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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Digital Thinking(21) 

테슬라는 전기차 시대의 토요타 

테슬라 브랜드를 향한 대중의 지지는 차량 품질에 대한 높은 신뢰에서 비롯됐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충전과 유지보수 문제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충전 걱정 없이 이동과 유지보수가 가능한 브랜드는 테슬라가 유일하다.

▎테슬라는 사실상 모든 종류의 차량 라인업을 보유한 최초의 전기차 브랜드로 진화 중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전기자동차(EV)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맞았다. 2020년 한 해에만 글로벌 마켓에서 43% 성장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전기차 전문 매체 Electrek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전기차 1600만 대가 운행 중이며, 유럽과 중국이 각각 16%와 14%로 전기차 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전 세계 3위(4.5%) 규모지만 이 수치 또한 바이든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같은 친환경 정책의 영향과 산업계의 큰 투자로 인해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헤게모니가 급격하게 이전하고 있는 지금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브랜드는 단연 테슬라다. 미국에서 2021년 상반기 등록된 전기차 중 66.3%가 여전히 테슬라라는 점에서 그들의 시장점유율은 엄청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하지만 2019년(78%)과 2020년(79%)에 비해 점유율이 하락한 것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많은 전문가가 앞으로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켓이 성장함에 따라 경쟁업체들의 수준이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 성장 전략과 똑 닮은 테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주가는 나름 견고한 모습이다. 2022년 초부터 시작된 글로벌 주식시장의 여러 악재와 이자율 인상에도 2022년 3월 기준 주가가 900달러 정도를 유지 중이다. 반면 테슬라 저격수로 불렸던 기타 브랜드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아마존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며 등장했던 리비안은 지난해 11월 100달러에 상장해 한때 170달러를 넘기기도 했지만 현재 상장가 기준 60% 이상 하락한 상태다. 테슬라의 어떠한 점들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었을까?

테슬라의 성공은 놀랍게도 토요타의 글로벌 성장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20세기 토요타가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요인은 스마트한 소비자층 공략, 뛰어난 품질, 안정적인 생산이었다.

토요타는 프리우스(콤팩트 모델), 캠리(전천후 세단), 라브4(SUV), 스푸라(스포츠) 같은 대표적인 모델을 내놓아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하게 공략했다. 토요타 자동차들은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적수가 없을 만큼 싸고 튼튼했다. 활용성과 품질에서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던 만큼, 중고로 다시 사고팔 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의 최상위는 언제나 토요타 차량이 차지했다. 그리고 토요타는 자동차 부품을 가볍게 제작해 낭비 요소를 줄이고 결점을 쉽게 발견해 생산라인 효율을 올렸다. 그 결과 가격도 낮출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토요타는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의 최강자가 될 수 있었는데, 전기차 시장의 테슬라도 비슷한 접근을 보인다.

테슬라의 라인업은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한다. 초기에 가격 포인트가 높을 수밖에 없을 때 고급 세단인 모델S(2012년)로 시작해 대형 SUV인 모델X(2016년)를 선보인 후, 대중적인 첫 성공을 이끌어 낸 중형 세단인 모델3(2017년)를 거쳐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기차인 모델 Y(2020년)까지 다양한 용도와 가족 사이즈에 맞는 차량 라인업을 전기차 최초로 구성했다. 여기에 로드스터와 사이버 트럭, 세미 트럭까지 나올 예정인 만큼, 사실상 모든 종류의 차량 라인업을 보유한 최초의 전기차 브랜드로 진화 중이다. 이에 반해 루시드나 리비안 등 경쟁회사들은 현재 단일 모델만 판매하거나 준비 중이다.

테슬라 브랜드를 향한 대중의 지지는 차량 품질에 대한 높은 신뢰에서 비롯됐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충전과 유지보수 문제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충전 걱정 없이 이동과 유지보수가 가능한 브랜드는 테슬라가 유일하다.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가 아닌 외부 네트워크만으로는 충전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물론 몇 년 안에 개선될 문제이긴 하지만, 현재 장거리 여행을 고려하는 전기차 사용자라면 테슬라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기존 차량 정비소들이 전기차를 정비하는 데 한계가 큰 만큼, 전기차 전문 차량 정비소가 없는 동네에서는 해당 차량의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검증된 생산력도 테슬라의 큰 장점이다. 팬데믹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이 있다면, 지난 수십 년간 안정적인 세계화를 통해 구축된 원자재나 핵심 부품 공급망 등이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무기화해 그것에 의존하는 나라나 기업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공급망과 생산라인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귀해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최근에 발생한 원자재와 반도체 부족 현상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한 회사로 꼽힌다. 기가팩토리 같은 원스톱 생산 공장(핵심 부품과 완성차의 생산을 함께 처리하는 공장)을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 구축했다. 또 엔지니어링 혁신을 통한 핵심 부품의 개량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전설적인 자동차 엔지니어이자 유튜버인 샌디 먼로(Sandy Munro)가 그의 채널에서 공개한 테슬라 모델S 플라드의 모터 분석 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 이유는 플라드 모델에 들어가는 모터의 인버터가 다른 모든 기종의 모터에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엔지니어링되었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핵심 부품을 공용으로 사용하면서도 생산효율과 퍼포먼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대단한 성과였다.

이처럼 테슬라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예전에 토요타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그러했듯,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안정적인 차량을 찾다 보면 현재로서는 테슬라가 유일한 선택지다. 물론 테슬라의 독점적 지위는 경쟁업체들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점점 약해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의 차량이 테슬라 수준의 가치를 지니는 날이 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니 그리 나쁜 일도 아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테슬라의 모델3을 현재 우리가 토요타 캠리를 보듯 할지 모른다.

※ 이상인은… 구글 본사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재직 중이며 현재 유튜브 광고 비즈니스의 디자인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loud+AI 부서에서 Principal Design Manager로 일했다. Deloitte Digital과 R/GA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상대로 디자인&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했으며, Cannes Lions(Silver, 2013)와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대상, 2017) 등 최고 권위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베스트셀러 연작 『디자이너의 접근법; 새로고침』,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을 출간했다.

202204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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