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왕국 부탄은 수백만 달러를 들여 은밀하게 자체 비트코인 채굴장을 건설했다. 포브스는 위성 이미지를 활용하여 세계 최대 국영 채굴장의 숨겨진 위치를 드러냈다.
히말라야 왕국 부탄의 수도 팀푸 남쪽 언덕 뒤에는 수많은 선적 컨테이너가 숨겨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로 꼽히는 이곳에서 수백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채굴 기계들이 소중한 화폐를 끊임없이 쌓아 올리며 나라의 군주와 그의 왕국을 매료한다.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 ‘용왕(Dragon King)’의 통치하에 정부가 이와 같은 작업에 토지, 자금, 에너지를 할애하면서 부탄은 조용히 암호화폐 샹그릴라로 변모했다. 이는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그러나 부탄 고위 관료들은 이 시설들의 위치나 범위를 공개한 적이 없다. 약 4년 전 세계 최초로 국영 비트코인 채굴장을 설립했을 때, 부탄 외부에서 이를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부탄 정부는 지난해 초 포브스가 수백만 달러짜리 포트폴리오의 세부 사항을 처음으로 보도한 후에야 디지털 자산 투자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부탄은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와 셀시우스를 통해 상당한 양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이 회사들이 파산하면서 그 사실이 공개됐다.포브스는 부탄의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과 플래닛 랩스, 위성 뷰, 구글 어스의 위성 이미지를 통해 천둥 용왕의 왕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네 광산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 이미지들은 긴 직사각형 채굴 장치,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부탄의 수력발전소에서 현장으로 이어지는 고용량 전력선과 변압기를 보여준다. 이들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한 시설은 부탄 비트코인 채굴 활동의 시범 장소로, 소식통에 따르면 도출라 패스 근처에 지어졌다. 이 지역은 전사한 부탄 군인들을 기리는 108개 추모 사당이 있는 곳으로 문화적·정치적 중요성을 지닌다. 플래닛 랩스와 구글 어스의 위성 이미지에 따르면 2020년에 현장에서 토목 작업이 시작되어 2022년 말 공사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항공 사진에서는 숲으로 둘러싸인 녹색과 흰색 지붕의 채굴 장치들을 볼 수 있다. 번잡한 고속도로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지만, 구글 스트리트 뷰를 보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행인들로부터 완전히 숨겨져 있는 듯하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부탄 정부가 채굴장이 잘 보이지 않도록 이 도로의 일부 구간을 평평하게 만들었다고 포브스에 전했다.
두 번째 채굴장은 팀푸 동쪽의 도시 트롱사에 있으며, 현재 왕축 왕조의 선조들이 살았던 곳이다. 세 번째 채굴장은 중학교가 있는 농촌 지역의 어린이들을 수용하는 다가나 지구의 울창한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부탄의 채굴장 중 하나로 여겨지는 도출라의 한 장소는 무성한 나무들로 가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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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서 가장 큰 네 번째 채굴장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끝에 실패한 10억 달러 규모의 정부 프로젝트 ‘교육 도시’의 잔해 위에 있다. 교육 도시 프로젝트는 부탄에서 국제적인 ‘교육 및 지식’ 센터를 설립하려는 시도였다. 이 채굴장은 부탄 최초의 포장도로인 푸엔촐링-팀푸 국도를 따라 세워졌지만 산악 지형 뒤에 숨겨져 있다. 변압기와 전력선만이 비트코인 광산이 현장을 차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과거 위성 이미지에 따르면 건설은 2021년 12월경에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재무부의 관세 데이터에 따르면 이 시기에 1억9300만 달러 규모의 ‘처리 장치’가 수입됐다. 이 수입품은 비트코인 채굴 하드웨어 회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 코드로 추가됐다.부탄은 교육 도시 프로젝트를 젊은이들의 실업 증가, 대규모 이민·인재 유출 속에서 국민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부탄 인구의 약 1.5%가 일자리 기회와 더 나은 급여를 찾아 호주로 이주했다. 부탄에서는 최저임금이 월 45달러로 책정되어 있으며, 현지 신문 쿠엔셀에 따르면 약 12%의 인구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다.교육 도시는 그런 상황을 바꾸기 위한 조치였다. 2009년 부탄 정부는 건강, 교육, 금융, ICT 서비스를 갖춘 “세계적 수준의 지역 허브”를 설계하기 위해 컨설팅회사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 약 9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두 강의 합류 지점 사이에 자리한 40만㎡ 규모의 캠퍼스는 부탄의 실험적인 국민총행복(GNH) 경제 모델의 상징이자 아시아 고등교육의 중심지가 될 예정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명망 있는 대학들의 위성 캠퍼스와 연구개발 시설, 실험실, 호텔, 이벤트 센터가 여기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리고 부탄 정부에 따르면 이곳은 “부탄 브랜드”를 촉진하고, “친환경 지속가능 경제”와 “문화적·영적으로 민감한 산업” 및 “지식이 풍부한 사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치 스캔들, 부실한 관리, 끊임없는 지연으로 인해 교육 도시는 2014년 폐기됐다. 그러나 도로, 다리, 수도 시설, 전선 등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기반 시설은 남았다.
▎부탄의 버려진 교육 도시 부지에서 광활한 비트코인 채굴장으로 보이는 시설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 사진:PLANET LABS P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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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의 국영 투자 기관인 드룩 홀딩스 앤드 인베스트먼트(DHI)는 광산의 존재를 인정했다. DHI는 외부 홍보 업체를 통해 “부탄에서의 비트코인 채굴 관련 시설은 전력 공급과 같은 작업의 물류적 필요성, 기타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선택되었다”고 포브스에 전했다. 그러나 위치에 대해서는 “DHI는 상업적으로 민감한 운영상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공개를 거부했다.비트코인은 부탄의 경제 마스터플랜을 긴급 구제하기 위한 구원투수였다. 부탄의 재정은 오랫동안 관광수입과 이웃 나라 인도로의 대규모 수력발전 수출에 의해 뒷받침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루 65달러의 비자 수수료에서 나오는 연간 8860만 달러의 수입이 사라지며 긴급한 방향 전환이 요구됐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부탄 정부 관료들은 2020년의 어느 시점에 비트코인 채굴업체·공급업체와 협상을 시작했다.
부탄의 비트코인 작업을 감독하는 DHI는 현지 신문인 더 부타니즈에 “비트코인 가격이 5000달러일 때 채굴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9년 4월 수준의 가격이며 최근 가격은 3만6000달러다. 부탄의 수입 데이터와 위성 이미지는 2020년에 부탄의 채굴 활동이 실제로 확대됐음을 시사한다. 지난 5월 포브스가 DHI에 그 시기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을 때 DHI 대변인은 “2019년의 어느 시기에 비트코인 투자가 이루어졌다”고만 답했다. 또 DHI 측은 “현재 디지털 자산 포지션으로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11월 6만9000달러에서 지난해 12월 1만7000달러 미만으로 폭락했다.
▎다가나 농촌 지역의 비트코인 채굴장으로 보이는 인프라. / 사진:PLANET LABS P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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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부타니즈는 지난해 6월 무역적자로 인해 통화 준비금이 6억8900만 달러까지 줄어든 가운데, 부탄이 경제적·정치적 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정부 관리들의 급여를 50% 인상하는 데 7200만 달러가 필요하며, DHI는 이를 충당하기 위해 비트코인 재고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부탄 헌법은 12개월의 준비금을 의무화했는데 이 조치는 14개월 분량의 수입만 해결할 수 있다.부탄 내부의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채굴장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부탄 정부나 DHI가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DHI는 포브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암호화폐의 범위나 재정에 대해 계속해서 언급을 거부했다.부탄의 국영 항공사, 수력발전소, 치즈 공장도 운영하는 DHI는 연간 계좌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수익이나 투자 내역을 제공하지 않고 프로젝트의 자금을 대기 위해 외화 채권을 발행했다고만 밝혔다. 부탄 재무부도 조용하다. 글로벌 비트코인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외부 학자들과 내부자들은 포브스에 이 나라의 채굴 활동이 여전히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DHI는 자사가 “정부에 지급하는 자금 사용에 대한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탄 정부는 적어도 약간의 단서를 남겼다. 경제복잡성관측소를 통해 접근한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 중국에서 부탄으로 2억2000만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 채굴용 칩이 운송됐다. DHI는 “계약 당사자들과의 비밀 유지 조항”을 이유로 이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그리고 부탄 에너지부의 데이터는 2022년 산업 분야에서 전력 사용량이 63%나 급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출라의 시설은 공용 도로를 따라 지어졌지만 지형으로 가려져 있다. / 사진:PLANET LABS P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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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탄은 수년 동안 인도에 여분의 에너지를 판매해왔으나 최근 수입을 대폭 늘렸으며, 쿠엔셀에 따르면 2023년에 2070만 달러 상당의 전기를 구매했다. 정부 관료들은 최근 이 비용이 올겨울에 7200만 달러로 급증할 것이며 수요를 충족하려면 5개월 동안 수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아시아의 우기 3개월 동안 부탄의 수력발전소는 대부분 가동 중단 상태가 되므로 주로 석탄을 사용하는 인도의 전력망에서 전력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을 항상 겪었다. 그러나 부탄의 비트코인 채굴 투자는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에 대한 안정적인 접근을 필요로 했다.DHI 측은 “우리는 국내 소비를 위한 전력 공급을 우선시한다. 비트코인 채굴 관련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산업과 비즈니스는 우선순위가 낮다”며 겨울철에 수력발전이 일반적으로 감소하는 경우 “전기 공급 여부에 따라 채굴 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브스가 파악한 네 개의 국영 채굴장보다 더 큰 시설이 있을 수도 있다. 2022년에 부탄은 싱가포르의 비트코인 채굴 대기업인 비트디어와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이로 인해 부탄은 비트디어 아시아 확장의 중심지가 됐다. 플래닛 랩스의 위성 이미지에 따르면 지난 3월 비트디어는 부탄 남부 도시 게두에서 채굴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8월에 100MW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부탄의 국영 전력 회사를 소유한 DHI는 이 시설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비트디어는 7월 소식에서 자신들이 이미 채굴 시설 1만1000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추가로 1만5000대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완공되면 이 600MW 시설은 부탄의 나머지 전체 지역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라고 닛케이가 보도했다.
▎왕축 왕조의 선조들이 살았던 트롱사의 녹색 지붕 설비들. / 사진:PLANET LABS P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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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트디어 직원들은 마이닝 디스럽트와 같은 산업 콘퍼런스에서 5억 달러 규모의 ‘친환경 암호화폐 채굴’ 펀드를 위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DHI는 이 펀드가 부탄에서 일자리 300~400개와 새로운 컴퓨팅 부문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라진 교육 도시를 향한 부탄의 야심 찬 계획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비트디어의 CEO 맷 린후이 콩은 포브스에 “이 펀드에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으며 현재 여러 투자자와 협상 중”이라고 말했지만 투자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부탄에는 새로운 펀드와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올해 부탄의 경제성장이 4.6%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정부 소속 경제학자들은 재정위기를 막기 위한 경제개혁과 예산 삭감을 촉구했다.지금까지 부탄은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 10월 초 왕과 왕비의 12주년 결혼기념일에 부탄은 실험적인 분산형 디지털 신원 앱을 공개했다. 그 첫 번째 테스트 대상자이자 디지털 시민은 왕세자였다.- IAIN MARTIN, SARAH EMERSO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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