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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26) ‘설국(雪國)’ 홋카이도에서 떠올린 인생 공식 

 


▎홋카이도의 토마무 스키장 정상에 신설이 내려 순결한 흰색 눈꽃과 파란 하늘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야호! 밖에 눈이 온다! 겨울날 눈이 내리면 남녀노소 막론하고 동심으로 돌아가 가슴이 설렌다. 밖으로 나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하면서 마구 뛰어놀고 싶다. 지난 주말, 눈이 온 후 남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재미있게 생긴 눈사람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추위도 잊은 채 사진을 찍으면서 정상까지 즐겁게 산책했다. 눈이 내리는 계절, 겨울이 되면 눈의 나라(雪國) 일본의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해 3시간 정도 비행하면 닿는 거리다. 겨울이면 홋카이도에는 거의 매일 눈이 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엄청난 양의 눈이 뿜어내는 이색적인 설국의 풍물을 경험할 수 있다.

개인의 수양이 모든 일의 출발


▎삿포로 눈축제에서 만난 곰돌이 조각. 가슴에 하트 마크가 귀엽다.
#1. 작은 눈송이가 포슬포슬 내린다. 도착한 날도 내리고 그다음 날도 내리고 매일매일 내리더니 떠날 때까지 내린다. 그 깊은 눈 속에서 스키를 타고 질주하면 눈은 밀가루나 설탕 가루처럼 부서져 날아간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니세코 스키장의 모습이다. 니세코 마을은 파우더 스노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설탕 가루 같은 눈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끼며 스키를 즐기는 것은 너무도 상쾌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다. 특히 잘 만들어놓은 스키 슬로프에서 타는 것보다, 숲속 나무 사이로 스키를 타면서 내려오는 기분은 인공적인 슬로프에 비해 몇 배나 더 즐겁고 스릴 있다.

니세코에서는 두 곳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며 겨울 여행을 할 수 있다. 먼저 힐튼 니세코 빌리지에서 숙박을 하며 빌리지 안에서 스키를 타고 별도로 준비된 식당과 쇼핑가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대형 호텔에 각종 시설이 편리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겨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스키를 마치고 나서 옥외에 마련된 온천탕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온천욕을 하고 피로를 푸는 건 여행의 백미다. 이곳에서 겪은 재미있는 경험이 떠오른다. 한 스키숍을 방문해 자연설용 프리스타일 스키를 구했다. 사이즈를 선택할 때 키와 몸무게, 나이를 알려달라고 해 적어주었더니 50%나 할인해주는 것이 아닌가? 조금 놀라서 “왜 할인을 해 주느냐”고 물었더니 시니어라서 그렇단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나이 덕을 보고, 더욱 신나게 프리스타일 스키를 즐겼다.

두 번째는 니세코 지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그랜드 히라후 스키장 베이스타운에 숙박하면서 낮에는 스키를 타고 저녁에는 마을의 다양한 식당이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히라후에서 설질이 가장 좋은 파우더스노를 헤치며 스키를 타는 것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멋진 경험이다. 스키를 타다가 잠깐 쉬는데 멀리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운 산이 보였다. 마치 후지산을 옮겨놓은 듯한 ‘요테이산(羊蹄山, 요테이잔)’이다. 표고 1898m인 성층(成層) 화산인데 너무 멋진 풍광이라서 스키를 타면서 짬짬이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산의 모양새가 후지산을 너무 닮아서 ‘홋카이도의 후지’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히라후에서는 작은 부티크 호텔에 묵었다. 지하에 있는 조그만 온천에서 일찍 온천을 하고 스키를 즐겼다. 스키 후 저녁에도 다시 온천을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저녁에는 마을 거리 전체가 활기로 넘치는데, 놀라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사람보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온 이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니세코의 훌륭한 설질의 파우더 스노를 경험하기 위해서 수많은 외국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심지어는 많은 외국인이 아예 이곳에 이주해 살며 여러 식당을 운영해 유럽 알프스마을에서나 맛볼 수 있는 치즈 구이인 라클렛을 와인과 더불어 실컷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저녁에 즐길 거리가 다양한 것도 스키로 피로한 몸을 회복해주는 히라후만의 매력이다.

#2. 2월이 되면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리는 삿포로눈축제(Sapporo Snow Festival, さっぽろ雪まつり, 즉 삿포로유키마쓰리)에 참여해볼 만하다. 거리 양쪽에 사무실 빌딩이 즐비하게 서 있는 서울 테헤란로나 종로처럼 엄청난 양의 눈과 얼음으로 만든 조각작품이 삿포로 중심 대로를 따라 오도리 공원에 전시된다. 정말 멋진 풍광이다. 밤에 조명이 켜지면 색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 귀여운 캐릭터 등 멋지고 재미있는 다양한 얼음과 눈 조각이 감동을 준다. 2018년에 방문했을 때 특히 눈길을 끌었던 대형 조각은 ‘파이널 판타지 14’ 홍보 조각상이었다. 매우 큰 대형 작품으로 게임에 나오는 괴물 같은 형상들이 흥미롭게 조각되어 있었다.


▎삿포로 눈축제. 게임이나 만화를 테마로 하는 대형 홍보 조각상들이 눈길을 끈다.
저녁 시간에는 조각 앞 공간에 꽉 들어찬 군중에 섞여 눈 조각 위에 빔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는 프로젝션쇼를 관람했다. 여러 빛깔의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음향까지 입체적으로 쏟아지니 괴물이 막 뛰쳐나올 듯했다. 전시회장 중간에는 먹고 마실 수 있는 대형 푸드코트와 간이식사를 위한 다양한 공간이 있어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포스터나 배지 같은 기념품 판매대도 설치되어 있다. 조각 전시장 중간에 스키대를 설치해서 스키점프나 스노보드 점프를 하는 풍경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눈 내리는 밤, 눈을 맞으며 여러 조각을 감상하면 한껏 동심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낭만적인 청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 홋카이도에서는 삿포로눈축제와 더불어 크고 작은 눈 축제와 얼음 축제가 겨우내 계속된다.

#3. 너무나도 감상적이고 즐거웠던 겨울 여행 중 하나는 오타루 마을 방문이었다. 연인들이 손꼽는 영화[러브레터]의 겨울 배경이었던 오타루는 무척이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곳이다. 눈을 감고 오타루 마을을 떠올리면 ‘딩동댕동’ 하며 수많은 오르골이 다양한 모습으로 부드럽고 예쁜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다시 오타루 운하가 떠오르다 사라지면, 장면이 바뀌어 가스등이 켜진 낭만적인 거리를 걷다가 로맨틱한 분위기가 있는 커피숍에서 맛있는 케이크와 함께 커피를 마신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분위기에 빠져볼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오타루에서는 나무, 유리, 토기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오르골을 만날 수 있고 종류도 인형, 캐릭터 등 수천 가지에 달한다. 귀엽고 예쁜 오르골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몽땅 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2년이나 겪고 2022년을 맞았다.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오미크론 같은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어떻게 방어하느냐와 3월의 대통령 선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중한 시기에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Back to the basic)이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에게서 여러 번 반복해 들었던 동양 고전 『대학(大學)』의 문구를 떠올려본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집안이 가지런해진 뒤에 나라를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린 뒤에 천하가 고르게 된다는 뜻이다. 천하에 명덕(明德)을 밝히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 그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몸을 닦아야 한다(古之欲明明 德於天下者는 先治其國하고 欲治其國者는 先齊其家하고 欲齊其家者는 先修其身하니라). 즉, 천하를 얻고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시작은 결국 각 개인의 수양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각자의 삶과 역할에 충실한 사회


▎한밤의 얼음 축제(氷濤まつり: Lake Shikotsu Ice Festival) 현장에 조명이 들어와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이 같은 구절을 음미해보면서 인생 공식 하나를 만들어보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현대인의 삶의 공식이다.

‘인생 공식: Life = 1/N +]’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열 살이 지나고 스무 살이 넘어 성인이 된 후 혼자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유아기나 청소년기에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스스로 홀로서기를 하여 독립적으로 자급자족을 하는, 즉 N분의 1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릴 때는 부모나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한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자. 나이가 들어 70세가 되고 80~90세 이상이 되면, 건강이든 경제적인 문제든 자식이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제 스스로 1/N의 역할을 하면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노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파우더 스노로 뒤덮인 니세코 스키장. 나무 숲 사이로 스키를 타는 건 황홀함과 짜릿함의 절정이다.
위의 인생 공식에서 1/N은 부모나 자식, 주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서 독립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역량을 의미한다. 이 1/N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생의 시기는 25세에서 75세로 추정해본다. 인생의 길이를 대략 100세라고 가정하면, 도움이 필요한 기간은 어려서 25년과 노년에 25년으로 50년 정도이다. 그리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간도 50년 가량이니 대략 반반으로 볼 수 있겠다. 공식에서 +]은 활동이 왕성한 중년의 나이에 N분의 1의 역할보다 훨씬 더 많은 N 분의 10, 100, 1000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즉, 자기 자신 한 사람뿐만 아니라 1/N에 (+)를 더해서 가깝게는 자식을 양육하고 부모님도 보살펴드려야 한다. 나아가 더 큰 역량을 가진 사람은 자식과 부모는 물론 주변과 사회, 국가와 세계인을 위해 10배, 100배, 1000배 이상으로 도움을 주고 베푸는 삶을 살아간다.

예를 들어 요즘같이 팬데믹으로 힘든 시기에 검사하고 치료하며 헌신하는 의료진이나 백신을 발명한 과학자들은 자신을 넘어서서 주위를 위해 몇백, 몇천 배수의 도움을 주는 감사한 인생을 살아간다. 감동을 주는 사례는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24시간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119 대원들, 솟아오르는 불길 속으로 몸을 던져 사람을 구출해내는 소방대원들,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기꺼이 맡은 환경미화원들, 자식 대신 부모님을 보살펴주는 요양원 간병인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느라고 고생하는 국군장병들, 유리지갑이면서도 탈세 한 푼 안 하고 매번 오르는 건강보험료도 부담해내는 수백만 샐러리맨들, 그리고 삶의 터전인 일자리를 도전 정신으로 창출해내는 기업가들. 이들 모두가 최소한의 역할인 1/N 이상의 삶을 사는 고마운 분들이다.

반대로 건강이나 연령상의 이유, 혹은 환경적인 어려움으로 부득이하게 1/N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경우는 큰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도와야 한다. 그리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감사한 마음을 지녀야만 한다. 감사의 마음은 부득이하게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1/N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탈세를 하고 부패에 연루되는 등 1/N에 해당하는 자기 역할을 하지 않고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또 도움을 받고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 한 개인의 1/N이라는 몫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노인 연령에 접근할수록 젊어선 그렇게 쉽게 느꼈던 1/N의 역할이 결코 쉽지만은 않음을 알게 된다. 인생의 공식에서 최소한의 책무인 한 나라 시민으로서의 1/N, 직장인이 자기가 소속된 기업에서 일정한 역할과 기여를 하는 1/N은 세상사의 근본이고 인생길의 시작점이자 도착점에 이를 때까지 해야 하는 기본 책무이다.

다시 『대학(大學)』의 가르침을 주관적으로 해석해본다. 천하를 얻고 나라를 다스리고 가정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언제 어디서나 자기 스스로 1/N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1/N +]로 확대하고 향상해나간다면 선진사회의 시민의식이 바탕이 된 행복한 사회와 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 겨울철 순백색으로 뒤덮인 대자연을 바라보며, 개개인이 1/N +]인생 공식을 실천하길 기대한다. 흰 눈 위에 보람과 사랑의 발자국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 참고로 매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1950년부터 개최돼온 삿포로눈축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2021년에 이어 올해도 취소되었다. 아쉬울 따름이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202호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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