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회사 CEO와 아트센터 이사장이 인연을 맺은 것은 9년 전이다.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대표와 정승우 유중재단 이사장은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의기투합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후원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대표(왼쪽)와 정승우 유중재단 이사장은 9여 년간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며 우정을 쌓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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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실용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럭셔리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술적 감각을 빼놓을 수 없다.” -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CEO“사진은 어떤 순간을 어떤 마음으로 포착하는지가 중요한데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님은 우연한 순간을 본인만의 관점으로 포착해내는 능력이 있다.” - 정승우 유중재단 이사장지난 6월 4일 서초구에 있는 한 갤러리에서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연신 흘러나왔다.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CEO와 정승우 유중재단 이사장은 이날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 앞서 카메라 앞에서 담소를 나누며 편안하게 포즈를 취했다.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연 주인공은 바로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CEO다. 갤러리 벽면에는 그가 그동안 출장지나 휴가지에서 경험한 다채로운 풍경들이 한 폭의 멋진 그림처럼 나란히 걸려 있었다. 베트남, 미얀마,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그가 16년 동안 방문한 아시아의 여러 장소가 그만의 ‘렌즈’에 담겨 보는 이들을 순식간에 그곳으로 안내했다.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는 지난 9년간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를 이끌어온 동시에 취미로 즐기던 사진에 대한 열정도 꾸준히 키워왔다. 그가 정승우 유중재단 이사장과 인연을 맺은 건 2012년 한성자동차가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드림그림(Dream Gream)’이라는 미술 영재 장학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드림그림은 예술적 재능과 꿈이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 40명을 선발해 이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하며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장학 프로그램이다. 정승우 이사장은 “(아우스프룽) 대표님이 처음 한국에 오셔서 드림그림 프로그램을 시작하셨을 때 첫해와 이듬해 전시회를 유중아트센터에서 열게 되면서 인연을 맺었다”면서 “그 이후로도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과 예술에 관한 공감대를 쌓으며 우정을 키워왔다”고 말했다.한성자동차가 지금의 청담동 사옥으로 이전하기 전, 방배동에 본사가 있었을 때 같은 방배동에 자리한 유중아트센터는 드림그림의 초기 무대가 됐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유중아트센터는 유중그룹 산하 비영리 공익재단으로 예술가들과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는 드림그림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드림그림은) 예술적 재능이 있지만 가정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친구들을 긴 호흡으로 지원하는 게 핵심”이라며 “8~10세 때 처음 드림그림에 참여한 친구들이 16~18세까지 예술적으로, 나아가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은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미술교육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성숙한 인간을 육성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라고 설명했다.
드림그림은 중고생 40명과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멘토 40명을 1:1로 매칭하고, 한성자동차 임직원으로 구성된 앰배서더들이 학생들을 정서적으로 지원한다. 유명 아티스트의 멘토링 프로그램, 서머 인텐시브 프로그램, 연말전시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이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서머 인텐시브 프로그램에는 대학 교수들을 초청해 캐리커처, 미디어아트, 컨템퍼러리 아트 등 매년 다른 커리큘럼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프랑스 몽블랑 화이트밸리(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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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친구들이 드림그림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멘토들을 만나 긍정적으로 바뀌어나가는 과정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드림그림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작품은 한성자동차 시그니처 향수의 패키지 디자인에 사용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이 밖에도 두 사람은 한성자동차 오토갤러리에 유중재단이 후원하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1년간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3년 이상 지속하며 공감대를 쌓아왔다. 유중재단은 매년 공모전을 열어 신진 작가들을 선발해 지원하는데 선발된 작가들은 유중아트센터를 무상으로 사용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외 예술품 경매에서 주요 당사자의 법적 책임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정승우 이사장은 후배 법조인들을 위해 고려대학교 법창의센터 개설에 1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또 고려대학교 세종교양교육원 겸임교수로도 재직하며 문화정책과 예술법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는 “(정승우 이사장이) 내가 사진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많은 모티베이션을 준다”면서 “두 번째 사진전이 유중아트센터에서 열렸을 당시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은 덕분에 사진을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예술이라는 공통분모
▎코스타리카 타마린도(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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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열렬한 아트 컬렉터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정승우 이사장은 1종 미술관 설립을 위해 100호 이상의 대작 위주로 국내외 주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는 유럽, 중동,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 작품을 수집해왔다. 두 사람은 얼핏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는 자동차와 미술에서 시너지를 찾고 있다.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럭셔리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면서 미술적 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하이엔드 브랜드 차량의 디자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언제나 ‘아트’가 있다”면서 “단순히 실용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럭셔리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술적 감각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사진을 향한 그의 열정은 컬렉터로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의 가치를 공부하면서 깊어졌다. 특히 친한 지인들과 전문 사진작가들과의 교류가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라이카 카메라와 아이폰이 그의 유일한 장비다. 다양한 장소에서 적절한 빛과 앵글, 시간을 포착하는 센스가 남다르다는 게 정승우 이사장의 추천사다. 정 이사장은 “사진은 어떤 순간을 어떤 마음으로 포착하는지가 중요한데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님은 우연한 순간을 본인만의 관점으로 포착해내는 능력이 있어 친구를 떠나 포토그래퍼로도 존경하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열정파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새벽부터 일어나 그날 기분에 따라 동선을 정한다. 그는 “사진을 찍고 싶은, 찍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영감(inspiration)을 얻으려고 한다”면서 “가끔은 집에서 회사까지 걸으면서 한강을 비추는 햇살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항상 풍경이 주는 고요함(serenity)과 엄숙함(solemnity)을 사진에 담으려고 한다”고. 앞으로는 더 진지하게 사진에 임해보고 싶다는 그는 더 많은 시간을 사진에 할애할 계획이다.
▎레바논 바빌로스(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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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시작한 사진 작업이 CEO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예스”라고 답했다. “평소 에너지가 넘쳐서 목표를 향해 지치지 않고 돌진하는 경주마 같은 스타일”인 그는 “사진을 통해 기다림과 인내심을 배운다”면서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에서 촬영을 시도하다 보면 인내를 갖고 지켜볼수록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한 발자국 떨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충분히 시간을 주고 사안이 무르익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편”이라고. 아우스프룽 대표는 “한국에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진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사안을 인식하고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 같은 철학은 그의 전시 테마와도 잇닿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우연의 순간(serendipity moment)’을 렌즈에 담았다. 그는 연내 정승우 이사장과 함께 유중아트센터에서 또 다른 개인전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 큐레이터들과 함께 테마와 스토리를 구상하고, 300여 개 사진 중에 60점를 추려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정된 공간에 전시하다 보니 똑같이 애정을 담은 사진들을 골라내야 해서 고통스럽다”며 웃어 보인 그는 “앞으로도 영감을 받은 공간, 사람, 건축을 비롯해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을 포착해 세상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사진 임익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