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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투자의 귀재, 다음 행보는? 

 

모로코 출생의 ‘벌처 투자자’ 마크 라스리와 그의 여동생 소니아 가드너는 채권과 재산 차압권처럼 이자를 지급하는 채무 자산을 매매하며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달러 수익을 안겨줬다. 이제 그들은 메이저리그 피클볼과 NBA 아프리카 리그처럼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투자 가치를 찾고 있다.

▎성스러운 수익 애비뉴 CEO 마크 라스리는 자신이 보유한 벅스 구단이 2021년 챔피언이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덕분에 그가 구단을 매각할 때 투자 수익도 엄청났다. 얼마나 자부심을 느꼈는지 구단 로비에는 트로피에 토가를 두른 그림을 걸어놓기까지 했다. 이 그림에서 라스리는 신처럼 묘사되어 있다. / 사진:PHOTOGRAPH BY GUERIN BLASK FOR FORBES
지난 9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스트리트 서킷에서 개최되는 연례 그랑프리 대회를 맞아 시험 주행이 진행되는 싱가포르 도심 거리에서는 포뮬러원 차량 20대의 엔진이 박자를 맞춰 함께 으르렁댔다. 125억 달러 규모 사모투자사 애비뉴 캐피털 그룹(Avenue Capital Group)의 억만장자 공동 설립자 마크 라스리(Marc Lasry)는 패덕 클럽의 위층에서 진행되는 파티에서 잠시 빠져나와 메르세데스 AMG 패트로나스팀이 있는 창고를 방문했다.

“투자를 위해 여러 F1 팀을 살펴보는 중이라 여기 와서 많은 사람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라스리가 높게 울리는 압축공기식 렌치 소리 너머로 자신의 말을 전달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뒤에서는 F1 스타 루이스 해밀튼이 자신의 차에 타고 있었다. 라스리는 자신이 어떤 팀을 눈여겨보고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 대폭 할인된 가격에 자산을 매입하는 그의 투자 스타일을 고려하면 항상 우승권에 있는 메르세데스는 후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에 라스리는 NBA 밀워키 벅스 구단의 가치를 35억 달러로 인정받고 자신의 보유 지분 25%를 매각했다. 총 9개 시즌 만에 무려 6배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이 중 2021년에는 벅스가 NBA에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 매각으로 라스리의 순재산 가치는 2년 전보다 17%나 훌쩍 뛰어올라 21억 달러에 도달했지만, 포브스 400대 부자에 들기 위한 기준선보다 8억 달러 부족해 순위에는 입성하지 못했다. 그가 다른 사모투자 억만장자 웨스 에덴스(순재산 39억 달러)와 함께 벅스 구단을 인수했던 2014년만 해도 벅스는 NBA에서 꼴찌로 시즌을 마감하고 있었다.

올해 63세인 라스리와 61세인 여동생 소니아 가드너(Sonia Gardner)는 부실자산 전문 투자자다. 지난 35년간 둘은 다양한 채권 자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해왔다. 일례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에 애비뉴는 파산 우려로 폭락한 포드 모터 컴퍼니의 은행 채권에 투자해 4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 당시 포드의 회사채 가격은 1달러당 40센트 미만까지 떨어졌는데 포드가 결국 채권을 전액 상환하면서 애비뉴는 달러 당 100센트의 돈을 받게 됐다.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졌을 때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잘됩니다.” 수변에 자리한 코네티컷 저택에서 만난 라스리가 이렇게 말했다.

창립 이후 애비뉴는 채무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다양한 펀드를 운용해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제하고 10~19% 수익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애비뉴의 매니저들은 투자자들이 8% 수익을 올릴 때까지 어떤 성과보수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자금난을 겪게 된 다수의 소형 은행이 대출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라스리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중이다. 라스리는 “(예치금 보증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소형 은행의 몰락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성장을 못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형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걱정 마세요. 우리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뿐인데 왜 괜찮은지 설명하는 순간 괜찮지 않게 되죠.”

그렇게 해서 생긴 공백은 최대 15% 금리로 사모 자금을 대출해주는 애비뉴가 메꾸는 중이다. 세금 미납 재산의 차압권은 라스리에게 또 하나의 비옥한 투자 환경을 제공해줬다. 그는 이 부실자산을 대량으로 매입한다. 주택 소유주들이 재산세를 연체하면 시 정부는 보통 이들의 자산 차압권이 들어간 포트폴리오를 애비뉴를 비롯한 투자사들에 매각한다. 시 정부는 채권 추심이라는 골치 아픈 일을 넘겨서 좋고, 이를 넘겨받은 애비뉴는 9~18% 이자를 받는다. 세금 담보권은 주택담보채권보다 선순위이기 때문에 결국 해당 주택이 압류되면 애비뉴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자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는다.

“손실 위험이 제로입니다.” 라스리가 말했다. “세금 미납으로 인한 재산차압권이 주택 가격의 1.5%이기 때문에 100만 달러 가치의 주택이 1만5000달러 미만으로 떨어져야 손실이 나는 구조입니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죠.”

모로코에서 태어난 라스리는 1966년 7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어머니는 그의 두 여동생이 다녔던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고, 라스리에게는 펑크앤드와그널스 백과사전을 읽으며 영어를 익히도록 했다. 아버지는 코네티컷 주정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마크와 소니아 둘 다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 있는 클라크대학을 다녔다. 마크는 1981년 역사학 학사를 받고 졸업했다. 뉴욕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 그는 잠깐 UPS 트럭 운전수로 일했다. 급여가 높고 혜택이 좋아서 학교를 때려치우고 트럭 운전수로 일하는 걸 잠깐 고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뉴욕 법정에서 파산법 전문 판사 에드워드 라이언 밑에서 일했던 라스리는 1987년 채권 중개사 코웬앤드컴퍼니(Cowen & Company)에 들어가 자금 5000만 달러를 관리했다. 미래 자신의 경쟁자가 될 사람을 고용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여동생을 채용했다. 현재 애비뉴 사장인 가드너는 “남매인 우리는 서로를 100% 신뢰한다”고 말한다.


▎흔들리지 않는 수익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하려면 강철과 같은 심장을 가져야만 하죠.” 애비뉴 공동 설립자 소니아 가드너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산 매입에 나섰던 애비뉴의 투자전략에 관해 말했다. / 사진:SONIA GARDNER PHOTOGRAPHY BY JAMEL TOPPIN FOR FORBES; BONHAMS
1989년 30살과 27살이었던 라스리와 가드너는 코웬 최대 고객 중 한 명이었던 로버트 M. 배스의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현재 순재산가치가 53억 달러인 배스는 텍사스 출신의 전설적 억만장자다. 데이비드 본더맨의 진두지휘 아래 일하던 남매는 암록(Amroc)이라 불리는 펀드를 통해 주로 은행 채권, 선순위 채권, 거래 청구권 등에 투자했다. 암록은 ‘모로코’를 뜻하는 프랑스어 마록(Maroc)을 살짝 바꾼 단어다.

“마크는 이게 맞다 싶을 때는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고,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다”고 본더맨이 말했다. 본더맨은 대형 사모펀드 텍사스 퍼시픽 그룹(Texas Pacific Group)을 공동 창립해서 58억 달러 규모로 성장시킨 사업가다. “거절해야 할 때는 소니아가 나섭니다. 마크는 거절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1995년 싹을 틔우던 사모투자 사업이 더 큰 규모의 거래를 이끌기 시작할 무렵 가드너와 라스리는 자본금 700만 달러로 애비뉴를 창립했다.

“마크는 처음부터 투자와 투자자에 집중했고, 저는 일상의 사업 관리를 담당했다”고 가드너가 말했다. 이 공식은 지금도 유효하게 작동한다. 2008년 애비뉴의 자산은 200억 달러로 크게 불어났다.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애비뉴의 자산가치는 30% 하락했지만, 포드 투자를 영리하게 결정하고 AIG 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덕분에 2009년에는 자산이 80% 증가했고, 2010년에는 다시 30% 증가했다. 이후 라스리는 투자자들에게 90억 달러를 돌려주며 애비뉴의 자산 규모를 120억 달러로 줄였다.

“더는 부실자산이 없으니 자본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죠. 다음 침체기는 2~3년 뒤에 올 거니까 그때 또 좋은 기회를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스리가 말했다. “그런데 다음 침체기는 12년 뒤에야 왔죠.”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라스리와 가드너는 대폭 할인된 가격에 매물로 나온 각종 자산을 찾아다녔다. 애비뉴는 구자라트 서해안 주를 통과하는 고속도로를 건설 중이었던 인도 고속도로 톨게이트 운영사의 채무 100%를 인수하기 위해 1억1000만 달러를 지출하기도 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도로 위로 나온 차량 수가 감소하다 보니 운영사가 자금난을 겪었고, 애비뉴는 채무를 인수한 후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직접 운영에 나섰다. 현재 이 회사는 10~15%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라스리는 도로로 나오는 차량의 수가 많아지면, 수익률은 2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애비뉴 자산의 절반 이상은 미국 외 투자펀드가 차지한다. 2020년 4월 조성한 6번째 아시아 투자펀드의 경우 수수료를 제외한 연수익률이 11.5%이고, 지금은 7번 째 펀드를 조성 중이다. 유럽 투자펀드에는 40억 달러가 들어가 있다.

스포츠는 애비뉴 투자자들에게 또 하나의 큰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분야다. 스포츠 투자를 내세운 애비뉴 스포츠 펀드는 신규 펀드지만 벌써 20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이 펀드는 NBA나 MLB 구단의 값비싼 지분을 매입하며 가치투자에 걸맞은 접근 방식을 적용한다. NFL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ABC 간판 모닝쇼 [굿모닝 아메리카]의 공동 진행자로 있는 마이클 스트라한과 스키선수 린지 본, 축구 스타 로렌 홀리데이(둘 다 금메달리스트다), WNBA 스타 캔디스 파커 등으로 ‘운동선수협의회’를 구성하여 이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포츠와 관련된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라스리는 여성 스포츠팀이나 아프리카 농구 리그처럼 지구촌 곳곳에서 새로 생겨나는 스포츠 리그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라스리는 아프리카 농구 리그가 2021년 첫 시즌을 마치고 폭발적 성장을 시작할 여건을 모두 갖췄다고 생각한다. 그는 인구 15억 명인 대륙의 리그 구단들이 2500만 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나왔다고 강조한다.

애비뉴는 새로운 펀드를 통해 사모펀드 스포츠 투자라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뛰어들었다. 자산 규모가 70억 달러에 달하는 악토스 파트너스(Arctos Partners)는 포트폴리오에 MLB, NBA, NHL의 다수 구단을 보유하고 있고, 마이클 리스의 다일홈코트 파트너스(Dyal HomeCourt Partners)는 NBA 최소 3개 구단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모 신용 전문 투자사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는 지난 9월 37억 달러 규모의 스포츠 펀드를 조성했다.

라스리는 경쟁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과거 투자 성과를 보여주면 잠재적 파트너들에게 경쟁 우위에 있음을 어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전직 테니스 스타 제임스 블레이크와 함께 10만 달러를 투자해서 메이저리그 피클볼 밀워키 매셔즈 구단을 창립한 후 빠르게 수백만 달러로 키워냈음을 강조했다.

“투자할 때는 가격이 중요합니다.” 그가 말했다. “그런데 스포츠에서는 ‘파트너가 되고 싶은가’를 훨씬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어찌 됐든 다른 사람의 투자 대비 10~20%만 투자하게 된다면, 결국에는 우리가 이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스기사] 트랙 스타


포뮬러원 경주에서 중요한 자동차 중 하나가 바로 마리오 안드레티의 1978년형 존 플레이어 스페셜 로터스-코스워스(John Player Special Lotus-Cosworth) 79형이다. 이 차량이 아부다비 그랑프리 경주를 앞두고 11월 25일 경매에 나온다. 로터스 79형은 차체가 지면을 향하는 다운포스를 늘려주는 혁신적인 ‘그라운드 이펙트(ground effect)’ 기술을 선보인 자동차다. 안드레티는 ‘블랙 뷰티’라 불렸던 이 차를 타고 더치 그랑프리 대회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같은 해 포뮬러원 월드 드라이버의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퍼포먼스가 뛰어나서 스포츠 역사에 확실한 이정표를 남겼던 차량입니다.” 83세가 된 안드레티가 포브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게다가 보기에도 아름답지요. 필요한 건 다 갖춘 팔방미인입니다.” 블랙 뷰티의 경매 전 예측 가격은 650만~950만 달러다. 안드레티는 가격을 대폭 올려줄 아이디어를 하나 가지고 있다. “제가 나가서 차로 좀 묘기를 부린다면 가격이 500만 달러는 훌쩍 뛸 겁니다.”

※ How To Play It

부실채권 투자에 참여하고 싶다면 저등급 기업채권과 대출채권, 전환채권에 집중하는 펀드 파이오니어 하이인컴 트러스트(Pioneer High Income Trust, PHT)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PHT는 바이킹 크루즈(Viking Cruises)부터 테넷 헬스케어(Tenet Healthcare)까지 B등급부터 CCC등급의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PHT의 투자전략과 레버리지 사용을 보면 불경기가 끝나갈 때 부실채권의 반등이 시작되면 가장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2009년 경기 대침체가 끝난 이후 이 펀드는 총 104% 수익을 올렸다. 2020년 3월의 경기침체가 끝난 후에는 12개월간 총 62%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수익률은 9.47%이며, 순자산가치보다 10%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마틴 프리드슨은 포브스/프리드슨 인컴 시큐리티즈 인베스터의 편집자이며 리먼, 리비안, 프리드슨 자문(Lehmann, Livian, Fridson Advisors LLC)의 CIO이다.

- Maneet Ahuja and Hank Tucker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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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호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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