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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빅인사이트 대표 

떠나는 고객 붙잡는 ‘마테크’의 힘 

장진원 기자
웹사이트에 방문한 고객이 ‘구매하기’ 메뉴를 클릭하는 일은 이커머스 마케터의 영원한 숙제다. 고객의 행동 패턴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도 ‘마테크’라는 이름으로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둘러본 브랜드가 곧장 모바일 포털에 광고로 뜨는 경험이 더는 ‘뜨악’할 만한 일은 아니다. 빅브라더의 수중 아래 놓인 것 같았던 섬뜩함도 이제는 으레 ‘그러려니’ 하는 수준이 돼버렸다. 애드테크(AD Tech) 시대가 바꿔놓은 풍경이다. 요즘은 아예 모바일메신저나 푸시 알림이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상품을 추천하고 알려준다. 성별과 연령, 사는 지역, 취향과 기호에 따른 맞춤형 광고 전략이다. 반대로 과거 TV나 신문, 잡지가 주도했던 매스미디어 광고는 SNS와 포털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개인화나 커스터마이징 마케팅이 대세로 떠오른 현재, 실제 이커머스의 구매전환율은 얼마나 될까?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의 평균 구매전환율은 1.3%에 불과하다. 온라인쇼핑몰에 들어왔던 고객 100명 중 실제로 물건을 구매하는 이가 1명 남짓이란 의미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마케터의 고민이 시작된다. 구글 애널리틱스로 고객을 분석한다지만, 데이터에 기반한(Data-Driven) 실제 퍼포먼스 마케팅은 분석 결과와는 따로 돌리는 게 현장의 모습이다. 심지어 고객 분류는 연례 행사처럼 엑셀 파일에 수기로 정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셀 수 없이 많은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SNS 채널에 타깃팅 광고를 내보내도 원하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배경이다.

애드테크 넘어 마테크 시대


홍승표 대표가 이끄는 빅인사이트는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마케팅이나 디지털마케팅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대체한 곳이다. “인하우스 마케터가 봐야 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라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공과대학(AUT)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홍 대표는 2015년 귀국 후 애플리케이션 개발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학 시절 현지 통신사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는 등 현장 경험을 쌓았던 터라, 앱디자인과 컨설팅 업무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2017년 즈음부터 경쟁 개발사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고, 시장 환경은 단가 경쟁 체제로 급격히 기울었다. 2018년 들어 마케팅과 기술을 합친 ‘마테크(Matech)’ 업체로 사업 영역을 변경한 이유다. “창업 목표가 앱 개발만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소프트웨어 시장에 먹힐 만한 글로벌 브랜드가 부족한데, 우리가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창업 멤버인 신윤용 CTO와 현재의 솔루션 개발에 들어간 게 2017년부터입니다.”

자본금도 없이 시작한 첫 창업이 매달 이익 수천만원을 남기는 등 스케일업에 성공했지만, 앱 개발과 유지·보수에 영혼을 갈아 넣는 작업은 지속가능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과감한 피벗팅에 도전한 이후 빅인사이트는 현재 국내 마테크 시장을 대표하는 선도 업체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기업에서 일하는 디지털·퍼포먼스 마케터들이 하던 수많은 업무를 자체 개발한 ‘빅인’ 솔루션으로 해결하는 것이 빅인사이트의 기본적인 사업 구조다. 이를테면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에게 맞춤형 메시지를 보내거나, 쿠폰을 보내더라도 구매 가능성이 큰 고객을 선별하는 식이다. A 상품을 조회한 고객에게 B 상품을 개인화 메시지로 보내거나, 웹사이트를 떠난 고객이라도 구매 및 방문 주기에 맞춘 마케팅에 다시 나설 수 있게 돕는다. 비슷한 경쟁 서비스와 빅인사이트가 내건 마테크는 어떻게 다를까. 홍 대표는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자 강점으로 고객 세그먼트(segment)를 꼽았다.

“고객 그룹핑(grouping)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아요. 빅인사이트가 자체 개발한 솔루션은 고객 유형을 수백여 가지 시나리오에 맞게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해당 이커머스나 웹사이트로 유입된 채널과 소스, 이후 사이트 내 사용자의 행동을 쪼개고 쪼개 분류하는 거죠. 예를 들어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는 행동, 상품 구매까지 해당 페이지의 스크롤을 얼마나 내리는지, 어떤 구간에서 고객이 이탈하는지, 이탈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최대한 자세하게 분석하는 기술이죠. 분석으로 끝나선 의미가 없어요. 결국 액션, 즉 메시지를 보내 직접적인 매출 향상으로 이어져야죠. 그게 바로 마테크입니다.”

경쟁사 대비 월등히 앞선 세그멘테이션 기술은 결국 확보한 데이터의 양에서 승부가 갈리게 마련이다. 빅인사이트는 고객사의 웹사이트에 직접 스크립트를 설치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스크립트 설치에만 수일이 걸리는 정교한 작업이라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데이터를 자세하게 트래킹(추적)하는 만큼 고객 그룹핑도 디테일하게 완성할 수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분석해서 마케팅 메시지를 던지는 것 못지않게, 데이터의 정확성을 확보해 기술적 오류를 줄이는 인공지능(AI) 노하우도 빅인사이트의 강점 중 하나다.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서 마케팅하는 시장이 아직 국내에선 활성화돼 있지 않아요. 단순히 메시지를 보내고 팝업을 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빅인사이트는 4년 전부터 고객 분류에 대한 디테일을 강화해왔어요. 그만큼 확보한 데이터가 많고, 이를 이용한 디테일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비결입니다. 경쟁사 대비 기술적 허들이 높다고 자부해요.”

고객 분류 고도화의 국내 최강자

빅인사이트가 선보인 마테크 솔루션은 이미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톱티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블랭크코퍼레이션·넥스트플레이어·어댑트 같은 주요 미디어 커머스사들이 빅인사이트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고,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도 주요 고객사다. 현재 빅인 솔루션을 사용하는 기업만 250곳 이상이고, 한 달 평균 20억 건의 이벤트 데이터를 처리한다.

가습기 등 생활가전 전문 브랜드 M사의 드라마틱한 매출 성장은 빅인사이트의 마테크 역량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21년 8월 빅인 솔루션을 도입한 M사는 페이스북 카탈로그, 구글 데이터 피드 생성 등 기술 지원을 통한 데이터 활용 퍼포먼스 설계 이후, 빅인 솔루션 사용 전과 비교해 매출이 630% 넘게 증가했다. 2021년 7월 기준 4억4000건에 머물렀던 거래량도 그해 12월 들어 52억1000건으로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고객 분류(세그먼트)부터 웹사이트 내 캠페인 자동화는 물론 분석 리포트 자동화까지, 마케터가 클릭 몇 번으로 올인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수많은 매체에 마케팅과 광고를 하지만, 정작 지표가 왜 오르지 않는지는 고객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는 한 알기 어렵죠. 퍼포먼스 마케팅과 고객관계관리(CRM)를 한 번에 해결한 것이 우리의 강점입니다.”

이전과는 달라진 디지털마케팅 환경도 단순한 애드테크 기업에 비해 마테크를 표방한 빅인사이트에 더 큰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애드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확보 기반인 ‘서드파티 쿠키’ 사용이 2023년부터 완전히 막히기 때문이다. 쿠키(Cookie)란 웹사이트에 방문한 사용자의 이용 내역이 기록된 텍스트 데이터를 말한다. 웹 방문자의 행동 데이터 격이다. 이는 다시 퍼스트파티 쿠키와 서드파티 쿠키로 나뉘는데, 후자는 해당 웹사이트 업체가 아니라, 제3자가 발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쿠키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애드테크 기업 A사가 이커머스 기업 B사의 웹사이트에 스크립트를 심은 후, A사가 수집한 쿠키가 바로 서드파티 쿠키다.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한 구글 크롬은 2023년부터 크롬 브라우저에서 서드파티 쿠키 사용을 제한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애플의 iOS도 모바일앱 추적 정책을 변경해 ‘앱 추적 금지 요청’ 팝업을 띄우기 시작했다. 모두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정책이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그간 서드파티 쿠키를 기반으로 했던 애드테크 업체에는 피할 수 없는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빅인사이트는 처음부터 서드파티가 아닌 퍼스트파티 쿠키를 활용해왔습니다. 직접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솔루션이란 뜻이죠. 글로벌시장에도 내년부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겁니다. 애드테크 기업으로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하는 형편이죠. 반대로 우리에겐 큰 기회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마테크 시장 규모는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온라인 광고가 레거시 미디어 광고 비중을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다. 홍 대표는 “2020년 기준, 데이터 관련 마테크 솔루션 시장의 성장률이 광고와 프로모션 관련 마테크 솔루션의 성장률보다 20% 이상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시장에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마테크 솔루션 기업 브레이즈(Braze)나 대만의 애피어(Appier, 일본에 상장) 같은 업체의 시가총액이 조 단위를 훌쩍 넘어섰다. 전 세계 마테크 시장 규모는 4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빅인사이트는 국내에서 외산 솔루션과 경쟁하는 유일한 업체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역량은 글로벌 투자로 이어졌다. 지난해 2월 글로벌 펀드 크레센도에퀴티파트너스의 투자는 마테크 업계는 물론 국내 스타트업 신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창립했고 『제로 투 원』의 저자로 유명한 피터 틸이 투자한 사모펀드다.

“규정상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순 없지만 첫 투자가 글로벌 펀드의 참여로 이뤄졌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차익실현(엑시트)이 목표인 벤처캐피털이 아니라, 지분 참여를 통한 전략적투자(SI)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드문 케이스죠.”

국내를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한판 대결을 겨루겠다는 목표도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이 타깃이다. 지난 6월에는 인도네시아 온라인 리테일 강자인 카완라마그룹을 방문해 솔루션 도입을 논의했고, 글로벌 호스팅 업체인 에이커머스와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는 기술력을 더욱 고도화하는 게 가장 큰 사업 목표입니다.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 구축이죠. 국내 마테크 기업 가운데 CDP를 제대로 구현하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반면 시장의 니즈는 점점 커지고 있죠. 오프라인, 레거시, 온라인 자사몰 등 브랜드에서 관리하는 모든 데이터가 CDP 안에서 통합관리될 겁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207호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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