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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물결’ 챗GPT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초거대 AI 

장진원 기자

▎오픈AI(OpenAI)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달리(DALL-E)가 그린 그림. ‘미래 한 가정에서 AI와 함께 노는 아이’라는 키워드를 표현했다.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세기의 대결은 전 세계의 시선을 한국으로 끌어모았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다. 알파고 이전인 1997년에도 이미 IBM의 AI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세계 체스 챔피언을 눌렀고, 이후 내로라하는 전 세계 바둑기사들이 몇몇 AI 프로그램에 연거푸 패배를 당했던 터였다. 알파고가 화제가 된 건 당시 세계 최강 바둑기사로 불리던 이세돌과의 대결 때문이었다. 대국 전 이 9단은 4 대 1이나 5 대 0 완승을 자신했고,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며 연기를 피웠다.

승자는? 모두가 알고 있듯 4 대 1,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게임 수 덕에 인간의 영역이라 자신했던 바둑마저 AI에게 덜미를 잡힌 상징적 장면이다. 처음엔 인간 대 AI의 대결이라는 지극히 흥미롭던 화두는, 역설적이게도 대국 이후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대중에게 각인한 계기가 됐다. 이후로도 AI는 4차 산업혁명이나 빅데이터 같은 말들과 어우러지면서 거대한 딥테크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수면 아래서 조용히 잠자고 있는 듯했던 대중적 관심은 2022년 11월 30일 알파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더 큰 파도로 다시 깨어났다. 미국의 AI 기업 OpenAI가 선보인 챗(Chat)GPT다. 이름에서 짐작하듯 챗GPT는 대화형 AI 서비스다. 단순한 검색엔진이나 챗봇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논문 작성, 번역, 작사·작곡, 코딩까지 해 내는 챗GPT의 성능은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을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각인한 일대 사건이 됐다.

챗GPT는 지난 2017년 구글이 선보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이 기반이다. 요소(단어)들 사이의 패턴을 수학적 공식으로 찾아내 사전 학습(Pre-training)과 미세 조정(Fine-tunning)을 거쳐, 학습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대답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생성형(Generative) AI의 언어형 모델이 챗GPT인 셈이다. 이처럼 급격한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작동하는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도 포브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AGI가 내 모든 행동 이면의 동력”이라고 밝혔다.

챗GPT는 뛰어난 성능뿐 아니라, 서비스 자체가 가진 상업적 성공을 시장에 증명했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주요 온라인 서비스별 사용자 100만 명 달성 기간’은 넷플릭스(1999) 3년 6개월, 킥스타터(2009) 2년 6개월, 트위터(2006) 2년, 페이스북(2004) 10개월, 인스타그램(2010) 75일이었다. 이에 비해 챗GPT는 불과 5일 만에 100만 명이 몰려들었고, 첫 공개 40일 후에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1월 챗GPT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가 이미 1억 명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서비스 출시 불과 두 달 만의 일이다.

챗GPT 열풍은 단순한 대화형 언어 모델을 넘어 본격적인 초거대 AI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 공룡들은 물론이고 LG, KT,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CT 기업들도 저마다 초거대 AI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2019년 Open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현재 100억 달러 투자를 협의 중이다. 그들의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인 오피스(Office) 제품과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를 적용할 계획이다.

천문학적인 개발·유지 비용, 부정확하거나 비윤리적인 정보 생성, 막대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대기업 위주의 시장 독점 등 챗GPT와 초거대 AI 산업의 부정적 측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이 정보산업 자체를 넘어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듯, AI가 주도하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은 확실해 보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챗GPT는 최고의 혁신”이라며 “인터넷만큼 중대한 발명”이라고 극찬했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예견할 수 없지만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음은 분명하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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