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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SK에코플랜트DT담당 

건설‘업’의 진화 

김영문 기자
SK건설이 SK에코플랜트로 문패를 바꿔 달고 환경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력 사업만 바꾼 게 아니라 ‘디지털’을 사업 조직 전반에 심은 친환경·신에너지 기업을 꿈꾸고 있다. 특히 조재연 DT담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SK에코플랜트 변신에 앞장서고 있다.

▎조재연 SK에코플랜트 DT담당은 “DT담당 산하 조직은 사업이나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해법을 찾는 곳”이라며 “SK에코플랜트가 자본과 기술, 인력을 연결하고 디지털전환을 통해 전 세계 환경문제를 풀어가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5월 국내 굴지의 건설사 한 곳이 사라졌다. SK건설이 기존 문패를 버리고, ‘친환경·신에너지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SK에코플랜트로 간판을 바꿔 단 것이다. 간판만 바꾼 게 아니다. 같은 해 12월 전기차 배터리,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수소 등 그린에너지 분야와 건설·엔지니어링사업을 분할해 ‘SK에코엔지니어링’ 법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플랜트 사업을 분할한 SK에코플랜트는 환경·신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SK그룹이 주력 사업의 중심축을 정체기에 접어든 ‘정유화학·반도체·통신’에서 ‘첨단소재·바이오·친환경·디지털’ 등 4대 영역으로 이동하려는 의지의 일환인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외유내강(外柔內剛)’ 전략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먼저 외부 기업을 유연하고도 공격적으로 품는 인수합병(M&A)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2020년 1조500억원을 투입해 수처리·폐기물 전문기업인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옛 EMC홀딩스) 인수를 시작으로 2021년에도 폐기물 소각 기업 6곳과 국내 최대 해상풍력 기자재 제작사 삼강엠앤티 경영권까지 확보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때까지 1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고, 올해도 인수합병에 공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지난해 △에코비즈니스 △에코에너지 △에코엔지니어링 △에코스페이스 △에코인프라 등 모든 사업 부문명에 ‘에코’를 붙이며 환경 사업 조직을 강화했다. 올해는 △에코비즈니스 부문을 △에코비즈Dev.(Development) BU(비즈니스 유닛) △에코플랫폼BU △에코랩 센터로 확대 재편하여 조직을 좀 더 촘촘히 꾸렸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에코랩 센터로, SK에코플랜트의 혁신기술을 발굴·개발·육성하는 환경 생태계 플랫폼 전략을 수립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T) 기반 환경 솔루션 개발을 맡게 된다. 특히 이 중심에 지난해 두산에서 SK에코플랜트로 자리를 옮긴 조재연 DT담당이 있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주역이다. 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트를 결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전략을 세우고 실행했다. LG전자 ‘LSR(Life Soft Research)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전공자와 함께 고객의 불편함을 경영학·공학·디자인 등 여러 측면에서 파악하고, 해결하는 디지털 상품·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다 미국 MBA를 거쳐 두산그룹 ‘트라이씨(Tri-C)’라는 부서에서 혁신 과제를 설계했고, 두산인프라코어에서는 전략·디지털 혁신 조직을 이끌었다. 환경 사업이 디지털화만큼이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해 초 SK에코플랜트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수송동 지플랜트(G.plant) 사옥에서 만난 조 담당은 SK에코플랜트의 미래 비전을 이렇게 설명했다.

DT담당 조직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DT담당 조직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사업을 효율화하고 확장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는 곳이다. DT는 말 그대로 조직 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란 큰 명제를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DT를 논하는 기업은 특정 사업부의 효율을 높이는 데 이 개념을 쓴다. 하지만 SK에코플랜트는 내부 오퍼레이션 혁신은 당연하고, DT그룹은 이 토대 위에서 ‘디지털화’ 관점으로 건설산업 전체를 굽어보는 기회로 삼아 업 자체를 진화하려 한다.

SK건설이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꾼 건 단연 업계 화두다.

해외 유명 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전 세계 건설산업 규모는 1경원이 넘는다. 이렇게 큰 시장임에도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물론 일부 기업은 ESG를 마케팅 수단으로만 쓰는데, SK에코플랜트는 환경 특화 건설 비즈니스가 아니라 환경, 신에너지, 건설업계 근간을 바꿀 ‘무엇’을 찾고자 했다. 사업 모델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DT그룹은 건설업에서 쌓은 업력을 바탕으로 폐기물처리, 수질개선, 공기정화,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여러 분야 밑단부터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건설사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았다니 의아했다.

업의 밑단을 훑고 나니 방법을 바꿔야 했다. AWS와 손잡은 건 산업의 정의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상징하는 사건이다. 실제 우리 회사는 ‘폐기물 소각로를 산다’가 아니라 ‘(이곳이) 어떤 가치를 (사회에)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인공지능(AI) 솔루션으로 폐기물 소각로 운용 효율을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일이 새로운 가치의 시작이다. AWS 서비스 덕에 CCTV, 센서, 논리제어장치 등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고, 그 데이터들을 현장 작업을 ‘최적화’하는 데 쓸 수 있었다. 운영 효율을 높이자 한 소각로에서만 질소산화물(NOx)과 일산화탄소(CO) 발생량이 각각 연평균 2톤씩 줄었다. 소각로 전류와 진동 등 비정상적인 작동을 감지해 유지보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솔루션 적용이 쉽지 않았을 텐데.


▎SK에코플랜트의 소각로 시설. / 사진:SK에코플랜트
폐기물 산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봐야 하는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무언가를 개선하고 바꾸려면 인지, 판단, 제어 등 세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폐기물 소각로가 운영되는 과정을 따라가보자.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빼고 나머지를 모아 소각장으로 보낸다. 이걸 태워 열에너지로 회수해 공급하고, 태우고 남은 재는 매립한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낙후시설로 분류돼 운영 메커니즘을 첨단화하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소각 사업은 대부분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전국에 흩어져 있어 데이터를 모으기도 어렵다. 우리가 곧바로 클라우드를 떠올린 이유다. 원거리에 있는 수많은 소각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아야 시설을 첨단화하고, 디지털화해서 무엇이 변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이것이 쌓여 ‘최적화’ 지점을 찾아내면 시설과 운영 표준화로 이어진다. 기존의 운용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며, 산업을 바꾸는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다.

소각로에서 AI 솔루션이 어떻게 쓰이나.

폐기물 소각시설 운영의 ‘최적화’ 지점을 찾는 데 쓰인다. 소각로 온도는 850~1000도를 유지한다. 1000도가 넘어가면 내화 벽돌 열화(환경의 영향을 받아 재료의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안으로는 알 방법이 없어 주기적으로 소각로를 끄고 식혀 내부를 점검한다. 만약 소각로 온도·압력·유량 데이터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어떤 폐기물을 어떤 주기로 얼마나 넣을지, 공기를 얼마나 투입할지 등을 현장관리자의 경험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AI 솔루션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해 온도 편차를 줄일 방법을 찾고 소각로 운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첨단 소각로를 건설할 때도 이 데이터는 꼭 필요하다. 하수처리장도 마찬가지다. 하수 유입 및 처리 과정에서 수질 데이터를 분석해 하수처리 과정을 효율화하고, 수질 데이터를 관리·분석하는 플랫폼에도 활용된다.

1000도에 육박하면 센싱 장비가 버티나.

맞다. 센서가 버티지 못한다. 일단 AI 솔루션으로 내부 온도가 1000도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지 않는 것이 관건인데, 내화벽돌이 대거 떨어지면 소각로 자체에 균열이 생기거나 손상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AI 솔루션은 소각로 컨베이어벨트 위에 달린 CCTV에서 탈락한 내화벽돌을 포착하는 이미지 센서와도 연동돼 있다. 원래 떨어진 내화벽돌에 관심이 없었지만, AI 솔루션에 내화벽돌 이미지를 학습시켜 탈락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현장 작업자들이 소각로 점검 시기를 조율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지금까지는 소각로 내부 상태와 상관없이 매달 2~3일이 걸리는 정기점검을 해왔다.

‘안심’이란 앱도 화제다.

이것도 데이터분석이 토대가 됐다. 고위험 작업의 종류와 과거 10년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의 강도와 빈도 데이터를 분석해, 당일 작업의 위험성과 안전사고 예방책을 안전책임자와 근로자에게 전달하는 스마트폰 앱이다. 채팅 기능이 있어 현장 내 위험 사항과 조치 내용 등을 바로바로 주고받을 수도 있다. 현재 통합 안전관리 관제센터에서 국내외 현장 위험 데이터를 실시간 종합 모니터링하고, CCTV와 웨어러블 캠으로도 이미지·영상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무료로 배포했고, ‘안심’ 이용자 수만 1만8000여 명이 넘는다. 현재 국내 여러 중소형 건설사 현장에서도 쓰인다.

공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실제 올해부터 공공 기관의 건설 현장에서 안전 상황을 실시간 관리하는 ‘안전신호등’ 제도가 시범 운영된다. 우리가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매우 위험한 사고 형태를 파악하고 안전 수칙이 새로 필요한 공정이 발견되면 이를 정부에 제안할 수도 있다. 앞으로 ‘안심’ 앱데이터를 바탕으로 ‘스마트 건설현장 위험성평가 시스템’이 국내 건설 현장 곳곳에 안착하는 데도 기여할 예정이다.

데이터가 중요해 보인다. 그럼 다른 업체들도 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하면 달라질까.

그렇지 않다. 여기서 오해가 좀 있다. 무작정 데이터만 쌓는다고 혁신이 일어날까. 아니다. 한때 시장에 ‘빅데이터 저장’ 열풍이 불었고, 많은 기업이 너도나도 데이터 모으기에 나섰다. 어떤 기업은 실시간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며 막대한 스토리지(저장) 비용을 물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쌓지 않아도 됐고, 필요 없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었다. 반대로 데이터를 무작정 쌓아놓고 보니 정작 필요한 데이터를 적절한 주기로 쌓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클라우드 솔루션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서비스를 적용해 현장에 적용할지는 오롯이 그 기업이 판단할 몫이다. 그만큼 기업은 ‘활용법’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SK에코플랜트뿐만 아니라 최근 SK그룹사 전반에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내 위치에서 답할 부분은 아닌 것 같지만,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제로 시티’ 얘기가 답이 될 듯싶다. 여기서는 건축물 에너지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도시 전체에 신재생에너지로 전기와 열을 공급해야 한다. 우선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건물 자체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은 물론 도시 곳곳에 촘촘히 깔린 전력망에도 연결해야 한다. 열병합발전소부터 폐기물·수처리 시설에 5G 통신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전기차 교통 인프라망도 포함된다. 거의 모든 기술과 업력이 동원돼야 한다. 점진적인 변화로는 혁신이 힘들고, 한꺼번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일 수 있다.

기존 조직문화와 충돌한 적은 없나.

‘저항감’ 같은 건 느끼지 못했다. 디지털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없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업계 ‘최초’인 경우가 많다 보니 디지털로 문제를 해결 방법을 찾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지금은 낙후시설 일부에 디지털을 이식하고 있지만, 데이터를 쌓다 보면 디지털 네이티브 시설을 개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현장 근로자들도 이해시켜야 한다. 현장 데이터와 그 의미 또는 작업 지시 등을 현장 구성원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도록 직관적으로 설계하는 이유다.

확실히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힘만으로는 다 대응할 수 없을 텐데.

그렇다. DT담당 조직을 처음 꾸리면서 했던 일이 답일 수 있겠다. 먼저 국내외 업계뿐만 아니라 여기에 연관된 산업 밸류체인을 쭉 펼쳐놓고 봤다. 특히 주목했던 건 시장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고충점) 찾기다. 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하거나 혁신 수요를 찾는 일이다. 시장의 페인포인트를 가장 잘 아는 곳은 역시 스타트업이었다. 이들은 문제해결을 앞세워 창업하고 틈새 전략으로 시장 판도를 바꾸려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실제 수많은 스타트업과 협력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터뷰하는 동안 그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운이 좋았다. 20여 년 전 삼성전자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업무를 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처음 접했고, 그 사이 세상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완전히 넘어갔다. 전 세계를 호령하던 기술 강자인 소니, 노키아는 저물고, 지금 인텔은 경쟁사에 밀려 맥을 못 춘다. 디지털 대전환은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렸고, 코로나19로 진정한 데이터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제대로 읽어낸 데이터를 업에 이식하는 일, 그게 바로 SK에코플랜트의 가치, 더 나아가 이 ‘업’의 가치를 새로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201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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