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코리아는 이번 호부터 ‘구성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의 재설계’라는 키워드로 기고를 연재한다. 인재 유치를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연봉이 더는 직원의 주요 동기 요인이 아니며, 구성원 경험 중심의 경영전략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편집자 주]
▎에어비앤비의 사내 환경 팀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세계적 건축가인 헤네크한 펭 아키텍츠(Heneghan Peng Architects)와 협력하여 협업, 상호작용 및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근무 공간을 설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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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공유 플랫폼 기업인 에어비앤비는 지난 2015년 인사관리 책임자라는 직책을 ‘구성원 경험 최고책임자(Chief Employee Experience Officer)’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구성원 경험’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에어비앤비의 이러한 시도는 매우 신선하고 새로운 변화로 인식됐다. 그 후 구성원 경험이라는 개념이 기업 현장에서 차츰 확대되기 시작했다. 인재 확보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되면서, 이제 글로벌기업 내에서는 구성원 경험이 보편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IT 스타트업이나 일부 대기업에서 구성원 경험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대다수는 단편적인 복지 혜택을 강화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그렇다면, 구성원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새로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고객 경험은 제품이나 서비스, 기타 사업 모델의 차별화 요소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되며,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바로 조직 구성원들이다. 따라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구성원들의 바람직한 경험이 조직 내에 먼저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고객 가치 혁신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기업에 새롭게 요구되는 고민의 화두가 바로 구성원 경험이다.2021년 시장조사업체 IDC가 수행한 전 세계 ‘구성원 경험 관리 전략’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조직의 직원 경험 개선과 직원 참여도 향상이 더 나은 고객 경험, 더 높은 고객 만족도, 더 높은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몰입도가 낮은 직원에 비해 몰입도가 높은 직원이 퇴사할 확률이 87%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훌륭한 고객 서비스가 입소문이 나듯 훌륭한 직원 경험도 구전으로 확산된다. 자신의 회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직원만이 자신의 회사를 일하기 좋은 곳으로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 경험 관리가 회사에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현재는 MZ세대가 직장의 구성원으로서 그 비중을 확대해가고 있는 인구통계학적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직원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자신이 회사를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원이며, 회사를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는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직장에서 차별화되고 매력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때에만 스스로 몰입하여 기업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더욱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주체이다. 구성원 경험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구성원 경험의 설계 접근법
▎ 사진:무늬랩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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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경험이 고객의 전체 여정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듯이 구성원 경험은 직원의 모든 일상생활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 따라서 구성원 경험 관리는 단순히 채용, 온보딩, 경력 개발, 교육, 평가와 보상 등 주요 이벤트를 잘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사이에 구성원이 경험하는 일상적 순간(Micro Moment)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서로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업무와 개인 생활을 얼마나 조화롭게 병행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방식을 재정의하는 것이다.더욱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수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면 프로세스와 상호작용이 재구성되고 단순화된 것처럼, 구성원 경험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방법은 프로세스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면접 대상자, 신입 직원, 비정규직 직원, 기존 구성원 등으로 대표되는 HR 고객의 경험 중심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HR 담당자는 ‘신입 직원이 첫날에 무엇을 하도록 해야 할까?’와 같은 프로세스적 언어로 생각하는 대신 ‘우리는 신규 입사자의 첫날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가?’와 같이 경험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구성원 경험의 현상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구성원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접근방법은 구성원 니즈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다. 즉,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나아가 삶의 질이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 더 나아지고 개선될 수 있음을 공감하는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더욱 몰입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스토리와 콘텐트를 개발해가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는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의 시각에서 만들어지거나 주관이나 편견이 반영되어서는 안되며, 구성원들 스스로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의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성공하면 구성원들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경험의 의미를 확신하게 된다. 변화가 성공하려면 그 과정이 ‘강요’가 아닌 ‘공감’에 기반해야 한다.공감에 기반한 구성원 경험의 설계는 구성원들이 더 나은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시나리오를 정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나리오는 구성원들의 불만사항(Pain Point)를 제거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HR 제도에 초점을 둔 스토리와 콘텐트로 구성되어야 한다.조직이 바람직한 구성원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은 직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수행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으로, 구성원의 관점에서 이슈를 찾고, 기존의 모든 가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올바른 솔루션을 찾을 때까지 그 과정을 반복하는 방법론이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직원의 말을 경청하고 필요한 정성적·정량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직원들은 자신의 경험과 피드백을 공유하여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 과제를 정의할 수 있게 된다.특히 직원 페르소나 설정이나 구성원 여정 매핑(Employee Journey Mapping) 등은 구성원의 행동과 상황,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수단이자 직원 경험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효과적인 프레임워크이다. 구성원 여정 매핑은 구성원들이 회사와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 여정을 단계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생각, 감정을 파악하여 니즈와 Pain Point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입사 전 탐색과 면접, 온보딩, 입사 후 업무 수행, 자기개발, 승진과 보상, 퇴사와 이직 등 구성원의 관점에서 ‘중요한 순간(Moments that Matter)’들에 집중하여 구성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구성원 감동에 주목하라직원들의 불편을 없애고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구성원 경험을 변화시킨 글로벌기업들의 사례는 많다. 앞서 언급한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기업이다.에어비앤비는 최적화된 구성원 경험을 만들기 위해 훈련, 개발, 업무 환경, 직원 상호 간의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먼저 직원 경험과 관련된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로 팀을 구성해 이들이 에어비앤비 문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주도하게 했다. 엔드투엔드(End-to-End) 관점에서 총체적인 구성원 경험 여정을 탐색했으며, 구성원의 핵심 접점과 활동을 분석해 개선점을 도출했다. 그 결과, 실제 물리적인 오피스 환경은 파티션이나 유리로 구분된 일반 사무실이 아닌, 어디서나 작업할 수 있는 오피스 내 카페, 1인용 큐브, 식당, 거실 등 자유롭게 소통하며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고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1년의 마지막 2주에 휴가 부여, 배우자/자녀와 사별한 직원에게 20일 유급휴가 제공 등 구성원과 조직의 접점에서 구성원이 감동하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채용 과정에서는 지원자가 경험하는 감정을 검토하고, 채용 경험을 일련의 스토리보드로 구성하여 지원자가 가장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세부적으로 설계했다. 이러한 상향식(Bottomup) 방식의 다양한 구성원 경험을 설계해 에어비앤비는 구직 시장에서 꼭 한번 근무해보고 싶은 회사로 자리매김했다.기업이 구성원 경험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기 위해서는, 에어비앤비가 기존의 HR 부서를 구성원 경험 개선을 전담하는 팀으로 역할과 위상을 달리했듯이 HR이 관리와 지원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구성원 경험을 디자인하도록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HR은 원격 협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기 위해 IT 부서와 협력하거나, 운영 부서와 함께 사무실 재설계를 계획하거나, 비즈니스 전반에 유연한 근무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CEO의 승인을 받는 등 비즈니스의 많은 측면에서 구성원 경험의 변화를 리드하고 조율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구성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정을 바탕으로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제고해 우수 인재를 유지하게 되며, 궁극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와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원 경험의 혁신은 직원의 인식 전환, 직장의 환경적 요인 개선, HR 업무의 고객 중심적 전환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정이다. 따라서 훌륭한 구성원 경험 전환의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디지털 기반 또한 구축되어야 한다. 향후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에서 디지털 업무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여 바람직한 구성원 경험을 재창출하는 것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 될 것이다.구성원에 대한 진정한 공감을 통해 불필요한 과거의 일하는 방식과 제도를 과감히 버리고,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제도적 기반을 정립하도록 지금부터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인간 중심의 구성원 경험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것이다.
※ 김일겸 무늬랩스 대표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경영 컨설팅펌 Booz & Company, A.T. Kearney, IBM GBS 등에서 국내외 기업 성장과 디지털 혁신을 지원했다. 그는 기업 고유의 ‘무늬’인 고객 경험과 구성원 경험을 디자인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업의 변화관리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 컨설팅사 무늬랩스(www.munilabs.co.kr)를 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