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김소울의 삶과 미술심리(32) 

애착-나는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나? 

사람마다 관계를 맺는 성향과 양상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이 관계 맺음의 차이를 설명할 때 가장 지지를 받는 심리이론이 바로 애착 이론이다.

▎김지애 [Sweet dream] 1998
애착(愛著)은 사람이나 동물 등에 대해 특별한 정서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대상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서적인 관계성을 의미하는 애착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와 형성되어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 신뢰하는 사람 등 여러 인간관계를 겪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져간다. 기본적으로 애착은 아이와 양육자 간의 관계에서 이야기되는 개념이지만, 애착의 유형은 성인이 되어서도 중요한 대인관계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지는 개념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관계를 맺는 성향과 양상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겁게 여기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관계 맺음 자체를 불안해하고 친밀한 관계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관계 맺음의 차이를 설명할 때 가장 지지를 받는 심리이론이 바로 애착 이론이다.

자신을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인식하는 ‘자기표상’, 타인을 신뢰할 만한 존재라고 믿는 ‘타인표상’은 애착을 설명할 때 지속적으로 언급된다. 부모와 애착을 형성하던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어도 애착은 나타난다. 성인과 성인의 관계 맺음에서 애착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안정형 애착

침대에 여자와 남자가 편안하게 누워 키스를 하고 있다. 태양이 강렬하게 그려져 있는 이불을 아무렇지 않게 옆에 헝클어놓은 두 사람은 서로를 충분한 신뢰하고 있다. 지금 이 둘 중 한 명이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한 명은 불안해할 것이고, 다시 돌아온다면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안정형 애착은 스스로를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내 주변의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고 믿는 유형이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친밀한 관계를 좋아하기도 하고, 반대로 혼자 있을 때도 편안하고 안정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반면,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음은 잘하면서 혼자서는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애착을 형성한 상대방과 떨어지는 것 자체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안정형 애착은 이와 달리 함께할 때, 또 혼자일 때도 모두 편안해한다.

김지애 작가의 그림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로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인간관계에 대한 연구를 그림을 통해 아주 오랜 시간 몰두해왔다. 김지애 작가의 그림에는 애착의 다양한 형태가 있어 감상자들이 자신의 관계 유형을 투영하기 아주 좋은 장소이다.

집착형 애착


▎김지애 [사람의 노래] 2022
집착형 애착은 불안형 애착이라고도 한다. 중요한 관계에서 집착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집착형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결여된 것은 자기애이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자기 비판적인 사고가 강하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 집착한다.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니 타인을 우상시하고 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하고 지나치게 의존하기도 한다.

[사람의 노래]에는 하나가 되어버린 두 사람이 있다. 뒤에서 끌어안은 인물은 앞에 있는 인물을 안간힘을 써서 자신 쪽으로 당기고 있고, 앞의 인물은 온몸에 힘을 잃은 듯 쓰러져 기대고 있다. 집착형 애착에서 자주 등장하는 관계 유형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집착하면 할수록 상대방을 더 소유하고 싶어 하지만, 상대방과의 거리가 좁혀지면 좁혀질수록 상대는 내게 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고통이 된다. 왜 나처럼 강하게 안아주지 않는 걸까, 혹시 내가 싫어진 것은 아닐까 계속 의심한다. 그래서 더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더 세게 끌어안고,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집착적인 불안감이 긴장을 만들고, 또 상대의 마음을 확인함으로써 이 긴장감이 해소되는 경험이 쾌감을 주기에,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상대를 찾아 헤맨다. 상대가 아닌 스스로를 이렇게 꽉 안아줄 수 있다면 누군가를 향해 이처럼 처절하게 손짓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무시형 애착


▎김지애 [몸의 노래] 2022
무시형 애착은 회피형 애착이라고도 한다. 스스로를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 여기지만,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남과 함께 지내는 것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편안하게 여기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누군가와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에 친밀한 관계 형성을 피하는 경향도 있다.

[몸의 노래]에는 한 사람이 분할되어 그려져 있다. 큰 얼굴이 오른쪽에, 아래쪽에는 두 다리가, 왼쪽에는 손가락이, 가운데에는 척추가…. 조각난 몸들이 모여 한 사람을 이루고 있다. 비록 그 구색이 이상하다 하더라도 무시형 애착 유형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극도로 꺼린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남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가까운 사이가 되어 집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심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리고 누가 자신에게 친해지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면 은근슬쩍 거리를 둔다. 자신은 비록 조각난 몸을 조합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상대의 단점 찾기에 능숙하다.

혼란형 애착


▎김지애 [Happy rounding] 2008
혼란형 애착은 자신을 사랑받지 못할 사람이라 생각하고, 타인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도, 상대도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혼란형 애착의 마음속은 텅 비어 있다. 마치 [Happy rounding]에 그려진 비어 있는 회전목마처럼.

관계가 불안하니 회피하고, 스스로를 못마땅해하면서도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게 두렵다. 이 두려움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도 실제로는 마음을 열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것이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회전목마에는 빈자리가 너무나도 많다. 얼마나 오랫동안 빈자리로 남아 있었는지 낡고 녹슨 느낌마저 든다. 혼란형 애착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부정이 너무 오래되었기에 이것이 달라질 수 있을까 걱정한다. 일반적으로 과거에 겪은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었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타인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구는 있지만 스스로를 미워하고, 타인을 신뢰하지도 않으니 상대가 나의 실체를 알면 미워할 것이라 생각한다. 녹슨 채 비어 있는 회전목마만 덩그러니 남아 아무도 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회전목마 사이에 말이 아닌 것들이 보인다. 토끼도 있고, 사슴도 있다. 목마에 누군가가 타는 것이 아니라, 말 자체가 이미 누군가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아,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사실 가득 차 있구나. 토끼도, 사슴도 사람과 소통을 원하던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그래서 작가는 [Happy rounding]이라는 희망적인 제목을 붙인 듯하다. 내 상처가 커 나를 감추고 싶었을 뿐, 사실은 그 누구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사랑받고 싶은 토끼인데, 그저 비어 있는 회전목마라고 스스로에게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4가지 유형 중 나를 사랑하고, 당신을 신뢰하고, 가장 이상적으로 보이는 형태는 당연히 안정형 애착이다. 자신이 사랑받을 사람이라 인식하고, 타인을 신뢰하기에 집착도 회피도 없다. 그러나 자신이 불안정한 애착 유형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상관 없다. 내가 어떤 유형인지 알고, 내 불안을 자극하는 사람을 굳이 곁에 두지 않는다면 충분히 안정형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 곁에 있는 누군가가 불안정한 애착 유형이라면 내가 그 사람이 안정적이 되도록 도울 수도 있다. 애착 유형은 어릴 때 형성되지만 중요한 타인은 그 유형을 바꿀 힘이 있으니까. 중요한 상대방과의 관계가 한쪽에서만 끌어당기는 집착형, 조각난 몸을 가지고도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무시형, 텅 빈 회전목마에서 그 누구도 들이지 않는 혼란형 중 어디에 속하기를 바라는가. 서로를 편안하게 바라보고, 이 관계에서 나 스스로도 채워질 수 있는 안정형 애착 관계의 기본 전제는 어렵지 않다.

나는 나를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당신이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 신뢰한다. 과거의 관계는 지금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다. 그렇기에 과거에 겪은 불안한 기억이 현재의 관계에 상처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나의 관계는 안전하게 지켜질 것이다.

※ 김소울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제임상미술치료학회 회장이며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미술치료전공 겸임교수이자 가천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객원교수이다. 플로리다마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치유미술관』외 12권의 저역서가 있다.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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