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넷플릭스에서 K콘텐트 힘을 알린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끝없이 배출되고 있는 K팝 아이돌그룹 등이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정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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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중문화계 신인은 도처에서 탄생한다. 플랫폼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중심으로 다변화되고, 소수 장르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생긴 변화다. K콘텐트가 부상하면서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는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국내 시청자들과 일상의 공감대를 형성한 웹 콘텐트도 동시에 인기다. 최근 활약을 기반 삼아 올해 더 눈부시게 도약할 배우, 가수, 예능인을 꼽았다. 코로나19 강타 이후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차근차근 일상을 회복해가는 시점이라 활동반경이 더 넓어질 이들이다.대중문화계를 통틀어 올해 가장 주목받을 신인을 지목하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배우 정호연을 외칠 것이다. 유명 모델이었으나 배우 경력이 전혀 없던 그녀는 [오징어 게임] 하나로 톱배우 반열에 올랐다. [오징어 게임] 최대 수혜자로 통하는데, 극한의 생존게임 가운데도 눈빛과 표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력을 보여준 그녀의 날것 연기에 [오징어 게임]이 수혜를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호연은 모델 활동을 하면서 각자 개성을 갖고 있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정호연은 지난 2월 미국배우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s·SAG)에서 ‘TV 드라마 시리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현지에서 확연하게 입지를 굳히며 할리우드 섭외 1순위가 됐다. 미국 에이전시 CAA와도 계약했다. [그래비티], [로마]로 유명한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애플 TV+ 새 스릴러 시리즈 [디스클레이머(Disclaimer)]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또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조 탈보트 감독의 신작 영화 [더 가버니스(The Governesses)]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글로벌 스타 릴리로즈 뎁, 르나트 라인제브과 호흡을 맞춘다. 이와 함께 캐나다 출신 팝스타 위켄드(The Weeknd)의 [아웃 오브 타임]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SAG 시상식을 위해 정호연이 특별 요청했다는 댕기머리 스타일이 외신에서 크게 조명되는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정호연 외에도 올해는 신인 여배우들의 활약이 대거 눈길을 끈다. [오징어 게임]과 함께 넷플릭스에서 K콘텐트 힘을 알린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의 조이현도 그중 한 명이다. [지우학]에서 차가운 성격의 전교 1등이지만, 좀비들과 싸우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물로 거듭난 남라를 연기하며 주목받았다. 2017년 웹드라마 [복수노트]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와 영화에 얼굴을 비추던 그녀는 지난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2]의 실습생 윤복, 같은 해 KBS 2TV [학교 2021]에서 주인공 지원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다. 남라와 달리 윤복과 지원은 밝은 캐릭터다. 조이현은 이정재·정우성이 이끄는 아티스트컴퍼니 소속으로, 회사는 다양한 색깔을 지난 배우라고 일찌감치 적극 알렸다. 배우 김하늘·유지태가 주연한 영화 [동감](2022)이 최근 리메이크를 확정했는데, 조이현은 여진구와 호흡을 맞춘다.
[오징어 게임]과 [지우학]에 모두 나온 이유미도 주목할 만한 신인이다. 그녀는 두 작품에서 상반된 얼굴을 보여주며 호평을 들었다. [오징어 게임]에선 정호연이 맡은 ‘새벽’이를 살리고 본인은 죽는 ‘지영’ 역을 맡아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지우학]에선 빌런 캐릭터인 ‘나연’ 역을 맡아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했다. 놀라운 건 두 작품의 촬영 기간이 겹쳐 비슷한 시기에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지영을 연기할 때는 모든 감정을 덜어냈고, 나연을 맡을 때는 각종 전형적인 온갖 감정을 끌어안으려고 했다며 차별점을 뒀다. 이유미의 대세 행보는 이어진다. 하반기 방송 예정인 tvN 새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에서 슬럼프에 빠진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차가을 역할을 맡았다.
▎윤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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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화제몰이 중인 애플 TV + 드라마 [파친코]의 김민하도 급부상 중인 신인이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쓴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일본에서 식민지 출신이라고 차별당하면서 꿋꿋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재일교포의 삶을 그렸다. 김민하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조국과 타지에서 억척스레 살림을 일궈나간 ‘선자’의 젊은 시절을 섬세하게 연기해 호평을 듣고 있다. 선자의 노년을 맡은 배우가 윤여정이다. KBS 2TV [학교 2017], MBC TV [검법남녀], 넷플릭스 영화 [콜] 등에 얼굴을 내비친 김민하는 [파친코]에서 첫 주연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4개월간 진행된 오디션을 거친 그녀의 강점은 많지만 특히 영어가 유창하다. 어릴 때부터 자막 없이 외화를 보는 등 다양한 훈련을 통해 영어를 익혔다고 한다.이세희는 OTT가 아닌 전통 채널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경우다. 최고 시청률이 38.2%에 달한 KBS 2TV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의 주연 ‘박단단’ 역을 뽑는 오디션에서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2021 KBS 연기대상’ 여자신인상을 받는 등 ‘라이징 스타’가 된 그녀는 올해 KBS 2TV에서 방송 예정인 [진검승부]에서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 겸 배우 도경수(디오)와 호흡을 맞춘다.신인급 남성 배우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얼굴은 이도현이다. tvN [호텔 델루나]에서 뼛속까지 무인인 ‘고청명’, 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 탁월한 계산과 냉철한 판단력을 자랑하는 ‘이은혁’, 1980년 5월의 광주를 배경으로 삼은 KBS 2TV [오월의 청춘]에서 편견과 전쟁을 벌이는 ‘황희태’, tvN [멜랑꼴리아]에서 가슴 아픈 상처로 인해 수학을 외면해버린 수학천재 ‘백승유’ 등 최근 3년간 작품에서 그가 보여준 얼굴은 무척 다채롭다. 차기작은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스타 송혜교가 출연하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 자신의 나이보다 많은 30대 의사 역을 맡아 이번에도 변신을 예고하고 나섰다.남성과 남성의 애정을 다룬 ‘BL’(Boy’s Love)물을 음지에서 최근 양지로 끌어올린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의 박서함과 박재찬도 주목해야 한다. 상당수 일반 시청자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20~40대 여성 사이에서 이들의 인기가 수직 상승했다. 본래 원작 소설보다 성적인 수위를 낮추고 청춘 캠퍼스 분위기에 방점을 찍은 이 드라마는 소수 장르를 양성화했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특히 인사이더 미대생 ‘재영’과 아웃사이더 공대생 ‘상우’ 역을 각각 맡은 박서함과 박재찬의 매력에 상당 부분 빚졌다. 아쉽게도 그룹 ‘크나큰’ 출신 박서함은 3월에 입대해 인기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다. 반면 박재찬은 소속 그룹 ‘DKZ’가 덩달아 주목받는 등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대중문화 곳곳에 아이돌이 있다. 올해엔 4세대 K팝 아이돌그룹, 그중에서도 걸그룹이 대거 활약을 예고하고 나섰다. 현재 SM의 ‘에스파’, JYP의 ‘있지’가 4세대 K팝 걸그룹 선봉장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만만치 않다. 2021년 12월에 데뷔한 스타쉽의 ‘아이브’는 데뷔곡 ‘일레븐’으로 인기 가수도 힘들다는 멜론 음원차트 1위에 등극했다. 두 번째 싱글 ‘러브 다이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엠넷 [프로듀스48]을 통해 결성됐던 한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 안유진과 장원영이 속해 있어 데뷔 전부터 인지도가 높았다. JYP가 있지 이후 3년 만에 론칭한 걸그룹 ‘엔믹스’도 다크호스다. 배우 못지않은 화려한 외모로 단숨에 주목받은 설윤부터 멤버 개개인이 매력이 많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처음 선보이는 걸그룹(하이브의 전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시절 걸그룹 ‘글램’을 론칭하기는 했다) ‘르세라핌’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하이브는 SM에 몸담았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제작하는 걸그룹 등 산하 레이블에서 걸그룹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이 밖에 웨이크원·스웡의 케플러, 하이업의 스테이씨, IST의 위클리, RBW의 퍼플키스도 주목해야 할 4세대 K팝 걸그룹들이다. 특히 상당수가 코로나19 기간 중 데뷔해 실제 팬들과 만난 경험이 없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들이 대면으로 팬들과 만나 만들어낼 시너지가 기대를 모은다. 4세대 보이그룹 중에서는 ‘스트레이키즈’, ‘더보이즈’, ‘에이티즈’가 눈길을 끈다. 이들은 지난해 K팝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엠넷 [킹덤: 레전더리 워]에서 나란히 1위, 2위, 3위를 차지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공교롭게도 모든 팀의 이름이 ‘즈’로 끝나 ‘즈즈즈’로 묶어 부르기도 한다. 특히 스트레이키즈는 최근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200’에서 1위를 차지해 주목받았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200 1위를 차지한 건 방탄소년단, SM의 연합팀 ‘슈퍼엠’에 이어 스트레이키즈가 세 번째다.
▎에스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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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에서는 주현영이 확실히 주목해야 할 신인이다. 쿠팡플레이를 통해 부활한 [SNL 코리아]에서 인턴 기자 ‘주 기자’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 대선 경선 유세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각각 ‘밸런스 게임’을 진행하는 등 위상을 자랑했다. 주현영을 개그우먼으로 오해하는 이가 많으나 그녀의 본업은 배우이며 캐릭터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주 기자 캐릭터는 사회 초년생의 특징을 잘 포착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처럼 예능계는 OTT·유튜브 등 웹예능을 중심으로 사실주의 콘텐트가 인기다. 오랜 연인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장기연애’ 시리즈로 인기를 누린 유튜브 채널 ‘숏박스’, 연애와 우정 등 Z세대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10분 내외의 웹드라마로 선보이는 ‘픽고’, 중고거래하는 남편의 모습을 그린 ‘너덜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KBS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숏박스’에서 활약 중인 김원훈·조진세·엄지윤은 최근 핫한 인물들로 떠올랐다.- 이재훈 뉴시스 대중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