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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옛 안드리아스 APAC 총괄 부사장 

“韓 기업 의사결정 빨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속도 낼 것” 

김민수 기자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을 지원하는 레드햇이 마르옛 안드리아스 부사장을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부사장 겸 총괄로 선임했다. 25년 넘게 다양한 산업을 경험한 베테랑 경영인이다. 레드햇은 그녀의 리더십 아래 한국에서 기업, 정부 기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돕고 있다.

▎안드리아스 부사장은 “우리는 레드햇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레드햇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며 “사소한 차이지만 이런 마음가짐이 큰 변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 사진:레드햇
“한국은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내에서도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죠. 한국에는 세계적인 리딩 기업이 많고, 기술 도입 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 앞으로 더욱 많은 협업이 기대되는 나라입니다.”

지난 12월10일 오후 줌(Zoom) 미팅으로 만난 마르 옛 안드리아스 부사장은 한국 기업, 정부 기관과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올해 대구광역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진행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업은 레드햇 APAC 지역에서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할 만큼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안드리아스 부사장은 “일반적으로 정부 기관들은 데이터를 공공에 공개하기에 앞서 보안 측면에서 우려가 많은데 레드햇의 기술적 지원으로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며 협업 사례들을 소개했다.

먼저 대구시는 지난 5년 동안 급증한 지방정부의 업무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레드햇과 기존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대구시는 레드햇의 도움을 받아 대구시 클라우드(D-Cloud)를 구축했고 이후 더욱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IT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대구시가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LH는 처음부터 레드햇의 오픈 소스를 활용해 클라우드 기반의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었다. 시민들에게 도시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COMPAS’가 그것이다. LH는 데이터 보안 및 안정적인 개발 환경을 갖추기 위해 레드햇의 표준화된 개발 플랫폼을 선택했다. 이렇게 완성된 COMPAS 플랫폼은 향후 다양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활용될 계획이다.

안드리아스 부사장은 “2021년은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많은 해였지만, 아태지역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며 신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의 파트너사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공격적으로 전개하면서 오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용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IT 전문 경영인이 말하는 클라우드의 힘

안드리아스 부사장은 25년 넘게 산업의 흥망성쇠를 묵도한 장본인이다. 레드햇에 합류하기 전에는 호주의 최대 통신사인 텔스트라(Telstra)에서 전무이사로 아태지역 영업을 총괄했고,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HR 컨설팅 기업 랜드스타드(Randstad)에서도 10년간 고위 임원 직책을 맡은 바 있다.

오랜 기간 검증된 영업 리더십과 업계 전문성을 갖춰 온 그는 지난해 레드햇 아태지역 영업 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고객 만족과 팀 협업을 최우선시하며 빠르게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에서 신시장을 개척하고, 인수 후 통합 작업에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레드햇에 합류한 지 1년 만에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 자리에 앉았다. 레드햇은 그의 리더십 아래 아태지역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을 본격적으로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고객사마다 필요한 기술과 솔루션은 다르지만 다가올 5G와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기업들의 자체 데이터센터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조합한 오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정답이라고 강력하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태지역은 거대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역동적인 움직임들에 굉장히 매력을 느낀다”며 “지금은 싱가포르와 한국 간 비행 노선이 (코로나19로 인해) 닫혀 있지만, 조만간 한국을 직접 방문해 오픈소스와 클라우드 사업에 대해 직접 소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레드햇은 현재 포브스 500대 기업 중 90% 이상이 레드햇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사용할 정도로 B2B 사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안드리아스 부사장은 “레드햇이 온프레미스, 퍼블릭, 프라이빗 클라우드 등 종류와 상관없이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각 기업들은 CIO(최고정보책임자)들의 역할에서 클라우드 운영에 대한 비중과 책임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면서 “국가별로 현지 인력들을 최대한 활용해 필요한 지원책을 계속 제공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드햇은 정부 기관, 은행, 제조, 통신 등 4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5G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업하고 있다. 레드햇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솔루션과 삼성전자의 5G 솔루션을 결합해 다양한 미래 신기술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안드리아스 부사장은 “5G 기술을 리딩하기 위해서는 삼성과 같은 강력한 파트너와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롯데, 신한은행, KT 등 많은 파트너사와도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많은 기업이 간과하는 점은 기술과 솔루션 도입에만 매달리는 것”이라며 “기술과 오퍼레이션, 기업문화 등 삼박자가 조화롭게 맞물려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여정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만족시키고 싶다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변화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고객들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면서 “많은 이가 페이스북과 같은 SNS 앱을 친근하게 여기는 것처럼, 앞으로는 은행, 보험사, 정부 기관들도 이에 준하는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이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더 빛난 조직문화

레드햇은 2019년 IBM에 인수된 이후 아태지역에서 IBM의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십분 활용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안드리아스 부사장은 “IBM 산하에 있지만 레드햇은 여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고객사가 원할 경우, IBM과 협업해 이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리더십에 앉은 뒤 무엇보다 신경 쓰는 부분은 레드햇 임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다. 레드햇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시화되면서 곧바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이후 새로운 사업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을 세우고 재택근무에 필요한 가구와 IT 기기 지원, 멘탈 케어까지 섬세한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누적된 피로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도록 최근에는 아예 재충전하는 날을 지정했다. 3개월에 한 번씩 전 세계 레드햇 임직원들이 모두 재충전에 들어간다. 특히 리더일수록 멘탈 건강은 더 중요하다.

안드리아스 부사장은 “비행기에서 비상 상황 시 부모들이 먼저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뒤 자녀들에게 씌워주라고 하듯이 리더에게 문제가 없어야 조직원들을 제대로 케어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코로나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It’s okay not to be okay)’는 메시지를 전하며 더 나은 업무 환경 조성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화두는 여성 리더십이다. 그는 “아태지역에서는 여성들의 리더십 참여가 저조한 편이라 최대한 독려해나가고 싶다”면서 “한국, 일본, 싱가포르 모두 아직 여성 리더십의 훌륭한 선례가 없다. 아태지역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인 만큼 많은 여성 리더를 보유한 IT 리딩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 기업에서 리더십을 경험한 그가 생각하는, 아태지역 비즈니스에서 성공의 열쇠는 무엇일까. 그는 “답은 언제나 현장에서 성공적인 팀워크를 통해 도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인터넷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도 많은 이가 온라인에 데이터를 올리는 데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다. 클라우드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객들을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충분한 스킨십을 거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며 수년 안에 대중화될 오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202201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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