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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테넷 | 부산 오픈이노베이션 페스티벌 좌담 

NFT는 신기루인가? 

지난해 11월 24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제1회 부산 오픈이노베이션 페스티벌’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콘텐트 시장의 현재와 미래, 웹3·NFT의 좌담 기획과 모더레이터를 맡아 해시드 공동 창업자인 박진우 오프 대표, 류정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좌담에서는 웹2와 웹3를 넘나들며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리더들의 심도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었다. 좌담 내용을 조금 더 정제된 형태로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패널들의 뜻을 모아 주요 내용을 공유한다.

이상인: 세계적인 기업들이 웹3와 NFT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진우: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워너브라더스, 메타, 아디다스, 나이키 등 명품 브랜드가 이 업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러 각도에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겠지만, 사용성과 문화라는 측면에서 설명해보려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많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그들만의 굿즈, 컵, 스티커 등을 파는 걸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본래 비즈니스는 음식과 커피를 파는 것이지만, 어느 순간 문화를 팔고 있는 거다. 10년 전만 해도 그렇게 흔한 풍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10년 전에도 유럽과 미국, 일본에선 꽤나 흔한 풍경이었다. GDP가 증가할수록 사람들이 문화생활의 다양성, 콘텐트의 중요성을 더 체감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지난 20년간 인터넷 세계가 급격히 성장했고, 인류는 다양한 형태로 ‘사용성’ 측면에서 인터넷을 이용해왔다. 그런데 이 성장은 어느 정도 더딘 지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적인 측면이 더욱더 부각되고 있다.

이상인: 이런 트렌드를 세계적인 기업들이 주목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좋든 싫든 웹3와 NFT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라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미 웹2의 대표적인 플랫폼인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은 이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선에서 거의 모든 IT 자이언트가 이 움직임을 현재 론칭하지는 않더라도 근시일 안에 선보이고자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왜’이다. 정보의 단순 전달이 주였던 웹1에서 인터렉션이 주요한 목적인 웹2로 진화하며 헤게모니가 달라졌다. 이에 따라 디지털 생태계 자체의 헤게모니가 빠르게 변했다는 것을 웹2 플랫폼 회사들도 목격했다.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는 영역 구축이 중요하다. 특히 프라이버시 이슈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최근 들어 메타(페이스북)가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큰 타격을 입고 메타버스에 올인하는 것 역시 다른 기업이나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은 영역을 구축하는 게 주요 포인트다. 웹3가 수면으로 올라옴에 따라 헤게모니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거대 기업들이 많은 준비를 하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이지 않을까. 하지만 웹2 플랫폼들이 전적으로 사용자의 디지털 에셋 및 데이터 소유가 당연시되는 웹3를 완벽하게 서포트하거나 바로 전면에 내세울 것 같지는 않다.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모델인 웹2.5로의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류정혜: 기본적으로는 상인님 의견에 동의한다.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인류의 삶은 계속 디지털라이즈되고 있다. 웹3라는 거대한 흐름도 마찬가지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빅 체인지다. 지금은 블록체인 기술과 웹3라는 거대한 화두가 우리 앞에 등장했다. 사실 웹2가 나왔을 때 일어났던 큰 변화를 우리는 제대로 다 봤다. 그중 살아남은 곳도 있고 아닌 곳들도 있다. 큰 기회를 잘 활용해서 엄청나게 성장한 글로벌기업들도 있다. 메타 같은 곳이다. 전 구글 회장이었던 에릭 슈미트는 ‘소셜(social)’을 놓친 걸 정말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유튜브를 인수해 잘 키웠기에 거대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흐름들을 보면 다들 웹3라는 거대한 흐름이 어떻게 영향을 줄 지 촉각을 세우고, 뒤처지지 않고 새 흐름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웹3에 대한 다양한 키워드가 있지만 점점 무게중심이 개인으로 향하는 거대한 흐름이 보인다. 중앙화된 플랫폼에서는 오히려 개개인이 더 중심이 되고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인님 말씀처럼 2.5 버전이 우선 먼저 나올 것 같다. 웹3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슈퍼 개인’이 아닐까 싶다.

이상인: 현재 가장 눈여겨보는 NFT 브랜드·프로젝트가 있나?

박진우: Nouns. 가장 디지털 네이티브스러운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점은 NFT를 판매한 금액을 모아, 커뮤니티에서 만드는 2차 저작물을 지원하는 것이다. 디지털 오브젝트의 묘미가 2차 저작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상인: 현재 가장 눈에 띄는 NFT 프로젝트는 레딧의 컬렉터블 NFT다. 많은 분이 레딧을 들어보셨겠지만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 베이스 SNS라고 보면 된다. 서브레딧이라고 하는 다양한 주제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여러 그룹을 마치 부족처럼 이루고 있다. 데일리 액티브 유저가 거의 5200만 명이고 전체 사용자 중 70%가 10~30대일 정도로 젊은 유저 층을 확보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레딧 커뮤니티들 중 NFT에 꽤 부정적인 유저가 많았다는 거다. 코인이나 NFT 업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안 좋은 일이 대중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하이브와 두나무가 함께 만든 마켓 플레이스이자 플레이그라운드인 모먼티카. K-컬처 IP와 관련한 흥미로운 시도다.
많은 NFT가 ‘커뮤니티가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실상은 가격 담합 혹은 상승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함께한 이익 도모 집단이었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말 많은 프로젝트가 등장했고 론칭과 동시에 가격이 상승하고 또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마치 몇 년 전 있었던 ICO 붐처럼 말이다.

커뮤니티가 NFT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레딧이 역대 최고이지 않은가 싶다. 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이유는 NFT를 판매하면서 NFT라는 단어를 전면에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들은 NFT를 론칭할 때 이것이 NFT라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컬렉터블 아바타라는 표현만 썼을 뿐이다. 일반 사용자들이 NFT가 아니더라도 쓸 수 있는 아바타를 무료로 공급했고 NFT 버전의 아바타도 무료로 많이 배포했다. 조금 더 수준 높은 컬렉터블 아바타들도 저렴한 가격인 10달러 정도에 판매했다. 또 이를 구매하는 수단도 복잡한 크립토 월렛만 고집하지 않고 카드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 대중을 빠른 속도로 흡수했다.

두 번째 이유는 레딧의 마스코트인 스누에 있다. 이 마스코트는 레딧 파운더인 오하니언이 대학 시절 마케팅 클래스 수강 중에 빠르게 그린 스케치가 바탕이다. 귀엽고 심플한 외계인의 형상인데, 큰 의미 없이 그린 마스코트가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수많은 서브 레딧에 담긴 다양성을 이 심플한 마스코트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색의 외계인 형상은 다양한 패러디와 리디자인을 아바타로 만들기 전부터 양산했다. 이 마스코트를 기반으로 한 아바타가 제대로 가공되기 시작했을 때 사용자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류정혜: 레딧 사례는 진짜 멋진 케이스인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크립토 윈터 시기에 대중에게 다가서는 진짜 멋진 모델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결국 NFT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가치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처음 이 세계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BAYC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핫한, 어쩌면 지금의 NFT 열풍을 만들어낸 케이스를 알고 가셔야 할 것 같다. 딱 1만 개를 발행한, 흔히 프로필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형태로 론칭했는데 한때 크립토계의 에르메스와 샤넬이라고 불리면서 NFT 열풍을 주도했다. 마치 작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듯이, 지금은 프로필 이미지 프로젝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IP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회사가 됐다. 메타버스형 월드와 이 세계에서 거래 가능한 코인도 만들고 있고 소설, 스토리 애니메이션, 캐릭터 비즈니스로 확장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탈중앙화된 디즈니라고도 부른다. 이전 웹2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오픈 IP 정책으로 이 브랜드를 커뮤니티가 같이 키우고 있는 거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한국 회사들 중에는 하이브와 두나무가 만든 모먼티카라는 마켓 플레이스이자 플레이그라운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K-컬처 IP와 관련해서 가장 흥미로운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가 선보인 자체 NFT 에코시스템 ‘오디세이’.
이상인: 스타벅스의 과감한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가 커피 외에 가장 잘하는 것이 두 가지 정도 있는데, 하나는 브랜딩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특히 얼마 전 선보인 자체 NFT 에코시스템인 ‘오디세이(ODYSSEY)’는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는 오디세이를 통해 고객에게 단순히 즐길 수 있는 경험을 넘어, 직접 이 브랜드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는 ‘나만의 스타벅스’ 같은 익스클루시브 경험을 줄 거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정판 커피 혹은 아트워크를 오디세이를 통해 NFT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희소성 있는 스타벅스 NFT를 가진 컬렉터를 대상으로 남미에 있는 그들의 농장 투어를 열어주는 것처럼. 경험의 다변화와 개인화를 통해 스타벅스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거다.

이상인: 베어마켓의 좋은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박진우: 2016년 이후 다양한 형태의 베어마켓을 겪었다. 흔히 우리는 이를 크립토 윈터라고 부른다. 내가 지금까지 크립토 시장에서 사귄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이 겨울을 함께 보냈다. 바꿔 말하면 베어마켓에는 사기꾼이 줄어들고 믿음이 없는 사람은 떠나게 된다. 정말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있는 사람만 이 마켓에 남기 때문에 ‘찐’을 걸러낼 수 있다. 노이즈 없이 ‘만드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게 베어마켓의 장점이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는 베어마켓 기간 동안 이 시간을 벌 수 있다.

이상인: 진우님 말씀에 공감한다. 사실 베어마켓의 다른 이름이 빌드마켓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꾼’이나 ‘사짜’들이 현저히 줄고, 진짜 이 기술과 생태계를 믿는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NFT 게임을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NFT 신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드는 게 아쉽긴 하다. 하지만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애초에 NFT를 쉽게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고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맹이 없는 NFT는 공허한 메아리 같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쓸데없는 메아리들이 걸러져서 좋은 것도 많지 않을까 한다.

류정혜: 두 분 의견에 완전 공감한다. 겨울이 끝났을 때 그 추위를 버티고 준비했던 회사들이 어떻게 봄을 맞았는지 봐왔다. 그래서 다들 더 단단히 마음먹고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겨울에도 우리 모두가 주목하는 것처럼 레딧이나 나이키,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다. 진짜 ‘찐’들의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재밌게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바란다. 진짜 새로운 것을 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시도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베어마켓이 건강한 성장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상인: 앞으로 웹3와 NFT 시장은 어떻게 발전할 거라 보나?

박진우: 웹3라는 단어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용어로 잠시 나왔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용어가 있지 않았나. 가령 창조경제, 유비쿼터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비슷한 거다. 중요한 건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 인류가 더 많은 시간을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에서 살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서 말하는 가상현실은 소수의 몇 개 회사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에서 우리가 진짜 시간 자체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더 새로운 형태의 세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돈을 벌고, 내 데이터를 내가 소유하고, 디지털에 있는 어떤 물건을 보고 지금과는 다르게 그 물건의 소유자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하는 곳이다. 우리 후손들이 ‘가상’의 디지털 세계에 사는 게 아니라, 마치 현실과 같은 ‘메타버스’에서 시간을 보낼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그 인프라로 블록체인이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닷컴버블에서 배울 수 있었듯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2017년 ICO 버블을 혹시 기억하나? 그때 많은 사람이 ‘토큰’은 사용성이 없으며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말했지만, 그 ‘토큰’ 스탠더드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는 이번 NFT 붐이 지나면 NFT도 새로운 스탠더드로서 안정적으로 사용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히 다양한 실험이 NFT를 이용해서 일어날 거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방향성을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상인: 웹의 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생각한다. 우리 인류와 사회도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지닌 목소리와 태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플랫폼은 언제라도 도태될 수 있다. 과거의 시대정신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접하는 것(웹1)’에서 ‘무한한 양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웹2)’으로 진화했다면 이제는 ‘나에게 맞는 정보를 직접 소유하는(웹3)’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누구도 막기 힘든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웹3는 우리가 맞게 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웹3로 완벽하게 바뀌는 시점이 언제냐고 묻는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없다. 웹2의 중앙집권화된 처리 시스템이 가진 훌륭하고 편리한 장점이 너무나 많고, 모든 것에 웹3의 분산 처리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웹의 방향성이 적용 부분에 따라 우리 사회에 어떻게 더 잘 활용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실험해야 한다. 검증을 거친 섹터들은 대중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보안과 사용성을 치밀하게 보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웹2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이미 저물기는 했지만, 웹2가 웹3로 한순간에 바뀌는 일은 없을 거다. 오히려 웹2와 웹3가 공존하는 웹2.5의 시대가 당분간 유지되지 않을까.

류정혜: 도입부에서도 말했듯이 인터넷이라는 것이 등장한 이래 사실 우리 삶은 계속 한 발 한 발 디지털과 더 깊게 연결돼 왔다고 생각한다. 디지털화는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한 가지 거부할 수 없는 건 앞으로도 더 깊이 디지털화될 것이고, 더 깊이 연결될 거라는 거대한 흐름이다. 이는 바꿀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웹2 시대에 나온 많은 이슈와 문제들의 작용·반작용으로 웹3라는 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이처럼 다양한 씨앗 중에서 어떤 게 더 많은 사람에게 선택을 받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재미있는 건 너무나 중앙화된 플랫폼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플랫폼들도 시대의 요구에 맞게 변화하는 곳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거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구글은 어떻게 됐을까? 네이버 블로그가 메타처럼 더 빨리 파워블로거들과 비즈니스적 공생 관계를 만들었다면 판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개인적으로 웹3.0 시대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슈퍼 개인’의 시대다. 방송국의 영향력을 넘어서는 유튜버가 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더는 개인의 정보와 내용을 플랫폼에만 맡기고 싶어 하지 않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웹3라는 표면적인 키워드 말고 왜 이런 변화가 시작되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 변화를 움직이는 숨은 힘이 무엇일까를 한 번 더 생각하고 그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눠볼 수 있으면 좋겠다.

※ 이상인은…이상인 디렉터는 Web 3.0,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및 디자인 전문가로 현재 구글 본사에서 유튜브 광고 디자인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플랫폼 그룹의 디자인 시스템 스튜디오 총괄로 일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으며, 디지털 에이전시 R/GA에서 리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2019년)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2020년), 『디자이너의 접근법; 새로고침』(2021년)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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