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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웰든 KIS제주 대학 진학 카운슬러 

실용주의에 입각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 

이진원 기자
지난 2011년 제주도 영어교육도시 내에 설립된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Korea International School Jeju, 이하 KIS제주)는 KIS판교와 KIS서울의 자매학교다. 설립 10주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트레이시 웰든(Tracy Weldon) KIS제주 대학 진학 카운슬러에게 KIS제주의 최근 대학입시 성과와 졸업생들의 활약상, 이를 뒷받침하는 교과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KIS제주에 몸담고 있는 유치부~12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1100여 명은 대학입시를 치를 때까지 다양한 자양분을 공급받는다. 학생들은 미국 외 학교에서 적용하도록 고안된 미국식 교육 커리큘럼(AERO)과 더불어 모의유엔·펜싱·패션 디자인에 이르는 교과 외 활동, 다양한 대외봉사활동과 스포츠 대회 참여 등을 경험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학생들은 관심 영역을 확대하고 기술을 향상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갖춰나간다. 즉, 목표를 향해 몰입하는 능력을 기르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훈련을 마친 후에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KIS제주의 이러한 입체적 인재 양성 프로젝트는 대학입시와 졸업생의 대학 진학 및 사회생활에서 빛을 발한다. KIS제주에 따르면 2021년 졸업생 72명이 글로벌 82개 대학으로부터 265건에 이르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졸업생 1인당 3.7건의 합격 통보를 받은 셈이다. 합격 대학은 65%가 미국이고, 나머지 35%가 국내, 아시아, 유럽, 캐나다 등이다. 주요 미국 대학에는 컬럼비아대, 코넬대, 존스홉킨스대, 밴더빌트대, 카네기멜론대, 보스턴대, 뉴욕대, 펜실베니아주립대, 퍼듀대, UCLA를 포함한 UC계열 등이 포함됐다.

웰든 카운슬러는 “지난해에 전년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전반적으로 좋은 대입 성과를 거뒀다”며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계획에 적합한 전 세계 여러 우수 대학에 진학함으로써, 미국 외 대학으로도 졸업생을 보내려는 우리 학교의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글로벌 대학 진학 성과를 넘어 각 대학에서 적극적인 활동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졸업생들도 소개했다.

“미국 컬럼비아대에 진학한 김인우 졸업생은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과 미니UN포럼에 참여하고 학보사인 ‘컬럼비아 폴리티컬 리뷰’의 학생기자로도 활약하고 있어요. 그 학생은 동아시아학회 칼럼니스트이자 컬럼비아정치연합 동아리의 학생 대사도 맡고 있죠. 그리고 조지타운대 외교학부 국제정치학을 조기 졸업한 김범준 졸업생은 최근 글로벌 싱크탱크인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에서 현재 인턴십 중이에요. 또 KIS 시절 글로벌 재능기부 강연인 TEDex제주의 리더였던 유주희 학생은 미국 코넬대 진학 후에도 TEDex코넬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군 관련 비즈니스를 창업한 졸업생, 유명 음악가와 혁신적인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졸업생 등 자랑하고 싶은 KIS제주 동문이 많아요.”

지난 2016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KIS제주는 졸업생들이 이제 막 다양한 경력을 쌓기 시작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동문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IS제주 학생들이 차별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웰든 카운슬러는 “뛰어난 영어 토론 능력과 더불어 환경·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외향적인 자세”라며 “KIS제주 재학 시절 늘 토론과 발표 중심의 수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요. 자신의 이상과 열정을 특정 프로젝트를 통해 행동을 취하는 데 익숙하죠. 모든 수업을 프로젝트 기반으로 운영한 덕분입니다. 그래서 혁신을 찾아 연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추구하거나 과학, 예술, 디자인 등 여러 부문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드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실용주의에 입각해 교실을 넘어 실제 사회, 과학, 정치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할 수 있도록 의제를 던집니다. ”

“왜 중요하며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가”


▎KIS제주 졸업생들은 전 세계 유수 대학에서 다음 레벨로의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열린 졸업식에서 김인우 학생대표가 졸업사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KIS제주의 여러 AP(Advanced Placement, 대학과정 선이수 학습) 수업, 우수반(Honors Class) 수업, 선택수업에서 주어지는 과제를 해결하면서 각각 새로운 영감을 받고 이슈에 대해 깊이 사고하도록 요구받는다. 교사는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지원한다. 특히 기존 방식과 다른 각도로 접근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결과물을 산출할 것을 강하게 권장한다.

“AP 세미나, AP 언어 수업에서 논쟁의 기술, 논증적 글쓰기 노하우를 배운 학생들은 실제 특정 사안에 대해 이 논의가 왜 필요한지를 스스로 고안한 방법으로 설명하는 프로젝트를 설계해요. 프로젝트 결과물은 기존처럼 문서가 아니라 비디오나 온라인 리포트 형식으로 논제와 주장을 담아내죠. 과학 수업에서도 여러 기존 방법론을 습득한 후 자신만의 실험과 프로젝트를 시도해봐요. 특히 로보틱스 프로젝트는 우리 학교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웰든 카운슬러는 실제 유튜브에 올라온 KIS제주 학생들의 한 프로젝트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이 프로젝트는 미래 식량으로 꼽히는 식용 곤충을 식자재로 이용해 ‘비틀스(Vittles)’라는 라면 제품을 개발한 영상이다. 학생들은 영상에서 국내외 라면 소비량, 나트륨 함량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식용 작물과 육류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개발 배경과 더불어 식용 곤충 라면의 비용효용성, 친환경성, 영양정보, 맛 등을 설명한다. 실제 이 프로젝트는 국내 식품기업과 한국곤충산업중앙회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실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 학생들은 ‘비틀스 라면 먹기 챌린지’를 제안하며 마케팅까지 기획했다. 웰든 카운슬러는 “학생들의 프로젝트 결과물은 글로벌 유수 대학 진학에서 시험점수 경쟁을 넘어 그들의 재능과 실력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입학 자격을 판단할 때 성적과 시험 점수를 기본으로 본 후에,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눈에 띄는’ 학생을 찾아요. 대학의 전공과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학생을 찾는 과정이에요. 중고교 시절에 경험한 적극적인 동아리 활동, 예체능 활동, 개별 공학 프로젝트는 학생을 돋보이게 만들고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어요.”

KIS제주는 진학·진로 계획을 세울 때 어떤 분야를 선택하든지 실용 사례와 필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자유 선택 수업제를 운영하고 있다. 웰든 카운슬러는 “모든 교사는 특정 사안에 대해 이것이 왜 중요한지, 왜 우리가 이것을 배우는지, 이런 고민이 우리 삶을 어떻게 실제 바꿀 수 있는지를 학생들에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 마인드셋 vs. 고정 마인드셋

웰든 카운슬러는 하버드대학원에서 고등교육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사립학교를 거쳐 중국, 스위스의 국제학교에서 진학 카운슬러로 일해왔기에 상담 경험이 많다. 그는 2년 전 KIS제주에 합류한 후에 경험한 한국 학생들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한국 학생들과 진학 상담을 하며 느낀 점은 학생들이 정말 매사에 열심히 임하고 진심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고 대부분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의 학원 문화도 특이한데, 좋은 컨설턴트와 학원도 있지만 그들의 조언과 작문 지원이 학생에게 상처를 주거나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어요.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의 진정한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듣고 싶어 해요. 하지만 컨설턴트에 의해 만들어진 에세이는 대학에서 아주 쉽게 걸러냅니다. 많은 학부모가 에세이 작성에 도움을 받으려고 컨설턴트에게 거액의 비용을 지불해요. 하지만 학생들의 언어 구사력이 컨설턴트보다 훨씬 좋으며, 지도를 받은 형식적인 내용보다 훨씬 강력하고 직설적이며 진실이 담겨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요.”

더불어 입시 전문가로서 시험 준비 요령과 대학 입학사정관의 판단 기준에 대한 조언도 전했다.

“SAT(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나 AP 시험 점수가 높으면 입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표준화된 시험 점수가 합격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아니에요. 코로나19 이전에 일부 대학들이 시험 점수 제출을 필수가 아닌 선택제로 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대학으로 확대됐어요. 한국 학생의 경우 학원에서 AP 시험 준비를 과도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학생이 지치거나 압박감에 시달릴 수 있어요. 대학 입학사정관은 고교 생활에 몰두하고 학내의 여러 기회를 잘 활용하는 학생에게 관심을 많이 둔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는 “학생들의 시험 점수 통계를 보면 SAT를 반복해서 치를수록 초기에는 점수가 오르지만 일정 시점 이후로는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고2까지 SAT를 끝내는 것이 입시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웰든 카운슬러는 한국 학생들에게 ‘성장 마인드셋과 고정 마인드셋(Growth Mindset vs. Fixed Mindset)’ 전략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 이론은 현재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유명한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rk)의 연구다.

“이 두 가지 상반된 마음가짐은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요. 어떤 사람들은 성공이 타고난 능력에 근거한다고 믿으며 지능이 고정돼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고정 마인드셋이죠. 반면 성공이 근면, 학습, 훈련, 집요함에 기반한다고 보는 이들은 지능이 성장하거나 증가한다고 보죠. 이것이 성장 마인드셋입니다. 이렇게 다른 시각은 결국 실패를 경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냐에서 극명하게 차이점을 보입니다. 고정 마인드셋은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성장 마인드셋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드웩 교수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유롭고 성공적인 삶을 살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INTERVIEW] 홍훈석 KIS제주 1회 졸업생 - 현실 문제 해결에 정면으로 나서다


홍훈석 씨는 KIS제주 졸업 후 싱가포르국립대(NUS)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현재 공군본부에서 참모총장 전담 통역장교로 복무하고 있다. 그는 대학시절 싱가포르 한인 사회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더 나은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그 성과는 바로 NUS에 없었던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군입대 장기휴학제도를 제안, 관철한 것이다.

“싱가포르, 영국, 홍콩 등 특정 국가의 대학에서는 군복무를 위한 장기 휴학이 불가능했어요. 한국인 유학생들은 졸업 후 군복무가 진로 계획에 있어 부담이었고 고민이 많았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NUS 총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이 이슈를 알리고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결국 NUS에서 제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제는 싱가포르 내 다른 학교에도 확대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는 NUS에서 학생회 임원으로서 총장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이때 요구를 앞세우기보다는 상대방 입장에 입각해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발휘했고 바라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홍씨는 KIS제주에서 중고교 시절 학생회장, 모의UN활동, 축구선수 활동에 전념한 바 있다.

그는 향후 진로 계획에 대해 “전공과 군복무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 외교·안보에 공헌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INTERVIEW] 강태욱·김서연 KIS제주 재학생 -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개발자를 꿈꾸다


KIS제주 재학생인 강태욱(12학년, 사진 왼쪽)학생과 김서연(9학년)학생은 최근 삼성전자가 주최한 ‘삼성 주니어 SW창작대회’에서 각각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이들은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노인의 편의성을 높이는 실용적 장치를 개발한 것이 높게 평가됐다.

태욱: 학생이 개발한 키오스크는 AI 얼굴 인식을 통해 고령자, 외국인, 시각 장애인 등 여러 모드로 전환되고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자동으로 높이를 조절한다. 또 서연 학생은 시각장애인이 음성으로 특정 물건을 말하면 실시간으로 그 물건이 있는 곳까지 방향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개발 동기는 무엇인가.

태욱: 장애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노약자들이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함을 겪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잘 사용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더 나은 기계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개발은 쉽지 않았지만 혼자 많은 것을 찾아보며 시도해봤다.

서연: 시각장애인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모든 것을 촉각에 의존해 찾아야 하므로 감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기사를 봤다. 아버지가 시력이 좋지 않아 물건 찾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게 동기가 됐다.

향후 진학·진로 계획은?

태욱: 컴퓨터과학을 전공해 지속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개발을 하고 싶다. 기술적인 부분은 더 배워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공유하는 가운데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서연: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싶다. 우리 할머니처럼 병상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대신 말해주고 대신 움직여주는 고성능 로봇을 개발하고 싶다.

※ 트레이시 웰든 KIS제주 대학 진학 카운슬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웰밍턴 심리학 학사,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 석사, 하버드대 고등교육학 석사, 미국 소재 사립학교 입학처 근무, 스위스·중국 등 국제기숙사학교 진학 카운슬러, 2019년 KIS제주 대학 진학 카운슬러로 합류.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2202호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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