뉴저지주 뉴프로비던스에 본사를 둔 결제업체 머천트 서비스(Merchant Services Inc., MSI)가 최초 고객사 중 하나였는데, 웹사이트 작업 외에도 컴퓨터 보안 관련 지원을 필요로 했다. 그러자 아이작맨은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아이작맨과 일하게 된 MSI는 이후 그에게 정규직을 제안했고, 16살이었던 아이작맨은 기회가 주어지자 즉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고등 검정고시 GED를 치렀다.

UBC 창업과 성공

MSI의 주요 사업은 마그네틱 선이 있는 신용카드를 긁는 투박한 단말기 판매였다. 은행에서는 소비자에게 카드만 발행해주고 소상공인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처리하는 데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결제 처리는 MSI 같은 외부 업체에 용역을 주면 끝이었다. 회사의 IT 부서에서 일했던 아이작맨의 눈에도 처리 절차가 쓸데없이 번거롭고 비용도 높았다. 동네 피자가게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받으려면 2주 동안 수많은 서류를 작성하고 수수료를 낸 후에야 결제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아이작맨은 “21년 전에는 신용카드 결제를 처리하려면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에 준하는 엄청난 서류 작업이 필요했다”며, “너무 많은 걸 요구했고, 회사에 부담이 됐으며, 심지어 전적으로 불필요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MSI에서 6개월을 보낸 그는 그 과정을 단축해서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시프트4의 선조 격인 유나이티드 뱅크 카드(United Bank Card)를 부모님 집 지하실에서 창업했다. 가장 먼저 고용한 사람은 당시 가정보안업체 영업부사장직에서 은퇴를 준비 중이던 자신의 아버지 던(Don)이었다. MSI에서 알게 된 인맥을 활용하고 조부로부터 1만 달러를 대출받은 아이작맨은 은행을 설득해 신용카드 단말기 판매에 필요한 개인식별번호를 발급받았다. 그다음에는 데코를 함께 창업했던 친구 로버를 고용했다. 로버는 다니고 있던 로체스터 공과대학을 중퇴하고 새로운 사업에 합류했다.

“강요할 필요가 없었어요.” 현재 시프트4의 터치스크린 ‘하버터치’ 소프트웨어 부서를 총괄하는 로버가 말했다. “제가 예언가는 아니지만, 그때 이미 그 아이가 ‘진짜’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인터넷 호황이 정점에 달했을 때였다. 두 친구는 단말기를 발급받고 신용카드 결제 처리 과정을 단순화하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했다. 아버지 던은 세일즈맨 경력을 활용해서 아직 운전할 나이도 되지 않은 미성년자가 이끄는 스타트업을 지역 업체들이 믿고 모험을 하도록 설득했다.

“밖으로 나가 제 나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이작맨이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저는 그냥 지하실에 숨어 있었죠.”

2003년이 왔다. 여전히 술은 마실 수 없는 나이였다. 그러나 아이작맨은 조부가 빌려준 돈을 다 갚고 뉴저지를 벗어나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았다. 창업 후 4년이 지난 회사는 수천 개에 이르는 신규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고, 애리조나에 사무실을 열었다. 다음 기회는 2008년에 찾아왔다. 금전출납기와 신용카드 단말기 기능을 합한,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터치스크린 ‘하버터치’를 출시한 것이다. 아이작맨은 “스퀘어보다 훨씬 전의 일”이라면서 자신이 선수를 친 경쟁기업의 이름을 줄줄 댔다. “우리는 다른 누구보다 크게 앞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죠.”

지난 수년간 맨손으로 시작해 회사를 키우며 격무에 시달리던 그는 그 무렵 번아웃에 빠졌다. 그래서 시작한 취미가 바로 비행기 조종이다. 처음에는 프로펠러기를 조종했다. 그러나 2년도 되지 않아서 갈증을 느꼈고, 비행기 조종을 위해 수백 시간에 달하는 비행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26살 나이에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 아조레스 제도와 알래스카를 경유해 다시 모리스타운으로 돌아오는 세계일주 비행을 61시간 51분에 완주하며 이전 최단 기록을 21시간이나 단축하는 엄청난 성과를 두 번째 시도 만에 거두었다. (인도 공무원들의 느린 업무 처리로 실패했던 2008년의) 첫 번째 시도 후 두 번째 시도까지 메이크-어-위시 재단을 통해 10만 달러가 넘는 기금을 모으는 데도 성공했다.

비행시간을 충분히 채우고 연방항공국(FAA) 자격사항을 충족하기만 하면 민간인도 군용기를 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바로 전투기 조종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이작맨의 취미는 점점 강도와 수준이 높아졌고, 2010년 공군 에어쇼 중대 선더버드 일원으로 비행 별명(아이작맨의 비행 별명은 짐작하겠지만 신인을 뜻하는 ‘루키’다)이 ‘스트로커’인 션 구스타프슨을 만난 후에는 취미가 아예 파트타임 직업이 됐다. 구스타프슨과 의기투합한 그는 전역 조종사와 항공기술이 뛰어난 민간인을 모집해 에어쇼 중대 ‘블랙 다이아몬드 제트 팀’을 조직했다. 이 팀은 NFL 경기나 인디500 자동차 경주에서 공중 곡예를 선보였다.

구스타프슨은 “민간인 신분으로 전투기를 몰다가 FAA의 관심을 받아서 인증을 받는 경우는 지극히 보기 힘듭니다”라며, “그만큼 아이작맨의 열망과 열정이 대단했음을 보여주는 거죠”라고 말했다.

1년 뒤 둘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군대는 비용 절감 모드에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외곽에 있는 넬리스 공군기지는 해군의 탑건 비행학교와 비슷한 곳인데, 이곳에서 가상의 적을 상대로 조종사 훈련을 시키는 데만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F-16기와 전투기 경험을 갖춘 조종사를 전방에서 후방으로 돌려 훈련에 배치하는 방법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졌다. 에어쇼를 하던 둘은 여기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훈련 과정을 외부 용역으로 해결하도록 공군을 설득하자고 결심한 것이다. 외국 동맹국에서 군용 비행기를 인수해서 비행기 비용을 낮추고 군에서 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전역 조종사를 영입해 훈련을 맡기면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동시에 공군 최고 조종사들은 네바다 사막에서 신입을 가르치는 대신 해외에 배치되어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다. 에어쇼 팀원 대다수가 계획에 찬성하면서 둘은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드라켄 인터내셔널(Draken International)을 설립했다.

아이작맨은 자신의 돈을 투자해 전 세계 각지에서 전투기 수십 대를 매입했다. 친구들이나 이전 동료들로부터는 최소한의 투자만 받았다. 뉴질랜드에서 가져온 더글라스 A-4 스카이호크, 남아공의 아틀라스 치타, 체코 공화국의 에어로 L-159 등 비행기 100대를 확보했다. 민간 항공군사업체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해군에는 이미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공군은 특유의 폐쇄적 문화로 악명 높아서 성역을 깨고 들어가기가 훨씬 어려웠다. 드라켄은 4년이 지난 2015년에야 첫 계약을 체결했다. 그마저도 새로운 시스템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예비 계약이었다. 넬리스 기지 사령관이자 시험비행 조종사로 7년을 복무하다가 드라켄 사업 개발 총괄로 합류한 스콧 ‘키드’ 포티트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포티트는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런데(아이작맨은) 어디에 니즈가 있는지 알았습니다”라며, “일단 그가 문 안에 발을 들여놓고 나니 공군은 그의 서비스를 더 받고 싶어 안달을 낼 정도였어요”라고 말했다.

에어쇼를 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더 많은 항공기를 인수하는 동안에도 아이작맨은 계속 결제사업을 운영했다. 그는 자신에게 당연해진 하루 16시간 근무를 수행하면서 이 중 약 15%의 시간만 드라켄에 썼다. 그는 “(드라켄에서는) 다른 누가 가져가기 전에 더 많은 전투기를 확보하면 일이 끝났습니다. 제 시간에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언제나 시프트4였죠”라고 말했다.

2014년에는 그냥 넘기기에 너무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가 초창기에 몸담았던 MSI가 매물로 인수 시장에 나온 것이다. 15년간 시프트4의 자금을 자기자본으로 꾸려왔던 아이작맨은 보유 지분 중 2억7900만 달러에 상당하는 53.5%를 사모투자사 프로스펙트 캐피털에 주식 및 채권 형태로 매각했다. 그리고 그중 현금 2억5000만 달러를 MSI 인수에 사용했다.

MSI 이후로 총 6건의 인수가 이어졌다. 2017년 프로스펙트가 뉴욕에 본사를 둔 사모투자사 서치라이트 캐피털에 3억2800만 달러를 받고 시프트4 지분을 매각한 지 1년이 지나서 아이작맨은 여러 건의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레스토랑 부문에서는 경쟁 소프트웨어 업체 3개를 인수하면서 고객사 10만 개를 함께 확보했는데, 이 중에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와 데니스 등 전국 체인점도 포함되어 있다. 2017년 11월에 진행된 시프트4페이먼트 인수는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였고,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시프트4의 고객 명단에는 시저스 팰리스와 PGA 투어 등 블루칩 고객이 있었다. 아이작맨은 시프트4 고객 명단을 가져가는 동시에 회사 이름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결정했다.

시프트4 인수로 아이작맨이 처리하는 결제 대금은 2배 이상 늘어나서 연간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업계 마진은 달러당 몇 센트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소프트웨어 버전 수백 개와 다수의 결제 단말기를 인수해 하나의 회사 이름으로 묶은 아이작맨은 이제 덩치가 더 크고 수익률도 높은 고객사를 공략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시프트4 인수는 단일 건수로 보면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인수였다”고 말했다. “전체 환대산업 시장의 큰 파이를 얻게 된 거죠.”

이렇게 하늘을 이미 높이 날고 있을 때 드라켄이 최대 계약을 수주했다. 시프트4 계약을 체결하고 7개월 뒤 넬리스 기지가 5년간 공군 조종사를 훈련시키는 2억8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제안한 것이다. 공군기지와 이런 계약을 맺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등학교 동창 로버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무엇이든 자신이 하는 일에서는 최고가 되는 친구입니다.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진 산업에서 빈손으로 출발하고도 최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죠.” 로버가 말했다. “‘보고, 정복하고, 최고가 된다’는 게 그의 성격이니까요.”

2020년 들어서 순재산가치가 9자릿수로 늘어난 아이작맨은 IPO 계획을 세웠다. 아직 수익을 내지는 못했지만 회사 매출은 7억31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IPO 이후 아이작맨의 근무시간은 훨씬 더 길어졌다. 2분기에는 6700만 달러 매출에 순손실 7500만 달러를 기록하긴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다. 지금 시프트4는 다시 고객을 확대하는 중이다. (NFL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 구단과 이들의 새로운 홈구장 얼리지언트는 7월에 시프트4와 계약을 체결했다.) 주요 경쟁업체인 엘라본과 프리덤페이 대비 수수료가 낮아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호텔과 레스토랑에는 아주 매력적이다. 아이작맨은 해외시장 진출과 함께 주요 사업인 환대산업 결제를 넘어서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을 구상 중이다.

- GIACOMO TOGNINI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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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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