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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 호텔HDC 대표 

팬데믹에서 완벽히 벗어난 호텔 

신윤애 기자
파크 하얏트 서울·부산, 안다즈를 운영하는 호텔HDC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팬데믹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전망이 좋다고 손꼽히는 풀에서 포즈를 취한 이성용 호텔HDC 대표. 이 대표는 팬데믹을 이겨내고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지난 3년 동안 호텔들은 끔찍한 시련을 겪었다. 망하거나 버티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호텔HDC는 달랐다. 팬데믹 기간 동안 대부분의 호텔이 문을 닫거나 남아 있는 객실을 팔기 위해 할인 정책을 썼지만, 호텔 HDC는 돈을 들여 개보수를 하고 고가 정책을 고수하며 정면 돌파를 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이성용 대표가 이끄는 호텔HDC는 파크 하얏트(서울, 부산)와 안다즈호텔을 평범한 특급 호텔이 아니라 더 값진 경험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성공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호텔HDC가 운영하는 파크 하얏트 서울·부산은 매출 856억원, 영업이익 156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 각각 24%, 58% 증가한 수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더불어 파크 하얏트 부산은 최근 몇 년간 올린 탁월한 실적을 인정받아 글로벌 하얏트 그룹으로부터 전 세계 파크 하얏트 중 유일하게 ‘팀 오브 더 이어 어워드(Team of the Year Award)’를 수상했다. 이성용 대표는 “팬데믹 초기 몇 개월은 우리에게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K방역, K콘텐트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걸 보고 곧 회복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만 모든 소비자층을 잡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고가 정책을 유지하며 소비력이 강한 계층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는데 이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대담한 결정을 한 건 팬데믹이 한창일 때였다. 당시 정부는 방역 정책의 일환으로 호텔의 객실 판매량을 직접 제한했다. 전체 객실 중 65%만 판매하라, 70%만 판매하라는 등의 지시가 내려왔다. 확진자라도 나오는 날엔 아예 셧다운을 해야 했다. 많은 호텔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잠시 영업을 중지하고 몸을 웅크리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회를 모색하고 역할을 찾아냈다. 대표적인 게 파크 하얏트 서울과 패션 브랜드의 협업이다. 거리두기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지 못하던 유명 패션 브랜드의 쇼(show)를 호텔 객실에서 ‘안전하게’ 볼 수 있도록 연계했는데, 삼성역에 인접한 고층 빌딩이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광고비가 비싸다는 전광판들이 창문 너머로 한눈에 보인다는 파크 하얏트 서울의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한 방안이다. 그는 “브랜드가 객실 밖의 전광판과 객실 내 TV에서 패션쇼를 중계하면 투숙객이 실시간으로 이를 관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명품 브랜드가 파크 하얏트 서울의 문을 두드렸고, 팬데믹 기간 내 이 호텔은 패션쇼 명소로 부상했다. 이 외에도 그는 고가의 객실이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지도록 여러 가지 서비스를 곁들인 패키지를 판매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대표는 “안전하게, 풍족하게 놀 수 있는 장소는 바로 호텔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렸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시기였던 2020~2021년, 역설적이게도 이 기간 동안 많은 특급 호텔이 문을 열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대부분이 파크 하얏트와 동일한 마켓 세그먼트를 공략하는 럭셔리 브랜드라고 했다. 그는 “경기가 살아났다거나 호텔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 아니라 팬데믹 이전부터 준비한 프로젝트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새로 오픈한 호텔엔 언제나 고객의 시선이 쏠리는 법. 팬데믹에 이어 새로운 호텔들과 경쟁하기 위해 파크 하얏트는 더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파크 하얏트 서울은 2005년 개장한 이래 18년 만에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객실과 연회장을 전면적으로 재단장했고 ‘모던 레지덴셜’을 콘셉트로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신 IT기술과 A/V 시스템도 대거 도입했다. 이 대표는 “무조건 신식으로 교체하는 게 아니라 파크 하얏트의 장점을 더 부각했다”면서 “파크 하얏트는 ‘타임리스’, 즉 언제 방문해도 변하지 않는 특유의 느낌과 분위기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파크 하얏트 서울은 전달하고자 하는 콘셉트가 한눈에 드러나는 개성 강한 곳이었다. 모던함을 강조하는 다른 외국계 호텔들과 차별화해 한국의 미를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룸으로 가는 복도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물건이 전시돼 있고 룸 내부에는 창호지를 바른 문짝이 설치돼 있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작고한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다카시 스기모토가 파크 하얏트 서울과 부산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했다”며 “다카시 스기모토는 그 나라의 문화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특징이 있는데, 실제로 한국 전통 가옥의 폐가 같은 데서 수집한 창틀, 고가구, 문양 등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파크 하얏트의 콘셉트를 설명하는 이성용 대표의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가 바로 파크 하얏트 서울의 오픈을 총괄한 담당자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파크 하얏트 오픈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HDC그룹이 호텔산업에 뛰어들면서 가장 먼저 오픈한 호텔입니다. 당시 회장님께서 ‘호텔산업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질 텐데 확실한 고가 마켓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방침을 주셨어요. 그런데 부지의 위치가 강남이다 보니 크기가 좀 작았죠. 규모보다는 네임밸류, 퀄리티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결정했고, 최고급 호텔 브랜드 하얏트의 최상위 브랜드인 파크 하얏트를 들여오게 됐습니다.”

강남 한복판에 최고급 호텔을 짓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사소한 부분까지 본사와 조율해야 했고 눈이 높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시설과 인테리어를 완성하기 위해 직접 자재를 찾으러 해외를 다녀야 했다. 이 대표는 “게다가 초창기에는 그룹 내에서 호텔 사업에 회의적인 반론이 있었고, 사업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말 그대로 피, 땀, 눈물로 세운 호텔이었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섰던 걸까. 생각만큼 센세이셔널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는 “2005년 무렵엔 특급 호텔에서 밥 먹고 숙박하는 게 흔한 일이 아니었다”며 “게다가 평균 객단가를 다른 호텔에 비해 높게 책정했는데, 그렇다 보니 방이 비는 날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 1호점인 파크 하얏트 도쿄는 우리와 사정이 달랐습니다. 당시엔 도쿄가 서울보다 유명한 도시이기도 했지만 내국인 고객도 넘쳐났어요. 투숙객 중 일본인이 가장 많았으니까요. 우리 호텔은 내국인보다 외국인 비율이 높았죠. 시간은 좀 걸렸지만 조금씩 우리나라 위상이 올라가고, 인생을 즐기자는 문화가 생겨나며 내국인 비중이 점차 올랐습니다. 생각해보면 ‘호캉스’라는 단어가 생긴 것도 오래되지 않았더라고요.”

호텔HDC는 호텔산업에 뛰어든 지 18년이 지난 현재, 총 3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두 번째 호텔인 ‘파크 하얏트 부산’을 해운대 아이파크와 함께 부산 해운대에 오픈했고, 2019년엔 하얏트 그룹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안다즈(Andaz)’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안다즈 서울 강남’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 호텔은 KTE가 소유주로, 옛 압구정전화국이 있던 자리에 건립한 것이다. 안다즈는 앞서 오픈한 파크 하얏트서울·부산의 운영 방식과는 다소 상이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파크 하얏트 서울과 부산은 호텔HDC의 모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이 소유하고 호텔 HDC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방식인 반면, 안다즈는 전혀 지분 관계가 없는 KT의 계열사 KTE가 소유한 호텔을 호텔HDC가 위탁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안다즈처럼 제3자가 건축주를 위해 해외 브랜드를 직접 도입하고 위탁 운영까지 맡긴 사례는 국내에서 최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텔HDC의 시작부터 굵직한 성과들을 함께해온 이 대표는 사실 잠시 동안 호텔HDC를 떠나 있었다. 2018년 부동산114 대표직을 맡게 됐기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부동산114는 미래에셋이 가지고 있던 회사를 우리 그룹에서 인수한 것으로, 그 회사의 첫 대표직을 내가 맡았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이미 네이버나 구글의 파워가 셌기 때문에, 경쟁에 참여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의 수익구조를 구상했다. 오랫동안 축적해온 아파트 거래량 같은 데이터를 기업에 판매하는 비즈니스였는데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팬데믹 영향이 지속되던 2021년 초 그는 호텔HDC에 복귀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호텔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지금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룹에서 믿고 맡기는 호텔 전문가 이성용 대표는 어떤 인물일까. 놀랍게도 그는 호텔 전공자가 아니라고 했다. 대학에서 어문학을 전공했고, 석유화학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첫 회사에서 외국 라이선스를 들여와 엔지니어링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HDC에 입사한 이후에는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등에서 아파트 개발 등의 일을 맡았다고 했다.

“크고 작은 호텔 관련 업무를 맡은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투입됐던 건 파크 하얏트 서울이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처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카테고리가 호텔일 뿐 그간 해왔던 일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현대산업개발에서 해왔던 부동산 관련 일은 물론 첫 직장에서 신규 프로젝트 추진팀에서 일했던 경험이 모두 도움이 됐습니다. 부동산114를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어찌 보면 계속 새로운 사업에 투입되곤 했는데, 전 그때마다 경험한 업무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렇게 하면 새로움이라는 데 억눌리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고 해야 할 일들을 자신 있게 추진할 수 있습니다.”

이제 팬데믹 상황은 많이 호전됐다. 이 대표도 긍정적인 관점으로 지금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내국인 수요가 역사상 가장 많이 늘었다”며 “호텔에서 즐기는 문화 또한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발 사업 관점에서도 호텔산업의 앞날은 화창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벌 기업이 사업군 다각화 일환으로 호텔을 운영하던 게 산업의 시작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훌륭한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이 대표가 설명했다. 그는 “사모펀드가 참여해 많은 돈이 개발사업에 투입되고 있다. 호텔산업이 개발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람과 돈이 몰리고 각광받는 산업이 되자 호텔 업계엔 또 다른 숙제가 생겼다. 바로 디지털전환이다. 지금까지 호텔산업은 디지털전환이 느린 축에 속했다. 아직 시작단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벌써 여행, 레저 관련 플랫폼들이 다수 생겨나 유니콘기업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호텔은 자체적인 디지털 힘을 기르는 것은 물론 플랫폼과의 동반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투숙 고객은 우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F&B 고객은 플랫폼을 활용하도록 하는 게 현재 우리의 방침입니다. 더불어 호텔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다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두루 만족시키기 위해 빅데이터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젊은 고객이 많은 안다즈 서울에서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오픈 키친에 AI 셰프 그릴 로봇을 도입하고, NFT를 활용한 전시를 여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내국인은 물론 돌아올 외국인 고객까지 유치하기 위해 호텔HDC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제주 함덕에 짓고 있는 윈덤데스티네이션의 특1급 호텔이다.

“윈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라마다 호텔 등을 갖고 있는 미국의 호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내에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있는데, 아직 중국 외 다른 아시아 국가엔 많이 진출하지 않았어요. 현재 특급 호텔 대부분은 제주 중문에 몰려 있는데 떠오르는 신흥 강자인 함덕에 지금까지 국내에선 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브랜드의 특급 호텔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2027년 오픈이 목표입니다. 향후 엑스포 등으로 부산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고, 한국 여행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스테디셀러와도 같은 제주의 인기도 여전할 거예요. 팬데믹 이후 국내외 고객들로 더욱 북적거릴 우리 호텔들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202307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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