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메가플랫폼’ 꿈꾸는 개척자 | 이세영(27)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미국에 챗GPT가 있다면 한국에는 뤼튼테크놀로지스(이하 뤼튼)가 있다. 뤼튼은 국내 생성형 AI 플랫폼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다. 2023년 3월 공식 챗 서비스를 출시한 후 그달 월간사용자수(MAU) 4만 명을 넘어서더니, 12월 들어선 MAU 150만 명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무려 35배 성장했는데, 매주 평균 10% 이상 가파른 성장세다. 서비스 출시 후 7개월 만에 누적가입자수는 100만 명을 달성했다. 초기 카카오톡과 비슷한 속도이고, 토스(11개월)보다도 빨랐다. 지난해 12월에는 누적가입자수 2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뤼튼 창업자 이세영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남다른 활동으로 주목받은 인재다. 2014년 한국청소년학술대회(KSCY)를 설립해 8년간 운영하며 아시아 최대 규모 학술대회로 자리 잡게 한 주역이다. 현재 KSCY의 누적참여자수는 3만 명에 달한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대규모 학술대회 조직에 나선 건 ‘표현의 병목’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초등학생 때부터 질문과 협의가 없는 교육 현장이 안타까웠다”며 “자유롭게 질문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KSCY 시절부터 함께한 공동설립자들은 지금도 이 대표와 뤼튼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10년 넘게 합을 맞춰온 동료들이다.뤼튼을 창업한 것도 KSCY 운영 경험에서 비롯됐다. 예기치 않게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행사 운영 비용 조달 등에 큰 어려움을 끼쳤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는데, 이때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해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팀과 어떤 일을 할지 깊이 고민하던 차에 다음(DAUM) 창업자들로부터 GPT에 대한 소개를 받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당시는 GPT를 비롯한 트랜스포머 기반의 생성형 AI가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다. 이 대표는 “초기 GPT 모델로 구현되는 문장의 품질,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고 일찍이 꿈꿔왔던 ‘표현의 병목’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KSCY 공동설립자들과 함께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생성형 AI 필드에 뛰어들었다. 챗GPT가 공식 출시하기도 전에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뤼튼은 GPT4T, 클라우드(Claude), 하이퍼클로바(Hyperclova) 등 검증된 고성능 대형언어모델(LLM)들을 연결해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시간 검색이 가능한 ‘뤼튼서치’ 기능도 올해 1월 출시해 GPT 등 기존 모델들의 한계를 극복했다. 올 상반기 중엔 사용자가 어떤 모델을 선택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발화 상황과 목적에 맞는 LLM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기능도 선보일 예정이다. 뤼튼은 사용자 스스로 참여해 생산·소비하는 생성형 AI 생태계도 구축하려 한다. 실제로 뤼튼의 스튜디오와 스토어는 노코드 기반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자기만의 AI 에이전트를 생성하고 교류하는 장이다. 현재 AI 에이전트 및 사용자 케이스가 1만7000개를 넘어서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생성형 AI의 ‘블로그 모먼트’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노린다. 2023년 11월 일본 법인을 설립해 현지에 공식 앱을 선보였다. 한국과 비슷한 초기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10만 명 이상이 사용 중이다. 한국과 일본을 순차적으로 공략한 후에는 중동·동남아를 공격적으로 아우르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생성형 AI 메가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다.
AI로 교육 시장 이끄는 ‘기술 너드’ | 최민규(26) 튜링 대표
▎ 사진:튜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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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B2C 모바일 수학 교육 서비스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모바일로 수학 학습 앱 ‘수학대왕’을 선보인 최민규 튜링 대표의 말이다. 영어와 달리 수학을 앱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기술은 너무 어렵다, 모바일로 수학 공부하는 게 너무 불편하고 동기부여도 쉽지 않다 등 부정적인 이유는 수도 없었다. 하지만 현재 수학대왕은 누적 투자유치 100억원,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 교육 분야 앱 1위, 누적 다운로드 150만 건, 다수 논문 등록과 특허 출원, 챗GPT 운영사 OpenAI와 기술 협업 등 업계를 대표하는 교육 앱이 됐다.최 대표는 서울대 공대에서 화학생물공학·전기정보공학을 전공하다 창업에 나섰다. 스스로를 “과학·기술·공학 덕후인 너드”라고 소개한 최 대표는 어릴 때부터 수학·과학에 두각을 보였다. 초등학교 때는 한국 수학 국가대표로 선발돼 세계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대구일과학고 졸업 후 서울대 공대에 진학한 최 대표는 인공지능(AI)을 접하면서 인생의 방향키를 틀었다. AI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확신했고, 재학 중 튜링을 창업했다. 거대하지만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은 교육 시장에 큰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2018년 튜링 창업 후에는 학교를 자퇴한 후 사업에 매진해 왔다.창업 초기에는 스타트업이 으레 그렇듯 숱한 고생을 겪었다. 닥치는 대로 일해 번 돈을 회사에 쏟아붓고, 주말에는 고향인 대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해 번 돈을 또다시 회사에 넣었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초기 창업 멤버들과 원룸에서 같이 살며 주 100시간씩 일했다. 수학대왕이 성과를 거둔 데는 빅데이터 확보가 결정적이었다.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 무료로 서비스를 출시해 공격적으로 유저를 확보했고, 6개월 만에 사용자수 10배를 달성해 수천만 건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했다. 최 대표는 “인류 문명의 진보를 가능케 할 발명품, 문명, 기술을 창조하는 글로벌기업을 세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너 뷰티’ 식품 개척한 청년 창업가 | 한송희(28) 에프앤엘코퍼레이션 대표
▎ 사진:에프앤엘코퍼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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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6월 창업한 에프앤엘코퍼레이션(이하 에프앤엘)은 최근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너 뷰티’ 제조사다.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흔치 않게 건강식품을 제조·판매한다. 2021년 자사몰 ‘풀라이트(FULLight)’ 출시 이후 3년 만에 연 매출 110억원을 달성했다. 온라인 공식몰에서만 약 20만 명의 국내 고객이 풀라이트를 이용하고, 2023년 하반기부터는 이마트24를 시작으로 올리브영 오프라인 전 매장 입점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한송희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 핀테크 스타트업, 컨설팅, IT회사 인턴십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며,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식품산업에 대한 꿈을 키운 건 2018년 무렵이다. 유럽 교환학생 시절, 국내에서 보기 힘든 원료를 활용한 다양한 이너 뷰티 식품을 만나면서다.에프앤엘은 효능·효과가 뛰어나지만 맛이 없어 외면받던 국산 농산물을 간편식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주력한다. 대표 제품인 ‘라이블링’은 경북 지역 사과를 자연 발효한 식초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주정을 첨가한 일반 식초와 달리, 원물로만 자연 발효한 초모식초는 혈당 조절·체지방 분해·피로 해소 기능이 뛰어나다. 하지만 특유의 향· 맛과 더불어 불편한 휴대성으로 음용이 불편했다. 에프앤엘은 자체 개발한 배합비와 제조법으로 초모식초의 불편함을 없앤 휴대용·기능성 음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한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저당’, ‘건강한 칼로리’ 트렌드가 뜨고 있다”며 “최근 주목받는 식품 중 하나가 혈당 조절 효능이 뛰어난 자연 발효 식초”라고 소개했다. 식초음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일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민감성 피부 여성을 위한 고기능성 자연주의 브랜드 ‘리덴스’도 내놓았다.
‘소비자 중심’ 의료서비스 개척자 | 장지호(26) 닥터나우 대표
▎ 사진:닥터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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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나우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격의료 플랫폼이다. 지난 2019년 닥터가이드를 전신으로 2020년 11월에 닥터나우 서비스를 선보였다. 창업에 나선 장지호 대표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에 다니다가 휴학 후 닥터나우 창업에 나섰고, 지금까지 4년 넘게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의학도 출신이 직접 만든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셈이다.장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의료봉사센터에서 처음으로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다. 의대 진학 전부터 비대면 진료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하며 미래를 구상했다. 실제로 의대 입학 후 첫 방학부터 친구들을 모았고, 비대면 진료와 AI 의료를 직접 알아보겠다는 생각에 하버드의대, 스탠퍼드 병원 등에 수차례 콜드메일을 보냈고, 장학재단 지원을 받아 탐방에 나서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의사 개인의 능력으로는 힘들고, 사회의 인재들을 모아서 함께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창업 계기를 밝혔다. 이제껏 없던 모델을 사업화하는 데는 장애물도 많았다. 사업 초기에는 초기 멤버들과 국내 병원·약국을 1000곳 이상 직접 방문해 제휴와 설득에 나섰다.닥터나우는 국내 의료 분야에서 테크를 접목해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병원과 의사 위주의 기존 의료서비스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고 있어서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이라는 처음 보는 개념으로 국내에서 수천만 명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 장 대표는 닥터나우만의 ‘소비자 중심주의’를 기반으로 ‘의료 AI’ 등 신기술 접목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장 대표는 “현지에서 라인헬스케어, 아마존헬스케어와 본격적으로 맞붙어 경쟁하게 됐다”면서 “일본 시장을 넘어 글로벌에서 ‘소비자 중심의 의료 회사’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전 세계 ‘해외쇼핑’ 묶어낸 프로 셀러 | 황유미(29) 와이오엘오 대표
▎ 사진:와이오엘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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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오엘오가 운영하는 크로켓은 전 세계 89개국 셀러들과 거래할 수 있는 해외쇼핑 플랫폼이다. 국내 모바일플랫폼 기준으로 가장 많은 2만3000여 명에 달하는 글로벌 셀러가 입점해 있다. 북미권을 비롯해 유럽, 동남·동북아시아, 남미, 중동 등에서도 해외쇼핑이 가능하다. 환율 차익을 통한 가격 메리트는 물론, 해외 선(先)출시(국내 미출시), 한정판 제품 등도 크로켓에서 가장 빠르게 만나볼 수 있다. 현재 크로켓에는 65만 개 넘는 해외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고, 올 2월 들어선 누적 앱 다운로드 300만 건을 돌파했다. 누적거래액도 1400억원을 넘어섰다.1994년생인 황유미 대표는 23살 대학생 시절, 전 세계 6대륙을 여행하며 창업에 나섰다. 해외 상품을 대신 사다 주는 여행자 구매대행 블로그에서 핸드캐리구매대행 서비스인 ‘여행의직구’를 론칭했다. 사업 초기에는 네이버 스타트업 리그, 글로벌 창업대회 등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실제 시장 니즈를 보지 않고 서비스 론칭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고비도 겪었다. 결국 2019년 12월 여행의직구 서비스를 종료하고, 크로켓 프로덕트를 준비했다.크로켓 론칭도 쉽지만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다. 황 대표는 서비스 준비 기간인 6개월을 시장 니즈 파악과 비즈니스 테스트 기회로 삼았다. 이 기간 동안 해외 아울렛 구매대행 셀러들을 영입하는 데 집중했고 2020년 5월 크로켓을 론칭했다. 코로나는 오히려 해외 상품에 대한 소비심리를 크게 높였다. 2020년 월 거래액 10억원을 돌파했고, 2021년에는 분기 내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투자 혹한기를 넘어 2023년 3분기에는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누적거래액도 2023년 기준 1300억원을 돌파했다. 황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서 커머스 플랫폼의 글로벌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며 “처음부터 글로벌을 타깃으로 삼은 크로켓이 한국 커머스 스타트업의 선구자로서 길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 추천The VC한국벤처캐피털협회 회원사(VC)-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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