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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생태계를 빛낸 VC 스타] 최우수 심사역(중기부 장관상) 박선배 다올인베스트먼트 전무 

독창적·혁신적 기술에 매료 

노유선 기자
최우수 심사역(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으로 선정된 박선배 다올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소재, 부품, 장비, 바이오 등 ‘기술 주도형 기업(Technology-Driven Company)’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은 저를 들뜨게 합니다. 이런 기술로 무장한 기업에 꾸준히 투자해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24년 차 베테랑 벤처캐피털리스트(투자심사역)인 박선배 다올인베스트먼트 전무는 공대 출신답게 소재, 부품, 장비, 바이오 등 ‘기술 주도형 기업(Technology-Driven Company)’의 투자 심사를 맡고 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학·석사를 마친 뒤 쌍용정유(현 에스오일)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 지인의 권유에 따라 다올인베스트먼트(당시 KTB)에 입사했다. 박 전무는 “투자심사역이 재미있고 좋은 직업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공학도로서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다올인베스트먼트에서 화학공학 전공자를 뽑고 있었죠. 2000년만 해도 정보기술(IT) 시장은 호황이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별로 없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들어와보니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습니다.”

공대 출신 심사역의 눈길을 끈 분야

박 전무가 단지 한두 해 성과를 자랑하는 ‘반짝스타’였다면 최우수 심사역으로 선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안정된 역량이 심사위원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공학도이자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투자 대상 기업의 기술과 사업성을 검토하는 눈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그는 여러 번 ‘잭팟’을 터뜨린 ‘미다스의 손’이다. 반도체 광학검사장비 제조업체 ‘넥스틴’과 미국 바이오 장비업체 ‘버클리라이츠(Berkeley Lights)’ 투자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10년 설립된 넥스틴은 반도체 계측장비 불모지인 한국에서 광학 패턴결함 검사장비를 개발한 업체다. 박 전무는 KLA를 비롯한 해외 대형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한국 토종업체에 주목했다. 그는 이곳에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총 32억원을 투자해 456억원을 회수했다. 멀티플 14배, 내부수익률(IRR) 47.8% 성과다. 박 전무는 “해외 업체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그 어려운 장비를 만들겠다고 하니 (투자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회사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판단하에 공동 투자자들과 의기투합했다”고 회고했다.

박 전무의 또 다른 잭팟인 버클리라이츠는 신약 개발에 사용되는 세포연구장비를 제작하는 업체다. 이 업체가 만든 장비를 이용하면 세포 분리부터 배양, 분석, 추출까지 전 과정에서 소요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평이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56억원을 투자해 459억원을 회수했다. 멀티플은 8배, IRR은 118.9%에 달한다. 그는 “펀드를 통해 해외 기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봤다”며 “국내 바이오팀과 자사 미주법인이 함께 심사해 투자를 결정했는데 성과가 좋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올해 ‘데이터’ 관련 기술에 주목할 계획이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시기가 머지않았고 이에 따라 데이터 수집, 저장, 연산 등 기술 발전이 수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전무는 “이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독창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을 찾아서 검토해볼 생각”이라며 “물리·화학 기반의 하드웨어 업체를 우선적으로 찾아본 뒤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기업은 거른다”… 박 전무만의 심사 기준

박 전무는 투자 결정 과정에서 투자 대상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독창성과 시장성, 경영진의 경영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그는 “기업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보유 현금”이라며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몇 가지 질문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가령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지속적으로 끌어모을 만큼 매력적인 기술인가’, ‘경영진의 구성이 자본 조달에 한계를 가지고 있진 않은가’ 등이다.

그의 심사 과정은 치밀하다. 제아무리 독창적이고 시장성이 높은 기술이라고 해도 그의 눈 밖에 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회사의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거나 과거 히스토리가 복잡한 경우에는 향후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투자처 발굴에서 투자금 집행,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박 전무만의 성공 노하우는 무엇일까. “특별한 건 없고 귀 기울여 듣기 위해 노력한다”는 짧지만 명료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투자 대상 기업의 목소리와 자사 투자심의위원회의 견해, 투자사들의 의견을 두루 살피기 위해서는 잘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사후관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투자재원의 관리 룰과 투자 기업의 향후 계획, 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은 대부분 애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순간순간 적절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들었던 여러 의견을 취합하는 일이 선행돼야 해요. 이에 기반해 (투자 대상 기업에)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조언하기도 하고요. 또 투자금이 필요할 때는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외부 투자자를 새롭게 찾아주는 경우도 있고요.”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엔지니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직업을 명확하게 엔지니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VC업계에서 내 역할은 지금도 엔지니어”라며 “앞으로도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K-벤처에 투자해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그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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