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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년 차, 선진국들이 할 일 

 

코로나19 3년 차인 2022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다른 국가의 팬데믹을 무시한다면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100만 명에 가까운 미국인이 사망했다. 코로나19 후유증이 가져올 장기적 건강 위험에 직면한 사람도 수없이 많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미국의 과오와 성과가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평가하고 앞으로 갈 길을 전망하기 위해 포브스가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을 강타했다. NBA가 시즌을 뒤로 미룬 것을 시작으로 해서 봉쇄 명령과 외출 금지령이 내려졌고, 다들 이 명령을 빠르게 이행했다. 당시만 해도 확진자는 3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사망자는 60명 내외였다.

2년이 지난 지금, 이 숫자들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존 스홉킨스 대학은 3월 15일 기준으로 전국 확진자 수 7900만여 명, 사망자 수는 96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입원 환자만 수백만 명에 달하고, 수백만 명이 수주 또는 수개월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고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의과대학원의 로버트 와크터 학장이 말했다. “2020년 11월에 예방 효과가 95%에 달하는 백신이 나왔다고 발표했을 때가 최악이었죠.”

조지워싱턴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전염병학 교수 아만다 카스텔은 이메일로 보낸 인터뷰 답변에서 초기 예상과 달리 팬데믹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사스 팬데믹처럼 전염병이 저절로 수그러들 것이라는 낙관적 입장이었습니다.”

답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기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간 코로나19뿐 아니라 앞으로 닥칠 전염병들에 계속 싸워나갈 수 있는 귀중한 도구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에서 계속 확산하는 팬데믹을 무시하면 새로운 변이가 등장해 이것이 다시 미국에 들어와 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이들은 팬데믹 대응 방침이 시간이 갈수록 극단으로 갈릴 줄 몰랐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대한 정치적 대응이 주마다 극명하게 구분될 거라고 예상치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플로리다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주에서 과학(과 상식)에 어긋나는 공중보건 정책을 도입하기까지 했습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스테파니 스트라스디 글로벌보건학부 부학장이 이메일 답변에 적은 내용이다.

카스텔은 보건 공무원들에 대한 정치적 분노 또한 놀라울 정도로 깊고 강했다고 말했다. “지방·주·연방 정부의 공중보건 책임자들이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도입한 검역 가이드라인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살해 위협과 소송이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어요.”

“코로나19 대응이 정치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 좀 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도입됐다면 사망자 중 수십 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죠.” 와크터가 덧붙였다.

와크터는 팬데믹 이전을 생각했을 때 백신 거부 정서가 그렇게 광범위하게 일어날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전의 백신 반대 운동은 규모가 작았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파에서 반대 운동이 시작됐는데 사실 좌파에서 나올 가능성이 더 큰 운동이었죠.”

최악은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3년 차, 4년 차가 되면 코로나19는 긴급 보건위기가 아니라 우리 옆에 상존하는 보건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염률과 사망률은 크게 줄어들 겁니다.” 초당 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의 최고의료자문관 아난드 파레크가 이메일 답변서에 적었다. 그러나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무엇보다 예방과 검사, 치료에 대한 접근권을 폭넓게 제공해야 합니다.”

와크터는 “앞으로도 지금 상황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스템이 마비되지 않을 정도의 소규모 감염, 계절적 이유로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한정적 감염, 백신 접종이 변수가 되어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감염 형태가 되겠죠.”

물론,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미지수는 바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 여부다. 스트라스디가 경고한 대로 고소득 국가들이 전 세계 다른 국가에서 진행되는 팬데믹 상황을 무시하고 돕지 않는다면 리스크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등 의학적 발전의 결과물을 중·저소득 국가와 공유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해 우리 모두를 위협할 것입니다.”

코로나19 후유증이 남길 폐해

팬데믹 3년 차에 새로운 변종이 등장하여 다시 감염이 급증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증상이 오래가는 ‘롱 코비드’를 겪었을 때 우리 몸이 겪게 되는 변화다. 예비 연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중 10~20%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길게 후유증을 겪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와크터는 “확진자가 수천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줄 것이고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텔은 “감염 후유증은 의료보건 체계에도 큰 피해를 준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후유증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지 알아내지 못한다면 의료보건 체계가 조만 간 큰 부담을 받게 될 겁니다.”

스트라스디는 “‘롱 코비드’가 심하면 심각한 장애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삶의 질을 포함해 정신적·신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질지 우리는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가 다른 대다수 호흡기질환과 달리 장기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초기 연구 결과는 분명 우려스럽다. 증상이 심하지 않았던 코로나19 감염자들도 비감염자들과 비교하면 뇌 손상을 입은 경우가 많았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코로나19 감염자들은 심장마비와 뇌졸중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와크터는 “이게 사실이라면, 인구의 40% 가까이가 새로운 건강 위험을 떠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고혈압이나 흡연처럼 강력한 건강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앞으로 오랜 시간 사라지지 않겠지만, 다른 전염병이 등장하여 또 다른 팬데믹이 시작될 가능성도 높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다음에 또 다른 치명적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코로나19에서 얻은 교훈이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의 경우 “얼굴에 딱 맞는 N95 마스크와 헤파필터, 비누,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스트라스디는 말했다.

파레크는 “다른 국가들처럼 팬데믹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을 일관성 있게 권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카스텔도 “마스크는 사용하기 간편하고, 상대적으로 구입하기 쉽고, 마스크를 쓴 사람과 주위에 있는 사람 모두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며 이에 동의했다.

와크터는 앞으로 닥칠 전염병과 싸워 나가기 위해 중요한 또 다른 도구는 바로 진단검사라고 말했다. 그는 “초반부터 빠르게 진단검사를 수행하지 못한 점이 뼈아픈 실수였다”며 “특히 가정용 진단키트 개발과 보급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패스터큐어스(FasterCures)와 조지워싱턴대 공중보건대학원 공중보건센터 대표이사인 에스더 크로파는 과학자와 기업, 정부가 협업해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히 개발한 것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경험은 반드시 간직해야 한다”며 “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의 긴급한 필요를 의료 연구에 먼저 반영하는 연구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대응에서 가장 큰 논쟁을 불러왔던 휴교 조치를 재고해야 한다고 권했다. 와크터는 “학교를 폐쇄할 경우 아이들이 받을 부정적 영향을 제대로 알게 됐다”며 “이는 다음 전염병 대응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레크는 “온라인 수업도 필요하긴 하지만, 앞으로는 바이러스 역학,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위험, 보육종사자 상황 및 자녀를 둔 근로자들의 사정을 더욱 면밀히 고려한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병원이다. 팬데믹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동안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은 과업에 시달리다 번아웃을 겪기도 했다. 중환자실을 비롯한 각 과 입원실은 한계치를 넘어선 수준으로 환자를 수용해야 했다. 따라서 앞으로 병원들은 환자 수가 갑자기 늘어날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파레크는 “중요 의료물자의 비축과 보급, 환자 수가 급증할 경우 추가 의료인력 배치, 연방지원금을 통해 구축한 의료보건 체계가 제대로 대응 계획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와크터는 재정적으로 무리하지 않으면서 수용인원을 늘리는 것이 의료기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상시에 대비해 엄청나게 많은 침상을 여분으로 비워두고 필요보다 많은 의사와 간호사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병원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 종사자들을 위해 장비와 보호복을 잘 갖춰두는 정도의 대비는 분명 할 수 있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게 아니더라도 준비해두면 좋은 것이 분명 있습니다.”

환자 급증에 대비하는 것 외에도 의료기관이 해야 할 일은 더 있다. 보건 위협을 초기에 파악하여 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트라스디는 “공중보건 기관과 병원은 더욱 엄격한 감시체계를 마련해 시의적절하게 보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뢰 재건과 무관심 퇴치

카스텔은 병원과 공중보건 공무원들이 긴밀하게 의사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보초병 역할을 합니다. 전염병에 감염된 사람이 가장 먼저 진료를 받는 곳이기도 하죠. 따라서 공중보건 당국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신종 전염병을 빠르게 감지하는 업무를 지원해야 합니다.”

파레크는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정치적 리더십과 전국적 단합, 시의적절한 자원 배치, 이 세 가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처음 두 가지는 2020년부터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업이 됐다. 정치적 양극화 때문에 “공중보건 당국이 앞으로의 위기에서 방역 대책을 도입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고 답한 전문가도 있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팬데믹으로 정치적 양극화뿐 아니라 국민의 무관심도 극복할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2020년 5월 24일에 뉴욕타임스는 1면 전면에 ‘미국 코로나 사망자 10만 명 육박,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라는 헤드라인 기사를 실었습니다. 9·11 사태 때 그랬던 것처럼 사망자의 이름을 지면에 모두 열거했죠. 2020년 12월 백신이 보급되기 직전 사망자 수는 30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타임스는 같은 취지의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고 지금도 하지 않고 있)어요.” 크로파가 말했다. “우리가 희생자 수에 둔감해진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와크터는 몇 개월 뒤에 확진자 수가 다시 치솟는다면, 방역 대책에 대해 대중의 협조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아무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집 안에 들어가 숨어 있어야 한다고요? 사람들을 설득하기 매우 어려울 겁니다.”

다음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좀 더 나은 대응을 하려면 정치와 보건을 분리해야 한다는 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권에 대한 신뢰를 재건해야 하며, 과학에 근거한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해 신뢰를 얻어야만 한다. 국민도 다른 사람과의 일상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재건해야 한다고 말한 전문가도 상당수 있었다.

카스텔은 팬데믹 초기에 빛을 발했던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령의 취약계층을 위해 이웃이 대신 식료품을 구매해서 배달해주고, 마스크를 직접 만들고, 과로에 지친 의료진에게 음식을 기부하는 활동들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공동체 정신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겁니다. 또 다른 팬데믹이 닥쳤을 때 우리가 서로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단합된 노력을 다시 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 Alex Knapp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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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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