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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생태계를 빛낸 VC 스타] 최우수 심사역(문체부 장관상) 최지현 일신창업투자 전무 

굴곡많은 문화산업에 흔들림 없는 투자 

노유선 기자
최우수 심사역(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으로 선정된 최지현 일신창업투자 전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에 처한 오프라인 콘텐트 산업에 뚝심 있게 투자해 국내 문화콘텐트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죠. 저는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한국의 문화산업을 지켜봐왔습니다. 문화산업 생태계의 밸류체인은 질적·양적 측면에서 모두 큰 폭으로 성장했고 한국은 어느덧 문화 중심국으로 거듭났습니다. 문화산업 분야 벤처캐피털리스트(투자심사역)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23년 차 투자심사역인 최지현 일신창업투자 전무는 영화, 드라마, 음악, 공연, 게임, 애니메이션 등 폭넓은 문화콘텐트 분야에서 약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주은투자신탁운용(현 KB자산운용)에서 주식운용역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2001년부터 일신창업투자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했다. 초창기에는 제너럴리스트 심사역으로 활동하다 점차 문화산업으로 투자 분야를 좁혀갔다.

코로나 ‘궤멸적 타격’에도 뚝심 있게 투자

주식운용역 출신이라 숫자와 논리에 친숙할 수밖에 없었지만 투자심사역으로 환골탈태하기는 쉽지 않았다. 최 전무는 “투자에 필요한 통찰은 단순히 숫자를 이해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며 “경영자와 제작자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쌓인 후에야 비로소 통찰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조급해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산업 생태계를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최 전무가 최우수 심사역으로 선정된 데는 그의 ‘뚝심’이 한몫했다. 문화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심리에서 굴곡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투자를 지속해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 전무는 K-팝과 K-드라마가 오늘날의 위상에 이르기 전부터 각종 조합을 결성하며 문화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해왔다. 2004년에 결성된 음악전문투자조합과 2011년의 드라마전문투자조합이 대표적인 예로 손꼽힌다. 최 전무는 “주도적으로 참여했거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았던 콘텐트 조합들이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도 적자를 면하고 플러스 청산을 했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의 뚝심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꺾이지 않았다. 드라마, 웹툰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트 산업은 코로나19라는 벽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영화, 공연 등 많은 관객의 참여가 요구되는 오프라인 콘텐트 산업에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흥행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체 시장규모가 무려 10여 년 이상 후퇴했다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궤멸적인 타격이었다”고 최 전무는 설명했다.

최 전무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 사례를 묻자 단박에 공연기획사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와 함께한 장기 공연 프로젝트를 꼽았다. 그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려운 시기였지만 소규모 창작 뮤지컬들은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고 수익적인 면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다”고 회고했다.

“모두가 힘든 시기, 극장은 장기 대관으로 대관료를 낮추고 배우는 출연료를 조금 덜 받는 대신 장기 공연으로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또 제작사는 사명감을 갖고 불필요한 비용을 과감하게 덜어냈고 투자자도 자금 투자를 지속했어요. 생태계 구성원이 의기투합해 노력한 결과 공연 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었습니다.”

카카오TV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와 영화 [헌트]도 최 전무의 손을 거쳤다. 그는 “과거와 다른 포맷의 드라마 프로젝트에 도전했는데 카카오TV뿐 아니라 넷플릭스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고 말했다. 영화 [헌트]에 대해선 “오랜 가뭄 후 단비였다”며 “어려운 영화판에서 기대했던 수익 최대치를 얻진 못했지만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뜻깊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유능한 심사역은 사람 됨됨이에서 출발

최우수 심사역에게 성과 달성 노하우를 물었는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최 전무는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청과 이해, 조화 등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문화산업은 개성이 강한 제작자의 말을 경청하고 섣불리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며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며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만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면 신뢰가 쌓여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좋은 사람이 돼야 심사역으로서 경쟁력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최 전무는 대중의 관심 밖에 있는 콘텐트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콘텐트 산업의 기업공개(IPO) 사례는 게임, 음악, 드라마 등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그는 최근에 300억원 규모의 모험콘텐트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초기 프로젝트나 소외 분야 프로젝트, 성장 가능성 있는 신생 콘텐트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조합이다.

“지금까지 소외됐던 콘텐트 분야도 점차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어요. 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성공 사례를 발굴해낸다면 문화산업 생태계가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리라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문화콘텐트 산업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대형투자 성공 사례와 글로벌 진출 사례가 나와야만 콘텐트 산업으로 양질의 자금이 유입되고 인재가 모여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교환돼 또 다른 혁신 성공 사례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문화콘텐트 산업 심사역으로서 투자조합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일 뿐 아니라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그동안의 투자 경험을 살려 해외에서 인정받는 창의적인 K-콘텐트가 꾸준히 창출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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