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첨단재생바이오법(첨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국내 줄기세포치료와 유전자치료제 연구개발의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첨생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5년 초부터는 국내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2년간 와튼젤리* 유래 줄기세포를 연구하며 자체 세포배양기술을 확보한 파나셀바이오텍의 최승호 대표를 만나 세포치료 환경의 변화와 산업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승호 대표는 연세대 의대 박사, 가톨릭 의대 인턴, 레지던트, 사외교수(현), 뷰티라인 성형외과 원장(현), 대한줄기세포 임상의학회 회장(현), 파나셀바이오텍 대표(현)

첨생법은 지난 2020년 8월 시행됐지만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에게만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됐고, 치료비도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 환자들이 세포·유전자 치료를 받으려면 일본 등으로 해외 원정을 떠나야 했다. 일본은 지난 2014년 의료기관에서 제한 없이 세포치료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고, 2022년에 세포치료를 받은 환자는 7만3819명, 투여 횟수는 11만4077건에 이른다.

하지만 일본은 정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세포치료를 할 수 있고, 국내 환자들이 치료기관을 검증하고 가기보다는 에이전시를 통해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파나셀바이오텍의 최승호 대표는 줄기세포치료를 고려한다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검증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줄기세포치료의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나.

줄기세포치료의 안전성과 관련해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확증이 있어야 한다. 수백 명이 맞아도 암에 걸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줄기세포 배양 과정에서 철저한 무균조작이 가능해야 한다. 국내에서 무균조작실을 운영하려면 정부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장비마다 매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그런데 우리 무균실에만 장비 100여 개가 있다. 정부 허가 없이 세포를 배양하는 곳이라면 상업적인 이유로 철저한 무균배양시설을 확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우려 사항이 있다면.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환자에게 치료하고 대가를 받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세포배양을 할 때 송아지 혈청을 사용한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정부 허가 없는 곳에서는 송아지 혈청을 사용한다고 보면 타당하다. 왜냐하면 비용이 휴먼그레이드의 1/4 정도이기 때문이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나.

줄기세포의 감염을 확증하려면 미코플라스마(mycoplasma) 같은 세균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 균의 종류는 지구상에 100가지가 넘고 진단키트는 10개도 되지 않는다. 감염 여부를 밝혀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만일 줄기세포 배양 과정에서 감염돼 인체에 주입될 경우, 운 좋으면 면역 시스템으로 이겨낼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패혈증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건 DNA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암이다. 그래서 정부 당국이 제시한 엄격한 조건하에서 배양 과정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송아지 혈청을 이용하는 경우 소에게서 발병할 수 있는 모든 질병이 인간에게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세포치료자 중 송아지 혈청으로 키운 줄기세포를 맞고 소고기만 먹으면 졸도하는 사례도 있다.

줄기세포치료의 원리는 무엇인가.

체내에 건강한 줄기세포를 충분히 갖고 있다면, 혈관이 망가진 경우 특정 신호를 포착하고 찾아가서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 이를 호밍효과(Homing effect)라고 한다. 문제는 치유할 수 있는 건강한 줄기세포가 몸 안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몸 안의 줄기세포 사진을 보면 건강한 것도 있지만 짧거나 얇아진 것도 있다. 노인의 경우 줄기세포 수가 적다. 젊은 사람은 1000만 개까지 있는데 노인은 100만 개가 채 안 된다. 심한 경우 10만 개밖에 없다. 그래서 건강한 줄기세포를 추출해 무균상태에서 배양해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현재 식약처에서 승인된 줄기세포치료 중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다음 원시 분류해 다시 넣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내 몸 안의 줄기세포 일부를 뽑아서 다시 넣어주는 것은 효과가 크게 없다. 단, 국소적 부위, 예를 들어 어깨 인대를 다쳤거나 피부 일부를 개선해야 하거나, 무릎 염증을 개선해야 하는 경우에는 유용할 수 있다.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줄기세포 양은 어느 정도인가.

호밍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몸무게 1㎏당 100만 셀이 필요하다. 그래서 50㎏ 성인에게는 5000만 셀이 필요하다. 줄기세포 5000만 셀을 주입하기 위해서는 두 배인 1억 셀이 필요하다. 주입 과정에서 줄기세포가 벽에 들러붙는 성질이 있어 절반 정도가 소실되기 때문이다. 또 주입된 줄기세포가 돌아다니다 여러 개가 뭉치면 혈관을 막을 수 있으므로 치료 시에는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뇌졸중이나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인자가 있는데, 양성인 사람은 줄기세포치료는 신중해야 한다.

의사가 줄기세포 연구와 바이오테크 기업을 경영하게 된 계기는.

2011년경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알려져 세상이 떠들썩했을 때 황 박사와 교류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어머니가 뇌졸중을 겪으면서 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다 와튼젤리의 효능에 대한 논문을 발견하고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왜 와튼젤리인가.

와튼젤리 줄기세포는 테라토마 이펙트(기형종으로 변형)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절대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계대배양(세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배양하는 방법)을 80회까지 해도 암으로 변이되는 사례가 없었다. 그리고 효능은 다른 줄기세포보다 7배가 높다. 일례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중국에서 호흡부전으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 중 90%가 사망했다. 당시 일부 환자에게 와튼젤리 줄기세포를 투여했는데 상당수가 생존했다.

자체 배양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내에서 세포처리시설 허가를 받은 곳은 35개밖에 없다. 우리는 2022년에 허가를 받았다. 모든 줄기세포는 계대배양 5회가 원칙이다. 8회 이상 하면 생산단가가 낮아지지만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우리의 배양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줄기세포 투여를 위해 계대배양 횟수,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투여하는지 등 노하우를 확보했다.

국내 줄기세포치료 허가 시기에 맞춰 양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도록 대비해야 할 것 같은데.

줄기세포치료를 위해서는 첫째, 세포처리시설을 갖춰야 하고 둘째, 첨단재생 의료기관으로 선정돼야 한다. 파나셀바이오텍은 첨단재생의료기관으로 선정됐고, 개인 병원이 치료 시설로 선정되기 위한 서류 작업 중이다. 현재 줄기세포치료를 받기 위해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한국 등에서 일본으로 가는 사람이 많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3만 명이 일본에서 줄기세포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줄기세포치료가 허가되면 국내 환자뿐 아니라 해외 환자까지 상당 부분을 우리가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는 한국이 줄기세포 기술이 뛰어나다고 인식하고 있다.

치료 효과는 기대만큼 나오는가.

현재 국내에서는 대가성 줄기세포치료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가족과 지인 중심으로 무상 치료를 했다. 친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오른쪽 귀가 안 들리고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야 했는데, 줄기세포 주입 이후 청력을 회복하고 걸을 수 있게 됐다. 내년 2월 이후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반인에게 치료가 가능해 치료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피부질환, 관절염, 치매에서 개선 효과를 보증할 수 있다.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임상 1상에서는 안전성을 알아보지만 2상부터는 효과에 대한 케이스를 상당히 많이 확보해야 한다. 물론 비용도 많이 든다. 2상만으로 끝낼 수 있는 질환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있고 논문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파킨슨병 등에 대해 전임상을 마쳤고 2025년에는 2상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임상시험에 한계가 있어 카자흐스탄, 리비아, 미국 등 해외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 더 이야기해달라.

국내 환자 치료를 넘어 우리는 줄기세포 관련 기술을 완성 단계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기술이전까지 논의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500만 달러(약 66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조건은 단 하나다.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남은 배양배지(실험실에서 미생물의 생장에 사용되는 영양액)를 화장품 원료로 쓸 수 있도록 공급하는 것이다. 배양배지의 성분 분석 결과, 그 안에는 엑소좀*이 다량 있었다. 우리는 수출을 위한 필터·보관·양산·검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와튼젤리: 탯줄에 포함된 젤라틴 물질. 이 층에 분화능이 탁월한 중간엽 줄기세포가 다량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엑소좀: 줄기세포 능력을 그대로 갖고 있어 손상된 피부를 효과적으로 돕는 스킨 부스터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_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