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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코리아 파워 셀러브리티 40] 1위 BTS 스토리_라스베이거스에서 확인한 BTS의 글로벌 위상 

6만5000석 공연장 나흘간 매진 

유주현 기자
2022년 ‘대한민국 파워 셀러브리티 40’에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BTS)은 국내를 넘어 세계를 제패한 보이그룹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네 차례 공연은 BTS의 글로벌 위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무대. / 사진:빅히트뮤직
지난 4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상 시상식에 한국인들의 유례없는 관심이 쏠렸다.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2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 최근 2년간 방탄소년단은 내놓는 신곡마다 빌보드차트 정상을 장기간 점령하며 대중적 인기로는 이미 세계를 제패했지만, 보수적인 미국 주류사회의 입맛에 맞는 음악성이라는 잣대에서 도전의 여지를 남겼다.

4월 8·9일과 15·16일, 네 차례에 걸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를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남은 멤버들은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깔끔하게 인정하지만 눈물은 참을 수 없었다”(뷔), “팬들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꼭 받고 싶었고, 열심히 활동했기에 정말 아쉬웠다”(지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언제든 도전할 수 있으니 더 노력하겠다”는 진의 말처럼, 이제 막 세계 음악산업의 메인스트림에 입성한 이들에겐 아직 정복해야 할 미개척 시장이 남아 있기에 성장잠재력도 크다.

이번 콘서트 투어는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위상을 실감하는 현장이었다.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하나로 뭉친 아미들의 함성이 공연장인 얼리전트 스타디움을 말 그대로 뒤흔들었다. 2024년 슈퍼볼 개최 예정지로 유명한 초대형 스타디움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진동했다. 대부분의 팬은 ‘사랑해 감사합니다’, ‘내 인생에 한 번뿐인 방탄소년단’ 등 한글로 직접 쓴 응원 메시지 보드를 들고 있었다. 6만5000석 규모의 얼리전트 스타디움을 나흘 내내 매진시키고, 그래미 시상식이 열렸던 MGM그랜드호텔 아레나에서 동시에 진행된 라이브 플레이까지 약 3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관중을 열광시킨 방탄소년단은 명실공히 ‘월드클래스’ 셀럽이었다.

BTS의 성장은 현재진행형


▎ 사진: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은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만 한 게 아니었다. 카지노 천국이자 오만 가지 쇼 비즈니스로 가득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도시 전체가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즈음한 2주간 특별한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매일 밤 9시, 라스베이거스의 상징과도 같은 벨라지오 분수쇼에서 대포처럼 치솟는 물줄기를 춤추게 한 노래가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와 ‘버터’였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소속 아티스트의 콘서트 투어를 확장하는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의 포문을 여는 축포였다.

‘더 시티’는 멀리서 찾아온 팬들이 콘서트만 보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라스베이거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방탄소년단의 흔적을 찾아가게 만든 기획이다. 도시 곳곳에 관련 이벤트를 심어뒀다. 외곽의 공연장 얼리전트 스타디움부터 중심가인 스트립 지역까지 약 5㎞ 구간에서 분수쇼를 비롯해 사진전, 팝업스토어, 콘서트 애프터 파티, 한식 팝업 레스토랑 등이 테마파크처럼 이어졌다.

전 세계 문화 콘텐트 산업을 이끄는 미국에서도 최대 관광도시에 모여든 외국인들이 한국 콘텐트 소비에 열을 올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벤트가 있는 곳마다 팬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얼리전트 스타디움 인근에서 열린 사진전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가 성지순례의 첫 순서였다. 이번 콘서트 투어를 준비하는 멤버들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사진 240여 장과 영상을 대방출한 전시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무대 뒤에서 일곱 멤버가 흘린 피 땀 눈물이 뚝뚝 묻어나는 사진 한 장 한 장에 팬들은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속 세계관으로 꾸민 팝업스토어도 팬들에겐 지상낙원이었다. 단순히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체험에 방점이 찍혔다. 마치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에서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세계관 속으로 팬들을 던져 넣는 듯한 테마룸들이 9300㎡ 공간에 가득했다. ‘다이너마이트’의 농구장, ‘버터’의 엘리베이터, ‘퍼미션 투 댄스’의 빨래방으로 들어간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각자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멤버들을 귀여운 캐릭터로 만든 타이니탄 조형물과 댄스 플로에는 ‘인생샷’을 남기려는 아미들이 떠날 줄 몰랐다.

라스베이거스 최대 호텔 체인인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은 벨라지오, MGM 그랜드, 만달레이 베이 등 산하 11개 호텔에 ‘BTS 테마 객실’을 운영했다. 그래미 시상식이 열렸던 아레나에서 방탄소년단 콘서트 라이브 플레이를 상영한 MGM 그랜드호텔은 호텔과 카지노 내부의 모든 안내판을 ‘퍼미션 투 댄스’의 메시지가 담긴 오렌지색 패널로 꾸며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 차려진 ‘카페 인 더 시티’ 레스토랑에도 팬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의 유명 셰프를 섭외해 멤버들이 좋아하는 비빔국수, 김치볶음밥, 갈비찜, 떡볶이, 붕어빵 등으로 개발한 코스 메뉴를 외국 팬들은 썩 즐기는 분위기였다.

라스베이거스가 ‘보라해가스’로


▎ 사진:빅히트뮤직
‘더 시티’ 프로젝트는 공연과 도시의 성공적인 협업 모델이라 할 만하다. 팬데믹이 절정이었던 지난해에도 방문객 약 3200만 명이 찾은 라스베이거스의 관광 인프라가 한몫했다. 스티브 시솔락 네바다 주지사는 트위터에 “Permission Granted! Welcome to Vegas, BTS ARMY” “Can’t wait to welcome @bts_bighit #ARMY to @AllegiantStadm! It’s gonna be smooth like butter” 등 환영 메시지를 올렸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까지 나섰다. 행사 기간 관광청의 공식 트위터 계정명을 멤버 뷔가 지은 신조어 ‘보라해’에 착안한 ‘보라해가스(Borahaegas)’로 바꾸고 밤마다 라스베이거스의 각종 랜드마크를 보랏빛 조명으로 물들였다.

이런 축제 분위기에 방탄소년단 팬덤은 라스베이거스에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일반 관광객들도 ‘방탄소년단 대축제’를 즐기는 사이 자연스럽게 팬덤으로 끌어들이는 시너지 효과가 났다.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리조트 기업인 MGM그룹과의 협업도 주목할 만하다. MGM은 벨라지오, MGM그랜드, 만달레이 베이, 뉴욕뉴욕, 룩소 등 11개 유명 호텔 브랜드에 3만7000개 객실과 3개 아레나를 포함한 35개 공연장을 갖춘 탄탄한 인프라를 자랑하는데, 테마 객실부터 콘서트 라이브 플레이 관람, 벨라지오 분수쇼와 팝업 레스토랑까지 MGM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성사됐다. 크리스 발디잔 MGM 부사장은 “아티스트나 공연을 위한 특별 이벤트가 많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진행한 적은 없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미의 존재다. 행사를 수천 번 치렀어도 아미 같은 열정을 본 적이 없다. 2주간 이런 팬을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고, 아미의 열정과 영향력을 알기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BTS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까지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계속 오게 만들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시티’ 프로젝트의 기대 효과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 비교해 예측할 수 있다. CES는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2300여 개 브랜드가 참가하는 글로벌 MICE(국제회의, 대형 전시회 등을 관광과 연계한 유망 산업) 행사로, 코로나19 사태 직전 열린 2020년에는 약 18만 명, 올해는 약 4만5000명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다. CES 기간 동안 글로벌기업들의 전시 행사를 중심으로 수많은 관람객의 숙박은 물론 쇼핑, 관광 등 부가적인 경제활동이 일어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CES 한 번에 도시가 얻는 경제적 효과가 약 2억5000만 달러인데, ‘더 시티’ 프로젝트 당시 유동인구는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2주간 진행된 ‘더 시티’ 프로그램들을 즐긴다고 가정할 때, CES와 같은 글로벌 MICE 수준의 경제효과 창출이 기대된다.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아미 1명이 3박 4일 동안 공연과 테마 객실을 포함한 모든 이벤트에 참여한다면 라스베이거스에서 507만~530만원을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 사진:빅히트뮤직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3일 공연이 창출하는 경제효과가 약 1조원에 육박한다고 추산한 연구도 있다. 2019년 고려대학교 편주현 경영대학 교수팀은 ‘방탄소년단(BTS)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 2019 서울 파이널 공연’ 보고서에서 지난 2019년 10월 26·27·29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BTS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의 직간접 경제효과를 약 9229억원으로 추산했다. 티켓 판매비와 중계 극장 대관료, 브이라이브 중계료, 공연장 대관료, 무대 설치비용, 각종 인건비, 관객 숙박비 및 교통비, 관광 지출 등 직접 효과와 생산파급 및 부가가치 유발 효과, 외국인 관객의 한국 재방문 등 간접 효과를 합쳐 추정했다.

‘더 시티’는 방탄소년단 IP(지식재산권)로 관광도시 구석구석에 본격적으로 즐길 거리를 심어놓은 만큼 더 큰 효과를 기대해도 좋다. 아티스트의 위상 하나로 도시 전체를 접수하는 프로젝트가 가능한 이유는 방탄소년단이라는 강력한 IP의 확장성 때문이다. 하이브는 온라인 플랫폼 위버스의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IP 라이선스에 기반한 머천다이징과 콘텐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아티스트 간접참여형 매출 비중은 매년 증가 추세로, 2021년엔 54%를 돌파해 공연과 음반 매출 비중인 34%를 훌쩍 넘어섰다. 음악을 넘어 팬들의 일상까지 아티스트의 영향력이 깊이 침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시티’ 프로젝트의 실행을 담당한 IPX본부 이승석 사업대표는 “IP 부문 매출은 결국 음반과 공연 부문에서의 팬 경험이 일상생활 전반으로 이어지길 원하는 팬들의 니즈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음반과 공연의 완성도가 그만큼 높았고 이를 기반으로 팬들의 경험 확장 니즈가 높아진 것이 성과가 좋았던 이유”라면서 “IP기반 콘텐트와 상품의 완성도를 음반과 공연의 완성도 못지않게 끌어올려 팬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게 과제”라고 전했다.

- 라스베이거스 = 유주현 기자

202205호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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