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색다른 공감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게 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오류를 알지 못하는 인지편향을 뜻한다.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휴브리스(HUbris, 오만)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은 지나친 자신감으로 자만이 생겨나고, 자만이 오만으로 심화되면 그릇된 판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포브스코리아가 매년 ‘오만 포럼’을 여는 이유다. 더닝-크루거 효과나 휴브리스에서 빠져나오더라도 잘못된 결정을 내릴 여지가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을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주체가 되지만, 환경의 영향에 따라 자신을 통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인간에 대한 위키(wiki)의 설명은 타당하다. 통합적 사고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나(자기객관화)를 알고, (시장 또는 사람들에 대해) 공감하며, (해당 사안에 대한) 역사를 학습해야 한다. 자기객관화는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공감은 역지사지의 사고다.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오랜 시간을 거쳐 축적된 결과물이므로 축적의 시간이 곧 역사다. 가령 ‘지금의 나’는 ‘살아온 모든 날의 나’다.

리더는 매일 뭔가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때론 결정 하나에 조직의 성패가 갈린다. 올바른 결정을 하려면 통합적 사고 역량을 키워야 하지만, 현대 경영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뛰어나게 판단하고 결정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르게 보고 새로운 길(방식)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트렌드의 함정, 보편성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릴 수 있다. 새로운 길은 기존 사고와 방식을 집대성한 교과서 밖에서 사고해야 보인다. 교과서 밖 사고란 스스로 정의 내리고 스스로 창안한 방식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혁신, 소통, 조직, 보람, 행복 등에 대한 정의(개념화)를 사전에서 찾지 않고 스스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래야 자기만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위대한 경영자는 자기만의 언어를 갖고 있다. ‘모자왕’으로 불리는 조병우 유풍 회장은 ‘섬유업 같은 제조업은 사양산업이라서 미래가 없다는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보편적 시각’에 대해 “첨단산업과 사양산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하면 첨단산업이고, 못하면 사양산업”이라고 ‘그만의 시각’으로 말했다. 연구개발(R&D) 인력을 인문계, 고졸 출신에서 뽑고 있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혁신은 전공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선입견과 편견 없이 오랜 시간 동안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도전을 열정적으로 끌고 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정의했다. 이런 게 교과서에서 벗어난 사고다. 나는 이런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색다른 공감’이라 부른다. 포브스코리아의 모든 기획은 ‘색달라야 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색다르기만 해서는 현실과 동떨어지고 공감만 얻어서는 차별화할 수 없다. 따라서 색다른 공감의 관점에서 한국 기업인에게 반드시 필요한데, 다른 미디어에서는 다루지 않는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왔다. 3월호는 창간 20주년 기념호다. 성원해준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앞으로도 색다른 공감의 관점에서 독자들이 올바르게 결정하고 창의적으로 실행하는 데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자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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