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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LG유플러스 CTO 

국내 대표 통신사의 이유 있는 변신 

신윤애 기자
LG유플러스가 디지털전환(DX) 역량을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고 있다. 이는 통신산업을 넘어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자는 비전을 바탕으로 하며, 목표는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의 완전한 변신이다. 스타트업부터 빅테크 기업까지 뛰어든 디지털 플랫폼의 패권전쟁이 이미 치열한 가운데, LG유플러스의 발걸음도 덩달아 바빠졌다. 선두에서 LG유플러스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이상엽 CTO(전무)를 만나봤다.

▎2G에서 5G까지 LG유플러스에서 이동통신 세대의 변천사를 함께하고 있는 이상엽 전무. 현재 그는 CTO조직의수장을 맡아 LG유플러스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탈(脫)통신’과 ‘디지털 혁신’. 현재 우리나라 통신업계의 뜨거운 화두이자 핵심 과제다. 포화된 휴대폰 시장,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감소, 기간산업 특성상 기회를 잡기 어려운 해외 진출 등 여러 이유로 국내 통신업계가 성장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전략은 통신사마다 다르지만 저마다 빅테크 기업 못지않은 기술 경쟁력을 갖춰 산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 전환을 통해 ‘유플러스 3.0(U+3.0)’ 시대를 열겠습니다. 5년 뒤인 2027년에는 비(非)통신사업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고, 기업가치도 12조원까지 성장시킬 것입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2022년 9월 열린 신사업 전반에 대한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공표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수년 전부터 탈통신, 디지털 혁신을 차근차근 실행해왔다.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한 미디어 콘텐트를 서비스하며 비통신 산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자체 AI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해 메타버스와 NFT 같은 서비스를 론칭했다. 최근엔 국내 최초로 IPTV(인터넷TV)를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마치기도 했다.

기술 조직의 규모와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2년 LG유플러스는 기술개발을 이끄는 조직인 ‘기술부문’의 명칭을 ‘CTO(최고기술관리자, Chief Technical Officer) 부문’으로 변경했다. 디지털 혁신에 대한 LG유플러스의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CTO부문의 수장은 기존 기술부문을 총괄하던 이상엽 전무(CTO)가 맡았다.

“800여 명의 기술 인력 한 명 한 명이 ‘CTO’가 되어 일하라는 뜻이죠. 통신사가 보유한 유무선 통신 기술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나 빅테크 기업이 가진 CX(고객경험), DX 관련 역량까지 확보해서 회사의 새로운 변화를 개발적·기술적으로 잘 끌고 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지난해 12월 14일 마곡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난 이 전무가 CTO 조직의 의미와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20여 년 전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에 입사해 LG유플러스 미디어개발담당 상무, 기술개발 그룹장 상무 등을 지낸 LG맨이다. 업계 최초로 4G 전국망을 구축해 SK텔레콤, KT와 격차를 좁혔고, 세계 최초로 VoLTE, LTE 기반의 문자 및 데이터 서비스를 상용화했으며, IPTV 기반 성장 케어인 아이들나라 서비스를 내놓는 등 내로라하는 성과를 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엔 통신 3사와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인 ‘5G포럼’ 의장에 취임해 2028~2030년에 도입될 전망인 6G의 표준 정립에 힘쓰고 있다. 이 전무는 “5G까지 이동통신이 세대를 거듭하며 업계가 동반성장했지만 이젠 통신산업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LG유플러스는 생존 전략으로 디지털 플랫폼 회사가 되는 것을 선택했고, 통신 기반 라이프스타일·놀이·성장 케어 등 3대 신사업과 미래 기술을 4대 플랫폼으로 구성해 차근차근 목표를 달성해갈 것이다. 모든 과정은 ‘고객경험’을 중심에 두고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LG유플러스의 디지털 혁신 과정을 자세히 들어봤다.

LG유플러스가 꿈꾸는 디지털 플랫폼 회사란 어떤 모습인가.

한마디로 DX 기술을 활용해 고객경험을 향상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고객경험 부문이 발전했지만 통신산업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휴대폰을 개통하고 A/S를 받아야 할 때,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고 개통해야 할 때 절차상 완전한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통신 영역의 전반적인 것부터 디지털화를 이루고 모바일 TV나 IPTV 등 미디어 플랫폼, 성장 케어 같은 라이프 영역, 모빌리티나 CCTV 같은 B2B 영역 등에서 디지털전환을 이뤄갈 생각이다.

훌륭한 고객경험을 뭐라고 정의하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 막힘이 없고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IPTV든 CCTV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공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고객들이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우리 조직은 고객경험과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페인포인트를 빨리 찾아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TO 부문의 PM(Project Manager)이나 개발자 대부분은 프로덕트를 만들기도 하지만 페인포인트를 개선할 수 있는 데이터 전문가이기도 하다.

기술 인력이 800명이 넘는다. 규모가 꽤 커 보이는데.

B2C부터 B2B, IT까지 사내 모든 서비스의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인력도 많지만 영역도 다양하다. 협력사와 같이 일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테크니컬 프로덕트 오너, 프런트엔드 백엔드를 개발하는 기술자, 클라우드 관련 인력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술 조직은 유능한 인재가 특히 중요하다.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 중 어떤 걸 더 선호하나.

얼마 전 한 행사에서 CIO(최고정보책임자) 출신이자 전략가인 마크 슈워츠(Mark Schwartz)를 만났다. 그는 IT 트랜스포메이션과 엔터프라이즈 마이그레이션에 관한 책을 집필한 저자이기도 하다. 인재 구성과 관련해 “내부 육성만으로는 안 된다. 육성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외부 인재 채용을 병행해야 한다”고 하더라. 나도 같은 생각이다. 얼마 전 IPTV의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하면서 외부 엔지니어를 다수 영입했다. 처음엔 ‘스타트업이나 테크 업체와 협업을 많이 한다’, ‘우리도 IT 관련 사업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콘퍼런스 등에서 알려야 했지만 3년 정도 지나니 인재들이 절로 찾아온다. 초기엔 영입을 주로 했다면 이제는 육성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만의 개발 문화를 소개해달라.

‘고객가치, 학습하는 문화, 도전정신,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동료와 업무 환경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 등 크게 네 가지를 중요시한다. 리쿠르팅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이 ‘학습’ 부분에 많은 관심을 보이더라. 실제 우리는 조직원이 스스로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커리큘럼과 행사를 마련했다. ‘핵스티벌’이 대표적이다. 200명 가까이 되는 엔지니어가 1박 2일간 함께하며 자신이 맡은 영역에서 고객의 페인포인트가 무엇인지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페스티벌이다. 2022년부터 개최했는데 개발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벤트로 꼽힌다. LG그룹 자체에서도 소프트웨어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 협의체’를 만들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SDC(Software Developer Conference) 행사’를 열었고 점점 규모를 확장해갈 계획이다.

국내 최초로 IPTV를 AWS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했다. 어려운 작업이었을 텐데.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하려는 기업은 상당히 많다. 처음부터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우리처럼 레거시가 있는 대기업에는 까다롭고 힘든 작업이다. LG유플러스의 IPTV는 이미 500만 대 이상 보급돼 있고 하루에만 1억9000만 건에 이르는 트랜잭션(쪼갤 수 없는 업무 처리의 최소 단위, 거래내역)이 발생하는데, 이를 모두 클라우드로 옮겨야 한다. 문제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한 번에 옮길 수 없고, 기능을 하나하나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API 게이트웨이를 내재화하고 클라우드로 넘겨야 하는데, 총 3000개에 이르는 API를 이번 주에 2개, 그다음 주에 2개를 옮기는 등 한 번에 적은 양만 넘길 수 있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레거시 시스템과 새로운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심리스하게 동기화해야 하며, MSA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능들을 아주 작게 쪼개야 한다. 그다음엔 클라우드에서 잘 실행되도록 만드는 클라우드 아키텍처 같은 역량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건 API를 넘기면서 데이터베이스를 동기화하는 작업이다. 이를 이너 아키텍처라고 하는데, 국내에는 이 분야 전문가가 별로 없다. 직접 해봐야 아는 부분인데, 대기업이 아닌 이상 대형 시스템을 마이그레이션하는 경험을 해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우린 이 작업을이 분야 글로벌 톱티어로 꼽히는 AWS와 함께했다. 오픈소스를 쓰지 않고 직접 소스를 개발하고 빌드업을 하느라 부침이 많았지만 경험이 많은 AWS에서 많은 노하우를 전수했다. 어려운 과제였던 만큼 우리 엔지니어들의 기술 역량이 레벨업되었다고 느낀다. 이후 대규모의 BSS(business support systems)를 수천억원을 들여 AWS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했다.

고객들은 어떤 변화를 체감하나.

쉽게 말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가 신형으로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과거에는 불만 사항을 개선하려면 전체 화면이나 앱을 다시 만들어 배포해야 했지만 서비스를 잘게 쪼갠 MSA의 특성상 문제되는 부분만 실시간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 또 콘텐트를 감상하는 동안 메뉴 UX가 자동으로 바뀌거나 새 결제 방법이 추가되기도 한다.

추가로 기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아직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하지 않은 장비가 3만대 이상 있다.(웃음) 그리고 통신사 특성상 온프레미스 장비가 방대한데 이를 어떻게 마이그레이션하면 좋을지 AWS와 함께 논의 중이다.

이번 마이그레이션 작업 이전에도 최초의 기록을 다수 세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VoLTE 서비스다. 당시에 좀 절박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우리가 KT나 SKT처럼 3G 서킷망이 있었다면 VoLTE를 최초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에 아이폰 같은 단말기는 3G 서킷이 기본이 된 상태에 다른 데이터 모듈을 얹은 상태였는데 우리는 3G 서킷망이 없으니 가입자들이 새로운 단말기를 쓸 수 없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음 세대를 미리 준비한 것이다. 음성, 문자, 로밍 등을 모두 데이터 기반으로 처리해서 LTE를 더욱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계획이었다. ‘세계 최초’를 하겠다는 욕심보단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주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성과였다. IPTV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의 셋톱박스는 대부분이 리눅스 기반이어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휴대폰에 있는 앱은 연동되지 않았다. 고객들에게 더 풍부한 즐길거리, 놀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셋톱박스를 안드로이드 OS 기반으로 만들게 됐고, 이 또한 우리가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이후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있는 다양한 VOD나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를 기반으로 ‘아이들 나라’라는 교육용 서비스도 최초로 내놓았다. 통신산업은 이제 6G 시대를 앞두고 있다.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동시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 개수도 늘었다. 하지만 일정 속도 이상에서는 고객이 체감하고 만족하는 ‘와우 포인트’가 이전보다는 약한 느낌이다. 기술적인 발전과 더불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들이 함께 제공돼야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업종과 협업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AI 엔지니어링 전략은.

그룹 내 AI 연구원의 ‘엑사원 LLM’을 활용한 AICC(AI 콜센터)와 같은 영역, 다양한 LLM/AI/ML의 오픈소스를 활용한 특화 AI 엔지니어링 영역, 빅테크 업체에서 제공하는 Gen AI와 AI/ML을 활용한 업무 혁신 AI 엔지니어링 영역으로 크게 구분되는 것 같다. AICC 외에도 특화 AI 엔지니어링 영역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공동 개발한 열수송관 설비 예지보전 및 이상진단, 교차로에서 차량 및 돌발 상황 검지(ITS VDS, AIDS)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최상급 인증을 취득했다. 올해는 화물중개업에서 경로 최적화 및 광고주 효과 분석 레포트 등의 서비스를 특화 AI 기술로 대응하려고 한다. 추가로 사내 업무 혁신 영역에서는 생성형 AI를 누구나 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단말 재고관리, 판매예측, 상담사에 대한 인입콜 예측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메타버스와 NFT 진출은 다소 늦었다.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 개발문화와 관련이 있다. 경쟁사들은 이미 해당 서비스들을 출시한 상태였지만 우리는 고민되는 부분을 명확히 한 다음 시작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고객이 왜 메타버스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어떤 걸 즐길 수 있는지’와 같은 문제 말이다. 고객별로 어떤 메타버스가 필요할지 고민한 끝에 회사원, 대학생, 어린이 등을 위한 맞춤형 메타버스를 만들었다. 대학생 대상의 메타버스에서는 학사 행정이나 강의 기능 등을 연동해 현재 8개 대학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회사원 메타버스에는 가상 오피스를 만들어 조직원들과 소통하고 일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어린이 메타버스는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우주 공간, 환상 속 동물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는 ‘키즈토피아’라는 메타버스로, 지난해 오픈 이후 인도네시아 등에서 인기를 얻으며 가입자가 15만 명에 이르렀다.

이 외에도 UAM, 웹 3.0, 양자 등 미래 기술도 다룬다.

카카오모빌리티, GS칼텍스, 제주항공 등과 도심항공교통(UAM)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AI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콘텐트의 조작이 쉬워진 상황에 대비해 워터마크와 같은 방식으로 원본을 인증할 수 있는 양자 기술을 개발했다. 나아가 양자내성암호(PQC), 물리적 복제 방지(PUF) 기술이 동시 적용된 산업용 ‘PQC PUF-USIM(퍼프유심)’을 상용화했다. 미래기술로 꼽히는 웹3.0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CTO 부문의 중장기 목표는.

워낙 많은 사업 영역에 진출해 있다 보니 요즘 들어 ‘LG유플러스가 그런 서비스까지 하는지 몰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스타트업이나 테크기업 못지않게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과 고객에 집착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고 세상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싶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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