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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환 오비맥주 마케팅 상무 

변치 않는 가치의 힘 

장진원 기자
오늘 이 맥주 먹었다가 내일 저 맥주 먹었다고 눈치 주는 사람은 없다. 주태환 오비맥주 상무가 저관여 상품의 대표 격인 맥주업계에서 브랜드 정체성과 꾸준함을 마케팅 전략으로 펼친 배경을 풀어냈다.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트렌드 변화는 시장과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마케터에겐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와도 같다. 더욱이 최접점에서 고객에 대응해야 하는 B2C 마케팅은 매일매일, 한 주 한 주가 피 말리는 접전이 벌어지는 전장이다. 주류 업종이 대표적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업체 직원들이 방문한 식당에 경쟁사 맥주만 있으면, 직접 가게에서 자사 맥주를 사 와서 먹고 갈 정도”라고 말했다. 치열한 마케팅과 영업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맥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종류가 많다. 접근성도 편한 대표적인 저관여 상품인 만큼 업체 간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이런 맥주 시장에서 로열티로 승부하는 프리미엄 전략은 요원한 일일까. 주태환 오비맥주 상무는 업계에서 소문난 하이엔드 브랜드 마케터다. 맥주에 문화와 진정성을 담아내는 그의 전략은 오비맥주는 물론,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AB InBev)가 전 세계 마케팅 전략으로 채용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갈대 같은 소비자의 마음을 단단한 로열티로 엮어내는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이 궁금하다. 서울 삼성동 오비맥주 본사에서 주 상무를 만나 물었다.

오비맥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한다.

오비맥주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하이엔드 브랜드 마케팅 디렉터를 맡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는 한국과 일본, 뉴질랜드가 포함된다. 2016년 오비맥주에 입사해 7년 반 정도 일했다.

처음부터 마케터로 시작했나.

대학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파이낸스(기업재무) 관련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GE를 나온 후엔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마쳤다. 이때 커리어 체인지를 결정했다. MBA 기간 동안 똑똑하고 실력도 쟁쟁한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났다. 그들보다 내가 잘하는 게 뭘까 고민했는데, 평소 마케팅적인 마인드셋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MBA 중간에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인턴십을 경험했는데 마케팅이 잘 맞더라. 파이낸스라는 백그라운드가 의외로 마케팅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이걸 해야겠다’ 결심했고, 다행히 지금까지 재밌게 잘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어떤 게 있나.

국내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버드와이저를 비롯해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이하 스텔라), 코로나 등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 시카고 지역의 1세대 수제맥주인 구스아일랜드와 2017년 인수한 국내 크래프트 ‘핸드앤몰트’도 있다. 가장 주력하는 브랜드는 역시 스텔라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마케팅은 어떻게 다른가.

시장에서 대규모로 판매되는 코어 브랜드는 아무래도 좀 더 대중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TV 같은 매스미디어를 이용하는 식이다. 그런데 프리미엄 브랜드는 타깃 소비층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 그들의 취향에 맞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TV 광고보다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보면.

가령 스텔라는 미식(美食) 문화를 추구하는 브랜드다. 우리는 이를 ‘패션 포인트(passion point)’라고 부른다. 스텔라의 패션 포인트는 음식, 즉 푸드다. 미식 문화를 알리는 데 스텔라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대중 매체 광고보다는 미식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스텔라 다이닝클럽’을 조직했다. 스텔라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오프라인 모임이다. 참여를 원하는 분들을 공개 모집했고, 현재 200명 남짓한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이분들이 미식 문화를 즐기기 위해 맛집을 탐방한다. 그 안에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정보 교류가 일어나면서 자발적으로 브랜드에 애정을 갖게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홍보대사다. 회원 구성도 굉장히 다양하다.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하는 분도 있고 회사원(맛집러), 셰프 등 다채롭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격인 이분들이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맛집에서 갖고, 거기서 좋은 음식과 함께 스텔라를 즐긴다.

마케팅 성과가 단기간에 드러나긴 힘들 것 같다.

그렇다. 이런 방식은 하루아침에 가시적인 브랜드 성과를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장기적으로 이뤄지면 결국 입소문이 나게 마련이고, TV 광고 마케팅보다 진정성 있는 결과를 이끌어낸다. 장기적으로 보면 더 많은 사람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스텔라를 사랑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200명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미디어 밸류로만 생각해도 이분들이 올리는 온라인 콘텐트의 효과가 엄청나다. 사실 우리도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놀랄 때가 많다. 과연 커뮤니티가 지속될까 의심도 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분도 탈퇴하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자발적인 모임이란 거다.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맛집을 찾고 스텔라를 마시며 경험을 공유해준다. 회사 차원에서 마련한 정기 디너보다 회원 개인들의 자발적인 모임이 두 배나 더 많다.

다른 브랜드는 어떤가. 가령 버드와이저는 ‘올드하다’는 이미지도 있는데.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MZ세대 사이에선 버드와이저가 새롭고 힙한 맥주로 탈바꿈했다. 장년층이 생각하는 버드와이저 이미지와는 다르다. 철저하게 음악, 즉 뮤직컬처에 포커싱한 결과다. 요즘 젊은 세대에겐 빈티지나 레트로가 상당히 힙한 문화의 한 갈래로 여겨진다. 버드와이저는 철저하게 뮤직 컬처에 기반한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여러 아티스트, 패션 브랜드, 뮤직 페스티벌, 클럽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한다. 20대가 열광하는 문화에서 버드와이저가 활발하게 활용되는 방식이다.

가령 예를 들면.

일본 그래픽디자이너인 베르디(VERDY)와 함께한 스페셜 에디션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핫한 아티스트로, 블랙핑크의 아트디렉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평소 버드와이저를 좋아한다는 정보를 듣고 에디션을 제안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가수 태양과 협업해 태양 에디션 캔을 선보이기도 했다. 2022년에 가수 보아와 함께한 작업도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유명 가수와 작업한다기보다, 국내 음악계에서 상징적 아이콘이 된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지향한다. 단순한 광고모델을 넘어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런 분들과 버드와이저의 스토리텔링을 계속 만들어가려 한다. 맥주만큼 다양한 영역을 담아낼 수 있는 주류도 없다. 문화적 접점, 소비자의 음용 니즈가 굉장히 다양하다. 집에서 쉴 때 가볍게 마실 수도 있고, 맛집에서 좋은 음식과 함께하고, 야구장이나 클럽에서도 즐긴다. 마케팅 접점이 무척 다양하다.

지난해 의미 있었던 마케팅 성과를 꼽자면.

먼저 스텔라가 기억에 남는다. 500㎖ 병 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공략하기 위해서인데, 대부분 고급 고깃집이다. 미식 문화를 추구한다면서도 그동안 프리미엄 레스토랑에 스텔라가 공급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한국 미식 문화에서 고깃집의 영향력이 엄청나지 않나.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병맥주를 새로 출시한다는 건 우리에게도 큰 시도였다. 보통 새 맥주가 나오면 TV 광고 빵빵하게 하고 사입률을 늘리는 데 전력하는데, 그런 전략과는 많이 다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철저한 전략 아래서 움직이겠다는 계획이다.


술을 즐기는 취향과 기호가 갈수록 다양해진다. 맥주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나.

갈수록 다양한 맛을 즐기는 주류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오비맥주 중에서는 호가든이 이런 역할을 맡는다. 다양한 풍미(flavour)로 라인업을 짰다. 실제로 호가든 애플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패키지 디자인도 한국만 다르다. 오비맥주가 타깃팅한 소비층보다 기존 디자인이 올드하다는 판단에서다. 브랜드 쇄신에 맞게 2022년 패키지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호가든의 주요 타깃은 20~30대 여성이다.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서 밀맥주 특유의 텁텁한 맛을 조금 줄이고 풍미를 강화한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오비맥주뿐 아니라 본사인 AB인베브의 마케팅 역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들었다.

AB인베브는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2022~2023년)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마케터’상을 받았다. 글로벌 본사가 거둔 성과이지만 오비맥주에도 큰 의미가 있는 수상이다. AB인베브는 지난 2018년부터 전사적으로 마케팅에 크리에이티비티를 향상하기 위한 플랜을 가동했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5년 계획을 짰는데, 마침 칸에서 2회 연속 수상했던 시점이 플랜 가동 5년째였다. 창의를 바탕으로 한 변신과 쇄신 전략이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확신을 얻게 된 계기다. 결국 전사적인 크리에이티브 강화 전략이 회사의 성장과도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됐다.

말씀처럼 맥주 시장은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다른가.

가장 중요한 건, 확고한 포지셔닝을 갖추고 이를 지켜가는 꾸준함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거 얘기하다가 유행이 바뀌면 휘둘리면서 내일 저 얘기 하기 쉽다. 버드와이저의 정체성을 뮤직으로 정했다면 이걸 그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꾸준히 밀고 가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물론 매출 같은 정략적 목표도 중요하고, 단기 성과도 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특정한 브랜드를 만들어간다는 중요성을 회사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 두 길 사이 밸런스를 잘 맞춰가야 한다.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맡고 있다. 제각각 다른 브랜드를 관통하는 마케팅 원칙이 있나.

어떤 브랜드이든 결국 생각의 출발점은 소비자다. ‘컨슈머 퍼스트(consumer first)’다. 우리가 타깃팅한 소비자의 고충을 브랜드가 어떻게 해결해주느냐가 모든 시작의 기준이다. 버드와이저는 뮤직 컬처에 집중하는 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의 페인 포인트가 무얼일까 고민하는 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즌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2년 동안 맥주 시장도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음악 공연이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뮤직을 버리고 다른 방향을 찾지는 않았다. 음악에 대한 버드와이저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모든 것이 멈춰버린 팬데믹 동안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때 나온 게 ‘스테이 스트롱(stay strong)’ 캠페인이다. 요즘 말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와 비슷하다. 공연이 전무하니 아티스트들도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힘든 시기에 이들을 돕는 게 버드와이저의 정체성이라 믿었다. 관련 굿즈를 만들어 얻은 수익 전액을 아티스트들을 돕는 데 내놓았다. 라이브 스트리밍 무대도 제공했다. 우리의 손길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지는 몰라도, 진정성 있는 노력은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2016년 오비맥주에 합류해 마케팅 전략을 리드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뮤직 컬처라는 콘셉트 전략을 한국에서 우리가 처음 시작했다. 2017년 버드와이저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는데, 당시만 해도 카우보이 같은 전형적인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였다. 좀 더 힙하고 세련된 브랜드로 변신하려면 컬처 마케팅이 절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패션을 접목해보자는 아이디어는 당시 맥주 카테고리에선 흔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수제 맥주가 한동안 인기를 끌다가 요즘은 하이볼이 각광을 받고 있다. 변화가 큰 주류업계 트렌드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 있나.

두 가지다. 먼저 소비자 취향이 바뀌는 걸 아예 무시할 순 없다. 그만큼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다양한 풍미가 추가된 호가든이 좋은 예다. 유행이라는 게 한때 인기에 그칠지 아예 판도를 바꿀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다음 중요한 건 앞서 말했듯이 꾸준함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한 약속이 뭔가. 미식과 뮤직은 스텔라와 버드와이저가 소비자와 한 일종의 약속이다. 그걸 확고하고 꾸준하게 유지하는 게 결국 장기적으론 승부를 가를 거라 생각한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인성욱 객원기자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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