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롬이 혁신에 한창이다. ‘착즙기 시장 1위’ 주방가전기업 이미지를 뛰어넘어 ‘건강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다. 이미 ‘국민건강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실천에 돌입했다. 중소기업계에서 ‘청출어람’으로 꼽히는 김재원 휴롬 대표가 혁신을 이끌고 있다.
▎김재원 휴롬 대표는 “휴롬 2.0은 ‘건강’이라는 진정성 있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기술력과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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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건강만을 생각합니다(Your health, Our priority).’저속착즙기로 잘 알려진 휴롬이 최근 새 비전으로 ‘건강기업’을 선포하며 혁신에 나섰다. 단순한 주방가전기업을 넘어 건강전문기업이라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영양학회와 국민건강 프로젝트 진행, 어린이재단 후원, 프로축구단 FC서울과 파트너십 강화 등 ‘브랜드 컬러’ 만들기에도 열심이다. 내부적으로는 건강하게 일하고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피플&컬처팀’을 신설했고, 협업 툴 ‘슬랙’을 도입해 업무체계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휴롬의 변신을 이끄는 이는 휴롬 창업주 김영기 회장의 아들 김재원 대표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휴롬에 합류해 부친이 전기녹즙기를 발명하고, 휴롬원액기를 개발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마케팅실장을 거쳐 2011년 휴롬 대표에 오른 그는 2017~2019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하락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극복 후 휴롬의 브랜드화에 집중하고 있다. ‘건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계적인 기업이자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 기술력이 독보적인 다이슨, 기업 철학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가 모델이다. 2세로 가업승계가 한창인 중소기업계 안팎에서 “휴롬에서 청출어람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서울 논현동 휴롬 사옥에서 만난 김재원 대표는 “상품기획 회의를 하면 예전에는 이 제품이 팔릴까를 고민했지만 요즘에는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 토론한다”며 “휴롬 1.0이 원액기라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히트 제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했다면, 휴롬 2.0은 ‘건강’이라는 진정성 있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기술력과 서비스를 극대화해 ‘휴롬이 하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을 팔지 말고 건강을 팔라’
▎휴롬의 김해공장 생산라인. / 사진:휴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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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롬은 국내 착즙기 1위 기업이다. 창업주인 김영기 회장은 1996년 전기녹즙기 발명특허를 등록하고, 2005년엔 저속착즙 스크루 방식의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08년 휴롬 원액기 출시 이후 올해까지 88개국에서 원액기 누적 판매량 1100만 대, 누적 매출 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휴롬(Hurom)은 ‘사람(Human)’과 ‘이로움’의 합성어로 ‘사람에게 이로움을 준다’는 의미이며, 2011년 아들인 김재원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휴롬의 매출은 한창 상승곡선을 그리다 2016년 2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급락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외시장, 그중 비중이 가장 큰 중국이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보복조치를 취하면서 직격타를 입은 것이다. 바이어에만 의존하던 해외시장의 오랜 문제도 곪아 터졌다. 당시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기존 원액기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해외 현지법인 직접영업 체제를 구축했다”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건강 가전을 찾는 수요가 늘었고,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매출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휴롬은 2019년 매출액 반등에 성공하며 2021년에는 1325억원을 기록했다.‘위기’는 생각에만 머물던 변화와 성장에 대한 고민을 행동으로 옮기게 했다. 김 대표는 “가치소비로 옮겨가는 소비자를 보면서 브랜드 컬러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건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계적인 기업이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며 “부친께서는 늘 ‘제품을 팔지 말고 건강을 팔라’고 강조하셨다. 이미 ‘건강’이라는 가치는 휴롬 제품 개발의 DNA이자 우리 회사의 오랜 철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지난 6월 한국영양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생애전주기 채소·과일 섭취 국민건강 프로젝트’ 기자간담회가 대표적이다. 간담회에선 우리 국민의 채소·과일 섭취의 심각성을 알리고, 채소·과일 권장량을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활동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매끼 신선한 채소 2가지, 매일 제철과일 1가지’라는 의미를 담은 ‘2+1 채소과일 섭취법’ 가이드를 중심으로 한국영양학회와 대국민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며 “특히 취약계층의 채소과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기부 지원과 다양한 캠페인 활동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실천은 시작됐다. 휴롬은 지난 7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소외계층 아동과 어르신 가정을 대상으로 매월 채소·과일을 지원하는 MOU를 체결했다. 앞서 5월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채소·과일 500상자를 후원하기도 했다. 올 초엔 프로축구단 FC서울과 2023 시즌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건강 가치’ 확산에 나섰다. 김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글로벌 앰배서더를 운영해 세계적으로 휴롬의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 분들과 함께 건강에 대한 진정성 있는 소통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언젠가는 이분들과 한자리에 모여 건강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할 수 있는 행사, 휴롬데이(가칭)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건강’ 가치 공유하는 다양한 사업 전개
▎김재원 휴롬 대표는 2세 경영인이다. 그는 “창업주의 성공 DNA를 붙들고, 현재와 미래에 맞게 만들어가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 사진:휴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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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롬은 중소기업이지만 ‘건강기업’으로서 상당히 앞서 있는 상태다. 원액기를 제조판매하면서 이와 연계해 좋은 품질의 채소·과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자회사 ‘청과원’을 설립했다. 또 어린이들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돕기 위해 휴롬 자회사 ‘휴롬에프앤비’를 설립, 어린이 침출차를 비롯한 ‘휴롬키즈’ 식품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 외에 경북 산청에 ‘휴롬산청빌리지’를 운영한다. 김 대표는 “현재 청과원 2.0을 구상하고 있다. 올가을쯤엔 채소·과일을 더욱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매장을 준비해 시범 단계로 운영할 것”이라며 “국내 최대 한방테마파크인 ‘산청동의보감촌’과 연계해 항노화 웰니스 휴양시설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서로 다른 사업 영역이지만 ‘건강’이라는 가치를 공유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스텝은 이 사업들이 서로 유기적인 시너지를 내며 고객들에게 건강 가치를 다방면으로 제공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매출 3000억원 달성이라는 1차 목표를 세웠습니다. 두 번째 스텝으로는 ‘건강’을 생각했을 때 휴롬을 떠올릴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소통과 사업 영역 확대를 통해 글로벌 건강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휴롬은 현재 100여 건이 넘는 특허출원과 인증을 마쳤으며, 인체공학적 디자인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현재 ‘휴롬 식품영양연구팀’을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건강을 위한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외주로 진행했던 착즙소음테스트도 최근 본사에 소음정밀측정실을 만들어 직접 측정하고 있으며, 전자파 장애를 측정하는 EMI 장비와 사출 원재료를 분석하는 적외선 분광기(FTIR)도 구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별 선호 모델이 다른 만큼 글로벌디자인센터 설립과 건강연구소 오픈 등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휴롬은 올해 초 ‘피플&컬처팀’을 신설했다. 인사부터 조직문화 전반을 담당하는 이 팀은 기존 인사 외에도 다양한 직무 담당자들을 한 팀으로 구성했다. 기존의 관리 관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조직을 들여다보고,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또 슬랙이라는 협업 메신저 툴을 도입해 직원 간에 긴밀하고 빠른 소통은 물론이고 업무 관련 내용을 개방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조직 혁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전의 공유’다. 내부적으로는 ‘건강에 미친 놈들이 되자!’고 방향성을 강조하며 소통했고, 이것이 올해 ‘당신의 건강만을 생각합니다’라는 건강 비전 선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부전자전 직원복지’ 여전해김 대표는 대학 재학 당시 부친의 권유로 회사에 합류해 홍보 CD와 홈페이지 제작 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2011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섰으니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는 “아버지께서 어렵게 기업을 이끄시는 것을 보며 ‘저는 절대 사업 안 합니다’ 외쳤지만 결국 선택권이 없었다”며 “창업 멤버들이 함께 고생해주고 이끌어주지 않았으면 어려운 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직원이 건강해야 고객에게 건강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즐거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부전자전 직원복지’가 대표적이다. 휴롬은 2016년부터 검진 연령에 따라 최대 187만원 상당의 통 큰 종합검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구강검진과 치과의료비 지원을 신설했다. 입사 시 원액기 제공, 임직원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조성하는 ‘건강데이’ 등도 진행한다. 김 대표는 “일상 속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강복지 혜택을 제공해 ‘건강’ 가치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매월 동호회의 날도 지정해 조기 퇴근 후 자유롭게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최근 치열한 경쟁, 시대 상황에 따른 업종 변화 탓에 중소기업 후계자들은 가업승계에 고민이 많다. 김 대표는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물었다. “성공을 이어받는 것도, 더 잘하는 것도 큰 부담이자 숙제입니다. 아마 많은 분이 같은 생각일 거예요. 창업주의 성공을 배제하거나 다르다고 선을 긋지 않고, 그 성공 DNA를 붙들고 현재와 미래에 맞게 잘 만들어가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 사진 임익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