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환의 시대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진 데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기업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기업 경영자나 조직의 리더는 변화된 세상을 정확히 읽어내고, 조직이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방향과 전략이 세워져도 실행하는 것은 조직이고,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돼 있다. 옛말로 ‘용인술’이고 요샛말로 ‘HR’이 중요한 이유다. 포브스코리아는 최신 리더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자는 차원에서 요즘 Z세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 ‘로드 오브 히어로즈’의 군주를 불러내 가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게임의 군주인 ‘로드’는 ‘부하를 덕질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인물로, 현대 리더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캐릭터다. 인터뷰어는 리더십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군주론』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를 소환했다.
▎ 사진:중앙포토, 일러스트: 클로버게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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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게임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3월 클로버게임즈가 출시한 스토리형 모바일 RPG ‘로드 오브 히어로즈(LORD OF HEROES)’의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게임 출시 넉 달 만인 2020년 7월 누적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더니 지난해 총 2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론칭과 더불어 대규모 스토리 업데이트를 통해 전 세계 유저들과 적극 소통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하는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착한 게임’으로도 주목받았다. 이 게임은 폭력성과 선정성을 배제했을 뿐 아니라 과금 유도 팝업이나 일일 퀘스트를 없앴다. 제작사의 철학 덕분이다. 단순한 게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으로 현실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자 했다. ‘영웅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주제를 실제 게임 운영·관리에도 그대로 투영해 게임의 진정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100만 유저가 이 게임에 푹 빠진 이유는 뭘까? 윤성국 클로버게임즈 대표는 “가상의 군주와 부하들(영웅들)이 각국을 점령하면서 여러 동료를 만나고, 통치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여정 속 진짜 재미는 군주와 영웅 사이에 긴밀하게 이뤄지는 ‘소통의 리더십’에 있다”고 말한다.포브스코리아는 클로버게임즈와 ‘리더십’을 색다르게 풀어보기로 했다. 일종의 가상 인터뷰로 16세기 이탈리아 정치 사상가 마키아벨리가 묻고, 21세기 ‘로드오브 히어로즈’의 군주가 답하는 식이다. 마키아벨리는 약 500년 전 집필한 『군주론』에서 세력 다툼으로 일관했던 이탈리아의 통합을 바라던 마음으로 ‘리더론’을 꺼냈고, ‘군주는 강하고 지혜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마키아벨리와 달리 ‘부하(영웅) 친화적’인 리더십을 강조한다. 포브스코리아는 고전과 게임의 관점 차이에 주목했고, 마키아벨리가 『군주론』 속 키워드를 중심으로 질의하면 로드 오브 히어로즈의 군주(로드)가 답하는 식으로 가상 인터뷰를 진행했다(게임 내에선 사용자가 로드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이하 마키아벨리): 자기소개를 부탁한다.로드 오브 히어로즈의 로드(이하 로드): 나는 ‘아발론’이라는 변방 소국을 다스리는 군주다. 군주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부족한 나를 따라주어 감사한 마음으로 아발론과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키아벨리: 로드의 기사단이 매우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어떤 개성을 가졌나.로드: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언제나 선두에 서주는 프람, 동료를 배려하며 항상 성실하게 모든 일에 임하는 요한, 말수는 적지만 언제나 책임감을 다하며 먹는 것을 좋아하는 미하일 등 모두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나는 이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마키아벨리: 왜 부하가 아니라 영웅이라 부르나.로드: 영웅이라 부르는 이유는 직접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이어서다.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또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등 각자의 신념으로 힘든 싸움을 헤쳐나가는 이들이다. 나는 단지 지시를 내리는 위치에 있을 뿐, 능력적으로 나은 점은 없다.
마키아벨리: 흡사 영웅들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 같은데 리더가 개개인을 다 아는 것이 힘들진 않나.로드: 군주의 자질 중 하나는 ‘깊이 아는 것’이다. 나는 이를 ‘덕질’이라 표현한다. ‘덕질’은 리더로서 아주 중요한 자질이라 본다. 개성과 성격을 파악하면, 팀으로 활동할 때 적절하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우리 기사단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 아는 상태에서 세우는 전략은 효과적이다. 곧 승리를 위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사실 모든 영웅을 단편적인 정보로 기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외운다는 느낌보다는 이해하려 한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거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각인된다(게임 내에는 실제 로드와 영웅의 대화가 많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가끔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정보를 총괄하는 ‘뮤’에게 물어보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웃음)
마키아벨리: ‘덕질’이란 말이 참 신선하다. 로드가 리더로서 가진 철학은 무엇인가.로드: 군주는 강력한 권력자로 보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권력의 좋은 점은 식사할 때 닭다리를 먼저 집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로 찍어 누르거나 권위로 다스리지 않으려 한다. 내가 가진 건 힘이 아니라 거대한 책임이다. 영웅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생각을 멈추지 말라고. 어떤 상황에서든 명령이나 지시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런 과정이 반복돼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바로 선다면, 항상 기대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다.
마키아벨리: 난 지도자의 자질은 그 부하를 보면 안다고 믿는다. 로드만의 영웅 영입 전략은 무엇인가.
▎ 사진:중앙포토, 일러스트: 클로버게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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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영입을 위해 따로 힘쓰는 것은 없다. 영웅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도모할지 목표를 공유하다 보면 함께할 수 있다. 내가 군주의 위치에서 영웅들에게 ‘기회를 베풀었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원래 세상이 주어야 할 기회를, 군주인 내가 임시로 전달하는 것뿐이다.
마키아벨리: 군주는 군대를 잘 이해해야 하지 않나? 로드는 영웅들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로드: 주로 듣는 편이다. 편안한 친구 같은 관계가 되려 한다. 보여주기 식으로 ‘나는 부담 없는 군주다’라고 어필하려는 건 아니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군주가 되고자 한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것도 상관없다. 사람은 긍정적인 말과 반응에서 힘을 얻지 않나.
마키아벨리: 내가 봐온 바로는 군주는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로드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은데, 군주는 어떤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보나.로드: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이다. ‘두려움’을 이용한다면 막강한 통제력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군주 개인에게만 매력적인 상황이다. 국가나 사회를 쉽게 통제하고 싶어 두려움을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인간의 진정한 힘은 자유와 행복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두려운 군주를 상대하는 이들에게서 자유로운 의견이 나올 리 없다. 내가 생각하는 군주란 단순하다. ‘믿을 수 있는 리더’. 군주란 사람들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이를 망각하지 않는다면, 믿음과 신뢰로 두려움보다 더 강력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 ‘심각한 상황을 깨달을수록 현명한 군주’라고 본다. 사태의 심각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계획하나.로드: 심각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사실 지금도 그리 여유롭지는 않다.(웃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나는 기사단과 국민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여러 가지 정보를 입수하면, 취합하고 정리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한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은 일단 기억해두고, 시급한 문제부터 처리한다. 상황이 여유로울 때는 여러 가지 위기를 가정하고 미리 대비해놓는 자세도 필요하다.
마키아벨리: 나는 ‘선’만으로 권력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실력과 힘을 갖춰야 통제가 가능한데, 로드는 어떻게 생각하나.로드: 평소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지만, 먼저 실력과 힘을 갖춰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은 누군가를 ‘통제’해 나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다. 인정받기 위해서다. 국민이나 영웅들도 모두 나를 평가할 수 있다. 사실 권력을 유지하고 싶다는 욕심은 아예 없다. 그래서 아주 괜찮은 사람이 나 대신 군주가 돼주면 좋겠다(.웃음)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군주 역할을 한다는 건 꽤 피곤한 일이다. ‘선’의 중요성은 사실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선이 실재한다’는 증명 또한 모두에게 필요하다. 모두에게 계속해서 선을 말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가 옳지 않다고 말하며, 스스로 선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선’은 권력을 지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위해 필요한 가치다. 그리고 선을 행하기 위한 도구가 바로 실력과 힘이라고 생각한다.
마키아벨리: 하나의 왕국을 다스리는 군주라 잘 알겠지만, 인류를 위해 전쟁은 피하는 게 좋다. 그러나 만약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로드는 어떤 자세로 전쟁을 준비하는가.로드: 최소한의 피해, 그러나 내가 지켜야 하는 나의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정작 그 일과 무관한 백성들, 군 병력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일단 결심했다면, 최단 기간 내에 전쟁이 끝날 수 있도록 적의 결정권자를 가장 먼저 공략할 것이다.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마키아벨리: 난 중립보다는 동맹이 낫다고 주장하는 편이다. 로드는 동맹을 맺나 아니면 중립을 택하나.로드: 중립이라는 것도 존중받아 마땅한 가치이지만, 개인적으로 동맹을 선호한다. 아발론에도 많은 동맹국이 있고, 실제로 군사력이나 문화, 기술 연구 등에 굉장히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서로가 인정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지향하는 바가 비슷한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동맹을 맺고 있다.
마키아벨리: 군주에게 가장 튼튼한 요새는 국민의 지지와 사랑이다. 로드가 지지를 얻는 비결이 있나.로드: 일단 신상필벌의 명확함이다. 누군가 멋진 일을 해낸다면 응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 두 가지만 잘 지킨다면 누구든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사람들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겉치레인지 진심인지는 누구나 구분할 수 있으므로 진실한 태도가 중요하다. 나는 내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만 집중하려 한다. 지지나 충성을 위한 전략이라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 비밀리에 시찰을 나가기도 하며, 기사단을 파견해 국민의 실생활을 파악하려 한다. 생활하는 공간이 다른 만큼 일상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없으니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키아벨리: 지혜로운 리더는 위대한 인물을 따른다. 로드에게 ‘위대한 인물’은 누구인가.로드: 위대함에 대한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것 같다. 나는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가진 자들을 꼽는다. 많은 이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투쟁한 사람들이다. 과거에 있었던 거대한 전쟁(로드 오브 히어로즈 내 전쟁 마도대전)에서 함께 싸워준 영웅 열두 명이 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싸운 이름 없는 병사들의 의지를 닮고 싶다.
※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클로버게임즈가 2020년 3월 출시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이다. 게임사의 과도한 현금결제 유도와 숙제(일일퀘스트 등)를 덜어내 주목받았다. 비주얼 스토리텔링 웹툰과 비슷한 스토리 진행으로 인기를 끌었다.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엔터테인먼트요소로 카툰 랜더링 그래픽을 활용해 생동감 있는 3D 캐릭터를 구현했고 강렬한 타격감을 살린 전투 시스템을 구축했다. 클로버게임즈를 이끄는 윤성국 대표는 국내 대형 게임사 ‘넥슨’에서 PC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마비노기’를 기획한 경험자다. 몬스터슈퍼리그 개발자인 그는 NHN에서는 서비스 기획 업무를 했다. ‘핑크퐁’으로 이름을 알린 스마트스터디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2017년 클로버게임즈를 창업했다. 연말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 마키아벨리 『군주론』 키워드· 지혜로운 사람은 위대한 인물의 본보기를 따른다.·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중립보다는 확실한 동맹이 낫다.· 군주는 군대를 알아야 한다.· 심각한 상황을 깨달을수록 현명한 군주다.· 오로지 ‘선’만으로는 권력을 지킬 수 없다.· 혼란보다 가혹한 조치로 질서를 세우는 것이 낫다.·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 지도자의 자질은 그 부하를 보면 안다.· 군주에게 가장 튼튼한 요새는 국민의 지지와 사랑이다.· 법과 힘을 적절히 사용하라.· 자신이 한번 내린 결정은 절대로 취소하지 마라.-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