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테일러 파워’, 그녀의 시대가 왔다 

 

세계 투어를 진행하며 연일 신기록을 경신 중인 테일러 스위프트는 움직일 때마다 지역 경제를 들썩이게 하며 순재산을 11억 달러로 불렸고,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 사진:PHOTOGRAPH BY MATT WINKELMEYER/GETTY
“여러분이 있어서 저는 대단해질 수 있어요.” 테일러 스위프트가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공연장에 서서 페미니즘 성가가 된 ‘더 맨(The Man)’을 부르기 전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보내는 멘트다. 박수갈채가 쏟아지면 34세 팝스타는 팔을 들어 올려 이두박근을 자랑하고 자신의 근육에 키스를 한다. 그러면 더 큰 환호가 쏟아지고 공연장의 열기는 달아오른다. 씩 미소를 짓던 그녀가 이어 말한다. “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강력해질 수 있어요.”

영리한 연출이다. 그러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덤 ‘스위프티즈(Swifties)’는 그 힘의 원천이 스위프트 자신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언제나 그랬다. 경이로운 커리어로 이어진 17년의 가수 활동 중에서 지금만큼 스위프트가 경제·문화·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휘두른 적은 없다. 그 결과 2022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목록에서 79위였던 스위프트는 올해 5위로 날아올랐다.

디 에라스 투어가 경이로운 성공을 거두면서 스위프트는 10월 억만장자 뮤지션의 반열에 올랐다. 열 자릿수에 달하는 재산을 일구며 제이지(25억 달러), 리한나(14억 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그녀가 아티스트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3시간 30분짜리 콘서트 투어는 미국에서 63회 공연으로 8억5000만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초반 미국 투어에서만 세후 수익 1억9000만 달러를 올린 테일러의 순재산은 11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에 더해 내년에는 유럽과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위프트가 콘서트를 열 때마다 일어나는 광범위한 경제적 후광을 일컬어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라는 말까지 나왔다. 덴버에서 이틀간 진행된 투어 덕분에 콜로라도 GDP는 1억4000만 달러가 늘었다. 팬들이 호텔과 레스토랑, 리테일 매장에서 1인당 평균 1300달러를 지출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제도는 6월 발간한 베이지북에서 5월 덴버 지역의 호텔 매출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스위프트가 필라델피아 링컨 파이낸셜 필드에서 사흘 간 공연을 한 덕분이라고 그녀의 이름을 보고서에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여행협회에서는 미국 투어로 일어난 경제효과가 총 5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추산했다.


▎히트곡과 디 에라스 투어 2024년 스위프트가 월드 투어의 나머지 50%를 완료하면 투어의 총수입은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다양한 사업체를 보유한 대기업에 육박한다”고 노동경제학자인 시카고대학교 캐롤라인 슬론이 말했다. “팬 대다수가 어리고 여성이다 보니 사람들이 그녀의 경제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소평가하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대다수가 어리고 여성인 팬들은 올해도 그녀에게 돈을 쓰고 있다. 여기에서도 그녀의 기업가적 능력은 아낌없이 발현된다. 10월에 그녀는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를 건너뛰고 AMC를 통해 직접 영화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를 배급했다. 혼자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영화 마케팅 홍보를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감안하고 내린 결정이다. 그래도 타격은 없었다. 스위프트 자체가 최고의 마케팅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에이전시 할리우드 브랜디드(Hollywood Branded)의 창업자 스테이시 존슨은 지난 2년간 테일러 스위프트가 소비자들의 자발적 소식 공유와 글쓰기로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는 ‘언드미디어(earned media)’로 1억3000만 달러 가치를 축적했다고 추산한다. 굳이 돈을 쓰지 않고도 얻게 된 홍보 효과다. 테일러의 경우 캔자스시티 치프스 미식축구팀 경기에 타이밍 좋게 모습을 드러내고 입소문이 퍼져서 영화관이 팬들로 가득 찼다.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 첫 주말에만 9300만 달러 수입을 올렸고, 전 세계적으로 2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디 에라스 투어와 영화의 경우처럼 스위프트는 자신의 사업을 직접 관리한다. 그녀의 힘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그녀는 음원 매각 계약이 자신도 모르는 새 체결됐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앨범 곡들을 재녹음해 발매하기도 했다. 결국 이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얻었으니 대단한 결정이다. 3억 달러 규모의 음원 매각 계약에는 6개 앨범이 포함됐는데, 스위프트는 이 중에서 4개 앨범을 새롭게 녹음해 재발매했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앨범 [1989(테일러 버전)]는 10월 말 발매되자마자 하루 만에 스포티파이에서 ‘최다 스트리밍 아티스트’ 기록을 세웠다. 현재 스위프트는 스포티파이에서 월 청취자 1억900만 명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스위프트의 음원 카탈로그는 5억 달러 가치를 가지고 있다. 케이티 페리와 저스틴 비버가 2023년 자신의 음원 카탈로그를 2억 달러에 매각했음을 생각해보면, ‘테일러 버전’으로 앨범을 재발매한 그녀가 얼마나 사업가적 수완이 뛰어난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대단한 스위프트지만,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는 할 수 없다. 1위는 정책과 예산 결정으로 유럽인 4억5000만 명에게 영향을 주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이 차지했다. 그녀의 영향권 안에 있는 사람의 수는 곧 5억 명을 넘길지도 모른다. 9월 진행한 연례 정책연설에서 그녀가 우크라이나와 서부 발칸 국가를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기 때문이다.

2위는 고인플레 시기 유럽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 총재가 차지했다. 스위프트를 앞지른 다른 ‘파워 여성’으로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3위)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4위)가 있다. 둘 다 각자의 자리까지 올라간 ‘최초의 여성’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특히 멜로니는 총리 직선제 개헌을 추진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더욱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드 파워’를 가졌으니 진짜 권력자들이라고 할 수 있죠.” 브랜딩 전문가 존스이 말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 힘이 없습니다.”

※ 방법론: ‘파워 여성’ 순위는 돈, 미디어, 임팩트, 영향권 등 4가지 기준에 따라 결정했다. 정치 리더는 GDP와 인구수를, 기업 리더는 매출과 직원 수를 계산했고, 미디어 언급 횟수와 파급력을 함께 책정했다. 전체 순위는 forbes.com/power-women 참조.

- BY MAGGIE MCGRATH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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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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