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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원준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대표 

고객 공감을 넘어 공명으로 

노유선 기자
국내 건물관리(FM) 선두 주자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한국 FM 업계의 상향 평준화에 나섰다. 형원준 대표는 “고객을 진정성 있게 배려하는 마인드와 혁신적인 아이디어, 디지털전환이 결합한다면 2027년 매출액 1조원은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라고 밝혔다.

▎형원준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대표는 “고객과 주파수가 맞아야 진정한 배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객의 의견에 공명하는 기업이 시대를 이끌 겁니다. 공명은 공감보다 높은 차원으로, 고객과 같은 주파수에서 진동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타자의 시선에서 고객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 서서 어떤 불편이 있을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20여 년간 경영 일선에서 활동해온 형원준(60)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S&I Corp.·이하 에스앤아이) 대표의 ‘공감 경영론’이다. 에스앤아이는 국내에서 초대형 건물로 손꼽히는 빌딩과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직영 매장 등을 관리하는 건물관리(FM·Facility Management) 전문기업이다. 서울 여의도 파크원, 전경련회관을 비롯해 부산에 있는 BIFC,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전국 곳곳의 H&M 매장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1971년 금성전공주식회사로 출발한 에스앤아이는 50여 년 동안 LG그룹 내 주요 건물을 관리하며 FM 노하우를 쌓았다. LG그룹 계열사로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던 에스앤아이는 지난해 두 개의 크나큰 변화에 직면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이하 맥쿼리)이 LG그룹으로부터 지분 60%를 취득했고 형 대표가 새로운 수장으로서 에스앤아이를 이끌게 된 것이다. 형 대표는 삼성전자 경영혁신본부와 삼성벤처투자를 거쳐 i2테크놀로지 아태 총괄사장, SAP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한 경영 베테랑이다.

형 대표가 에스앤아이 대표직을 맡으면서 가장 역점을 둔 키워드는 ‘공감과 혁신’이었다. 그를 지난 10월 10일 서울 강서구 마곡에 자리한 에스앤아이 본사에서 만났다. 형 대표는 “LG그룹의 전통과 맥쿼리의 문화에서 장점만 취해 에스앤아이는 더욱 진일보할 것”이라며 “LG그룹의 뛰어난 공감 능력과 맥쿼리의 유연한 문화가 만나 에스앤아이의 혁신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은 공감에서 출발한다


▎형원준 대표는… / 고려대 산업공학 학사, 카네기멜론대 경영학 석사, 연세대 경영학 박사 / 1988년 삼성전자, 1998년 삼성벤처투자, 2000년 i2테크놀로지 한국지사장, 2006년 i2테크놀로지 아태 총괄사장, 2008년 SAP코리아 대표, 2017년 두산그룹 CDO, ( C hief Digital Officer), 2022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대표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기업을 두루 경험한 형 대표에게 가장 먼저 ‘기업문화’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오늘날, ‘어떤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인가’는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형 대표는 “가장 한국다운, 한국스러운 문화가 시대 흐름에 적합하다”며 “일본의 집단주의와 서구권의 개인주의는 도태되고 한국의 관계주의가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토론 문화를 관계주의라고 명명했다.

1970~80년대 국내 대다수 기업이 일본 기업의 문화와 제도, 조직구조 등을 상당 부분 벤치마킹한 결과 수직적이고 집단주의적 문화도 덩달아 흘러들어 왔다는 주장이다. 형 대표는 “이후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서구권의 개인주의가 도입되면서 한국 고유의 정서는 희석돼버렸다”며 “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이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되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를 보면 아무리 봉건주의가 강했다 해도 토론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어요. 양반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풍자하는 마당극뿐 아니라 서론과 노론의 격렬한 대립도 토론 문화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철학과 사상을 바탕으로 논쟁하는 경우가 빈번했죠. 오늘날 이런 관계주의가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가 관계주의 복원에 일조한다고 봐요.”

기업 내 세대 갈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전 세대는 윗사람에게 복종하는 데 익숙하다. 이러한 수직적 문화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는 정상이 아니라 ‘착각’이다.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관계주의가 한국 정서에 더 잘 어울린다. MZ세대가 기존 관습이나 관행에 “왜요?”라고 서슴없이 질문하면서 비로소 관계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이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무조건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주어진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 일을 왜 지금 해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이전 세대는 MZ세대의 질문에 설득력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에스앤아이의 조직문화는 어떠한가.

지난해 대표직을 맡으면서 디자인 싱킹 워크숍(design thinking workshop)을 강화했다.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제안하는 자리다. 자유롭게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쏟아져 나온 개선안들은 디자인 싱킹 워크숍에서 여러 테스트를 거치면서 더욱 정교해진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상품화되면 고객 서비스가 개선되고 경영 효율성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물론 상부에서 아이디어를 수용하지 않으면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방적인 기업문화가 중요한 이유다. 지난 1년간 에스앤아이의 포용성과 개방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결과, 현재 에스앤아이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바글바글’한 회사로 변모했다. 직원은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과정에서 일하는 재미를 느끼고 성취감을 맛본다. 이는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으려는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형 대표에게 ‘혁신’은 무엇인가.

혁신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개의 혁신은 주변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혁신의 출발점이다. 기업의 경우 고객에게 공감하다 보면 혁신안이 끊임없이 창출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혁신은 고객의 감동을 불러온다. 지난해 사내 설문조사 결과 에스앤아이 정체성으로 세 가지 단어가 선정됐다. ‘배려하는(caring)’, ‘ 진정성 있는(authentic)’, ‘혁신적인(innovative)’이다. 고객을 진정성 있게 배려한다는 버틀러(집사) 마인드와 고객을 성실하게 섬기는 태도는 에스앤아이가 설립 이래 꾸준하게 지켜온 가치다. 여기에 맥쿼리 지분 인수로 혁신성이 배가되고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에스앤아이는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공간관리 서비스의 상향 평준화

하지만 고객 공감, 고객 감동은 오래된 담론 아닌가.

고객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달라졌다. 그동안 고객 공감은 설문조사를 실시해 고객 불만 사항을 수집하고 데이터를 종합·분석해 통계를 산출하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과 주파수를 맞춰 고객 의견을 가감 없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관찰한다기보다 이른바 빙의하는 것에 가깝다. 고객 입장에서 어떤 불만이 있을지 상상하는 행위는 시키는 일만 잘하는 집사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의미다. 공감을 뛰어넘어 공명하는 기업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이라 확신한다.

어떻게 FM업계에서 차별성을 극대화할 계획인가.

이미 에스앤아이는 공간관리 서비스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원격관리 솔루션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안전과 소방은 물론이고 미화 영역까지 디테일하게 관리할 수 있다. 카펫이나 바닥 타일뿐 아니라 사무용 의자의 청결도 관리 대상이다. 고객 퇴근 시간에 맞춰 통근버스를 대기시키는 일도 에스앤아이의 몫이다. 또 앱상에서 사무실 온도 조절 찬반을 투표할 수 있고 몇 층 화장실에 몇 개 칸이 사용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앱에서 고객으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 등 고객의 요청에 귀 기울인 결과물이다.

에스앤아이는 오는 11월 말 새로운 IT 솔루션을 론칭할 계획이다. 공간관리 플랫폼과 홈페이지, 앱, 쇼핑몰을 통합한 ‘샌디(SANDI)’가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고객과의 소통에 집중했던 앱에 새로운 기능을 더해 고객이 샌디 앱에서 에스앤아이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샌디는 서구권에서 일에 능숙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또 S와 AND, I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샌디라는 이름도 디자인 싱킹 워크숍에서 탄생했다.

또 다른 디지털전환 사례가 있다면.

대부분 CCTV는 화재나 도난 사고 후 수사 과정에서 활용된다. 하지만 에스앤아이의 인공지능(AI) CCTV는 사고 예방·감시 차원에 속한다. 기술 협력사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에지 컴퓨팅 시스템과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한 AI CCTV를 개발했다. 기술 협력사의 디바이스와 에스앤아이 빅데이터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남성이 여자 화장실 앞에서 3분 이상 서성일 경우 AI CCTV가 이를 포착해 보안팀에 알려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글로벌 CRM(고객관계관리) 기업인 세일즈포스의 다양한 솔루션(세일즈 클라우드·CRM 애널리틱스·마케팅 클라우드)을 도입해 기업 운영 전반을 살필 수 있는 관제탑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기업 다수가 한 달에 한 번 매출·손익 데이터를 챙기는, 이른바 ‘뒷북 경영’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하지만 에스앤아이는 세일즈포스 덕분에 일주일 단위로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의 디테일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비전 선포식에서 “2027년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샌디를 기반으로 국내 FM업계 전체의 품질 수준을 높이고 싶다. 이제는 안전, 소방, 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에스앤아이의 고품질 서비스를 초고층 빌딩만 향유하는 시대는 지났다. 에스앤아이는 국내 기업 최초로 FM의 상향 평준화에 도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샌디뿐 아니라 기업형 인테리어 사업(리노베이션 서비스)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리노베이션은 닭장 같은 사무실을 쾌적하면서도 안전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가리킨다. 최근 들어 사무실을 일하는 공간이자 놀이와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책상 개수와 칸막이 개수, 엘리베이터 위치 등을 고려해 업무 효율성에 치중하는 사무실 인테리어는 옛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수준 높은 FM 서비스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건물 63층에 엔트럴파크라는 휴식 공간을 조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스앤아이 구성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혁신안을 100개 내놓으면 그중 한두 개밖에 성공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100번의 시도 끝에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중요하다. 지금껏 경영 일선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점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패가망신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실패 후 회복탄력성이 있어야 재빨리 실망감을 털고 일어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마구 떠오르는데 한 가지 실패에 천착해 있으면 안 된다. 에스앤아이 구성원들이 실패에 따른 미련으로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내놓길 주저하지 않으면 좋겠다. 도전과 실패, 회복, 새로운 도전이 재빠르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311호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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