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NEW YEAR ESSAY 2024] 다시, 초심(26) 김상훈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김상훈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수는 연구와 강의만 안 하면 참 좋은 직업인데…”라는 농담이 있다. 실제로 나는 지난 4년간 대학에서 보직을 맡아 행정에 매달리면서 자연스럽게 연구와 교육에 매우 소홀한 시간을 보냈다. 학장직을 마치면서 다시 논문 쓰고 강의하는 교수의 본질적인 삶으로 되돌아갈 시점을 앞두고 그야말로 마음이 설렌다. 경영학, 그것도 마케팅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4년 이상 묵은 강의노트를 반 이상 갈아 엎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쓰리지만, 그동안 급변한 – 코로나로 자의 반 타의 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경험한 –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의 행동을 꼼꼼히 살펴보고 연구할 생각이다.

몇 년의 경험을 뒤로하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뭔가를 다시 시작한다면 다음과 같은 전략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첫째는 가정(assumption)의 점검이다. 즉,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일이다. 경험적 지혜를 나누기 위해 꺼낸 “라떼는 말이야”가 조롱거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라는 행위 또는 결과는 ‘언제나 옳은 것이다’라는 확고한 신념도 ‘이제는 아닐 수 있다’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둘째, 인과관계(cause and effect)의 점검이다. 바람직한 결과이든 부정적인 결과이든 그것을 가져오는 실제 원인 변수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예전에는 먹히던(효과가 있던) 원인 변수가 지금은 아무 역할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진짜 원인을 찾거나 영향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작은 실험(experiment)을 해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조절 변수(moderating variable)의 점검이다. A라는 행위의 결과가 어떤 때는 B로, 또 어떤 때는 C로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칭찬도 매우 부적절한 농담이 될 수 있다.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세상은 쏜살같이 앞서나가고 있다.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초심으로 돌아가려면 먼저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요소를 요리조리 검토해보아야 한다. 초심(初心)은 모든 가능성의 마음이고 뭐든 할 수 있다는 담대한 마음이다. 초조(焦燥)한 마음이란 뜻의 초심(焦心)이 절대 아니다.(아~ 예전에는 이런 썰렁한 농담도 통했는데…)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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