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최근 혁신적인 실험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게임의 세계관을 영화와 TV 스트리밍 콘텐트로 확장하고, 가상 세계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행동심리학과 기계학습을 반영한다. 특히 소셜미디어에 누구나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것처럼 누구나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까운 시일 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디즈니와 같은 IP(지식재산권)왕국을 꿈꾸는 넥슨의 오웬 마호니 대표는 포브스코리아 단독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게임 제작의 자동화·민주화’. 과거 영화나 동영상을 제작하는 일은 전문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고급 카메라와 자본력이 있어야 했고, 필름을 자르고 이어 붙일 수 있는 편집 기술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10살 아이들도 동영상을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창작물을 올리는 시대가 됐다. 오웬 마호니 넥슨 CEO는 “동영상 제작의 민주화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창의성만 있다면 자본력과 특정 기술 없이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곧 공개할 예정이며, 이는 앞으로 게임 콘텐트가 폭발적으로 양산되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동영상 제작의 대중화처럼 게임산업도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만큼 게임 제작을 모든 이에게 개방하려 합니다. 일반인도 누구나 어디서나 무엇을 활용하든 쉽고 빠르게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이 작업은 결코 쉽지가 않아요. 이제까지 비슷한 시도는 많았지만 일반인들에게 게임 제작은 여전히 어려웠죠. 넥슨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큰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게임 제작 자동화 플랫폼이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선보일 것입니다.”이 프로젝트의 목표에 대해 마호니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다수의 혁신적인 게임이 인디 세계에서 나온다. 인디 게임들은 낮은 사양과 비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예산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온갖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중략- (게임제작의) 자동화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결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할 것이고, 우리는 결국 10배, 100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마호니 대표는 이 프로젝트가 향후 수십 년의 게임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 공개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은 아니다’라고 말해 출시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마호니 대표는 그동안 스웨덴 기반의 엠바크스튜디오에 2018년 첫 투자에 이어 지속적으로 지분을 확대하며 넥슨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에 따르면 넥슨은 6조원에 달하는 안정적인 자본금을 보유하고 그동안 여러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해왔다. 엠바크스튜디오 인수는 일련의 투자 중 가장 큰 규모였다.엠바크스튜디오와 넥슨이 진행하는 세 가지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게임 제작 자동화다. 그리고 나머지는 곧 출시를 앞둔 신규 IP로, 1인칭 팀 대전 슈팅게임 ‘더 파이널스’와 3인칭 협동 슈팅게임 ‘아크 레이더스’다. 두 게임은 최근 트레일러가 공개된 상태다. 엠바크스튜디오와 넥슨이 협업한 첫 프로젝트가 완성 단계에 있는 만큼 업계와 유저들 사이에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그는 “1인칭 슈팅게임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더 파이널스는 가상 세계에서 큰 차별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더 파이널스는 그간 경험할 수 없었던 역동성과 전략성을 지향하며 실제 장소를 구현한 가상의 전장에서 팀원들과 적을 상대하는 전투 중심 게임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아크 레이더스의 세계관에 대해 그는 “먼 미래 가상 세계에서 기계학습으로 무장한 로봇들의 침공에 대항하는 콘셉트”라고 소개했다.“엠바크스튜디오는 신생 게임회사지만 구성원들은 모두 글로벌 대작 ‘배틀필드’ 제작사 출신으로, 탁월한 실력과 창의성을 갖고 있어요. 이들이 배틀필드 제작사 다이스를 떠날 때 우리는 눈여겨봤고 업계 또한 엠바크스튜디오의 인수를 탐냈죠. 엠바크스튜디오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IP를 매력적으로 여겼어요. 실제 던전앤파이터의 수익이 영화 [스타워즈]의 수익보다 더 컸다는 점에 주목하고 성장하고 있는 실시간 온라인게임의 노하우를 넥슨에서 배우고 싶어 했죠. 이러한 양사 간 기대, 시너지, 호혜 가능성이 결국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주요 배경입니다.”실제 넥슨의 ‘라이브 운영(Live Operation)’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며 넥슨의 가장 큰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라이브 운영이란 사용자와 게임 모두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유기체로 보고 매일 달라지는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게임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개념이다. 새로운 스킬 획득이나 다른 사용자와의 관계성, 자율성 등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넥슨이 던전앤파이터 17년, 메이플스토리 18년 동안 성장을 지속해오다 보니 제가 해외에 나가면 우리의 라이브 운영 노하우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아요. 저는 우리 게임의 라이브 운영을 디즈니랜드 테마파크에 비유해 설명해요. 테마파크에 가면 캐릭터, 이벤트, 환상적 세계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그곳을 특별한 장소로 만들죠. 가상 세계에서 게임을 하면서 서로 다른 캐릭터를 경험하고 그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며 아이템을 획득해가고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죠. 중요한 것은 이런 상호작용들의 균형이에요.”그가 말하는 가상 세계의 라이브 운영을 위한 임무는 건강하고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사용자 베이스를 관리하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것이다. 즉, 사용자들이 흥미를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지속하는 것이다. 마호니 대표는 “스포츠나 게임에서 나보다 조금 더 잘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가장 큰 재미를 느끼는데 그 이유는 집중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라며 “심리학적으로 내 능력과 도전 의지가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참여자가 가장 몰입하며 재미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상대방이 너무 강해서 계속 당하기만 한다면 결국 좌절감에 흥미를 잃고 떠난다는 점을 우리는 경계한다”고 덧붙였다.온라인게임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많은 홍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렇게 모은 사용자가 5분 안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다른 사용자와 실력 격차가 커서 떠나면 많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업계에서는 이를 ‘게임의 균형 문제(Game Balance)’라고 표현한다. 넥슨은 이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 기계학습을 활용한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랭킹을 매겨 레벨이 비슷한 사용자끼리 그룹으로 묶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다. 넥슨의 인텔리전스랩스에서 이런 알고리듬을 반영·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비단 게임 속 환경뿐 아니라 넥슨이 추구하는 가상환경 ‘버추얼 월드’에도 적용한다.“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환경에서 고도의 몰입감을 위해 VR 등 가상체험 기술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사람의 심리에 입각한 지능적 접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넥슨은 20년 넘도록 가상 세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고 인텔리전스랩스가 여러 솔루션과 툴을 개발해가고 있습니다.”넥슨은 메타버스, 즉 버추얼 월드 사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넥슨은 메타버스 대신 ‘버추얼 월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넥슨은 지난 9월 15일 모바일 버추얼 월드 커뮤니티 플랫폼 ‘넥슨타운(NEXON TOWN)’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가상 세계에서 사용자는 넥슨의 게임 자원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장소(광장, 교실, 캠핑장, 회의실)에서 자신이 직접 꾸민 아바타나 넥슨의 게임 캐릭터로 변신한다. 그리고 단순한 평면적 대화가 아니라 영상 공유, 자료 교환 등 입체적 소통을 할 수 있다.“온라인게임 기업으로 출발한 넥슨은 가상 세계를 개척해온 선구자입니다. 가상 세계의 광범위한 스케일에 수백만 사용자가 들어와 서로 관여도와 몰입감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세계관, 스토리, 캐릭터, 기술, 도구를 적용합니다.”
게임 IP를 영화·TV 콘텐트로 확장
▎넥슨이 엠바크스튜디오와 개발 중인 게임 제작 자동화 도구 및 플랫폼은 개발자들이 막대하게 투입해야 하는 개발 시간과 노력을 아끼고 실제로 중요한 창의적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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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은 최근 ‘넥슨 필름&TV’라는 부서를 신설했다. 게임 IP를 영화나 TV 스트리밍과 같은 선형 엔터테인먼트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넥슨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 [어벤져스:인피니티], [그레이맨] 등을 제작한 미국의 아그보(AGBO)에 투자하고 영화 콘텐트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넥슨 게임들은 영화 제작과 공통분모가 있어요. 마블과 같이 세계관을 만들고 캐릭터와 스토리를 창조해내죠. 그동안 게임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례가 많았는데 예술성은 모르겠지만 흥행 성적은 좋았죠.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게임을 영화로 제작하기 위한 초기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마호니 대표는 최근 결혼식 참석차 미국에 방문했는데, 한국 콘텐트에 매료된 지인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은 영화 콘텐트와 더불어 가상 세계에서도 할리우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가상 세계, E스포츠 등 미래 엔터테인먼트에서 넥슨을 비롯한 한국은 선도하고 있고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믿어요. 가상 세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만큼 이를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에 저와 넥슨은 큰 야망을 갖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아직 정의도 실체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고객 경험에 매료돼 아이폰을 개발했듯이, 넥슨은 사용자 경험에 매료돼 버추얼 월드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 오웬 마호니 대표는…UC버클리대학 아시아학 전공, 일렉트로닉 아츠(EA) 수석 부사장, 2010년 넥슨 일본본사 CFO, 현 넥슨 대표.-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지미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