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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민 엠로 대표 

韓 토종 공급망관리 SW 업체 엠로의 도전 

김민수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업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을 가져오면서 세계적으로 공급망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위한 SCM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국내 SCM 소프트웨어 1위 업체인 엠로가 주목받고 있다.

▎송재민 엠로 대표는 20여 년간 한국에서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를 토대로 해외시장 진출 초읽기에 나섰다. 그는 “SAP 아리바, 오라클 등 유수의 글로벌 IT기업들과 경쟁 속에서도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발생한 글로벌 공급망 이슈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다. 전 세계를 촘촘하게 이어주던 연결이 한순간에 끊기면서 기업들은 ‘공급망 리스크’를 체감했다. 특히 전 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주요 국가들이 안보 차원에서 자국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나서도록 부추겼다. 이렇게 촉발된 자국우선주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에 차질을 던졌다. 얼마 전 발생한 ‘요소수 파동’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공급망 관리를 어떻게 잘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필수인 시대가 됐다.

그 어느 때보다 공급망관리 혁신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업에서도 SCM 솔루션 분야의 신기술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 애플은 SCM 전문가인 팀 쿡 CEO의 탁월한 공급망관리로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송재민 엠로 대표는 “코로나 이후 사무 환경 변화에 대한 수요와 AI 등 신기술 도입을 기반으로 한 SCM 혁신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엠로는 기업에 구매 SCM 솔루션을 공급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로, 구매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최적화하는 B2B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발생한 물류대란으로 SCM의 효율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40여 곳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엠로의 SCM 솔루션을 통해 연간 110만개 넘는 품목이 거래되고 있으며 거래대금은 500조원을 넘겼다.

특히 LG와 한화 등 대기업 오너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젊은 총수들이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 LG 계열사 3곳, 한화 계열사 3곳이 엠로의 SCM 솔루션에 AI 기술을 추가 도입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했다. 엠로의 AI 기반 디지털 혁신 솔루션은 품목 기준 정보 관리, 비용 자동 분류, AI 기반 OCR, 지능형 수요예측, 지능형 재고관리 등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2000년에 설립된 엠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신제품 출시와 사업 확장으로 지난 21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28%를 이어왔다. 설립 후 초기 10년 동안 국내 시장을 개척하며 구매 SCM 솔루션 분야에서 확고한 국내 1위 업체로 도약한 뒤, AI와 블록체인, 글로벌 웹 표준 기술, 클라우드 솔루션 투자에 집중하면서 2019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계단식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엠로 클라우드는 엠로의 구매 전문성과 기술력을 집약해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라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구매 업무는 계약·검수·정산 등에서 협력 업체와 수많은 접점이 이뤄져야 하는데 비대면 환경에서는 제약이 많다. 이런 환경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업무를 도울 수 있다. 송 대표는 “구매 업무를 위한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면 6개월 이상 걸리지만 엠로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2개월이면 된다”며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 Software as a Service)로서 자체 시스템 구축 대비 약 40%의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SCM 솔루션을 구축하지 않고 클라우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사가 35개사에서 84개사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면서 “대기업 고객들의 클라우드 전환과 이익률이 높은 라이선스, 기술지원 부문이 동반 성장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가 SCM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미국 회계법인에 근무할 때였다. 당시 닷컴 열풍이 한창이었다. 송 대표는 “소규모 기업들이 수천억원대 기업공개(IPO)를 하는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오리란 걸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더는 규모의 경제가 아닌, 네트워크를 통한 경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한국에 돌아와 투자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가 한국투자파트너스 팀장으로 처음 투자 심사를 담당한 곳이 바로 엠로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닷컴 열풍이 꺼지면서 엠로는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본잠식에 빠졌다. 송 대표는 당시 작은 벤처회사의 CFO로 있으면서 투자 경험을 쌓고 있었다. 경험이 쌓일수록 직접 사업을 해보자는 마음이 커졌다. 그때 그는 자본잠식 상태였던 엠로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봤다. 그러고는 적은 자본금으로 회사를 흡수합병하며 2005년부터 대표이사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

엠로는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320여 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SK, 한화, 현대중공업그룹 등 다수의 글로벌 대기업,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도로공사 등 대표적 공기업, 에코프로비엠, F&F, 하이브, 엔씨소프트, PI첨단소재, K-Car, 우리은행 등 신흥기업과 금융권에 이르기까지 엠로의 SCM 소프트웨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과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엠로가 이처럼 확고한 고객기반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은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해온 데 있다. 송 대표는 “임직원 260여 명 가운데 80% 이상이 프로그래밍 및 데이터 전문가로, 갈수록 높아지는 고객의 눈높이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기존 대기업 고객의 클라우드 전환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중소·중견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능형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등 AI 솔루션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지난해 엠로는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 441억원, 영업이익 6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5%, 17.7% 증가했다. 초기 시스템 설치에 비용이 집중되는 기존 SCM 솔루션과 달리 클라우드 솔루션은 매월 과금 형태로 수수료를 거둘 수 있어 장기적인 수익 확보에 유리하다.

송 대표는 “AI 기반 알고리즘에 기반한 디지털 혁신 제품과 클라우드 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며 “SCM 솔루션이 똑똑해질수록 정확하고 효율적인 구매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전략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20여 년간 한국에서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를 토대로 해외시장 진출 초읽기에 나섰다. 그는 “SAP 아리바, 오라클 등 유수의 글로벌 IT기업들과 경쟁 속에서도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 있다”며 “인재 확충을 통해 미국과 일본 등으로 사업 확장을 타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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